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커 2화.

j내놔 2014-12-27 1

적합자.
- 2 -
" 해질녘의 꿈."




"그래, 반반 무많이가 이걸 말하는 거라고?"
"그럼 뭐라고 생각했는데요 아저씨?"
그가 포장된 치킨 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글쎄... 딱히 무엇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대령선과 심여란이 치킨 한 봉지를 사들고 어딘가에 초라하게 보이는 좁디좁은 골목길로 들어간다. 그곳의 위생상태는 보기 보다 좋지 못하여 살짝 퀴퀴한 냄새가 났고 쥐가 몇 마리씩 기어 다니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쥐 몇 마리가 빠르게 지나갈 때마다 심여란은 소리를 지르며 치킨이 담긴 포장을 들고 가던 대령선에게 냅다 달려들어 대령선을 난처하게 만들곤 했다.
"어, 어떻게 이런 곳에 있을 수가 있는 거예요?'
"있다 보면 익숙해져, 녀석의 취향이 워낙 평범해야지."
그 말과 함께 둘은 어둡고 초라한 골목길의 끝에 있는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갔다.
"이런, 또 불을 꺼놓고 있었군?"
대령선이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전원 버튼을 찾고 있었다. 
"전기 세가 전기 세여야 말이지, 앗? 그런데 이거 이거, 손님을 데리고 오셨구먼?"
하지만 굳이 대령선 그가 무리해서 찾지 않아도 알아서 불이 켜졌고, 그와 동시에 둘의 눈앞에 검은 선글라스에 올백머리, 하얀 박사 가운 같은 걸 입고 있는 체격 좀 있는 사람이 서있었고, 이곳 내부는 밖과 다르게 잘 정돈된 과학실을 연상케 하였다.
"인사해라, 우리들의 닥터, 프로토콜이다."
대령선이 대신 그를 소개하였다.
"안녕하세요? 심여란 이라고 해요, 그런데 프로토콜 박사님이시라고요?"
이름을 듣자 여란이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 날 알아?"
프로토콜이 손수 나서 물었다.
"아 혹시!!"
"호 오옥 ~ 시 ~~??"
"유명하신 분이신 가요?"
그러자  알 수 없는 침묵이 그들 사이로 흐른다.
".... 그럼 요 치킨은 네 책상에 두지."
"말을 무뚝뚝하게 해도 챙겨 올 건 다 챙겨 오는 구만? 항상 고마워"
책상 위에 치킨을 올려둔 대령선은 프로토콜의 말에도 대답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릴 뿐이었다.
"저기 실례지만 혹시 두 분 사이 안 좋으신 건 아니에요?"
사막을 방불케하는 무미건조한 둘의 대화 방식에 얼떨떨한지 여란이 물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프로토콜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건 아니야, 저 녀석이 원래 좀 무뚝뚝하고 고지식해서 그런 거 뿐이지, 너도 같이 왔으면 잘 알 텐데?"
"그럼 지금은 어디로 들어간 건데요?"
"아, 궁금하면 따라 들어가 봐도 돼, 단 지금 녀석은 자기 명상의 방에 들어 가서 명상 수련하는 중이라 괜히 방해만 될 테니 그다지 들어가지 않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지만?"
"아 하하..;"
그의 난센스 한 유머 센스에 여란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 맞다, 영선 아저씨가 저에게 물어 볼 것이 있다고 했는데.."
"영선 아저씨? 금새 둘이 친해진 거야? 야 이거 룸메이트로써 약간 허리 안쪽이 쿡하고 시려오는데?"
"그, 그래요..?"
그러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방에 들어갔던 그가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미안하군,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반반 무많이 란 것 때문에.."
"이봐, 본인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걸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호록"
"그런 김에 그 커피나 나도 따라 주겠나? 힘 좀 썼더니 좀 피곤하군."
대령선이 프로토콜이 호록 거리며 마시고 있던 커피를 보며 말하였고 그에 프로토콜이 기다렸다는 듯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오며 호탕한 웃음 소리를 선보였다.
