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양떼 -22-
PhantomSWAT 2015-07-28 6
*[주의] 전편이 있습니다.
전편을 보시면 이해가 더욱 잘 되실겁니다.
이 작품은 '엘세이드' 와 'PhantomSWAT' 의 합작입니다
[흩어지는 양떼 -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436
[흩어지는 양떼 -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459
[흩어지는 양떼 -3-]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7&n4articlesn=1469
[흩어지는 양떼 -4-]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574
[흩어지는 양떼 -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09
[흩어지는 양떼 -6-]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33
[흩어지는 양떼 -7-]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652
[흩어지는 양떼 -8-]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701
[흩어지는 양떼 -9-]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744
[흩어지는 양떼 -1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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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쁜 색채들이 오락가락 정신없이 흩어지는것을 본 듯 한 느낌이었다.
아직은 떠지지 않는 듯 한 눈이 감겨있다는 것을 떠올린 것은 방금 전, 아니면 조금 더 전부터였을까.
몽롱한 느낌이 몸 구석구석을 지배하며 마치 추에 짓눌린지 몇백년은 흐른 것 마냥 딱딱하게 굳어진 몸을
옴짝달싹 못하도록 만들었다.
오로지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몸에 흩어져 내리는것을 온 몸에 내달리는 소름이 그녀의 어두캄캄한 시야를 대신해 전달해 주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의 등이 부드럽다는것을 깨닫고는 이게 무엇인지 천천히 상상해보았다.
그럴만 한 여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긴장된 감각들이 그녀를 독촉하는 듯 했지만, 일어 설 기력조차 없는 그녀에게 그것은 현실적인 요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몽롱한 의식 속에서 자꾸만 재촉하는 그 위기감이라 부를 만 한 본능적인 감각에 그녀는 천천히 땅으로부터 팔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아..아파."
신음소리와 함께 들을 이 없는 고통에 찬 목소리가 울렸지만, 그에 화답하는 것이라고는 깊어진 가을의 바람소리 뿐이었다.
땅에 짚은 팔이 너무나 아프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이를 앙다물었다. 최악의 경우 팔을 쓰지 못하게 될 수 있었다.
차원종이 득시글대는 숲 안에서는 너무나 큰 디메리트였다. 즉시 몸을 움직여야 했다. 날은 이미 어두캄캄해, 앞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무리해서 움직이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일어나려 했지만, 그 즉시 마치 쇠망치로 한대 얻어맞은것처럼 머리가 심하게 울렸다.
"움직여..야 하는데"
상체를 움직여 보려 애 썼지만, 물기 젖은 풀밭에 자꾸만 미끄러져 일어 서지는 못하고 계속 뒤로 미끄러지기만 했다.
시야가 완벽하게 흐려져 도저히 사물을 식별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녀는 무리하게 움직이려는 행동을 포기 한 채로
마침 등에 닿은 무언가에 기대었다. 아마 질감으로 봐서는 나무겠지.
어지러운 시야, 혼란스러운 균형 감각, 흐릿한 감촉들.
혈향, 피의 비릿한 냄새와 어두움 속 붉은 손아귀를 뻗쳐오는 죽음의 손길.
지금의 그녀라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숲은 너무나도 위험했고, 그녀가 피를 흘리고 나서 쉬는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것은 흐려진 그녀의 판단력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윽...아악..."
분명 그녀는 유리와 함께 차원종과 교전을 하고있었다.
되도록이면 숲의 차원종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소리가 시끄러운 기술들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를썼다.
그렇지만 그녀들 역시 잘 알고 있듯, 그들은 그렇게 막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빠르고도 조용했고, 치명적인 공격들은 그녀들이 위상력으로 무기를 운용하지 않고 순전히 체술로만 받아 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미 유리는 옆에서 발을 질질 끌면서도 항전하고 있었고, 그 결과로 더욱 무수한 상처를 몸에 입을 뿐 이었다.
소매를 덮은 자켓 아래에서는 이미 피로 축축이 젖은 채인 블라우스가 살에 이상한 기분으로 달라붙었다.
몇번 날아드는 창을 단검으로 간신히 쳐낸 팔은 이미 저릿저릿한 수준을 넘어 아프기 시작했다.
만일 세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격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풀숲에서 세하가 달려왔다.
