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커 5화.
j내놔 2014-12-27 0
아발란쉬의 개.
- 1 -
'눈 사태가 들끓던 겨울.'
주변이 잠잠하다 숨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온통 안개가 낀 것처럼 회색빛이 한 사내의 주변을 감싼다. 그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걸어가니 익숙한 문 모양이 나타났다. 그가 다가가려 하자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그와 같은 검은색을 한 장발에 하얀 제킷을 입은 그녀. 한 손에 들린 캐리어를 보아 하니 공항으로 가는 것일까? 차림새를 살피다 그는 자신이 아는 사람 이란 것을 눈치 채고 말을 걸려고 하지만 입 모양만 움직일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도 그런 그를 보았는지 살짝 다가선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런 그를 향해 그녀는 입을 열었다.
"잘 있어 내 동생."
그러자 주변의 회색 안개가 그들을 덮치며 그의 눈을 가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그의 팔이 그녀를 쫓듯이 앞을 향해 허우적거리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은 것 마냥 주변이 어두워진다. 그가 어둠 속 에서 눈을 떠보니 그곳은 다름 아닌 '병실' 이였고. 자신은 그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자신이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 허리를 세워 앉았다. 그러자 한 쪽 허리가 쓰라려 온다. 화살을 맞은 곳이다.
"그랬었지 참.."
그가 붕대 감긴 상처 쪽을 확인하자 잠시 뒤 병실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다.
"괜찮아요? 아저씨?"
심여란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나?"
그가 물었다.
"신지는 괜찮아서 간단한 진료만 받았는데, 누워 계신 아저씨 모습을 보더니 그대로 나가 버렸어요. 프로토콜 아저씨는 여기에 입원 절차만 밟아 주고 바로 어딘가로 가 버리던데요?"
"또 둘 이 말썽이군."
"네?"
한 편 강신지는 대령선의 상태를 보더니 집에 돌아가 버렸다. 그녀가 집에 가니 한결같은 미소를 하며 백수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오니 우리 예쁜 신지?"
"나 밥 줘요 배고파요."
그녀가 밥을 찾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밥상을 차렸다.
"어디 갔다 온 거야? 한참 찾았잖아?
"그런 게 있어요.'
"우리 끼리 그런 게 어디 있다고? 한 번 만 알려줘 ~?"
"밥이나 먹어요!"
그녀가 소리치자 백수 아저씨도 끽소리 못하고 수저를 챙겼다.
저녁 시간대에 뉴 타운 전체에 사방에 경비들로 꽉 차버렸으며 사람들의 행동도 예전 같지 않다. 하나같이 뉴 타운이 전쟁터가 될 것 이라고 수군 거리고 있다.
"타운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곳 뉴 타운 중앙관리국장으로써 알립니다. 우리 뉴 타운은 예전부터 있었던 차원종들의 습격으로부터 최대 규모의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안위와 안녕을 위해서 만들어진 뉴 타운입니다. 그런 곳에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 하여 우리 뉴 타운을 믿지 못하시는 것은 저희로써도 안타까운 일 입니다 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곧 있으면 그 소동도 잠잠해질 것입니다!"
뉴 타운 중앙관리국장이 직접 나서서 방송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 비서, 이 비서!"
"국장님, 누가 찾아왔습니다."
"그냥 가라 그래!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한가롭게 손님을 받아!"
"그, 그런데 그 사람이.."
"비켜. 걸리 적 거리잖아?"
누군가 이 비서를 밀치고 들어온다.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갈색 머리 여성이었다.
"안녕하신가 국장?"
"당신은 누군데 남의 집무실에 무작정 쳐들어 오는 거요?"
"슈베르츠 슈바르고 라고 들어는 보셨을 까나?
"설마 알레그로즈의 그 슈베르츠?"
그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잘 아네?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원하는 게 뭐냐!"
"원하는 것? 내가 여기까지 찾아왔으면 그 정돈 바로바로 생각 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 한 타운의 국장치곤 실망스럽군."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이 타운 전체를 넘겨라."
"타, 타운 전체를?"
"왜 그러지?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녀가 그를 노려봤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타운이 얼마나 소중한 타운인데, 한낮 국제적 깡패 놈들 한태 넘겨줄 만큼 쉬운 일일거 같은가?!"
그가 허세를 떨었지만 이미 다리가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고. 이를 본 슈베르츠가 비웃으며 다가간다.
"오, 오지 마!"
"그래. 한 타운의 국장으로써 선택하기 어렵겠지. 그럼 시간을 주겠어."
그녀가 그에게 다가 가는것을 멈추며 말했다.
"딱 3 일 안으로 선택해."
"3, 3일씩이나..?"
그 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그래. 우리 한국 사람들은 삼세 판 같은 걸 엄청 좋아하잖아? 그거랑 같은 거야. 네가 3 일 안에 결정한다면 깨끗하게 뉴 타운을 받아 갈 것이고. 반대라면 반대의 경우를 보여주겠어."
"크윽..."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난 돌아가겠어. 그리고 네 비서 관리좀 똑 바로 해놔, 손님 대우가 형편없잖아?"
그녀가 알레그로즈 본거지, '알레그로지아'로 돌아갔다. 서울 어딘가에 위치해 일반 대기업으로 위장한 건물이었다.
"오셨습니까 슈베르츠님."
그녀가 건물 입구에 도착 하자 마중 나와있던 안수난이 그녀를 기쁘게 반겨주었다.
