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Hero.
검은코트의사내 2015-07-06 0
나는 누구인가? 여기에 왜 있는가? 내가 있는 곳은 어둠으로 가득했던 곳이다. 누군가가 물었다. 왜 싸우는 거냐고 말이다. UNION을 위해서? 아니면 클로저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난 단 한번도 그런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이세하? 알파퀸의 아들?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단지 그런 이유때문에 내가 싸워야했단 말인가? 그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을 듣고 싸워왔다. 주변친구들도 날 멀리했다. 날 위험한 놈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단 한사람만이 나를 바라만 보았다. 그의 이름은 한석봉, 누구보다 나와 가까운 친구였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다.
난 검은양 팀에 속해있는 클로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선출된 클로저들의 집단이었다. 그곳의 리더는 나보다 키가 작은 여자애였지만 난 관심이 없었다. 난 그저, 귀찮은 일을 끝내고 게임만 하고 싶을 뿐이다. 그녀에게서 여러번 잔소리를 들었다. 지겨울 정도로 말이다. 한번은 게임기를 압수당하기도 했으며 그 외에 날 애취급하는 여자애도 한명 끼어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그들과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강남에 출현한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렸다. 물론 차원종의 도움을 받았지만 말이다. 애쉬와 더스트, 그들은 우리를 가지고 놀았던 녀석들이다. 난 그들이 정말로 미웠다. 하지만 그래도 빚이 있기에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더스트는 특히 나를 소유물로 취급했다. 그런 거 자체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 후에 강남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그것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나는 의문을 가졌다. 애초에 차원문이 열린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왜 열렸을까? 도대체 왜? 왜 차원문이 열려서 하기도 싫은 싸움을 했어야했단 말인가? 나는 지긋지긋했다. 차원종과 또 얼마나 싸워야된단 말인가? 강남을 복구하는데도 차원종이 설치고 다니니 진저리가 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위해서 싸운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싸움에 임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차원문이 열렸던 것, 그것은 바로... 인간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검은코트를 입은 사내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는 수천년동안 세상을 지켜봤다면서 허무맹랑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보니 그의 과거의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틀림없었다. 그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내는 내가 안쓰럽다고 했다. 난 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사내는 내가 알고싶어했던 것을 알려주었으니까 말이다.
지구의 대기에는 차원문과의 경계에 위치한 결계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차원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차원문과 지구사이에 차원의 벽이 존재한다. 그것을 통해 오랫동안 인류는 차원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18년전부터 갑자기 열리기 시작한 것은 단 하나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기의 차원의 벽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자연적으로 막아주던 벽은 점점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무너져내렸던 거라고 사내는 말했다.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인간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클로저는 결국 인간때문에 일어난 일을 뒤처리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아무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다. 위상력 억제기라는 인위적인 장치로 차원문을 막아내고 있지만 그래도 빈번하게 차원종이 출현한다. 왜 일까? 그것도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김기태요원이나 서울지부장같은 인간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저지른 일을 클로저가 뒤처리한다. 자신이 무슨 야생의 하이에나라도 되는 지 그들에게 따지고 싶어했다.
사내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다른 클로저와는 다르다고 말이다. 나머지 클로저는 차원종을 쓰러뜨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이다. 차원종들 중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지구에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 차원종은 이유도 없이 차원종을 소탕하는 클로저들에게 의문의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었다. 자신은 이런 세상이 너무나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이세상을 심판해야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심판하지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혼란이 계속될 거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뜻을 거부하였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죽음으로 심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사내는 그렇게 나올줄 알았다고 말하면서 곧 마음이 변할거라고 말하고 검은연기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 사내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하지만 난 그사내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과거에 차원문이 열린 게 UNION의 계획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위상억제기의 전원을 일부로 끄게하여 차원종이 출현하면서 클로저들이 물리치게하는 그런 시나리오를 연출하였다고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에 분노했다. 이렇게 따지면 UNION이 사람을 죽인거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심한 충격에 빠졌다. 거리에 쓸쓸이 지나갈때마다 돌을 맞으면서 살아야했던 상황,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UNION의 개라면서 욕을 먹어야만 했다. 어째서일까? 왜 내가 욕을 먹어야된단 말인가? 난 지금까지 뭣때문에 싸워왔는데 이렇게 대해주는 사람들이 미웠다. 나 뿐만아니라 내 동료들도 미움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난 UNION의 꼭두각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믿어줄 생각은 없었다. 단지 나를 괴물로 취급할 뿐이다.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동료들과 나의 절친한 친구 한석봉 뿐이었다.
