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 이야기-뇌수 사냥

Neist 2015-07-21 0

클갤에 먼저 올렸던 겁니다. 혹여나 보셨던 분들은 복붙이라고 실컷 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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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로군. 그는 대수롭다는 듯한 태도로 들고있던 쿠크리를 놓은채 귀를 후비적 거렸다. 


야트막하게 들려오던 치직거리는 정전기 소리는 어느샌가 천둥과도 같은 소리로 변했으며, 이내 벼락이 되어 그를 덮쳤다.


-크오오오오


차원문이 열리면서 거체의 차원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뇌수는 모습을 드러내기에 앞서 폐부를 사정없이 찢는 듯한 광포한 울부짖음으로 자신의 등장을 고했다. 이윽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뇌수는 사방으로 전기를 내뿜었다. 그렇게 뇌수는 주위에 있던 자그마한 차원종들을 새까맣게 구워버림으로서 살육제의 개막을 선포했다.     


제아무리 담이 좋은자라해도 오금이 떨려올, 심지어 실금을 한다해도 이상할게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뇌수를 정면에서 맞닥드린 그의 얼굴에선 일말의 두려움도 엿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입가에 짙은 광소를 맺은 채로 뇌수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헤헷, 드디어 납셨군. 내 사냥감이 말이야. 


자, 와라. 네놈을 쓰러뜨리고 내 강함을 증명해주겠어! 망할, 죽긴 누가 죽는다는거야. 그 재수없는 여자도, 꼰대도, 여우같은 계집도 모두 놀라게 만들어주지. 내 강함에 말이야!


그는 내려놓았던 쿠크리를 움켜쥐고서 사냥감을 향해 달렸다. 그의 머리 속엔 더이상 뇌수의 강함도, 감시관의 말도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죽음조차도.


지금 이 순간 그는 쏘아져나간 한 발의 화살이었다. 거침없이 타올라 사라지고말 한 줌의 화약이었다. 자유로히 세상을 누비는 한 줄기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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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르르르


뇌수는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을 내뱉었다. 파헤쳐진 목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소리는 뇌수의 비참함을 한층 더해주었다. 뇌수는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들어버린 저 가증스런 인간을 보며 노호했다. 


-콰앙 


땅이 갈라지며 조각난 바닥재들이 비산한다.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피한 그는 뇌수의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졌음을 깨달았다. 이정도면 되겠는걸. 도박이다.


그는 뇌수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몸을 굴러 뇌수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무모한 행동에 징벌이라도 내리겠다는 듯이 뇌수는 내리쳤던 팔을 들어올리며 울부짖었다.    


이내 뇌수의 몸에서 벼락이 뿜어져나왔다. 그는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몸안에 축적되어 있던 위상력을 개방했다. 간신히 산채로 구워지는 것을 면한 그는 휘감겨오는 벼락과 울부짖는 뇌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이젠 내 차례다.  


뇌수는 자신의 벼락에 전혀 개의치않고서 품을 파고드는 인간을 보곤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당황은 이내 죽음이 되어 뇌수를 덮쳤다.


"뒤가 비었군!" 


차원종이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쳤다. 순전한 자기만족의 일환인 것일까. 뇌수의 가슴팍 아래에서 뛰어오른 그는 뇌수의 목덜미를 스치며 반대편의 바닥에 안착했다. 


-쿠웅

뇌수는 목덜미가 크게 베인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연거푸 내뱉던 뇌수는 이내 자신의 눈을 가리는 무언가의 그림자에 신음을 멈췄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사방으로 벼락을 쏘아내려던 뇌수에게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이 나타 님의... 승리다."


-푸욱

정수리에 쿠크리가 박혀버린 뇌수는 그대로 숨을 거뒀다. 이내 뇌수의 시신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격렬한 싸움 도중에 잘려나간 뿔과 몇몇 잔해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털썩 

그는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되자 결국 그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하..하하

그는 허탈하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자그마하던 웃음소리는 점차 커져갔고, 웃음소리가 커져갈수록 허탈감 대신 기쁨이 그 자리를 매우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이겼어! 이 나타 님이 이겼다고!"

이제 아무도 나를 비웃지 못해, 나의 강함을 의심하지 못한다고! 


그는 정신나간 듯이 웃으며 한편으론 누군가를 생각했다. 


그 여우같은 계집애. 내가 이겼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겠지? 기다려라. 이 나타 님께서 네가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가지고 돌아가테니.

2024-10-24 22:36:5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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