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너를 위하여

올딜 2015-07-12 2

"거기 너, 이름이 뭐야?"


아무도 없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말했었다.


"저,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아, 그전에... 저번 승급심사로 A급 요원이 된 김기태다. 넌 앞으로 내 부관으로 일하게 될거야. 걸림돌 되지 않도록 해라."


"네? 저같이 무능한 것과 함께 해도 괜찮으신가요?"


그녀석의 그 말이 정말 짜증났었지. 모두 부관으로 임명되고 시험장에서 사라져갈때, 발표가 끝났음에도 가지 못하는 그 모습에 측은지심으로 낙하산 태워줬더니, 내뱉은말이 그따위였으니...


"애초에 나한테 부관같은건 필요없어. 그냥 조용히 나대지 않으면서 조용히 심부름이나 할 녀석이 필요한거지. 빨리 이름."


"아, 네! C급 요원 오세린입니다. 위상력특성은 정신계조종이고... 전투능력은...... 없습니다."


부관이 쓸만해지는 상황은 미끼, 시간벌이... 혹은, 최후의 고기방패용이니까. 전투능력이 없어 작전지역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저 녀석을 필요로 하는 놈들은 아무도 없었겠지.


"마침 잘 됐네. 내 위상력 특성은 바람이라 주위에 부관같은게 있으면 귀찮아지거든... 따라와라."


그게 그 녀석과의 첫만남이었지.


"아, 그리고 그 얼굴 적당히 하지?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쭈그러들어서 늙은 호박같이 보이거든."


"네... 고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치긴 개뿔, 그 자식... 결국 못고쳤잖아.











"김기태 요원님, 헉... 헉...보급품 받아왔습니다. 하아..."


그 녀석을 대리고 온지 2주가 지났었다.


"호박, 컴포지션 몇개 들고온거면서 뭔 숨을 그렇게 내쉬는거야?"


"하아...하... 죄송합니다. 제가 발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한줄 알면 좀 고쳐** 그래?"


후우- 깊은 숨을 내쉬며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저 녀석이랑 있으면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으니까...


담배연기를 내쉬자 옆에 있던 그녀석은 나에게 들리지않게 작은소리로 기침을 콜록 거리다가 삼켜냈다.


"뭘 멀뚱멀뚱 서있는거야? 저리 **, 튜닝을 너같은놈에게 맡길순 없잖아."


"아, 네!"


허둥지둥 그녀는 내 주위에서 사라졌다. 몇번을 봐도 답답한 녀석이다. 담배를 마저 피고나서 튜닝기로 향했다.


"정도연 박사, 이 튜닝기 포 인터넷도 가능해?"


"그런 기능은 없어요, 그치만 인터넷이 필요한거면 내 노트북을 빌려줄게요."


"오,  고마워."


서투른 타자를 툭툭 쳐대며 검색을 시도하자 옆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던 박사가 조언을 했었지.


"금연하시려고요? 잘 생각했어요."


"뭐... 이제 서른줄 바라보니 몸도 챙겨야 않겠어?"


"당분은 담배를 피게하는 가장 큰 원인인 금단현상을 줄여준답니다. 금연껌의 경우에는 오히려 금연껌에 중독되는 경우도 있죠."


망할 여편네... 덕분에 당분중독이라고 썩을......
















"야 호박, 통계 내봐."


"네, C급차원종 133마리, B급 차원종 82마리. 민간인 구출수 13명입니다."


"제대로 한거지? 틀리면 얄짤없이 모가지니까."


"네! 틀림없습니다!"


"내 ID랑 PW 줄테니까 네가 직접 보고서 써서 메일 제출해."


"네? 하지만 그건..."


"아, 어차피 할 것도 없어서 빈둥거리잖아. 이제 일 시작한지, 반년도 지났고 짬밥도 찼으니 딴 일도 해봐. 작전지역도 안 나가면서 말이야. 내가 저놈들 청소하고 오면 바로 푹 쉴 수 있게 너가 관련 업무 다 해놓으란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B급으로 승급했다면서?"


