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흩어지는 양떼 -20-

PhantomSWAT 2015-07-12 8






*[주의] 전편이 있습니다.


전편을 보시면 이해가 더욱 잘 되실겁니다.


이 작품은 '엘세이드' 와 'PhantomGIGN' 의 합작입니다


          

          


           [흩어지는 양떼 -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436



           [흩어지는 양떼 -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459



           [흩어지는 양떼 -3-]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7&n4articlesn=1469



           [흩어지는 양떼 -4-]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574



           [흩어지는 양떼 -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09


          

           [흩어지는 양떼 -6-]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33



           [흩어지는 양떼 -7-]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652


          

           [흩어지는 양떼 -8-]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701


          

           [흩어지는 양떼 -9-]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744


       

           [흩어지는 양떼 -10-]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1865



           [흩어지는 양떼 -1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1958



           [흩어지는 양떼 -1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2046



           [흩어지는 양떼 -13-]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2123



           [흩어지는 양떼 -14-]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2497



           [흩어지는 양떼 -외전-]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2264



          [흩어지는 양떼 -1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790




          [흩어지는 양떼 -16-]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3065



          [흩어지는 양떼 -17-]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3244




          [흩어지는 양떼 -18-]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3504




          [흩어지는 양떼  -19-]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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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서울, 




그러니까 차원종에 의해 차원 전쟁이 일어나, 사람들이 터전을 빼앗기기 전에 수도권으로써, 

대한민국의 가장많은 인구가 왕래하던 곳인 구서울은, 현재의 신서울에 비해서 대략 2배 정도의 크기 라고 한다.

유령 도시, 혹은 망자들의 도시 같은 별의별 수식어, 

그것도 그다지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 그 구서울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구 서울에서 살던 이들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리리라.

빌딩으로 이루어진 회색의 숲은 이미 그 비유적인 표현에 걸맞는 녹색의 잡초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갖가지 나무와 식물들로 반쯤은 기괴하고, 반쯤은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예술품의 잔상처럼 그저 그렇게 남아 몽환적이리만큼 적막한 공간 속에 홀로 남아 그 사이를 걷는 이들을 말없이 반겼다.

세하는 걸어가며 무심하게, 혹은 그런듯 보이도록 고개 돌려 그 묘한 광경을 보다 문득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항상 보이던 파란 색 따위는 없었다는듯, 검었던 하늘에 억지로 횐색의 물감을 뿌려둔 것 처럼 회색빛으로 음울하게 울고 있는 하늘 아래 바람이 그의 검은색 머리를 흩어놓고 지나갔다. 

회색빛 포장도로와, 그것들을 덮어가는 녹색과 갈색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정착민들은 결국 이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을 덮어버리리라. 

결코 풍화되지 않을 듯 보였던 회색빛 건물은 썩어 사라지고, 구역화 되어 기계들이 굴러다니던 곳은 자유로운 생명체들의 서식지가 되리라.

약한 그 자신과 더욱 힘 없는 두 소녀를 내 버려 버릴 만큼 이기적이리만큼 교활하고,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던 잔혹한 인간들이기에  그것은 정의가 될것이고, 그것은-

"아... 다리아퍼..."

그의 망념과도 같은 생각은 옆에서 유리가 다리를 두들기며 반쯤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멈추었다.

SS급 차원종이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을 GPS로 여러군데 표시해 놓은 지역을 찾아가 돌아다녀 보려 했지만, 길은 결코 그들의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총 열두 군데의 표시가 되어있었지만, 가장 가까운 표시를 찾아 보아도, 결단코 하루만에, 그것도 어떠한 교통수단없이 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사실, 교통수단이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나무 뿌리가 이렇게 곳곳에서 그물을 치고 있고, 부서지고 쪼개진 포장도로를 달리려면 이런 곳에서 달리라고 만든 지프차의 운전도 베테랑이 아니라면 꽤나 힘들것이 뻔했다. 