"하하하 이거 척하면 탁! 아니겠나? 내가 그럴줄 알고 이렇게 ~ 커피 한 잔 모셔 놨지?"
".. 잘했군."
"저, 저기하실 말은요..?"
둘의 맞지 않은 대화 코드에 어색한 기운을 주체 못하던 심여란은 결국 조심스럽게 용건을 묻는다.
"아 그랬지, 또 한 번 미안하게 됐군, 이 커피란 것 때문에.."
"아까도 말했지만 또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그가 프로토콜의 말을 무시하며 여란에게 물었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분위기가 분위기라 그런 건지 여란은 아침과 다르게 조금 조숙한 표정과 어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우선 너희들은 친구 사이 인가?"
대령선이 대뜸 둘의 친구 관계를 물었다.
"네, 단둘도 없는 절친 사이죠!"
심여란은 밝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 대충 몇 년 정도 되었지?"
"허허 이거 꼭 마치 커플 연애 경력 묻는 거 같은..."
프로토콜이 말 장난을 치려하자 대령선 그가 프로토콜을 매섭게 노려 봤고, 거기에 프로토콜은 참 딱딱하시네 란 말을 남긴 체 남은 커피를 마신다.
"저희가 만난 건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년으로 따지면..."
"12년 지기군."
그가 듣자마자 몇 년 지기인지 맞춰 내었다.
"예 맞아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심여란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처음 만난 이후로 지금처럼 행동 한적 있나?
"아뇨, 없었어요. 이번이 처음이랄까..?"
알 수 없는 그의 질문이 계속되자 되려 여란은 그를 향해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크큭."
프로토콜이 뒤에서 게슴츠레한 눈을 하며 웃는다.
"뭐냐?.."
그러자 대령선이 그 웃음소리를 받아쳤다.
"아냐 아냐, 그런 게 있어 크크큭.."
그러면서 그가 대령선을 보며 자꾸만 웃는다. 하지만 대령선 그는 신경 끄기로 한다.
"... 좋다, 이 이상 물어보는 건 헛 수고 일 테니 그 아이에게 직접 들어 보도록 하지. 그런데 그 아이라면 지금 어딨을 거 같나?"
"집이 아닐까요?"
심여란이 당연하다는 듯이 바로 답하였다.
"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다녀오라고? 나는 아까부터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해서 말이야?"
잠시 뒤 심여란과 대령선은 강신지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얹혀사는 백수 아저씨만 있었을 뿐,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 신지가 울면서 뛰쳐나가 버렸다고요?"
사정을 들은 백수 아저씨가 기겁해하며 사실을 되물었다.
"예, 그래서 저희도 걱정 차에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혹시 신지 그 아이가 지금 있을 만한 곳을 아시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아마도  그곳에 갔을 거라는 말인데..."
"어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애매한 답에 대령선이 물었다.
"아버지가 모셔져 있는 뉴타운 공동묘지, 그곳에 가보세요, 집에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항상 그곳에서 아버지 묘비만 바보처럼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겁니다. 아이고 불쌍한 우리 신지.."
그렇게 정보를 얻은 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뉴타운 공동묘지 입구까지 가서 묘지 내까지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한쪽에서 알아볼 수 있는 갈색 쇼트커트의 심여란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 한명이 보였다. 바로 강신지였다. 
"여기까지 왜 쫓아온 거예요? 계속 그러면 진짜로 경찰 불러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아버지 묘만을 쳐다보고 있던 강신지가 둘의 발소리만 듣고도 누가 왔는지를 알차 챘다. 이에 대령선은 강신지의 아버지 묘 앞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네 아버지의 묘인가?"
"그게 왜요?"
여전히 그에게 등만을 보이는 강신지. 그와 가까워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다.
"네 아버지는 매우 훌륭한 요원이셨지."
강신지의 아버지 묘비를 보던 그가 말했다.
".. 그래요? 우리 아빠를 잘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뭐 해요. 전 그런 기억 하나도 없는데."
