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과거]하울링(howling)
INFINITE동우 2015-07-25 2
[나타]하울링(howling)
유리창 밖 먼 어느 곳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작은 눈방울들은 어느샌가 나타의 눈앞에서도 작게 흩날리고 있었다.생전 처음 본 새하얀 것을 잡아보고 싶었던 건지 작은 아이는 작은 손을 내밀어 커다란 유리창을 쥐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결국 유리창에 막혀 아이는 눈을 손안에 잡아내지 못했고 맥빠진다는듯 뒤돌아서서 이번에는 큰 철문 앞으로 다가갔다.아마 오늘도 이 문을 열고 쳐들어온 연구원들이 나타를 끌고가 또다시 알 수없는 짓들을 해댈 것이다.주삿바늘이 몇 차례나 투박한 살결을 뚫고 들어왔는지,이름도 알 수 없는 약물들이 몇 번이나 나타의 입안으로 쏟아졌는지 이제는 그 숫자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살결이 터진 작은 손으로 단단한 철문을 퉁퉁-두드리며 나타는 언젠가 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리라고.그 어린 시절에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얼마나 다짐했던가.
*
*
*
"피험체 13번"
"뭐야?또"
"호출입니다.실험용 쥐는 조용히 따라 나오셔야겠지요?"
"이게...!"
역겹게 웃어대는 안면에다 주먹을 휘둘러 보았지만 언제나처럼 타격감을 느끼지는 못한다.쭉 그래왔던 것 마냥 놈의 얼굴 1m 앞에서 나타의 주먹은 멈춰섰다.어린아이가 커가기 시작하면서 현재 나타의 덩치가 꽤 커졌다곤 해도 역시 아이가 어른을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손바닥 안으로 붙잡힌 주먹이 으득으득 소리를 내며 비틀리자 나타가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알았어!알았다고 가면 되잖아!"
"그냥 처음부터 잠자코 따라오셨으면 됐잖아요"
어느새 자신을 앞서가는 연구원을 따라 새하얀 복도를 걸어가며 나타는 이를 갈았다.어째서 이만큼 자랐음에도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건지,나는 왜 이리도 약하게 태어나 부모를 잃어버려야만 했었는지,도대체 몇 년이라는 시간을 더 묶여있어야 자유로울 수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유에 대한 갈망은 더해지는데 그 자유를 쟁취할만한 힘이 나타에게 생겨나지 않았다.이번엔 또 무슨 일을 하려고 자신을 부르는 건지,맘 같아선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역시나 헛수고로 돌아갈 것이 뻔하여 나타는 아무짓도 할 수가 없었다.
"들어가시죠"
바닥만 보고 걸으며 얼굴을 구기던 나타의 앞에 '실험실P'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문이 나타났다.원래대로라면 자신은 매일 '실험실N'이라는 이름의 연구실로 붙잡혀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웬 듣도**도 못한 장소로 자신을 데려왔다.엄습하는 서늘한 기운에 눌려 한발자국도 때지 못하고있을때 다시한번 들려오는 재촉의 목소리로 나타는 연구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실험실N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에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던 나타가 멀리서 들려오는 괴기스러운 울음 소리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이곳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겁먹을 건 없어요.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죽기밖에 더하나요?"
"죽긴 누가 죽어준데?!"
"뭐 살아주시면 저희야 좋고요"
땅바닥에 달라붙어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들어올리며 한발자국 한발자국을 내디뎠다.연구실 깊숙이로 들어갈수록 사방에서 알 수 없는 포효소리가 들려왔다.이게 과연 사람이 내는 소릴지,어떻게 하면 사람이라는 존재에게서 저런 소리를 내개 할 수 있는 것이지...나타의 등에 흐르지도 않는 땀방울들이 맺혔다.
"피험체 13번 왔습니다"
"그래.이놈이..."