"네, 부관으로써 책임을 다 했다하여 C급요원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한 일이..."


처음 만났던 그 날, 그 자신감없이 쭈그러진 얼굴을 눈앞에서 다시 보니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음, 잘했어. 이 김기태님에게 방해만 안되면 되는거야. 그게 니 역할이다. 다른놈들이라면 쓸데없는 행동이나 벌이면서 귀찮게 했겠지만 넌 아니니까."


내가 그 말을 한뒤, 난 처음으로 그녀의 싱긋웃는 얼굴을 볼수 있었다.


"뭘 좋다고 웃는거야, 호박. 빨리 보고서 쓰러 안가고!"


"넵!"

















"김기태 요원님 상부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어? 무슨일이라는데?"


"그게...직접 출두하라는 명령입니다."


"뭐? 이**들이 내 뒤에 누가있는지 알고있으면서 이러네? 마침 잘됬어, 국장님 좀 만나뵙고 이야기좀 드려야지. 헬기불러."


헬기를 타고 신서울 유니온 지부로 돌아간 나를 기다리는것은 데이비드 국장이었다.


"이렇게 긴히 자네를 불러온것은 자내가 보낸 보고서에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예? 보고서에 실수라고요?"


망할 그 호박년! 기어코 사고를 냈었지.


"그래, 보고서에 적힌 실적과 실제 차원종토벌 감사와는 달라서 말이야."


그 국장 옆에있던 간부들도 하나씩 입을 때었다.


"원래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징계감이지만 국장님께서 고의성이 있을리가 없다고 하셔서 말이지."


"예, 그건..."


변명을 시작하려던 내앞에 그날의 기억이 지나간다. 무엇하나 자신없는 호박같은 얼굴에서 피어났던 웃음이 내 머리속에서 지나가지 않았다.


막 B등급으로 승급한 호박이 잘못한것이라고 말하려니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기태 요원?"


재촉하듯 데이비드 국장은 내 이름을 불렀다.


"제... 실수입니다. 착각했었나 봅니다."


"이게 실수라는 말로 덮을 일인가?! 곧 있을S급 승급시험에서 이득을 보려고 조작한거 아닌가?"


옆에 있던 배때지 간부가 날 모함하자 이가 뿌드득 갈렸다.


"제가...의도적으로 그럴리가 없잖습니까!"


명백히 나의 잘못. 변명의 여지도 없음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고의성은 없음이 인정되어 큰 징계는 없었으나 불이익을 각오하라고 하였다.


"김기태 요원."


"예... 국장님 죄송합니다."


"자네의 뒤를 봐준것은 나라는걸 명심하게. 자네의 행동이 곧 나에게 피해가 오는거니까... 더이상 눈밖에 나지 않도록하게."


"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자 호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셨어요? 김기태 요원님... 그 지부에선... 어떤일로 찾으신거죠?"


그녀도 눈치채고있었겠지. 여태껏 아무런 일도 없다가 자기가 보고서를 쓴지 일주일만에 내가 호출됬으니까.


"아무일도...없었다."


눈을 피하며 난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났다. 



보고서는 내가 다시 쓰기 시작했고 이상이 없었지만 이미 지부에서 나는 S급승급을 위해 실적을 위조한 쓰레기. 속이 시커먼 녀석으로 되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징계는 없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올 불이익이란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던중 나의 몸에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가지고 있지 않던 수전증이 나타났다. 미묘하게 위상력을 사용하는데 이질감이 느껴진다.


몸의 이상을 체감할 수 있었고 무언가가 일어날것임이 예상됬다.


그러던 중 드디어 S급 승급요원 심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다른 합격자놈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도 떨어졌다. 


불이익이 찾아온것이다. 하긴 실적위조로 소문난놈이 S급 승급이라도 하면 큰일나겠지.


