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20화
최대777글자 2015-07-29 1
reader side 허시혁
“이 유적, 안은 예상보다 훨씬 넓은데... 라기보다 왜 내가 앞장서고 있는 거지?”
긴 다리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걸음이 빠를 뿐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앞에서 걷던 제이형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질문했다.
“가장 믿음직스러워서?”
“흐음... 그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앞장서줄 수 있지.”
“그렇죠! 먼저 함정에 빠지시면 거긴 우리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들으니 앞장설 마음이 싹 사라지는데.”
농담이라고는 해도 그런 무서운 소리를 들으니 제이형도 약간 겁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소리를 면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큰 소리로 유쾌하게 말하는 서유리가 참... 존경스럽달까? 아니, 이 존경은 저 바보스러움에 대한 것이다. 아마 저 바보스러움은 어떤 상황에 처했더라도 긍정적 에너지를 방출해내겠지? 그 점이 존경스럽다는 거다.
“에이 뭐... 함정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낡았는데 유지되고 있겠어요? 사실상 영화에서 뭘 밟으면 밧줄에 매달은 통나무가 공격한다거나 그런건 다 뻥이라구요. 밧줄이 썩어서 진작에 끊어졌다면 또 모를까... 아니, 애초에 그런 함정은 저희한테는 소용 없잖아요?”
“그것도 그렇군. 그렇게 자신있다면 허시혁이, 네가 앞장서보는게 어떠냐? 이거 긴장감 넘치니 혈기왕성한 너 같은 아이들에게 적격일 거야.”
“그냥 무섭다고 얘기 하세요, 그러니 더 처참해 보입니다...”
어차피 진짜 함정이 있다고 해도 다 부숴버릴 자신이 있던 나는 곧바로 제이형의 옆을 지나가서 앞장서려 했으나... 제이형의 옆을 거의 다 지나쳤을 때 내딛은 오른발이 무언가를 밟고 살짝 꺼졌다.
“...응? 왜 ‘철컥’하는 소리가..”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중 갑자기 바닥이 양옆으로 벌어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어라?”
“으응?!”
지난번에 수박에 물렸던 게 생각났다. 인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진다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상태에 빠진다면? 그 다음은...
“아, 이건 예상 못 했...”
그 속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속수무책으로 계속해서 아래를 향해 낙하하는 중에.... 하얗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e...
“아니, 제이형?!”
“왜 나까지?!”
정말 미안하게도 제이형까지 함정에 빠졌던 것 같다. 계속 가속도가 붙는데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걸 보아하니 바닥에 닿았을 때의 충격이 적잖게 치명적일 것이 안 봐도 비디오처럼 선명했다.
“으음... 그래! 그거다!”
“오, 시혁이, 뭔가 좋은 방법을 떠올린 건가?”
“손 주세요!”
“응? 여기.”
꽤나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이형도 금방 부탁을 들어줬다. 나를 향해 뻗어진 손... 손을 잡지는 않고 손목을 잡았다.
“영화보면 보통 높은데서 떨어질 때 손을 잡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왜 그러는 걸까?”
“...그러게요?”
“아니, 별 생각 없었던 거야?!”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뇨.”
바로 검집에서 칼을 뽑아서 벽에 꽂은 후 위상력을 방출하여 낙하속도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오!”
효과가 보이자 제이형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사를 내뱉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문제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어라...?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거지...? 제이형 때문에 그런가? 그럴 리가...’
“동생, 왜 그래?”
“형 살쪘어요?”
“아냐, 근육이 붙은 거라고! 나잇살따위 전혀... 안 붙었단 말이다!”
“장난이었어요, 뭔가... 엄청나게 무거운데 이거 설마...?”
“그러고보니 옷이나 물건들이 꽤 무거워진 느낌은 든다만... 이거 설마...”
이럴 때 떠오르는 건 단 한 가지다.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세계는 영화에서나 있는 일들이 잃어나지 않는가, 이 상황은 요컨대...
“중력이 몇 배로 늘은 건가...”
“그런 것 같네요... 위상력을 써도 팔이 슬슬 한계입니다만...”
“좋아, 이럴 때는...!”
뭔가 방법을 생각해낸 듯이 중얼거린 제이형이 갑자기 내 손을 뿌리쳤다.
“어라?! 제이형?!”
“동생! 날 따라하면서 내려와!”
제이형은 밑으로 떨어지면서 벽에 붙었다가 떨어져서 반대쪽 벽에 붙었다가를 반복하며 가속도를 최대한 줄이면서 낙하했다.
“아하... 저런 방법이 있구나...”
늙은 말이 길을 안다... 과연 제이형, 경험이 많은 터라 상황의 대처법을 잘 생각해낸다.
“너 방금 나한테 조금 실례되는 생각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착각이에요 형. 그보다 되게 여유롭게 내려가시네요?”
“아니, 바닥이 그닥 멀지 않아서 벌써 도착했다. 너도 어서 내려와.”