"오면서 들었는데 대단하던걸요.확실히 보통사람이 버텨주기 힘들거라곤 하셨지만 저정도 일줄은 몰랐어요.살아있는 애들이 있긴해요?"
"어느정돈.근데 다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더군.거의다 정신 이상자 수준이라 위상력이 발현돼도결국 쓸모없는 상태가 되어버려."
"그것들 다 폐기 처분하는 것도 일이네요.뭐 13번 정도는 기대를 걸어보죠."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이 연구원들 사이에서 오고 갈 때 나타는 어느 순간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있었다.여태까지도 나타는 수도없이 많은 생체실험을 당했었다.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죽음이라니 죽을지도 모른다니.아직 나타는 연구소를 벗어나 본적이 없다.잡혀온 이후로 줄곧 '바깥'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한번만 단 한번만 자유를 느끼고 싶었고,한번만 딱 한번만 새하얀 눈을 두 손으로 직접 잡아보고 싶었다. 그랬는데 여기서 죽을수도 있다는 말이 그들에게서 들려왔다.이번에는 정말 나타의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도망쳐야했다.붙잡혀서 개죽음을 당한다해도 일단은 도망쳐야했다.
"피험체 13번 위상력 주입 준비 다 되었습다."
"그래"
"자-13번 그렇게 떨지말고 이리..."
팍-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한 명의 연구원을 떨쳐내고 나타는 달음질쳤다.굳게 닫힌 쇠문을 밀어 젖히고 새하얗고 긴 복도를 달려 자신의 방으로 도망쳤다.쾅!급하게 철문을 닫고 바로 그 문에 등을 기대어 주저 앉았다.하지만 막상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헛웃음만 나왔다.내 방?여기가 안전한 내방인가?
아니다.여기는 나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결국 도망쳐온 이곳도 연구소 안이었다.나타는 죽음에서 도망쳐봤자 결국 죽음 안에 머물러 있었다.그에게 자유라거나 안락한 쉼터라거나 하는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정말~귀찮게 왜이래요 13번.우리 좋게좋게 갑시다?아직까지 당신은 일반인이고 우리들을 당신이 이길리 없잖아요?어서 나와요"
곱게 죽고 싶다면-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철문 밖에서부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큭- 두 이빨을 세게 맞물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던 나타가 곧이어 쿵!하고 흔들리는 철문에 흠칫 몸을 움츠렸다.금세 그들은 이 문을 부수고 나타를 끌고 갈것이다.예상처럼 몇 분이 채 되지않아 굳건하던 철문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무슨짓을 한건지 어린날의 나타가 수백번 수천번 두드려도 꿈적않던 철문이 단 몇분만에 부서져 버렸다.
"힘빼지 말자고 했을텐데요.끌고가"
"이거 안놔!이 버러지들!"
두명의 연구원들이 나타의 양팔을 포박하고선 아까의 그 장소로 나타를 끌고갔다.쉴새없이 발버둥치며 욕지거리를 내뱉던 나타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실험실을 바라보며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이제는 들리지도 않는 누군가의 고함소리,울음소리가 나타의 뇌 속에서 진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거 놓으라고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러도 그들은 꿈쩍 하지 않았다.연구실 한쪽 실험대가 마련된 곳으로 질질 끌려들어 가면서도 나타는 죽여버리겠다고 반드시 너희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크게 울부짖었다.
"피험체 13번 위상력 강화수술 실시"
실험대에 꽉 묶여 알 수 없는 기구들에 몸을 뚫린 나타의 모습이 꼭 실험실 개구리의 처량한 무엇과도 닮아 있었다.양 어깨부터 손목 전까지 그리고 각 쇄골에 무언가가 주입될 수 있는 모양의 펌프가 설치되고 곧바로 실시-라는 말과 함께 이상한 힘이 나타에게로 쏟아져 내려왔다.
온 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데 몸에 불이 붙지는 않았다.
핏줄이 다 터지는 고통이 건만 어느 곳에서든 피가 흐르지는 않았다.