언뜻 본것으로는 뒤에 습격한 무리와 똑같은 형체들이 쫒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순간 막막했지만, 곧 그는 습격한 차원종들을 뛰어 넘고는 우리쪽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이곳을 탈출할 생각인 것을 깨닫고는 그쪽으로 몸을 던졌다.
곧 유리와 나를 붙잡은 그는 속도도 줄이지 않은 채 계속 뛰어 당황했지만, 아마 그대로 우리가 등지고 싸우던 절벽을 박차고
사이킥 무브로 뛰어 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그의 검은 옷자락에 파묻혀 있노라니 곧 찾아올 부유감이 거짓말처럼 두렵지 않았다.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사이킥 무브는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과 경외감을 선사했었고, 그렇기에 이런 안정감은 잘 느껴 볼 수 없었다.
곧 있으면, 아마 몇 초만 있으면 이 지옥 같은 곳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었다.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의 몸이 순간 멈추자, 이제 도약을 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둔중하게 짓쳐드는 예리한 감각은 온 몸에서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충격이 몸을 뒤로 젖히게 만들어 시야가 혼란스럽게 반전했다.
"아윽...!"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상처의 고통보다는 떨어진다는 그 사실에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상처 부위를 돌아보니, 차원종들이 사용하던 검은 창 하나가 내 어깻죽지에 박혀있었다.
키는 작기에 그들이 사용하는 창 역시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 만큼 길지는 않았지만, 그 크기는 무시해도 좋을만큼 강하게 박혀, 내 어깨 밖으로는 창 자루밖에 보이지 않았다.
몸을 뒤틀려했지만, 강하게 엄습하는 고통에 의해서 잠깐 주춤한 나는 곧 대가를 받았다.
땅에 무지막지한 힘으로 메다 꽂힌것 같이 떨어져 몇번을 옆으로 굴렀다.
온 뼈마디란 마디는 비명을 지르며 삐걱댔고, 어디서 난 것인지 피가 내 눈으로 들어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어느정도 충격이 가시며 내 몸이 가까스로 제동을 거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장 땅바닥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며 우수수 떨어지는 돌부스러기에 나는
다시 한번 몸이 강제적으로 한바퀴 돌아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금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저 아이들은 저 하늘 위에서 뛰어 오른채 달을 배경으로 서 있다.
너무 멀어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내가 바스러진 돌맹이들과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을땐
이미 모든것은 결정이 난 뒤었다.
"이..이세하!!"
순간 시간이 멈추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슬로우모션처럼 내 몸이 강한 반동에 의해 돌려지는 그 순간만이 이 세상 속에서
영원히 지속 되는 것 처럼 느껴졌고, 정작 본인은 들리지않은건지 그에게 안긴 유리 만이 간절하게 손을 뻗었다.
지금 이대로 떨어진다면 부상을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시간은 매정하게도 절대적으로 흘러갔고, 그것은 곧 밤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유리와 세하, 그리고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를 미련의 여지없이 떨어뜨려놓았다.
바람이 뺨을 가르는 자유낙하의 기분 나쁜 느낌에 낙사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려 온 몸을 쥐어 짜 급하게나마
위상력으로 몸을 휘감은 뒤 성한 오른 손으로 단검 하나를 뽑고는 막 떨어지는 절벽의 옆에 걸어보려 애썼지만,
오른 팔마저 단검을 절벽에 고정시키려 하다 탈골 된 듯 무언가 덜컥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뒤 틀렸다.
위상력으로 사이킥 무브를 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경공술을 사용하는것을 고려해보 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정신없이 떨어지는 그 순간 그런 생각을 한 것은 판단력과 정신력 만큼은 인정받을 만 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가 필요하듯이, 경공술도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비행기처럼 질량이 큰 물체를 움직이는게 아닌 내가 움직이는 것이었기에 그 시간은 3~4초로 굉장히 짧은 편이었지만, 돌에 정신없이 등과 배가 부딛치며 떨어지는 와중에 갑옷처럼 몸을 그나마 지켜주는 위상력을 그쪽으로 전환하다가는 그 짧은 촌각에 몸은 가루가 될 지도 몰랐다.
결국 절벽의 경사면에서 튕겨 나왔을때, 적게나마 땅과 충돌하기전 위상력으로 낙하속도를 줄여 피해를 줄일수는 있었지만
완전하게 피해갈수는 없었다.
