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하] 나를 나로 봐 준다는 것.
Louhwa 2015-07-1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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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습니다. 어린날의 꿈이였습니다.
-알파퀸의 아들이니 너도 꼭 클로저가 되렴.
-너는 네 어미를 따라 최강의 클로저가 되어**단다.
그만.
-괴물. 너 엄마가 괴물이라며? 그럼 너도 괴물이잖아.
-저리 가. 너랑은 안 놀거야.
아니야.
-뭐? 클로저가 되기 싫다고?
-그게 무슨 소리니, 너는 무조건 클로저가 돼야 하는데.
..싫어, 그만, 그만해. 제발.
-너는 알파퀸의 아들이잖니?
" -..헉."
번쩍, 눈이 뜨였다. 시야가 흐릿했다. 악몽을 꾼건가싶어 머리를 긁적이고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였다. 오전 8시, 주말 치고는 상당히 이른 시간이였다. 아, 잠 다 깨버렸잖아.. 이불을 목까지 끌고는 잠을 청하려해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였다. 아오, 진짜. 아침부터 뭐 이딴 개꿈이 다 있어.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고는 근처의 게임기를 집었다. 잠도 안 오니 게임이나 하자는 의미로. 삐용삐용, 몹을 잡다가 상처를 입는다. 물리친다. 찰나의 실수로 죽어버린다. 반복되는 패턴이였다. 부럽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대단하다는 소리도 듣고, 자유로워서, 나도 게임의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버튼과 방향키를 움직이며 생각한다. 난 노력을 하고, 하고, 또 해도 당연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잠시 기분이 흐트러진다. 그 사이에 공격을 받아버린 캐릭터는 죽는다. 아, 실수.
생각해보면 노력해서 칭찬을 받은 횟수는 노력에 비하면 극히 적은것 같았다. 죽도록 노력했는데 알파퀸의 아들이니 당연한거야. 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나 듣고, 강자의 자식은 반드시 강자라는 어이가 탈출할 법한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걸까, 쓸데없는 생각이였다. 다른사람들은 날 '이세하'로 보는걸까, 아니면 '알파퀸의 아들'로 보는걸까? 물론 학교친구들은 전자겠지만 알파퀸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로 보는것 같아 씁쓸해졌다. 태어나니 전쟁을 끝낸 자의 아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영웅에 버금가는 존재가 되란다. 당사자가 되면 그 누가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 아마 없겠지. '
능력이 온전히 유전되는것도 아니고, 그럼 복제인간이지.. 게임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들어줄 사람도 없지만.
띠리링,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전화를 받는다. 누구세요?
[미안한데 지금 차원종이 급격히 나타났대, 다른애들이랑 같이 출동해줘,]
아, 그런거였구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네, 유정누나. 지금 갈게요. 마침 기분도 별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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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하야! 여기여기~ "
" 늦었어. 이세하. "
" 형, 어서와요! "
" 동생이 꼴찌네? "
누군가는 웃으며, 누군가는 살짝 퉁명해진 말투로 각자 다른호칭으로 나를 불러준다. 아아, 맞아. 있었다. 그저 내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알파퀸을 알아도 나를 이세하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곧이 곧대로 봐준다.
" -미안, 그럼 어서 차원종을 쓸어볼까? "
웃었다. 활짝 웃었다. 검은양.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 나를 나로 봐 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이세하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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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이제 악몽을 꾸지 않습니다.
소중한 동료들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