뇌가 갈라지는 것 같은데 생각은 할 수 있었고
심장이 뭉개진 것 같은데 죽지는 않았다.
"하하하!이거봐요 역시 대단해.살아있다고요!게다가 위상력 증폭력이 실험용들 가운데서 제일이야.기절도 안하고 있어요!저 기분좋은 비명을 들어보시라고요!"
"그래.이제 조금만 더 버틴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고통에 찬 나타의 비명이 연구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정말로 죽고 싶진 않았다.죽고 싶은데 살고 싶었다.
죽고싶다
죽기싫다
죽고싶다
죽기싫다
그래 나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살 것이다.저들은 죽이고 나서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콰앙!
"저게 무슨..."
"박사님 큰일났습니다!위상력 게이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오 맙소사"
자신을 꿰뚫고 있던 특수한 줄들을 모조리 끊어 버리고 온몸을 감고 있던 쇠줄조차 갈라버린 나타가 벌벌 떨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이상한 힘이 넘쳐 흘렀다.자신의 것이 아닌,누군가의 강인한 힘이 나타 안에서 느껴졌다.초점이 나간 눈으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던 나타가 순간 화르륵 타오를 것만 같은 고통에 크게 울부짖었다.다른 아이들도 이런 고통 속에서 죽어 갔던 것일까.나타는 지금 사람의 것이 아닌 소리를 내고 있었다.꼭 늑대가 하울링 하는것 같았다.고통에 몸부림치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던 나타가 두 눈을 크게뜨며 연구원들을 노려 보았다.
죽일거다.죽일 것이다.죽여야 한다.죽여야만 한다.
나의 자유를 위해
"이...이봐!저것 좀 어떻게 해보란 말이야!"
"그...그게!피험체 13번은 이미 위상력자가 되어버려서 일반적인 공격은 먹혀들지 않습니다!"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벌레같은 것들에 나타가 킥킥-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저렇게 약한 것들이 여태껏 자신을 괴롭혀 왔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손만 뻣으면 저들의 목을 부러뜨리고도 남을 것이다.여전히 초점이 나간 나타의 두 눈동자가 연구원들 중 어느 한명에게로 고정되었다.그리고 순식간에 일은 벌어졌다.늑대가 사냥감을 발견하고 목을 물어뜯어버리듯,사냥감이 늑대에게 가녀린 목을 물어뜯기듯,
탕!
"크윽"
나타가 가장 바깥쪽에 서있는 연구원에게 달려들어 크게 손을 휘둘렀을때,다른 두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의 연구원이 나타에게로 총을 발사했다.정말 순식간에 모든 일은 벌어졌다.정확히 나타의 뒤쪽 어깨뼈를 강타한 총알이 툭-소리를 내며 공격당할 뻔한 연구원의 눈앞으로 떨어졌고,나타는 비틀비틀 거리다가 이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이게 얼마짜린데...후...이봐요 13번 새로운 방으로 옮겨놔요"
"네...네 넵!"
연구원에의해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나타가 피가 흐르는 오른쪽 어깨를 감싸 쥐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결국 또다시 나타는 지고 말았다.그들에게 반항하기엔 아직도 그는 너무나 나약했다.심장을 타고 흐르는 저릿한 고통을 달래려 나타는 오랜 시간동안 태아의 자세를 취하며 몸을 웅크릴 수 밖에 없었다.
"피험체 13번.훈련시간이다"
몸을 둥글게 말고 있던 나타가 희번득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데리러 온 연구원을 바라봤다.나타에게 위상력이 생긴지 벌써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아이는 이제 13살이라는 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몇 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타는 지옥이 무엇인지 뼈져리게 경험하고 있다.안그래도 이상한 힘이 주입되면서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는데,이 곳의 연구원들은 그 힘을 받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살인게임을 시키고 있었다.의외로 위상력이라는 것을 받은 아이들 중엔 나타처럼 살아남은 아이들이 꽤 있었던 것 같고 그들은 서로서로의 경쟁자가 되어 너를 베면 내가 살아남고 너를 베지 못하면 내가 살아남지 못하는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피험체 13번 다시 한번만 말한다.훈련시간이다."
