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가 아닌 제이와 고의투성이인 선우란 - 프롤로그

이빛나배빵전문가 2015-07-12 0

“어디보자..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그녀를 처음 만난 건 강남 GGV에서 구로역으로 재배치받았던 그 때일 것이다.


무기질적인 표정을 한 작은 소녀. 선우 란.


“이봐~ 꼬마 아가씨. 구로역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


“이봐? 어~이. 아가씨?”


“.....”


“..... 귀가 잘 안 들리는 건가. 어디 보자... 목에 좋은 건강식품이...”


가방에서 날달걀을 하나 꺼내 톡하고 쪼개 내용물을 삼켰다.


느끼해.


“웨엑... 크흠, 큼! 좋아, 좀 더 큰 목소리로... 스읍~”


“.....김유정 요원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 커헉, 컥! 컥! ...케헥켁... 큼, 큼. 말을 들었으면 바로 대답해주지 그랬나.”


꼴사나운 기침을 보여버렸다. 조금 부끄럽지만 애써 태연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이 오토바이에 타면 되는건가?”


“...헥사부사.”


“응?”


“...오토바이가 아니라 헥사부사에요.”


“그러니까 이 오토바이 이름이 헥사부사라고?”


“오토바이가 아니라 헥사부사에요.”


물건에 이름을 붙이다니 특이한 녀석이군.


“...뒷자리에 타시면 데려다 드릴게요.”


“알겠네. 엿차!”


제법 앉는 느낌이 좋은 안장이군... 이라고 마음 속으로 평가하려는 무렵,


“제대로 앉으셨죠...? 그럼...”


“출발하지.”


“...흐후후...흐힛...힛!”


아가씨의 상태가 묘하게 불길한데.




“조오오아써!!! 이대로 제로의 영역까지 달리는거야!!! 꽉 잡으라고, 백발 영감! 떨어지면 끌고간다아~?!”


마치 술 취한 듯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뜨거운 숨을 헉헉거리며 폭주에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아가씨. ...갭모에?


“꺄-하하하핫!!!!”


절대로 오토바이에서 날 수 없는 엔진 배기음과 함께 시야가 점이 된다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더헢푸훼엣!?”


어마어마한 공기저항으로 금방이라도 뒤로 날아갈 듯 펄럭거리고 있는 나에게 힘들지도 않은지 아가씨는 소리쳤다. (물론 잘 들리지 않았다.)


“아무거나 꽉 잡으라고!!! 떨어졌다고 내 질주를 멈추면 용서 안 할거니까!!!!”


이 속도로 가다가 떨어지면 즉사다. 도로 위에 잘 갈린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릴거다. 일단 살고보자!


덥석!


‘...이 말랑거리는 부위는... 뱃살인가?’


최대한 꽉 붙들고 자세를 낮추고서야 나는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눈을 뜬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고 생각한다.




‘내 손이 어딜 만지고 있는겨?!$!#&*$!#$'


납작하지만 부드러운 그 곳. 배보다 약간 위에 위치한 남성들의 이상향. 그렇다. 나는 그녀의 흉부를 더듬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작다 못해 거의 없는 수준이었지만, 충분히 부드럽고 따듯한 그 곳은 나를 몹시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느오오옷!!?!?!?”


손을 과감히 뒤로 빼고 몸을 젖힌 나는 그대로 오토바... 아니, 헥사부사로부터 떨어져나갈... 뻔 했지만 다행히도 내 엉덩이가 상공을 향해 부웅 뜨려는 무렵 그녀가 이쪽은 쳐다도 안 보고 손을 뒤로 뻗어 어께를 잡아주어서 다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자세를 잡고 어디로 손을 뻗어야할지 모르는 나에게 여전히 이 쪽으로 고개도 안 돌리고 그녀는 외쳤다.


“아무거나 잡으라고 했잖아! 쫌! 아까 잡았던 데라도 잡던가! 그나마 그립감이 있으니 괜찮을거야!”


...이런, 안 된다. 이 여자는 질주를 시작하면 기초상식이 날아가는가보다. 맨정신으로 [내 가슴을 잡아!]라고 할 정신나간 여자는 없을테니까. 그리고 그립감이 없다고.


나는 대충 배에 팔을 감고 그대로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작게 혀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마도 환청이었으리라 믿는다.







안녕하세요, R-18 전문 팬픽러 이빛나배빵전문가 입니다.


프롤로그를 수정하여 재업로드 하였습니다.


이대로 본편도 갈 생각입니다.


(괜찮은가, 이 수위로!)

2024-10-24 22:36: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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