게다가 이 곳에는 차원종들이 대거 서식중이었기에 엔진의 굉음을 내며 달린다는것은 결단코
좋은 생각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아직 날이 저물지는 않았지만, 꼼짝없이 야영을 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지금부터 준비를 해 놓는것이 사실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 될 만큼 적당히 시간이 늦어졌기에, 세하는 짧게 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그럼, 잠을 잘 곳을 적당히 살펴보자. 꼼짝없이 야영을 하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다지 잠 잘곳을 쉼게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붕괴의 위험이 있는 건물들이라 적당한 건물을 골라 들어갔다가 비명횡사 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탁 트인 곳으로 나가서 야영을 하자니 그것 역시 차원종이나, 그 개체 수가 적을 것이 분명하지만 
야생 동물로부터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할 것은 뻔했다. 

위상능력의 사용자라지만 잠잘 때 조차 무적인것은 아닌것을 그들이 더욱 잘 알기에 고려할 사항들은 더욱 더 난해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곳이 좋을 것 같아?"

슬비가 그에게 물었지만 그라고 해서 딱히 서바이벌에 관해 알 고 있는 지식은 훈련소에서 배운 기초적인 것 밖에 없었기에 별달리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글쎄."

그렇게 대답하며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고층 빌딩, 측면이 날아가버린 건물. 딱 보아도 차원전쟁의 폭격으로 인해 파괴된 것이 분명한 갖가지 건물들이 즐비했지만 과연 저것 들 중 쓸만 한 것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조금만 더 가보는건 어때?"

슬비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을 마치자마자 유리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한 얼굴을 했기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리를 탓할 수만도 없는 이유는, 세하를 따라오기 위한 사이킥 무브를 그녀가 상대적으로 슬비보다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힘의 효율화를 위해 둘 중 한명이 다른 한명을 업고 가는것이 위상력의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선천적으로 위상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면이 있는 슬비보다는 유리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기에, 그 험한 길을 따라 이곳까지 온 것만도 장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세하는 조금 주변을 둘러보다가 골목쪽에 작게 난 샛길쪽에 위치한 창고 비스무리한 건물이 천장이 간신히 남아있는것을 보고는 그곳을 가리켰다.

"아마 저곳이 이 근처에서 가장 안전하고 쓸만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때?"

유리야 말할 것도 없이 울먹이며 동의했지만, 슬비 역시 잠깐 건물을 둘러보고는 괜찮다고 말했기에 그들은 무거운 배낭을 그곳에 풀어 놓게 되었다.

온몸에 **오는 피로감에 세하는 그저 식사고 뭐고 잠을 자버리고 싶었으나, 

침착하게 식재료를 꺼내고 불을 붙일 준비를 하는 슬비를 보고는
한숨을 다시 한번 크게 내쉬고는 기대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혹시 부탄가스같은거 가져온거 있니?"

그렇지만 당연하다시피 아예 침낭을 펴는둥 마는둥 하고 누워버린 유리하고 슬비가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기에 그는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땔감은 내가 가져올게. 여기서 기다려"

세하는 일어나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건블레이드를 집었다.

"10분안에 안에 올께"

"조심해서 다녀와."

슬비의 인사를 뒤로 하고 건블레이드를 대충 혁대에 꽂아넣고 그는 점점 어둑해져 가는 거리로 나갔다.

그렇게 세하는 어두워져 가는 거리 속으로 점점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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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을 가져 온다고 말하고는 나왔지만, 나뭇가지는 안개로 인해 젖었기에 잘 불이 붙을 리가 없었기에 종이나

기름같은것이 필요할 터였기에 그는 천천히 간판들을 돌아보며 걸어가다 문득 잘 알아보기 힘든 간판 속에서

서점이라고 쓰여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는 서점으로 걸어갔다. 

책이 온전히 보전될 거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책 한권이라면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예상은 틀린 셈이었다.




'딸랑'




구식 서점들, 비단 서점뿐만이 아니라 상점들이 그렇듯 방울소리가 문을 열자 들려왔고, 

뭔지 모를 퀴퀴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먼지가 부옇게 앉은 서점의 곳곳에는 책들이 나름대로 잘 정돈되어 꽂혀있었다.

"서점이네. 책으로 불피워 보는게 소원이였지."

조심스레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문제집과 책들로 가득찬 책장들이 나열되어있다. 

문학, 고전, 시집, 환상문학에 철학...이 정도로 분류된 것을 보면 사실 이곳은 그다지 작은 서점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고2...고2..."

