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네 온도가 느껴졌던 그 날. 上편 [세하&유리]
강현신 2015-07-08 2
" 브엣취! "
작전실에서 무거운 재채기 소리가 울렸다. 사흘 정도는 제대로 쉬어줘야 완전히 떨어져나갈 정도의 감기가 느껴지는 재채기 소리. 그 재채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서유리였다.
" 저... 유리 누나. 벌써 3일 째에요. 정말 괜찮은거에요? "
그런 유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묻는 것은 테인이. 그 말대로, 서유리는 사흘 째 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의 시기. 상당히 추워질 시기였는데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나기에 온몸이 젖어버렸다고 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유리의 감기는 현재진행형인 상태였다. 나야...... 그 때 소나기가 내릴 걸 예상했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퇴근을 했었지만, 유리는 그러지 못했던 모양이다.
" 에헤헤... 이 누나는 괜찮아, 테인아. 이러다가 곧 나아질거야. 걱정하지마. "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톤으로 답해주는 유리. 하지만 그렇게 말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한번 아까만큼의 재채기를 터트려버린다. 이 정도쯤 오니,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던 슬비 녀석이 편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감기가 조금 심한 것 같은데...... 병원은 가봤어? "
녀석의 물음에 유리가 고개를 저었고, 왜 가지 않았냐고 굳이 묻지는 않은 녀석. 그도 그럴 것이, 근 사흘동안 계속 비상이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들 중 누구도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차원종 놈들이 다 그렇지만...... 이번엔 아주 집요하게 노려왔던 탓에 꽤나 고생했었다. 물론 지금이야 비상이 풀렸기 때문에 여유가 생겼고, 그 덕에 이제는 우리들 모두가 각자 자율행동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 좋아. 지금 비상도 풀린 상황이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퇴근하도록 해. 시간도 많이 늦고 했으니까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 바로 병원부터 가도록 해. 내가 유정 언니한테 네 월차를 써달라고 할테니까. 알겠어? "
슬비 녀석이 유리를 향해 신신당부 하듯이 길게 말했다. 하기사, 내가 슬비 녀석이라도 저렇게 말해주었을 것 같았다. 차원종들을 처리하는데에 있어선 누구보다 앞장서서 행동대장 급으로 신속함을 보이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선 우리 나이에 맞지 않게 미숙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 어... 어? 그,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 "
그런 신신당부가 느껴졌는지 유리가 약간의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 필요 있어. 얼른 그 감기를 떨어트리지 않으면 임무에 지장이 생길거야. 유리 네 월급이 지금보다 더 깎일거라구. 그래도 좋은거야? "
녀석은 의외로 당연하고도 단순한 이유를 꺼내서 유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나는 속으로-
' 저기, 잠깐만. 좀 더 그럴싸한 이유는 없었던거야? '
라고 묻고 싶었지만......
" 아, 아니! 절대 아니! 꼭 병원 갈게! 아니, 가지 말라고 해도 꼭 갈게! "
유리는 놀랍게도 녀석의 설득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아,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리는, 돈을 엄청 밝힌다는 것을 말이다. 그제서야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 그리고...... 오늘 네 집까지 동행할 사람으로 세하를 붙여줄게. "
뒤이어 들려온 녀석의 그 한마디로 인해, 게임기를 돌리고 있던 내 손가락이 일시정지 상태가 되버렸다. 어? 지금 내가 무슨 얘기를 들은거지?
" ...... 저, 뭐라고? "
물론 그렇게 묻고 있었을 때,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기에 비춰진 게임 오버를 보고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려버린 나.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 못 들었어? 그럼 다시 말해줄테니, 잘 들어. 이세하. 팀의 리더로써 명령할게. 지금 시간부터 유리와 함께 퇴근해서, 무사히 유리를 집까지 잘 바래다 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당장 그 게임기 부숴버리기 전에 어서 꺼줬으면 좋겠는데? "
녀석이 게임하는 내 모습을 보고서, 진심을 담아 내게 말했다. 허, 진심을 다해 살기를 풍기는 모습이라니. 쳇,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라고 생각하며 게임기를 꺼버린 나.