"그래 수난아, 어제 일로 피곤했겠구나?"
그녀가 어제 일에 대해 물었다.
"그것을 어찌 알고.."
그러자 안수난이 어쩔 줄 몰라 한다.
"괜찮다. 네가 우리들을 위해 한 노력을 어떻게 내가 모르겠니?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 앞으로도 노력해 주거라."
대화를 마친 둘은 로비에서 헤어지고 슈베르츠는 이사장 실로 향했다. 그러자 누군가 슈베르츠에게 말 굽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이번에는 무슨 꿍꿍이를 노리는 거냐 슈베르츠?"
그녀가 이사장 실로 들어 가려 하자 하르덴이 막아섰다.
"하르덴? 이게 무슨 짓이지?"
"어제 오후, 우리들의 싸움에 대해 알고는 있을 테지?"
하르덴이 매서운 눈을 하며 말했다.
"물론이야. 꽤나 힘든 싸움이었다면서?"
"능구렁이 같은 년!"
하르덴이 창을 들고 바닥을 내리치며 위협하려 하자 슈베르츠가 입을 연다.
"아발란쉬가 무사하지 못하는 걸 바라는 건가?"
"뭐라고?"
'아발란쉬' 라는 말에 그녀가 휘두르던 창을 두고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너희들의 수장. '아발란쉬' 말이다. 그 녀석의 목숨이 지금 우리 손안에 있다는 걸 벌서 잊은 건가?"
"... 그분께서는 아직 무사하신가?"
"물론이야. 아주 쇠사슬에 묶인 체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뭐 하면 직접 만나러 가 보던가?"
슈베르츠가 말을 끝내고 크게 웃으며 이사장 실로 들어가 버렸고. 그에 하르덴은 이를 꽉 물며 돌아서서 지하로 내려갔다.
"베르고! 베르고!"
그녀가 소리치자 누군가 지하실 문을 열고 나온다.
"이게 누군가? 우리 전장의 군주 하르덴님이 아니신가?"
한 광대 복장을 한 남자가 여유로운 미소를 하며 나타났다. 이 자도 차원종이다.
"비꼬는 장난질을 그만 둬라.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
하르덴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게 뭐지?"
"군대를 모아야 한다."
"흐응?"
하지만 그의 반응은 하르덴의 반응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못 알아 들었나? 군대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자만을 놀려 댈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거기에 따라줄 생각이 없어."
그가 그림자놀이에 빠진 듯 자신의 그림자만을 쳐다보며 성의 없는 답을 했다.
"어째서냐?"
"하 암~ 그럼 묻지. 왜 군대를 모으려는 거냐?"
그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전쟁을 할 것이다. 이 더러운 알레그로즈 녀석들, 아니 슈베르츠를 향해서."
그러자 베르고가 턱을 쓱 만지며 그녀를 쳐다본다.
"글쎄. 난 지금 생활로도 만족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
"베르고! 아발란쉬님의 상태를 알고도 그러는 건가?"
"미안하지만 난 그런 녀석 어찌 되든 상관 없어. 우리가 이용 당한다고 한들, 서로 원하는걸 얻고 있으니 우리라고 나쁠 것 없잖아?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먹을 뿐이야. 단지, 언제 누가 먼저 다치느냐의 문제지.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생각은 말라고? 네가 그리 나서주지 않아도 네가 전장의 군주라는 건 우리 차원종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말이야."
짜증이 난 듯한 하르덴이 그를 향해 소리친다.
"네 녀석은 고위차원종으로써 긍지를 어디로 내버린 거냐 베르고!?"
그녀가 소리치자 그가 이를 콱 깨물며 노려본다.
" ... 네가 그리 좋아하는 그 잘난 긍지나 자존심, 그딴 건 이미 이런 인간의 밑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버렸다. 하르덴."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 뭐라고?"
" 말 귀를 못 알아 들었나? 그럼 다시 설명해 주지. 지금 넌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긍지는 이미 이 하찮은 인간들의 밑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빛을 바라고 권위를 실추당해 그 무게를 잃었다. 그런 우리가 그저 녀석들이 만든 옥에 갇힌체 하루하루를 녀석들을 위해 학살을 대행하는 사냥 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긍지니 뭐니 하면서 자존심 세우고 있는 녀석은 네 녀석 밖에 없을 거다 하르덴."
그 말을 들은 그녀가 낙심한 듯이 고개를 떨궜다.
"내가 기회주의자 녀석이랑 쓸데없는 이야길 한 것 같군.."
"알면 됐어. 그럼 난 좀 쉴 테니 이제 내버려 둬."
그 말을 남긴 체 베르고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토스크. 거기 있나?"
"헤헥.. 다 듣고 있었습죠 하르덴님."
그녀가 부르자 양손을 모아 비비고 있는 작은 체구의 인간형 차원종 하나가 나타났다.
"지금 부터 너에게 임무를 주겠다. 인간 하나를 조사해라."
"누굴 말입니까?"
"우선 이곳의 과학팀장 쉴라 모나헌이란 년이다. 그년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있으면 뭐든지 좋다. 나에게 정보를 넘겨라."
"헤헥..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토스크가 연기와 함께 사라졌고. 그 후 하르덴은 지하실 전체를 향해 힘찬 고함을 지른다.
"너희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난 나 혼자서라도 그들과 싸우겠다.. 나는 이런 하찮은 인간들의 '사냥개''가 아니다. 긍지 높은 '아발란쉬의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