“네~”
벽에 박아놨던 검을 뽑고 벽을 박차 반대쪽 벽에 손을 짚은 후 그대로 몇 미터쯤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다가 다시 반대쪽 벽을 향해 도약하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니 제이형의 말대로 금방 땅에 도착했다.
“어라, 여기서부터는 중력이 그대로네요?”
“음, 중력이 이상하게 왜곡되어 있어서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끔찍하게 죽었을 거라 생각되는군. 저기에 몰려있는 뼈들도 보면 떨어졌을 때 바닥에 닿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산산조각 나 있는걸 보니 말이야.”
“관찰력이 대단하시네요...”
“거기~!! 괜찮아~!!!?”
위쪽 멀리서 누군가가 우리의 안부를 물어보기 위해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들려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세하다.
“어~ 여기에도 길이 있으니까 나랑 제이형은 이쪽길로 가볼게!”
“알았어!”
높이, 그리고 왜곡되어있는 중력을 생각해보면 다시 올라가기는 힘들다. 여기에도 길이 있다면 지금은 그쪽으로 가보는 게 이상적일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제가 앞장 설게요.”
“아니, 앞장을 서기 전에 앞부터 좀 봐라, 동생.”
“엥?”
제이형이 시키는 대로 앞을 봤을 때는 숲에서 마주쳤던 차원종들과는 달리 돌로 이루어져 있고 이끼가 껴있으며 덩치가 성인 남성의 3배쯤은 되는 것 같은 차원종들이 통로에서 나오고 있었다.
“꽤 많은데, 어쩔거냐, 동생?”
“싹 쓸어버리면 되는 거 아닌...”
“아니, 이 유적은 꽤나 오래됐어. 그리고 넌 아직 위상력의 조절이 미숙해서 원래 조절용 건틀릿을 장착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은 터라 너는 보조장치가 없는 상태로 S급 이상의 위상력을 마구 뿜어내겠지?”
“으윽...”
“자칫했다가는 유적이 무너진다.”
제이형이 설명충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왠지 꽤 멋졌다.(고마워요 스피드 왜건!) 그래도 저 녀석들을 일일이 상대하기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쩌겠다는... 어?”
갑자기 제이형이 선글라스를 고쳐쓰더니 내 옆을 지나쳐 차원종들의 앞에 떡하니 멈춰섰다.
“제이형...?”
“이놈들은 내가 맡지.”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예전에 한 번 봤던 약병들을 꺼내고 입가에 가져다댄다. 한동안 그게 뭐였는지를 기억해내려고 생각하다가 그게 입가에 거의 닿으려고 할 즈음 그게 예전 말렉들과 싸울 때 마셨던 그 약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잠깐, 제이형 그건!”
“돌아와라, 나의 파워!”
{결전기-돌아온 전성gee}
말리기도 전에 멋대로 그 약을 원샷한 제이형에게서 위상력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약간 위쪽으로 솟았다. 그의 주변에 바람이 모여들고는 다시 퍼져나갈 때마다 묘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먼저 가라, 동생. 이놈들은 내가 싹 정리해줄 테니까.”
“하아... 상황 끝나고 봅시다. 내가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하, 수명에 지장이 안 가도록 빨리 끝내지.”
“참 나...”
불만을 토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차원종들 사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가 통로로 들어갔다.
“크륵...”
“어이쿠, 쫓아가게 둘 수는 없지.”
{옥돌 자기력}
“5분 안에 끝내보도록 할까...”
.
.
.
reader side 이세하
“시혁이랑 아저씨 괜찮을까...?”
바닥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깊은 구멍을 보고 있자 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되는지 약간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 생각에 그 둘이면 최강콤비라고 생각하는데.”
음, 슬비가 하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이형은 우리중에서 가장 전투 경험이 많고 시혁이는 우리중에서 가장 미ㅊ... 강하니까, 걱정할 필요는 딱히 없다.
“음, 태성이라면 믿을만 하지.”
같은 생각인지 방독면을 쓴 벌쳐스의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태성...? 그게 제이아저씨의 본명이에요?”
“아니, 그냥 내가 붙인 별명이야.”
“허어...”
솔직하게 말해서 살짝 기대했으나 기대에 어긋나는 대답이 들려오자 나도 모르게 약간의 한숨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어이, 일어나. 그 머저리는 걱정할 필요 없잖냐, 죽으면 나야 기분 좋지만 말야.”
‘문현철이었나? 이 녀석 말투가 상당히 재수없다...’
“너 말이 좀 심하...”
“시끄러, 싸울 준비나 해라.”
고개를 들어보니 유적에 들어가기 전에 싸워봤던 놈들과 같은 타입의 차원종들이 우글우글하게 몰려있었다.
“워, 차원종들 다 나간 거 아니었어?”
“캬갸갸갹!!!!”
to be continued...
---------------------
14분이나 늦었다... 죄송합니다. 그보다 벌써 20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