베일에 싸인 늑대개 캐릭터 단편 : 환생 (下)
윈스텀 2015-07-30 0
“미안, 미안하다.”
민현의 사철이 소영의 목을 그으려는 참이었다.
타앙!
묵직한 총성이 울렸다. 왼눈을 붕대로 감은 채 헬기를 타고 내려온 트레이너가 레펠 하강을 하면서 민현의 가슴을 쏜 것이다.
“거기까지다, 김민현. 넌 포위됐다. 얌전히 잡히면 아무 책임도 묻지 않겠지만, 네가 인질로 삼고 있는 소녀에게 위해를 가하면.......”
콰아앙!
푸른색 포연이 피어오르는 탄환이 이어서 발사됐다. 무게만 10kg에 이르는 거대한 총이었다.
“이 S급 위상관통탄으로 널 제거하겠다. 그러니 얌전히 투항해.”
“자, 잠시만!”
김민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홍시영이 빠르게 마취탄을 민현에게 명중시켰다.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늑대개에 또 개 한 마리가 늘어나겠는걸요, 안 그래요? 트레이너님.”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어쨌든 수고하셨소. 감시관.”
민현의 시야가 흐릿하게 정지해나갔다. 자신의 품을 떠난 소영, 아직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의 남동생 김시환, 그리고 처절하게 죽어간 부모님.......마치 어둠에 삼켜진 듯이 민현의 시야는 정지했다.
**
“정신이 좀 드나?”
“.........”
“상태는 멀쩡해. 마취탄 한 발 맞았을 뿐이다. 아, 병원에서는 금연인데.....”
담배를 비벼끈 트레이너가 누워있는 김민현에게 그렇게 말했다. 민현은 링거 수액이 꽃힌 자신의 팔을 보며 물었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여전히 선택지는 똑같다. 이대로 감옥에 돌아가서 평생 시체처럼 썩던가, 아니면 우리 팀에 들어와서 자유를 위해 개처럼 짖어대던가, 둘 중 하나다.”
“개처럼 짖어대면 뭘 줄 수 있지?”
“자유다.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성실하게 일만 잘 해준다면, 무기징역에서 얼마든지 감형은 해 줄 수 있어.”
“그 말, 사실이냐?”
“난 거짓말 따위 안 해. 너처럼 살인마도 실전에 투입한다는 건 그만큼 신서울의 상황이 위급해졌다는 뜻이다. 차원종들에 대항할 클로저는 역부족인 현재 상황에서, 너처럼 특수한 능력을 가진 클로저는 희귀품이지. 자, 할 텐가?”
말로는 선택을 하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민현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좋아, 그 늑대개인지 뭐시깽인지 해주겠어.”
“그래야지. 하지만 우리도 자네를 마음대로 풀어줬다간 소영 양 같은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니.......안전장치를 하나 해두겠네.”
철컹!
기분나쁜 금속성의 초커가 민현의 목에 달라붙었다. 무척이나 더러운 기분이다. 트레이너는 개의치 않고 설명을 계속했다.
“자네가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명령에 불복종했을 때 초커로 자네를 살해할 수있어. 그 점 명심해. 이제부터 자네는 우리의 개다. 알겠나? 개처럼 차원종을 물어뜯어라.”
“크으....알겠어, 알겠다고!”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좋아. 그럼 푹 쉬었다가 다음 주부터 활동을 시작하도록 하지. ‘늑대개’에 온걸 환영하네, 김민현.”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고는 병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민현은 예의 그때처럼 지그시 눈을 감았다. 평생 감옥에서 보낼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의 오해를 풀고,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가. 그 기회를 바보처럼 날려먹지 않겠다고 민현은 굳게 다짐했다.
덜컹, 철컹!
“여기가 아저씨가 있다는 병실.....아 맞네. 여, 아저씨. 아직 살아있는 걸 보니 멀쩡한가보네.”
“레비아는 민현 님이 걱정되서 왔어요. 안 다치셨어요?”
“...........”
나타는 클로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말했다.
“뭐 기분도 뭣 같지만 앞으로 우리가 한 팀이라네, 그 망할 아줌마가 그러더라고. 그래서 인사나 해 둘까 하고 온 거야.”
“......의외로군.”
나타는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쳤다.
“의외? 웃기지마, 꼰대. 네가 다시 한번 소영이를 건드리면, 넌 나한테 죽어. 알았어?”
“.......재밌는 녀석이군.”
“알았으면 얼른 나아서 차원종이나 쓸어버리라고. 가자, 레비아.”
“네, 그럼 편히 쉬세요, 민현 님!”
나타와 레비아가 나간 후, 민현은 고개를 들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펼쳐진 창문을 바라보았다. 형형색색의 구름들이 높게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다시 얻은 두 번째 기회. 그는 주먹을 꼭 쥐며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최악의 연쇄살인마 ‘김민현’은 그렇게 ‘늑대개’ 팀의 리더로 합류했다.
후기
아 전역하고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글이네요
마감시간때문에 급하게 쓴 감이 없잖아 있지만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워낙 급하게 쓴거라 발퀄 ㅈㅅ....
콘테스트 주제가 '베일에 싸인 늑대개 캐릭터' 라서 뭘 쓸까 고민하다가 검은양의 '제이' 같은 포지션의 캐릭터가
아직 없는 것 같아서 '늑대개'의 '제이' 포지션의 역할을 맡는 아저씨를 주제로 써봤습니다.
참고로 여기 5000자 넘게 입력하면 튕겨버리네요 ㅠㅠㅠ
즐감해주셨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