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방과후의 여자들의 점수 따내기.
호시미야라이린 2015-07-15 6
학교수업이 끝난 이후. 그러니까 방과 후지만 검은양 멤버들은 아직 남아있다.
왜냐하면 이슬비와 서유리, 그리고 우정미와 더스트가 가정실습실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왜 실습실에 있을까? 이들을 자세히 보면 뭔가 열심히 조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세하가 ‘알(Egg)’ 과 관계된 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한 말로 인함이다. 이들은 서로 이세하에게 점수를 따내기 위해 이런 저런을 고심한다. 그러나 평소 집안일도 잘 도와주지 않던 녀석들이 요리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며칠만 있으면 세하는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도 공개수업 참관을 위해 온단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세하는 물론이고 그의 부모님에게도 점수를 따낼 수가 있는 최고의 기회다! 절대로 날려 보내선 안 된다. 문제는 달걀이 아닌 알이라고 했다. 알을 요리의 주제로 생각해야만 한다.
알이라면 종류가 다양하다. ‘알’ 이라고 한 것은, 꼭 달걀로 한정하진 않았다는 의미. 요리책을 보면서 이런 저런을 만들어도 다들 한숨이나 쉬고 있을 뿐. 멀리서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두 여자들. 실력은 안 되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가? 저들이 저렇게까지 노력하는 것을 보면 이세하란 이름의 남자가 얼마나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뭐, 지켜보고 있는 두 여자들은 전혀 관심도 없지만. 아니, 좀 더 상세하게 보면 이들은 이성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연애란 거 자체를 극히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좀 노하우를 좀 가르쳐주자고 말하지만 이내 옆의 여자가 거부한다. 자신들이 좀 도와주면 저들이 세하에게 진실 된 마음을 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요리사란 것은 태풍 속을 혼자서 걷는 것이기에 자신들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은 곤란하고, 다만 스스로 견뎌낼 수가 있도록 해야만 한단다.
네 사람은 집에 가서도 알을 주제로 자기만의 요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혼자선 어떻게 잘 안 되는 법. 부모님들의 조언을 최대한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 사람은 어떻게든 되지만, 더스트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믿을 녀석이 동생인 애쉬 말고는 없으나 애쉬가 요리를 할 줄을 알았던가? 더스트는 가장 불리한 위치인데 갑자기 애쉬가 거액의 뇌물을 주고 조언을 해주실 분을 데려왔단다. 알이 주제라고 했으니 자기가 아는 알 요리를 좀 가르쳐주겠단다. 물론 이것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아닌지는 더스트 본인의 결정이니 참고하란다. 일단 보라는 의미에서 뚜껑을 열고 접시에 있는 음식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바로 상류층의 뷔페에서나 먹는다는 조식?!
“이... 이건?!”
“미국 사람들이 먹는 ‘조식(朝食)’ 의 대명사라 불리는 ‘에그 베네딕트(Egg Benedict)’ 라고 부르면 된다. 더스트.”
“오오오오!!”
“미국인들 가운데에서 에그 베네딕트를 모르면 간첩이나 다름없지.”
“그렇다면?!”
“더스트. 내가 너에게 이거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마.”
“오 나의 여왕님!!”
별명이 ‘여왕님’ 이라 불리는 한 학생이 더스트를 도와주겠다며 에그 베네딕트란 뷔페 조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단다. 에그 베네딕트와 관련해서 ‘조식의 여왕(朝食の女王)’ 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더스트의 위기를 단숨에 해결해주기 위해 여왕님이 나섰다! 만드는 조리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친히 알려주시는 여왕님. 더스트가 펜을 뽑아들고서 조리순서를 하나하나 일일이 다 적는다. 달걀을 어떻게 풀고, 어느 정도로 맞추며,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에 조리해야 알맞은 가의 여부까지 다 적는다. 뒤에서 바라보는 애쉬는 한숨만 쉴 뿐. 아무리 이세하라 한들 저거에 넘어오긴 할까? 되든 안 되든 여왕님의 지원을 받는 더스트가 생각도 없이 질리는 없다고 본다. 애쉬가 엄청난 거금을 들이고 여왕님을 모셔온 보람이 있는 것만 같다. 과연 그 날 당일에도 잘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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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당일. 심사위원으로 이세하와 세하의 부모님들이 친히 와주셨다.
당연히 도전자는 이슬비, 서유리, 우정미, 그리고 더스트. 제각기 세하가 원했던 방식대로 ‘알’ 과 관련한 요리를 시작한다. 슬비와 유리도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며 조리하고, 더스트도 소위 여왕님에게 직접 전수받은 기술을 이용해 에그 베네딕트 조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어째 저 우정미의 행동이 수상하다. 달걀을 깨고 열심히 젓는 모습까지는 똑같은데 달걀의 알처럼 생긴 병이 3개나 있다. 저 통들로 뭘 하려는 걸까? 깬 달걀을 열심히 저어주고, 우유를 붓고, 캐러멜까지 넣는 저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네 명이서 열심히 하는데 옆에서 김유정 관리요원이 지금 우정미가 뭘 만드는 거냐고 묻자 그 옆에 있던 한 학생이 미소를 지으며 자기가 가르쳐준 방법을 똑같이 사용하는 거란다.