나타는 총 6번의 교전 속에서 살아남았다.그 싸움에서 지게 되면 아이들은 폐기처분 받게된다.나타는 이를 악물고 경쟁자들을 쓰러트렸다.그리고 생체 실험도 꿋꿋이 버텨냈다.오롯이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나탄 그 어린날 이곳을 벗어나리라고 다짐했었다.그것을 이행시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강해져야만 했다.잔악성과 폭력성만이 나타를 살릴 수 있었고,도덕성과 동정심은 나타에게 해만 될 뿐이었다.꼭 강해져야만 했다.여기에서 약자는 그저 쓰레기처럼 처분되야 할 대상이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연구원에게 이빨을 드러낼듯말듯,새파란 눈에 살기를 가득 담아내던 소년이 이내 바지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번 교전에서만 살아남는다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이미 많은 불쌍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지 오래고 이젠 정말 눈에 띌 정도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그리고 이번 교전이 끝난다면 더욱더 소수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어떻게든 살아남기만 한다면...나타는 끝끝내 모든 연구원들을 죽이고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흐음...그것참 곤란하군"
"별 수 있나요.그래도 처분은 지들이 해준다는데 양심은 있나 보죠."
"그래도 나름 속상하군.열심히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전부 백지화 시킨다니.그래서 클로저는 몇 시에 도착 예정이지?"
"이제 곧이에요"
웅성웅성.평소와 달리 유난히도 시끌벅적한 연구소의 모습에 나타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연구원들의 모습을 관찰했다.오늘따라 연구원들은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고 몇몇은 짜증난다는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뭐 저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던 내 알빠는 아니라는 생각에 나타가 관심가지는 것을 그만두기로 한다.다만 자신은 그저 손에 쥐어진 나이프를 핏발이 서도록 꽉 쥐며 꼭 살아남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콰앙!쾅!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것인지,자신들을 모아놓고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연구원들 때문에 모두가 불안해할 때쯤 먼 곳에서부터 차례대로 큰 소리의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거대한 폭음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어느순간 연구소 안으로 싸늘한 피바람이 몰아쳤다.바람을 타고 실려오는 피향기,아직은 어린아이의 것인 찢어지는 비명소리,철퍽이는 피웅덩이와 아이들의 목을 가르는 알 수 없는 칼날들.순식간에 나타가 있는 곳은 살육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두 눈을 뜨고도 믿기지 않는 잔인안 살육의 현장에서 나타는 발악했다.자신을 덮쳐오는 검은 그림자들을 베고 베고 또 베며 살기위해 몸부림 쳤다.몇시간을 그렇게 보냈는지,도대체 그 살인마들은 누구였는지,나타가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 남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나타가 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유니온에 잡혀온 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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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이번에도 우리의 명령을 어긴 것이냐!"
유니온 본부 깊숙한 곳을 울리는 벼락같은 소리에 모두가 몸을 떨 때 나타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상관을 바라 보았다.나타는 유니온에 온 이후로도 여전히 피험체 13번으로 불리고 있었고,여전히 자유를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누군가의 명령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하며 지긋지긋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들은 '차원종 말살'이라는 그럴듯한 목표를 세워 나타를 조종하고 그가 다치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다.특히 나타의 상관이라는 자는 틈만 나면 긴 칼대를 휘둘러 나타를 괴롭게 했다.어느날은 명령 불복종이라는 죄목으로 나타를 죽도록 두들겨 팼다.그럴수록 나타는 반항했다.상관에게 적개심을 숨김없이 드러냈으며,팀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이들에게 똑같이 칼을 휘둘렀다.이번에도 그랬다.나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무시하며 독단적으로 행동했고,그로 인해 또다시 상관에게 불려가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게 도대체 몇번짼가!이번에는 정말 봐줄 수 없어!"