문제집이라고 크게 쓰여진 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학년을 나직이 읊으며 걷자 고2 문제집이 곧 눈에 띄었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듯 조심스래 그것을 꺼내어 먼지를 툭툭 털었다.

미적분, 그리고 각종 골머리를 썩히던 문제들. 

그렇지만 그것들이 너무나도 그리워 졌던것은 비단 지금뿐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책을 넘겨보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가자 그에 맞는 교과책을 받는 순간부터, 친구들과 함께 앉아 수업을 듣던 그 순간의 모두가 떠올랐다.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방도 다니고. 평범한, 그것도 아주 지극히 평범한 생활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그렇기에 아름답기 그지없다는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는것은 저주의 일종일까.

"사실,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았어요."

누구에게 말하는걸까.

책을 보고 말하는 것 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 그였지만, 그의 입은 주체할 수 없이 무언가를 계속 쏟아내고있었다.

"나, 공부하고 싶었어요. 이런 말 들으면 웃으시겠지만, 그냥, 공부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어요."

말하지 마.

"그런데, 이런데에 있는걸 보니까...나도 내가 우스워요."

말하지 말아야 해.

"부담스럽...부담스러웠어요. 그냥, 조금만 숨통이 트이면 좋을텐데, 너무 엄마는 대단하셔서 내가 엄마를 따라갈 수 없었기에 숨이 너무 막혔어요."

말할까?

"엄마, 사실 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원망하지 않아요. 내가 엄마앞에서 점점 삐딱하게 굴던것도 아마 투정이 아닐까요."

점점 숨이 막혀왔다. 뭔지 모를 것이 그의 머릿속을 옭아매었다.

"돌아가고...싶어요."

점점 목이 죄어왔다. 뜨거운것이 그의 머리까지 차고 차 결국 올라왔다.

"시험보면, 잘했다. 다음에는 더 잘해보자...게임방에서 돌아오면 언제까지 게임만 할거니..."

뭔가가 더욱 간절하게, 절실하게 다가왔지만 그는 애써 무시했다. 

그저 천천히, 나직하게. 독백을 읊듯이 작게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아...눈물겨워라."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다짐하고 왔을텐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책을 덮었다.

계속 이러고 있는다면 분명 나약하기만 한 그 자신이 흔들릴것만 같았다.

희뿌옇게 흐려지는 기억 속 엄마의 모습이 점점 그에게 멀어져 가는 것 만 같은 상상에 고개를 세차게 내 저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는 건 그 어느것도 없었다.

그저 기댈 대상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높고 강인하며 동시에 부드러워보이던 엄마는 이제 도움을 주지 못했다.

동시에 누구보다도 그를 숨막히게 하며 동시에 보는것만으로도 압박을 주던 엄마는 이곳에 없었다.

그 누구도, 심지어 그 자신마저도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지로써 뛰어들라는 명령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죽어야 하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다.

처음에는 고통 없이 죽기를 바랬다.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지나치게 사치스런 생각이라는 것 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조하며 웃으려 했지만 잘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엄마...엄마..."

뭔가 복받쳐 올라오는 감정에, 끝내 말하지 않았던-그 자신이 금기했던 말을 마치 우는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내 뱉고야 말았다.

"도대체 나는 어떻하면 좋죠..."

그것이, 이 모든 일들을 겪고 안배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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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공간이었지만, 그 상투적인 단어로는 그 공간의 모든 것을 표현 할 수는 없었다.

불이라고는 스탠드의 불빛만이 내리쬐이는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사내는 언제나 그렇듯 침착히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눈은 책상으로 향해있지는 않았다. 

그의 옆에 앉은 여자의 말을 듣기 위해 그는 매우 사무적인 그 답지 않게 의자를 절반 쯤 돌린 채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난 그이와 결혼해서 세하를 낳고 평범한 엄마처럼 살고싶었어." 

목소리는 고왔지만, 그 미약한 불빛에 비친 가녀린 손은 빈말로도 곱다고 말할 수 는 없었다. 

화상에 그을리고 찢겨졌을때 남았을게 뻔한 희멀건 흉터자국은 일반적인 여자가 쉽게 가질 수 없는 손임은 분명했다.