큰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을때, 그 정신없이 흔들리던 절벽을 내가 살아서 내려왔다는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떨어진 곳 역시 물기어린 진흙의 비탈길이었고, 그대로 쭉 미끄러지는 것을 제동할만 한 기력이 내겐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힘없이 고개를 들어 무섭도록 가속한 내 몸이 장애물에 돌진하는것을 보고도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는 장애물이 내 머리에 무섭게 **오는 장면이 기억이났다.
아마 그곳부터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내려오는것을 두려워 해 계단을 찾으러 간 것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계단을 내려오게 되었다니, 한편으로는 우스웠다.
킥 하고 웃으려 했지만, 도저히 입술을 움직일 힘이 없었다.
입고있던 옷들은 여기저기 찢어졌고, 당연하지만 흙투성이가 되었다.
덤으로 물기에 젖은 옷들은 내 상처난 부위를 건드려 쓰라린 감각은 내 몸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요원복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는 여기저기 푸르게 멍이 들고, 찢겨진 상처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
움직이는 시도는 해보았지만 금방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왼팔에 박혀있던 창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진 않았지만, 그것이 더욱 좋지 않았다.
출혈은 이미 그녀가 기댄 나무둥치를 흠뻑 적실 정도로 심했다.
차라리 박혀있는 채라면 출혈의 걱정은 덜했을 것이었다.
"하아..."
새된 한숨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관하듯 바라보며 슬비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그녀로써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SS급 차원종을 잡기 위해서 왔지만, 셋이 달려들어도 전멸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대에게 혼자서,
그것도 부상으로 몸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로 뛰어들었다가는 그런 개죽음도 없을 것이다.
앰플은 당연하게도 혁대에 맨 파우치에 쑤셔넣은, 절반정도 남은 것 하나밖에 없었다.
배낭은 아까 그곳에 버리고 싸웠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유리는 배낭을 등받이로 쓰느라 그것을 맨 상태였는데, 그것을 푸를 시간이 없어 그대로 전투를 지속했던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세하와 함께 피신한 상태이기때문에, 상처를 치료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란 회복앰플 하나는 그녀에게 그다지 큰 위안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보며 그녀는 문득 세하와 유리가 생각났다.
아이들은 무사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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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새된 비명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입을 틀어 막고싶은 세하였지만, 그것은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또한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그녀의 그 큰 목소리가 숲의 차원종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는 충고를 할 기회와, 그만한 기력을 잃고야 말았다.
"유리야..."
그들이 착지한 곳은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거의 모든 힘을 쏟아 부은 그였기에, 그 정도의 이**리는 당연하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그에게 있어서 저주의 대상이었다.
사실 슬비의 위상력은 그의 절반 정도의 수치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위상력의 절대량은 개인편차가 있고, 연습의 결과와, 정규 훈련생이라면 유니온에서 지급하는 위상력 극대화 물리-약물치료등을 받아 더욱 성장할 여지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발단 단계의 요원들에게의 이야기이고, 슬비정도면 이미 많은
훈련과 치료등을 통해 거의 위상력의 양이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위상력이 낮은 그녀는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서 다른 검은 양 팀, 그리고 다른 수습요원들보다도 높은 경지에 이르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투와는 다르게 사이킥 무브는 위상력의 절대량으로써 이동 거리가 결정되는 기술이었다.
슬비의 몸 상태로나, 그녀의 위상력의 상태로나 그 둘을 따라오는 것을 불가능했고, 그것이 무리지어 습격한
차원종들의 한복판이 아니었다면 그들 역시 마음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유리야, 지금은 밤이 깊었고, 여기서 움직이는 건 위험해. 일단은 잘 곳을 찾고서 내일 사이킥 무브로 움직이자."
"무슨 소리야! 슬비가...슬비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차라리 내 위상력으로 도약을...!"
유리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풀려버리는 다리의 힘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녀는
앞으로 풀썩 고꾸라졌다.
"슬비 찾으러 가야해! 이대로 놔뒀다가는 죽어!"
그렇지만 유리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세하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저 앉은 상태로 위를 올려다 보았다.
알겠다던지, 아니면 거절의 말 역시 들려오지 않는다는것은 이상했다.
"죽는다고?"