"뭐?버러지 주제에 봐주지 못하면 어쩔건데?"
킥킥-자신을 비웃는 나타의 태도에 눈이 뒤집힌 남자가 곧 손에 잡히는 도자기,책,칼들을 나타에게 던지기 시작했다.위상력이 담기지 않은 물건들은 그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음으로 딱히 방어태세를 취하거나 몸을 움직여 물건들을 받아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퍽-하고 이마로 던져진 거울이 깨지면서 나타의 눈 바로 윗부분에 긴 핏길이 생겨났다.남자는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타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두르다가 마지막엔 총구를 들이밀었다.이번에는 나타도 참지 않았다.자신의 모든 위상력을 방출 시키며 남자에게 으르렁거렸다.
"이...이게!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감히 대드는것이냐?!"
"이봐 버러지 그 총 당장 치우는게 신상에 이로울거야"
"하하!무섭나보군?거 강한척해도 결국 총 하나에 떠는 약골이잖아"
"누가 약하다는 거냐!너 같은 버러지가 감히 이 나를 보고 약하다고?!"
나타의 눈에서 불꽃이 일렁거렸다.차곡차곡 쌓인 그것들이 폭발한 그날에,그는 더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까지 가버린거다.거침없이 칼을 뽑아 큰 덩치의 몸을 썰어버렸다.촤악-붉은 피들이 나타에게로 튀어 올랐다.치덕치덕 얼굴에 피문신을 한채로 한동안 쓰러진 몸뚱어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어대기 시작했다.아니 사실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짐작하기 힘들었다.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숨이 넘어가도록 큭큭대던 나타가 축 늘어진 몸뚱어리를 발로 툭툭-건드려본다.
"이봐 죽은거야?그러게 왜 나를 건드려.이렇게 약해 빠진 주제에..."
하하하 어색하게 웃음 짓던것도 잠시 텅 빈 눈동자로 자신이 만든 피바다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떨궜다.나는 나쁘지 않았다.나는 악한 사람이 아니다.나는 미치지 않았다.나는 약하지 않다.나는 살아남았다.외로운 주문을 외우며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었다.
"...나는"
나는 자유를 찾고 싶었을 뿐이야.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갇혀 지내는 건 이제 진절머리나.내 두발로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누벼 주겠어.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 앞에서 나타가 염불을 외듯 끊임없는 말을 뱉어 내었다.너무 간절한 목소리가 나타에게도 존재 했었나 보다.아마 그의 마지막 진심이 지금에서야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나타는 그냥 '보통의 소년'이 되고 싶었다.서로 죽여야만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고,매일 먹는 이상한 약물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먹어보고 싶었다.그에겐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신을 감싸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나타가 터덜터덜 방에서 빠져나왔다.좀비처럼 유니온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다가 어느 순간 몸을 감췄다.이제 나타는 살기위해,이루지 못할 꿈을 위해 세계로부터 도망쳐야 한다.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할 소원들이 족쇄가 되어 나타의 발목을 잡을지라도 그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쳐야 했다.어디로 가야할지 막혀있는 길로 가게되진 않을지 두렵겠지만 그는 일단 달려**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아주 조금만이라도 그가 원하는 자유를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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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ling:1.울부짖는,휘몰아치는 2.엄청난,극심한]
☆나타 과거(현실성 전혀 없음 주의,뒤로 갈수록 내용 이상 주의)
★벌쳐스로 들어간 후에 이야기도 조금 써보고 싶었습니다!!!
☆나타에겐 막힌 길밖에 존재했던게 아닐런지 속상합니다.제 글에선 내내 13번이라 불리는데 마음 아프네요.나타가 나타 존재 그 자체로서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썼습니다.부족하더라도 넓은 아량을!!!으아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