"그렇담 네가 그 훌륭한 요원이 되볼 생각은 없나?"
그 말을 듣고 놀란 강신지는 자기도 모르게 동공이 확대되고 '헛'이라는 작은 신음을 낸다.
"또 그 소리에요? 확실하게 말하지만 전,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신지가 이번에는 등지지 않고 그를 향해 돌아 보며 소리쳤다. 
"지금 세상은 알레그로즈 라는 위험한 녀석들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이럴수록 요원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다. 특히 너처럼 가능성이란 게 있는 자 일수록 말이지."
"하지만 전 그 알레그로즈인지 뭐신지 따위 알 바 아니라고요, 왜 이렇게 자꾸만 절 귀찮게 하는 거예요?"
"부탁하마 부디 날 믿고.. 헉!"
그의 말이 다 끝나 가기도 전에 강신지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그의 복부를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아 아저씨!"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심여란이 소리친다.
"이게 무슨..?"
그가 머리를 들어 올려 보자 신지는 두 말없이 고개만을 숙인 체 혼자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실은.. 아버지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어요.. 그것도 차원종의 손에서 말이에요.."
"신지야.."
심여란이 애처롭게 그녀를 쳐다본다.
"오늘 학교에서도 봤었던 그 거대한 녀석과 비슷한 녀석이 아빠와 저희 가족을 노렸어요. 그때 전 뭘 할 수 있었냐고요? 아빠가 그 녀석과 함께 싸우는걸 지켜보며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다행히 사람들이 뒤늦게라도 찾아와서 저와 엄마는 살았지만 아빠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 같은 겁쟁이가 요원이고 뭐고가 될 수 없을 거라고.. "
그녀가 주먹은 다시 한 번 불끈 지으며 낮게 신음한다. 그리고 그 말을 듣던 대령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아무 말없이 혼자서 외롭게 울고 있는 듯 한 그녀를 앉아 주었고, 그녀도 딱히 거절하거나 몸부림치며 대령선 그를 떨쳐내는 짓은 하지 않았다. 마치 이 행위로 인해 그녀의 상처가 아 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돌아가자."
그가 그녀와 함께 포개졌던 고개를 들고 심여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딜 데려 간 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강신지가 묻는다.
"우리들의 연구실로."
"네??"
놀란 그녀를 대리고 둘은 프로토콜이 일하고 있는 연구실로 데려갔다. 중간에 오는 골목길에서 강신지도 심여란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곳에서 살수 있는 거죠?"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프로토콜이 반겼다.
"헤이 헤이, 친구들? 생각보다 일찍 왔네? 거기 서있는 터프해 보이는 언니가 네가 말하던 앤가?"
"윽, 뭐야 이 기분 나쁜 아저씬?"
프로토콜의 느낀한 멘트에 강신지가 표정을 구기며 거리낌 없이 독설을 내뱉는다.
"이거.. 초면부터 너무하잖아?"
"아저씨야말로 처음부터 멘트가 이상했다고요!"
그의 대꾸에 강신지가 그를 향해 윽박을 지르며 강하게 압박했다. 프로토콜 자신도 감당이 안되는지 결국 따지는 것을 포기한다.
"흠.. 그건 그렇고, 그래서 이 애를 데려온 이유가 뭐야?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로 잠시 할 얘기가 있는데 이러면 곤란해?"
"혹시 차원종이 출몰한 거 때문인가요?"
심여란이 물었다.
"그렇다. 그리고 이애들도 알 필요가 있어."
대령선이 답하며 프로토콜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다시 프로토콜이 되묻는다.
"우리 들이 그토록 찾아 해매던 적합자다."
그가 답하자 프로토콜이 미소를 씩 지으며 들고 있던 커피잔을 책상 위에 탁! 소리를 내며 올려놓으며 그가 음산하게 말한다.
"정말? 정말 그렇단 말이야?"
"그래"
그가 답한다.
"이거 참 놀랍게 됐군 그토록 바라던 우리의 적합자를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말이야..?"
2024-10-24 22:21: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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