싸늘한 목소리에 유리는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그 목소리가 방금 전까지 대화하던 소년의 것이라는것을 깨닫는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움직이면 우리도 죽을 뿐이야.
슬비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빨리 야영지를 마련해야 해.
잠조차 ** 않고 움직이다 기력을 소진해버리면 위상력도 회복이 되지 않아.
차라리 휴식을 취하고 그 위상력으로 사이킥 무브를 내일 한번더 사용하는게 슬비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야.
너도 알잖아."
그의 위상력으로 도약했으니 유리의 위상력으로 도약을 한다는 선택도 그다지 현실적이지는 못했다.
그녀 역시 전투를 통해 상당한 양의 위상력을 소진한 상태였다.
세하의 말이 어딘가 이를 악 물고 말하는 듯 발음이 뭉개졌지만, 그것을 알아차릴 만큼 유리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그래도...!"
다음 순간, 세하는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빈만로도 부드럽다고도 할 수 없는 그의 거친 동작에 유리는 발목의 상처가 다시금 욱씬거려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작게 내질렀다.
"정신 차려, 서유리!"
유리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바라보려 했지만, 그의 이글거리는 눈을 보는 순간 그녀의 말문은 콱 막혀버렸다.
"봐, 너는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고, 다른 베인 상처들에서도 출혈이 있어. 이대로 움직이면 피냄새를 맡고 차원종들이
들이닥칠지도 몰라. 지금 잠을 자 둬야 해. 야영지를 찾자. 슬비는 무사할거야. 그렇게 믿어."
마지막 말은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인지 그조차 몰랐다.
자기 위안인지, 유리를 위로하려 하는 것인지, 그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어느새, 하늘 저편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달과 별이 그 먹빛 구름에 잡아먹히듯 그 빛을 잃기 전에 유리는 눈물로 부옇게 된 시야 속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어깨를 부여 잡은 채 고통에 이를 악물며 등 돌려 걸어가는 세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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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슬비는 조심스럽게 나무를 짚고 일어섰다.
조그마 한 신음소리가 입밖으로 나왔다.
아까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것은 오로지 어지러운 시야에 관해서만이었다.
타는 듯 한 갈증, 찢겨진 옷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가을의 추운 바람과 피가
말라 붙어 굳어진 소매의 이질적인 감각이 그녀를 괴롭혔고, 비릿한 피냄새는
그녀의 머릿 속을 어지럽혀 놓았다.
"아..다리가 너무.."
얇고 하얀 그녀의 다리는 보기 거북할 정도로 멍과 상처로 뒤덮혀있었다.
앰플은 이미 가장 심한 어깨의 관통당한 상처에 바르고, 혹시 모를 내상을 위해 나머지는 마셨다.
다리의 잔 상처들까지 신경 쓸 만 한 여유분은 없었다.
"일단은 움직여야하니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구조물이 있다면 짚고서, 없다면 비틀거리면서도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며 이동하였고 점차 안정적으로 걷게 되었다.
약간 통증이 완화되자, 그녀는 스스로의 상태를 먼저 점검해보았다.
'우선은 이동하는데는 문제는 없는거 같아. 다리쪽은 뼈에는 이상이 없는거같은데...문제는...'
슬비는 자신의 생채기 투성이인 다리를 바라보았다.
"이 다리로 산을 내려갈수있을까.."
그렇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는않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내려가다 다리에 힘이 풀려 몇번이고 주저 앉기를 여러번.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두 손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를 넘어가자 그녀 역시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먼곳, 혹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포효소리와 울부짖음, 그리고 그녀의 것인지, 그녀의 것이 아닌지 모를 비릿한 피냄새.
거의 미끄러저 내려간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정도로 산을 내려가다 보니, 달빛에 비친 산 입구쪽에서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어스름한 연기가 올라오는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세하하고 유리?"
그녀는 마음이 다급해져 다리에서 전해져오는 고통도 잊은 채 절뚝이며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다리의 피가 쭉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도중 수차례 쉬어가면서도 결국 그 연기의 발생 지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연기나는 곳, 어쩌면 그녀를 구하기 위해 휴식을 취할 야영장이거나 그녀에게 보내는 신호일수도 있었다.
저 세하와 유리가 있는 곳 에서 다함께 만나 웃을수있기를 바라며 계속 걸었다.