그러던 중 지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과 뜻을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엄청난 쓰레기 자식이다.


하지만 난 그 제안을 바로 거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며칠간의 생각으로 큰 그림이 그려지자 그 제안을 수락하였다.


"야, 호박! 도대체 뭐 하는거야! 보급품 몇개 들고오는데 십분이나 걸리고!"


"죄송합니다! 거리가 멀어서..."


"어디서 변명이야, 그 다리는 놀고먹으려고 있는거냐? 멍청한년! 쓸모없긴!"


그녀를 향한 독설은 심해져갔고 심지어는 하지않던 손찌검까지 했었다.


"모든것이 내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어. 너희같은 애송이들은 대국적으로 상황을 볼줄 모르지. 이건 모두 클로저들의 미래를 위해서야."


그녀석들이 날 이해할리는 없다. 이해 해서는 안된다. 나는 완벽한 쓰레기로 남아있어야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호박은 내 메일을 열어볼 생각이 없다. 


언제쯤 되면 넌 날 배신해줄까?

언제쯤이면 인류의 변절자로부터 정보를 캐낸 1등공신이 될까? 

언제가 되면 너는 역사에 기록될 저 검은양팀의 곁에서 유능함을 인정받을까?

언제가되야 너는 나를... 가슴의 답답함에서 해방시켜줄래?


더해져가는 폭력과 폭언에도 그녀는 견뎌냈다. 그 날 나의 작은 측은지심을 그녀는 계속 기억하고있었다.


"자백서를 썼습니다. 여기 국장님의 지시로 몰래 헤카톤케일을 부활시켰다는 내용인데, 이거면 충분히 당신과 자폭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너 이자식..."


순간이었다. 


"멈추세요!"


언제나 조용하고 사과밖에 할줄모르는 소심한 목소리가 명량한 높은 음을 내었다. 드디어 너는 앞으로 나아갔다.


"요원님의 메일함을 찾아봤습니다. 지부장님과 연관되어있단 모든 증거가 남아있더군요!"


"뭐...? 메일은 분명 삭제 햇을텐데?"


내 연기 똑바로 됬었나? 100살먹은 노인네도 아니고 내가 휴지통을 모를리가 없다.


작은 걱정이 마음을 스쳐나가지만 그 어린놈들은 드디어 해냈다는듯이 쾌재를 외치며 나를 포박했다.


드디어 나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다. 앞으로 남은건 '법의 심판을 받는 것 뿐이다.'라고 생각했따.


하지만 정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예상치못한 무적의 적. 나는 그 즉시 도주하여 다시 한번 변절자가 되었다. 한번 더러워진 몸, 인류 전체의 적으로 한번 더 더럽혀지도록 하였다.


용에게 찾아가여 힘을 구걸하였다.


"용이시여! 제발 당신의 힘의 일부를!"


그녀석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내려고 머리를 숙였다. 자존심을 굽혔다.


창피함은 없다. 꼴사나워 웃음이 나온다 하여도, 초라하게 죽을 지 언정 상관없다.


나는 이 앞의 미래를 위해 움직일것이다. 내가 클로저로써 할 수 있는건 더이상 없다.


아... 그러고보니 ...


이것은 주마등인가?


그래, 분명 그녀석들에게 패배한뒤... 용에게...


순식간에 죽어가고있는거군...


왜 옆에 있을때는 몰랐을까.


옆에 있던 너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던 그 이유를...


왜 이제서야 후회하게 되는걸까?


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않은것, 밥한번 제대로 사주지 않은것, 조금 욕심을 더 부리면...


아니 됐다. 이제 나는 끝이다. 


부디 이 괴물을 해치우고 역사에 기록되어라 검은양팀.


분명 너희들이라면 호박... 세린이의 유능함을 알아주겠지.


죽어가는 상황임에도 세린이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이름으로 한번쯤은...불러볼껄...


-Fin

2024-10-24 22:36: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