" 알았어, 알았다구. "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왜 내가 지목됬는지 이유를 알아야겠다 싶은 마음에 녀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왜 하필 나야? 다른 사람도 있잖아. "
내가 퉁명스럽게 그렇게 묻자, 녀석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나를 쳐다봤다. 마치,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 너무 당연하게 물어본 질문이니까, 너무 당연한 논리로 설명해줄게. "
녀석이 내 앞에 약하게 쥔 손바닥을 내밀면서, 첫번째 손가락을 펼치면서, 순서대로 얘기하듯이 말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그 다음 손가락을 계속해서 펼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 먼저, 우리 팀의 최장년이자 보호자격인 제이 씨는, 현재 유정 언니의 수행 요원으로써 본분을 다하고 있으니 제외. 그 다음, 우리 팀 최연소인 테인이는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하는 입장이 되니까 수행 인원으로써는 부적격. 그 다음으로는 나는 팀의 리더로써 현재 다른 지시 사항이 있기 전까진 본부에서 대기해야할 의무가 있으니까 제외. 끝으로...... "
그렇게 펼쳐질 손가락 중 하나 빼고는 다 펼쳐진 상태의 녀석. 그러다가 하던 말을 끌면서 얘기하지 않다가, 문득 유리를 흘깃 본 이후에 바로 나를 보고는 고개짓으로 유리를 가리키면서 마지막 손가락을 펼치며 남은 한마디를 읊었다.
" 유리는 환자네? "
그 것도 활짝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얘기한 그 의미는, 유리가 지금 환자인데 혼자 보내게 생겼냐? 라는 듯한 무언의 뜻이 담겨있는 의미였다. 미리 답안지를 준비해놓기라도 했던 것처럼, 녀석의 답변이 내 귀를 정확하게 파고들어버리는 바람에...... 맙소사, 덕분에 나는 할말을 잃은 사람의 표정을 지어버렸다. 물론 입마저도 마찬가지 였지만...... 으, 이런 상황은 진짜 싫은데 말이지. 등에 떠밀려지듯이 하는 일은 질색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라는 것을 녀석이 모를리가 없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까 나한테 맡긴 것을 알고 있으니 더는 뭐라고 할 수조차 없었다. 싫지만 어쩔 수 없나, 라는 생각이었다.
" 음? 그 표정은 뭐야, 내 명령을 듣기 싫기라도 한거야? "
내 생각과는 별개의 표정이 녀석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것으로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그렇게 물어왔다. 아, 표정관리가 이전부터 안된다고 계속해서 듣고 있었는데 그 것이 또 다시 지적된 느낌이었다.
" 아니면...... 유리가 싫어지기라도 한거니? "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며 내게 묻는 녀석이었다. 잠깐, 내가 유리를 싫어한다고? 그런 얘기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잖아.
" 뭐? 어째서 얘기를 그 쪽으로 몰아가냐? "
녀석의 그 질문에 울컥했던 나는 그렇게 답해버렸다. 정말로, 불쾌한 표정을 짓고서 말이다. 내가 남한테 미움을 받은 적은 있어도, 누군가의 미움을 산 적은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 나한테 그런 얘기라니, 기분이 정말 단번에 상해버린 느낌을 받은 나였다.
" 그렇지? 그러면 내 명령에 불만이 없는 걸로 알고...... "
내 답을 긍정으로 들었던 녀석이 그렇게 말을 마치려고 했던 순간......
" 스... 슬비야. 너무 그러지마. 세하가 부담스러워 하잖아. "
유리가 입을 열어 슬비를 달래듯이 말했다. 자신은 정말로 괜찮다는 듯한 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울컥한 기분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 그러니까...... "
그렇게 뒷 얘기를 더 이어가려고 숨을 고르던 유리가 다시 입을 열던 순간.