입안은 바싹 말라 붙었고, 머릿카락은 볼품없게 흐트러졌지만 그런것 쯤은 무시해도 상관 없었다.
수풀을 헤치고 연기가 나는 곳에 가기 위해 그녀는 오른팔로 조심스럽게 울창한 풀숲을 지나가기 위해 팔을
들어 그것들을 옆으로 밀며 나갔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에 연기의 발원지인 붉은 모닥불이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녹색 재킷 - 아마도 녹색인 듯 한 - 을 걸친 남자 혼자 그 앞에 앉아 컵을 비롯한 몇가지 취사도구를 꺼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자동 돌격소총 두정이 나무둥치에 잘 기대어져 불빛을
거무칙칙한 무광으로 반사해 내고 있었다.
얼굴은 모닥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는
경계하며 총으로 손을 가져가는것을 보고 슬비는 아니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고작 서있는 것 만으로 온 몸의 피는 죄다 빠져 나간 듯 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눈이 잘못된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 하며 좀 더 다가가자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그 사람은 재빨리
나무 둥치에 기대었던 총을 겨누었다.
총을 다루는 것에 익숙한지, 그녀에게 총구가 향함과 동시에 철컥 하며
장전 레버가 장전을 알리는 울음소리를 날카롭게 토해내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서있기가 힘들어 슬비는 앞으로 허물어지듯 몇발자국 걸어갔다.
걸어갔다기 보다는 균형을 잡으려 애 쓰는 이의 발버둥이라고 생각해야 할 정도의 움직임이었지만, 효과는 상당했다.
총을 겨눈사람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커지더니 뭐라고 몇마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듯 했다.
하지만 슬비에게는 들리 지 않았다.
아까부터 다시 시작된 어지럼증을 동반한 두통이 더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지기시작했다.
'어떻게 여기에 사람이 살수있는거지?
세하와 유리는 어디있는거지?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굳센 손아귀가 자신의 팔을 붙잡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그대로 균형을 잃은 채 땅에 쓰러졌다.
"이봐! 듣고있는거야?"
일어 나야 한다.
하지만 몸은 물먹은 솜보다도 더욱 늘어져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방황하는 색들이 조롱하듯 그녀의 앞에서 떠다닌다.
자신의 팔을 잡은 사람쪽으로 간신히 한번 고개 돌려 보더니 그대로 슬비는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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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빠르게, 벌써 이곳으로 온 지 네번째 밤이 되었다.
이쯤되면 멈추고 야영할곳을 찾아야 마땅하지만, 어제도 그랬듯, 세하와 유리는 말없이 묵묵히 걷고있었다.
슬비와 떨어진지 이틀이 지났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수없다는 결론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 머릿속에
자리잡은 생각이었다.
조용하다기 보다는 차라리 삭막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무슨 말을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화가 나서 하는 행동은
둘 다 결단코 아니었다.
그저 그러고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제는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날이 밝자마자 사이킥 무브로 대강 어제 긴급탈출을 시도한 벼랑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그곳에는 이미 핏자국과 배낭이 내용물이 그대로 담긴채 뒹굴거릴 뿐이었다.
차원종이 인간의 물품을 건드리지는 않았기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
세하는 차원종과의 전투에서 난 관통상에 앰플을 바르고 붕대로 묶었으며, 유리는 꽤 크게 베인 상처를 지혈하던
세하의 손수건을 풀고는 역시 앰플을 바른 붕대로 다시 한번 처치를 끝내어 놓았기에 상황은 어제보다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둘은 이미 식사조차 거른 채 간편 보존식으로 배를 채운 채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득 세하는 자신의 앞이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보고는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어제부터 갑자기 눈 앞이 살짝씩 흐려지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일 아니고 피곤해서 그럴 거라 생각했다.
눈의 피로에 집중하던 그의 앞에서 걷던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러는거야?"
세하는 앞에가던 그녀에게 물었고 말없이 그녀는 손을 떨며 끈 하나를 보여주었다.
슬비의 분홍빛 단발머리를 깔끔하게 묶어주던 끈.
흙이 묻고 잔뜩 구겨지고 심지어는 구멍이 난 채 흙속에 반쯤 묻혀있는 그 끈은 분명 그녀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치 머리끈을 떨어뜨린 곳 부터, 아직은 검붉은 핏자국이 부분부분 땅바닥에 떨어진 흔적이 길게
이어져 나간 것을 보고는 잠시 세하와 유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제 곧 찾을 수 있다.