 그런 그녀의 말은 무게가 있었으며,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데이비드에게는 더더욱 마음 깊이 다가왔다.

"하지만, 고작 시답지 않은 알파 퀸이라는 칭호 때문에 나는 내 아이에게 그 어느것 하나도 해줄 수 가 없었어."

"압니다."

뻔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데이비드는 천천히 대답했다. 

어떻게 그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알파퀸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별명은 어느새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갔고,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서 태어난 세하는 더이상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자식을 보내야만한다는것이 어떤 기분일지...너는 모를거야."

분명 상대를 싸잡아 비하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롭게 들릴정도로 힘없이 들리는 그 말은 그에게 있어서 그저 입을 다물게 만들어버렸다.

그렇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바로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왜 그녀를 불렀겠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조금 정적이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마치 수묵화를 그려놓듯 연한 먹물과도 같은 약한 스탠드의 빛이 사방을 채웠기에 그는  그 몽환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성을 불러일으키려는 듯 한 빛 속에서 묘한 감정이 흐르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알파퀸이라는 것 만으로 선택받은 아이로써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애석히도 엄마를 뛰어넘지 못한 능력으로써,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부담스러워하다 결국에는 탈선하고야 만 소년의 엄마는 도대체 그를 바라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위상력이란, 사실 노력이나 연습의 절대량으로는 도저히 건너 뛰지 못할 단계가 있었다. 

언젠가부터 실력이, 위상력의 질이 높아지지 않게 되는 단계가 찾아온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다수의 클로저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물론 그것은 세하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그의 위상력의 자질은 이미 오래 전에 벽에 부딛혔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그것을 깨닫고는 위상력을 통한 기술과 훈련을 포기해 버렸다.

물론 위상력으로써의 자질은 일반적인 클로저와 비교해서 매우 높은 수준임에 틀림없었지만, 아무리 그가 갈고 닦는다고 하더라도 그의 전반적인 능력은 알파퀸의 현역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것은 이세하 본임임과 동시에
그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 모든것을 이해할 수 있는 명석한 머리를 가진 그였기에, 그가 관할하는 휘하의 어린 클로저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것이 그가 대한민국의 클로저 지부장 으로써의 자리를 맡으며 한 처음이자 마지막 맹세였다.

당연히 그렇기에 그들 사이를 흐르는 묘한 정적을 먼저 깬 것은 그일 수 밖에 없었다.

"서지수씨. 난 오늘 큰일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데이비드는 안경을 다시한번 고쳐쓰고는 찬찬히 돌아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계속 말을 이었다.

"제이요원이 내게 말했습니다. 나는 양치기의 개. 그렇기에 양치기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한 이빨을 가지고 검은 양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으라고..."

"꼬마 녀석.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그녀의 물기 섞인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지며 지어지는 옅은 미소에 데이비드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데이비드 역시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웃음을 거두고는 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 그 말대로입니다. 나는 번견이었고, 내 양치기에는 꼬리를 흔들며 복종할 수 밖에 없었지요."

서지수. 전설의 알파퀸에게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미안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고개를 숙이기만 했던 데이비드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마음을 정했고,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의 이 결단은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리라.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태풍을 불러올 가능성을 야기한다면, 그 확률을 극대화 한 것이 바로 그가 지금 저지르려 하는 일의 비유에 적절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이 모자에게, 더 나아가 인류 전체에게 큰 공헌을 한 영웅이자 한 사람의 진실된 어머니에게 더 이상 슬픔을 안길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좀 다를겁니다."

그것은 그가 직접 겪은 전쟁의 참상에 빗대어 보았을때 공감할 수 있는 상처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자, 그 자신을 희생한다면 이보다 더욱 적합한 상황은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나온 결론이었다.

"뭐라고?"

갑자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알파퀸, 서지수는 눈을 크게 떴다. 

체념이라는것이 쉽지는 않지만, 클로저라는 책무가 언제 어디서 목숨을 빼앗길지 모르는 직업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기에 어쩌면 결국 겪게 될 일임을 마음 속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데이비드가 번견과 비교 당한 말을 들려주며 자조하는것의 뒤에는 당연히 사과가 따라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확고한 표정으로 데이비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 저는," 

어쩌면 그의 결정은 늦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서 항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그의 책임일 뿐이었다.