" 월급. "
녀석이 유리의 뒷 말을 제치고 짧게 한마디 했다. 그 것을 듣던 유리가 무슨 얘기냐는 듯한 의미로 얘기를 끊었고...
" 월급. "
녀석은 다시 한번 짧게 그렇게 얘기했다. 녀석이 하고자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는지 유리는 그 뒤로 어떠한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 갈거지? "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톤의 목소리로 쐐기를 박는 녀석의 한마디에, 유리는 힘 없이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 이렇다는데, 더 질문할거라도? "
끝으로 나를 보면서, 말 그대로 ' 얘는 결정했는데 넌 어쩔거냐 ' 라는 뉘앙스로 질문했다. 그 결과로......
" ...... "
작전실을 나와서, 우리팀 본부 정문에 나와 유리가 말 없이 우두커니 서있게 되었다. 아, 이슬비 진짜...... 왜 그런 얘기들을 꺼내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는거냐구. 덕분에 이 긴 침묵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가긴 해야하는데 요지부동인 유리를 보고 있자니 속으로 답답함을 삭힐 수밖에는 없었다.
초겨울 바람이 차게 몰아쳤다. 덕분에 몸이 움츠려들 법도 했건만, 이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움츠려지지가 않았다.
" 저...... 세하야. "
그렇게 속마음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을 때 즈음, 유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유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 그...... 슬비 얘기는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
유리 역시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 되버렸다는 듯한 느낌의 톤으로 내게 말해주었다. 이런 상황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었는데, 하는 그런 유리의 마음이 보였다.
" 그... 그러니까 세하야... 집은 나 혼자 갈게. 세하도 얼른 집에 가... "
나 때문에 불편할 것 같으니, 내가 미연에 방지하자...... 라는 유리의 마음도 보였다.
" ...... 그럼 나 먼저 갈게...... "
대답이 없는 나를 보며 자신이 했던 말들을 모두 긍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보였는지,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먼저 자리를 벗어나려는 유리의 모습을 보고서 나는...
터억!
" 어......? "
그런 유리의 뒤를 따라가서, 손을 잡아주었다.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보다 더 빠르게, 그런 유리의 손을 잡아준 것이다.
" ...... 야, 왜 이렇게 서둘러서 가는거야? "
당황하는 유리의 모습을 보면서 친절하게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을 조금 까칠하게 말해버렸다. 이 입이 방정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건 왜일까. 내 말에 답하지 못하는 유리를 보고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어버린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답이 늦은건 미안. "
유리가 입을 열어서 뭐라고 하기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가자. 바래다줄게. "
난 그렇게 말하며 유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채, 잡은 손을 꼭 잡으면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 내 속도에 맞추려고 했는지, 주저했지만 곧 내 뒤를 따라오며 내가 잡은 그 손을 유리도 꼭 잡아주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내 손을 쥔 그 손이... 시린 초겨울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따뜻하기만 했다.
유리와 같이 걷던 그 길이...... 오늘따라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왜일까. 이 알 수 없는 기분과 함께, 유리와 나는... 유리의 집으로 향했다.
어...... 안녕하세요.
한창 즐겁게 게임하다가 콘테스트 라는 것을 하기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시간 상으로는 꽤 늦게 참여하게 됬군요!? 안될거야......
으으, 여튼! 그냥 일반으로 올릴 수도 있었지만 콘테스트에 참가할 겸 추억 삼아서 한번 쓰게 됬는데요.
이거...... 내놓아도 괜찮은 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판단은 봐주시는 분들에게 맡길게요.
현재는 상편이고... 남은 편수는 하, 에필로그 편 입니다. 아니면 하편과 에필로그를 합쳐서 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나오는게 약간 늦어질 수도 있겠네요. 되도록이면 콘테스트 마치기 전까지 이 이야기를 끝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금 게으른데다 일도 하고있는 몸이다보니, 제 시간에 맞춰 끝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네요.
여... 여러분, 힘을 주세요.
자, 그럼 이후엔 하편 또는 하+에필로그 편으로 돌아올게요.
그 때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