이제 쫒아가서야 이미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피를 흘리면서 움직이는 사냥감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가득한 차원종은 이 산에 수두룩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말 없이 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어쩌면 눈 한번 깜짝 할 시간 사이에 생사가 엇갈릴 위기에 처해있을지 모를 리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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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감각이 등을 받치는 듯 한 느낌이 전해져, 의도치 않게 살며시 눈을 떳다.
주변은 어두웠다. 아무래도 저녁이나 아침인 듯 어둑어둑한 방 안에서 사물을 구별하기 까지 눈이 적응할 시간은
제법 오래 걸렸다.
가장 먼저 어둠이 눈에 익고 보인 것 은 재질 불명의 천장이었다.
회색 같기도 하고 갈색같기도 한 기묘한 천장은 도대체 어떠한 재질로 만든 것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순간 몸에 닥칠 통증을 생각하고는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렸다.
놀랍게도 그녀가 누워있는 곳은 매트리스였다.
침대에 누운 그녀의 위에는 친절하게도 이불이 덮여 있었고
고개 들어 머리 맡을 보니 **조각과 다를 바 없게 된 그녀의 자켓, 블리우스와 치마가 잘 개켜져 있었다.
문득 자신이 속옷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이불을 들어 그 속을 확인해
보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었다.
아무래도 상처가 생각보다 심했던 듯, 붕대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여러번 갈았던 것인지 도저히
의식을 잃기 전의 출혈량으로는 불가능할만큼 붕대의 면은 그다지 붉게 물들지 않은 채였다.
약간 정신을 차리고는 점점 돌아오는 온 몸의 감각을 무시하며 주변을 둘러 보자, 그제서야 그녀는 실내가
그렇게 어두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창문은 하나밖에 나 있지 않았고, 그렇기에 전체적인 방 안의 느낌은 폐쇄적이였다.
천장에는 형광등도 달려 있었지만, 쓰지 않은지 오래 된 것인지 누렇게 때가 타 있었다.
일단은 이곳이 어딘지 몰랐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녀는 애써 침대에서 일어났다.
의외로 몸은 확실히 많이 좋아진 편이었다.
이제는 비틀거리지 않고 움직일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시선이 벽에 세워져 있는 거울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던 사실은 거울 근처에 양초가 켜져 있어 그곳은 붉은 기운의 빛이 감돌며 작게 빛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많은 건물이었지만, 그녀는 일단 거울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자 얼굴에는 여러군데 붕대가 감겨 있었고, 다리와 팔에는 붕대가 칭칭 매여있었다.
더 이상 걷는 것 에 대한 지장은 없지만, 그리 보기에는 좋지 못했다. 어깨부분이 상당히 당기는 느낌을 받아
가만히 만져 보니, 꿰멘 자국인 듯 실이 두껍게 감긴 붕대 위로 슬쩍 만져졌다.
한숨을 내귀소 다시 침대로 걸어가 잘 정리된 옷을 입기 위해 걸터앉 는 순간,
갑자기 방 문이 열리더니 '덜컹' 소리를 내고는 육중한 문이 열렸다.
"어머나! 일어났구나"
갑자기 들이 닥친 밝은 빛에 그녀는 눈이 부셨지만, 시간이 약간 지난 후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볼 수 있었다.
20대 쯤 되었을까, 약간 도톰한 가을 스웨터 한벌을 입고 있는 여자였다.
"슬슬 일어날꺼라고 생각하고있었더니 정말로 일어나는구나"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는 조용히 물 한잔을 내밀었고, 슬비는 얼떨결에 건네받았다.
"안 마시니? 목 마르지 않아?"
그제서야 자신의 목이 말라붙은 채로 물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은 그녀는 물컵을 들고는 한방울도
남김없이 꼴깍꼴깍 전부 마셨다.
목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 느낌은 고통과는 약간 다른 환희인 것 마냥 그녀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저기... 질문좀 해도 되나요?"
물을 다 마시고 고맙다는 인사를 작게 건넨 뒤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고, 물컵을 받아든 여자는 생긋 웃으며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렴. 뭐가 궁금하니?"
"제가 정신을 잃은지 몇일이 지났나요?"