물론 불합리하기 그지 없음은 확실했다. 관계없는, 면식 없는, 무고한 이가 죽을지도 몰랐다.

혹은 사랑하는, 소중한, 중요한 이가 죽을수도 있었다.

그것이 그가 하려고 하는 일의 당연한 댓가였다.

그렇지만 그는 그 모든것을 자신이 짊어 지기로 결정했다. 

결국에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기에 인간 관계를 사무적으로 맺으려 노력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순간 얼굴에 지금까지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형태의 웃음이 번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입 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다.

"내 주인인 양치기의 팔을 물어뜯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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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확인된거 맞아요?"

회의장으로 보이는 기다란 책상들이 나열된 곳에서 울려퍼진 목소리는 의아함과 동시에 알게모르게 담긴 희열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그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방 안에 있던 이들의 전체적인 감정일지도 몰랐다.

"네. 맞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 새벽 7시까지 북쪽 바리케이트 바깥 지역의 A급 차원종 잔당 다수의 토벌을 위한 출동 준비 마치고 대기하세요."

세련된, 그렇지만 발랄한 목소리가 대답 하고는 살짝 웃었다. 

매력적인 웃음임과 동시에 살짝 당혹스러움을 담고 있는듯 한 그 웃음은
비단 그녀 뿐만이 아니라 몇몇 이들에게도 떠 올라 있었다.

"또 어떤 바람이 불었기에 우리들까지 투입시키려 하는지, 참..."

투덜대는 목소리였지만 마냥 그렇지 만 은 않은 듯 살짝 새침한 미소가 떠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회의실의 상석에서 회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던 이는 몇가지 서류들을 넣고는 이상으로 브리핑을 마치겠다는 형식적인 말을 마치고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글쎄, 워낙에 윗쪽 분들에게는 바람이 많이 부는 모양이야."

"뭐, 우리야 잘 됐지요. 오랜만에 만나겠네요. 우리 막내."

조금 상기된 듯 한 목소리를 한 이가 대답하자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게요, 녀석...보고싶어 죽는줄알았네."

곰같은 덩치의 사내의 말에 문득 자리에 막 앉으려 하는 회의를 진행하던 아가씨가 짖궂은 목소리로 그에게 짐짓 당혹한 목소리로 물었다.

"민혁오빠 설마 세하를..!"

"그..그런거 아니야!"

깜짝 놀라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지만, 그 덩치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사람됨이 순박한것을 아는 그들이었기에 마치 몸집 큰 어린이를 가지고 놀듯 놀 수 있다는것 역시 상당히 놀려 본 경험으로도 알고 있었다.

"오빠... 실망이에요..."

"그런거 아니라니까!"

오해를 사는 줄만 알고 해명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와 얼굴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띄운 두 아가씨의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있던 소녀는 후드를 깊게 쓰고 있었기에 표정의 변화를 알 수 없어 다른이들 같은 분위기를 드러내지는 못했다.

아예 눈 까지 가리는 큼지막한 후드를 쓰고 있었기에 
어쩌면 그것은 드러내지 못 한 것이 아니라 굳이 드러내지 않은 것이리라.

그렇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이 조금만 유심히 보았다면 평소 웃을줄 모르던 그녀의 입에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었다.

다른 아가씨 두명이 띄운 미소와는 조금 틀린, 차라리 자애롭다고 할 정도로 따듯한 미소를 알아차린 이는 제법 넓은 회의실에 있던 이들 중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얼굴을 가린 후드의 그늘 속에서 그녀의 옅은 감청빛 눈은 그들이 보면 상당히 진귀한 일이라고 할 만큼 살짝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가 조용하게 중얼거린 말을 들은 이는 역시 단 한명도 없었다.

"곧 만나겠네, 용감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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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약속했듯이 엄청난 분량으로 돌아왔습니다.

쓴다고 나 죽고 엘세이드님은 수정해주신다고 죽고...


으으.. 브금 올리는거 엄청 껄끄럽네요.

귀찮지만 그래도 들을만하지않나요? (그렇다고 해주세요 ㅠ)








 



2024-10-24 22:36: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