지금 우정미가 만드는 것은 ‘밀크 셰이크(Milk Shake)’ 라고 한다. 달걀을 깨서 잘 저어준 다음, 우유와 캐러멜을 함께 주입하는 식으로 만드는 거란다. 다 만들었으면 달걀처럼 생긴 유리병에 그것을 붓는데 그리고 나서 빨대를 끼우면 완성! 빨대를 이용해 흡입하는 식으로 먹는 밀크 셰이크란다. 이러다가 우정미와 더스트의 2파전이 될까? 슬비와 유리는 뭘 내놓을 것이 없는 걸까? 근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이슬비와 서유리가 둘이서 동맹을 맺어버리고서 협력하는 방안으로 전환한 것. 슬비가 달걀을 깬 이후에 젓는 역할을 담당하고, 유리는 프라이팬을 이용해 달걀을 익힌 다음에 접시에 놓는 부분을 담당한다. 곡예를 보여주듯 이슬비가 현란한 솜씨로 여러 달걀들을 깬다. 그렇다면 유리는 어떨까? 달걀을 프라이팬으로 굽고 뒤집을 때에 달걀을 저 높이 띄움으로서 자기 스스로 오므라지도록 만든다. 반으로 접어지는 듯해 반달같이 보이도록.
오믈렛을 만들고자 하는 슬비와 유리. 더스트와 우정미가 치사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둘의 입장에선 누군가를 고용해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아니기에 기술적 열세를 모면하기 위해 둘이서 협동한 것. 슬비와 유리가 공동으로 협력해 오믈렛을 만드는 모습에 이세하를 포함해 그의 부모님들이 많이 놀란다. 여왕님의 조식을 내놓은 더스트, 빨대를 이용해 먹는 밀크 셰이크를 내놓은 우정미, 그리고 둘이서 합작으로 오믈렛을 내놓은 이슬비와 서유리. 세하와 그의 부모님들은 이들이 내놓은 알 요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은 시식을 좀 해야겠지? 우선은 슬비와 유리의 오믈렛을 먼저 시식을 하는 세하와 부모님. 먹더니만 표정이 푸딩을 먹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마치 푸딩과도 같은 맛으로 입안에 닿음과 동시에 바로 사라지는 것과 같아 일일이 힘들게 씹어 먹을 필요가 없게 느껴진다. 밀크 셰이크의 경우도 그렇다. 아침의 상쾌한 바람을 쐬어 더위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듯한 시원한 맛이다. 더군다나 빨대를 이용해 먹는 방식이라 매우 편하게 먹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더스트가 내놓은 에그 베네딕트는 어떨까? 미국인들이 먹는 조식들 가운데에서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그거. 조식의 왕도라 불리기도 하는 그거. 속을 들여다보면 금색 가루와도 같이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란 가루’ 라고 한다. 어란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을 넣었단다.
“그렇군. 슬비와 유리는 기술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둘이 협력하는 방법을 택했네? 그래서 오믈렛을 화려한 곡예를 내세우며 만들었고. 뭐, 요리하는 전 과정을 사람들이 보도록 하는 ‘라이브 쿠킹(Live Cooking)’ 이라도 하면 잘하겠어?”
“아, 네!”
“그 말씀 그대롭니다. 알파퀸!”
“......우정미라 했지? 밀크 셰이크, 요즘과 같이 더울 때에 먹으면 딱 좋아. 이걸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연구를 많이 했나봐? 빨대를 이용해서 먹는 밀크 셰이크. 그리고 얼마 전에도 세하한테 과외도 해줬다며?”
“네! 감사합니다! 알파퀸!”
“그리고 더스트. 에그 베네딕트를 내놓을 줄은 몰랐네? 조식의 여왕이란 말이 있어. 미국에서 이것을 파는 가게를 그렇게 부르기도 하거든. 그런데 네가 이걸 어떻게 배웠어? 너 스스로 했다고 하기에는 이게 좀 복잡한 거거든. 뭐~ 다들 누군가가 옆에서 가르쳐줬겠지. 이걸 먹으니까, 왠지 내가 부잣집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인데?”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 말을 하기엔 너희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말이야. 너희들? 혹시 이것을 통해 나와 세하에게서 점수 따내려고 내놓은 건 아니겠지?”
“.......!!”
“......!?”
“뭐, 사실이건 거짓이건은 중요하지 않아. 왜냐하면 너희 네 사람이 모두가 세하를 좋아한단 것은 잘 알았으니까.”
“......”
“가장 중요한 것은 세하 녀석의 결정이겠지? 내가 아무리 말해도,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저 녀석이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