"이틀이 지났어."
이틀.
그녀는 내심 놀랐다.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아무 것 도 하지 못 한채로 이곳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혹시 제 동료 못보셨나요? 여자애 하나하고 남자애 하나요. 둘 다 검은 머리에다가..."
사실 그녀도 잘 알고 있듯, 이곳을 자발적으로 그들이 알고 찾아올 가능성은 드물었다. 게다가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그녀는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아니. 너말고 찾아온 사람은 없단다."
"그렇군요."
슬비는 그 말의 끝으로 잠깐 한숨을 내 쉬었다.
상처가 어느정도 아물면 그들을 찾으러 가려 했지만, 절망적이게도 앰플이 이런 곳에 있을리는 만무했으므로 붕대와 약, 실과 바늘에 의한 처치가 어느정도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적어도 나흘은 너끈히 걸릴 만 한 것들이었다.
"그럼 내가 질문해도 될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고, 슬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것이 무례한 행동임은 알았지만, 대답할만한 기분은 도저히 아니었다.
이 순간에도 그녀를 찾으러 절벽 위로 올라가 그들이 저번에 싸웠던 차원종하고 어쩌면 교전할지도 몰랐다.
물론 차원종들이 아직 그곳에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자꾸만 그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처럼 예리하게 쉭쉭거리던
놈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불안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보살펴 준 듯 한 이 여자에게는 대답해줘**다고 생각했다.
"넌 누구니?"
그녀가 갑자기 정색을 했다.
싫어하는사람을 만난것처럼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린 그녀의 표정 변화에, 슬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이슬비라고 합니다. 학생이지만, 동시에 유니온 소속 수습 클로저 팀 검은양 입니다."
"유니온? 요즘에는 지독하구나. 미성년자까지 전장에 투입시키다니.."
그녀는 유니온에 대해 그리 썩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잠깐 고개를 떨구더니 물을 건넸을때 처럼 서글서글한 미소를 띄고 말했다.
"아, 미안해. 저번에 이곳으로 사람이 다쳐서 구해왔는데, 그 사람이 신서울로 돌아가서는 마을 위치를 다 말해버린거야.
그래서 불법 외주구 거주자들로 찍혀 다른 곳으로 옮겨야 됐어. 참나,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녀의 말에 슬비는 아연해졌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마을이라니?
"그럼 다시 질문하나 해도 될까요?"
슬비는 다 마신 물컵을 손에 꽉 움켜쥐었다.
대답이 없자 그녀는 긍정이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죠? 바리케이트 밖인가요? 어떻게 이곳에서 사람이 살수 있는거죠?"
바리케이트의 밖.
인류가 차원종이 너무나 많이 차원문을 통해 건너와 탈환 불가능한 지역이라 판명 내린 곳을
제외하고는 방어진과 초소등을 세워 경계하는 일종의 위험구역이었다.
이런 곳으로 나와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 있었다.
세금이 없거나, 신 서울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인구를 타 지역으로 보내던 도중
타 지역마저도 한계 인구 수를 초과해버려 국가가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라고는 제대로 된 차원종들을 대적할 무기가 없을 것이 뻔했고, 마을을 이루고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런 그녀를 본 여성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될걸. 직접 스스로 가 보는게 좋을꺼야"
여성은 문을 열었다.
슬비는 그녀를 따라 문 밖으로 나갔다.
문 밖을 나서자, 방안에 문을 통해서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햇빛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렸다.
나른한 기분도 적잖아 있었지만, 몸의 상쾌함과 비교할 바는 되지 않았다.
"구서울이라는것은 알고있지? 진짜 오리지널 강남은 본 적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처음 본 기분은 어때?"
"진짜 오리지널 강남?"
슬비의 반응이 의아하자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신서울. 너희들이 사는곳을 그렇게 부른다고 들었어.
그럼 그쪽도 강남이 있을거 아냐?
하지만 그건 그럴듯 하게 방어선 안쪽 강남 지역에 이름만 붙인것뿐이지. 하지만 이곳은 진짜 강남이라고"
그녀는 기운 넘치는 걸음걸이로 문 앞에 나있는 계단을 내려가 걸었고, 슬비도 뒤따라 걸었다.
"어? 처음보는 누나네?"
"누구야? 누구야?"