난 검은코트의 사내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선글라스를 보이며 나에게 말했다. 자신은 미래의 이세하라면서 말이다. 그의 두눈은 붉은색 눈동자로 되어있었고, 결국 파멸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이다. 미래의 모습은 결국 이렇게 될 거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의 내면을 또 보았다. 이번에는 현재의 기억이다.
나는 지금 폐허의 현장에 서있었다. 전쟁으로 모든것이 파괴된 환경, 나는 그 사내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말이다. 그를 구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않았다. 그 사내가 사람들에게 붙들린 채로 그대로 총살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위상력 관통탄, UNION에서 솜씨좋은 사격술을 가진 요원들이 쏜 탄환이었다. 그 사내는 벌집이 된 채로 쓰러졌다.
나는 그 사내의 내면을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운명이라면 나는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기뻤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을 믿어준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어서 말이다. 나는 그를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다. 한석봉을 위해서...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난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한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나는 더이상 이런 비참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내 목숨을 이세상의 평화와 맞바꿀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떠한 운명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말이다.
난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죽어서 영웅이될 수 있을지도 몰라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석봉은 내게와서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그만의 영웅이라면서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말해준 석봉이가 고마웠다. 난 그에게 게임기를 주었다. 난 UNION을 쳐부수러 갈 것이다. 지금의 UNION은 위상력능력자들을 이용해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그들을 지배하려고 했다. 난 그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UNION을 적으로 둔다는 것은 그만큼 목숨을 바쳤다는 것이다. 나는 UNION을 따르는 클로저들과 맞서싸우면서도 적지않는 상처를 입었지만 나에게는 포기라는 단어가 없었다. 사람들이 미워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잘못된 것을 뜯어고치려는 것, 그게 현재 나의 다짐이었다. 동료들도 내 선택에 동의해줬다.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동료들도 내 뜻에 따라준다는 사실에 나는 기뻤다.
동료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리고 나혼자 살아남았다. 난 그들과 지내온 시간들을 생각해오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클로저들은 그런 나에게 유언을 남기려는 시간조차 주지않겠다는 듯이 나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했지만 곳곳에서 돌맹이가 날아왔다. 클로저들은 당황하면서 달려오는 민간인들을 보았으며 힘으로 제압하려고 했지만 어디서 얻었는지 위상력관통탄을 장착한 무장단체가 나타나 그들을 쏴죽였다.
난 그들이 누군지 몰랐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오해한 거 같다고 말이다. 나는 뭐가뭔지 모른 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나는 붕대를 감긴 채로 누워있었다. 나는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진심으로 간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려고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제부터 나를 영웅으로 대접하겠다고 했다. UNION은 지금도 위협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힘을 합하면 어쩌지 못할거라고 했다. 내가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저마다 말하고 있었고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석봉의 얼굴도 보였다. UNION에 잘못된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나는 힘내야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결국 그 사내는 뭐였단 말인가? 나에게 경고를 해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난 그 사내를 고마워하고 있었다. 내 미래까지 보다니 말이다. 미래의 자신은 과거의 일을 여행하면서 살아왔었다. 말만 오래살아온 거지 실제로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알아낸 거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게임의 주인공처럼 말하면서 과장하는 그 거짓말은 자신을 쏙 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난 그 사내가 미리 경고를 해줘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결코 자신의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웅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되었던 것은 아니라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