주변에 땅에 선을 긋고 장난을 치는 듯 보이던 아이들이 슬비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다가가려하자
옆에 앉아 아이들을 보던 어른들이 제지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른들은 전부 다 여성이었다.
나이가 많은 이들의 수가 더 많아 보였고, 대부분이 30세 정도의 나이, 혹은 간혹 20대의 사람들도 보였다.
남자라고는 장난치는 어린아이들 중 절반 정도밖에 없었다.
"죄송한데 여기 남자분들은 안계시나요?"
"있어. 하지만 보기 힘들거야."
그녀의 이상한 답변에 그녀는 의아한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네?"
슬비의 반응에 그녀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1차 차원전쟁때 유니온은 사람들을 신서울로 대피를 시켰어.
하지만 바리케이트 안에서 관리할수있는 인구수의 한계가 오자 유니온은 대피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했지.
그때 미쳐 대피하지못하고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 뭉쳐**다며 이곳에 모여서 마을을 만들고 살았거든.
물론 그런 이유가 아니라 세금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쫓겨난 인물들도 어쩌다 이곳으로 흘러들어오면 우리가 맞아줘."
그녀는 말을 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만든 마을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지.
하지만 차원종들로 부터 이곳을 지켜내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야만했어.
세대가 계속 될 수록 부양해야 할 이들은 많아졌지만 싸울 수 있는 수단은 한정적이었어.
클로저가 아닌 이상 민간인들은 차원종과 싸울 능력이없어.
그래서 군대와 특경대가 차원종과 싸울때 여러 곳에 보급로를 설치하고 적재했던 위상관통탄을 주워 사용했지.
어쩌다 클로저의 위상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있었고, 원래 이곳으로 쫓겨난 사람들을 따라온 클로저도 몇 명 있다고 들었어.
그렇지만 클로저들은 대부분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이들 뿐이었고, 수적으로 열세인 차원종과의 마을 방어전을 몇번 거치며 많이 죽었어.
치료라고는 너희들이 자주 쓰는 앰플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부상을 입으면 소독조차 제대로 못하는경우도 많았어."
그녀는 잠깐 말을 멈추고는 뛰어노는 아이들을 둘러보다 말을 이었다.
"우리는 결국 위상 관통탄같은 무기로 방어를 했어.
위상력을 가진 아이들은 위상 탄을 만들어 냈고, 그중 전투에 소질이 있던 아이들은 마을에 있던 클로저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물려받아 싸웠지.
근데 무기는 수리도 안 되어있고, 위상력을 탄에 불어 넣을 수는 있지만 총알의 수도 한정적이었어.
마을 방어전이 어디 쉬워? 18년 동안 그러면서 하나 둘 씩 남자들은 사라졌던거야."
슬비는 아무말 할수가없었다. 자신이 일하는곳의 악행이 또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였다.
물론 유니온은 최선을 다한다.
언제던 그곳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감행했다.
물론 둘 다 희생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했지만, 그 댓가가 너무나 크다면 소의 희생을 택했다.
유니온이 아니라 세하가 소속한 대한민국 정부 직속 클로저 팀으로써 내려온 처벌 공문은,
이제 국가마저도 그러한 선택을 내릴 정도로 상황은 점점 차원종과의 전쟁에서 인간들이 열세에 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너는 이곳에 정신을 잃은 채로, 정찰나갔던 우리 마을 사냥꾼에게 업혀서 왔어. 어떻게 이런 곳에
왔던 거야?"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 간략하게 대답했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다가 유인당해서 곤경에 빠졌어요. 동료들과 떨어졌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상처만 낫는다면 빨리 가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예의바른 모습에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행히도 살았으니까, 일단은 조금 쉬고 가렴. 내 이름은 희진. 이희진이라고해. 만나서 반갑구나.
우선 대장님 먼저 보러가자. 그분이 네가 가지고 있던 무기를 보관하고 계신단다. 아마 상황을 말씀드리면
힘 닿는데 까지 너를 도와주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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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팬텀이에요...
사실 늦은이유는
학교보고서 작성하랴,
자기소개서 작성하랴,
흩.양 작성하느랴..
여러가지로 바쁩니다.
사실 한번 작성하다가 컴퓨터가 맛이가서 날아간적도 있고...
허헛... 신난다.
아무튼 재미있게 보셨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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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세이드님 단편 명전이에요. 축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