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만의 결심. 늑대개의 새로운 전환점.
서루인 2015-07-05 2
언제부터였을까..
"....."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것이.
스윽.
손에 쥐여진 무기가 달빛에 비쳐 은은하게 빛난다.
"사,살려줘..! 흐...흐아아아아악!!!!"
후웅! 촤악!!!
연구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치익~...삑.
"제거 완료."
"작전대로 이탈해라."
간단히 보고를 끝내고, 구역을 이탈한다. 이탈하고 난 다음엔 '그'와 합류한다.
"어이,끝났냐?"
푸른 머리의 사내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다. 늘 그렇듯이 불만이 많아 보인다.
"시시하게 고작 심부름꾼 노릇이라니..정말 짜증나는 것만 시키는군..!"
"....."
카앙!
폐건물의 쓰레기를 걷어 차며 그는 분풀이를 한다.
"그 건방진 기생오라비 자식..왜 갑자기 내버려두라는 거야!?"
"나타, 조용히."
"어이..너 지금 나더러 닥치라는거냐?"
그가 화를 참지 못하고 나에게 살기를 뿜어대기 시작한다.
"너, 맘에 안들어 명령이면 무조건 따르는 것도 그렇고..왜 그렇게까지 복종하는거지?"
딱히,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말하면..대답을 하라고!!"
...라고 생각을 했었다.
쉬익! 촤르륵!
그의 공격에 뒤로 물러나며 피한다. 항상 그는 자기 성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기를 휘두른다.
"...조용하고, 빠르게 처리하는게 임무였어. 너의 행동은 맞지 않아."
"어쭈..? 이젠 훈수까지 둘 줄 아네..? 그 자식처럼 말이지..!"
나타가 달려들려고 자세를 고쳐 잡기 시작한다. 역시, 그에게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도 통할리는 없었다.
"말로 시비걸지말고..실력으로 보여주지 그래!!"
"나타, 또 말썽인가."
뚜벅뚜벅..짙고 낮은 음성이 그의 귓가에 울린다. 나타는 걸어오는 리더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어이,꼰대!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임무의 최우선사항이 바뀐 것 뿐이다. 그리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그 자식은 내가 죽일 수 있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번번히 실패했지. 레비아, 너도."
사실이다. 항상 결착을 짓지 못하고 타겟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했었다.
"무기도 제대로 없는 타겟이다. 그럼에도 죽이지 못했다는 건 너희에게 무리란 소리다."
"큭..두고 봐! 반드시 그 자식 낯짝을 잘라서 보여주겠어!!"
그는 홱 돌아서며 사이킥 무브를 써서 귀환을 한다.
"레비아."
리더가 나를 부른다.
"가서 쉬어도 좋다."
고개를 끄덕인 뒤, 사이킥 무브를 써 귀환을 한다. 귀환을 하면서 생각한다. 타겟이랑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인가?
머릿속이 복잡한 느낌이 든다.
"후우..."
길게 숨을 들이 내쉰다. '그'랑 마주칠 때의 눈빛과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생각은 하고 살아라. 니 모가지 위로 달린건 장식이가?'
헤카톤케일의 유해를 옮기는 작업과 기밀 유지에 임무가 집중 되기 전의 일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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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피핑!
타겟의 뒤통수를 노리고 잽싸게 목을 노리려는 순간, 이미 눈치를 챘던 것일까.
발을 때자마자 그녀(어두웠기도 했고 정말 여자인줄 알았다.)가 빛의 탄환을 쏘기 시작한다.
"!?"
즉시 회피를 하며 빠르게 그녀에게 달려 든다. 그러자 오히려 빛을 쏘아대며 달려들기 시작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지금이, 기회..!'
"라고, 생각했제?"
갑자기 왼손을 뻗어내기 시작하더니 쩌적, 거리면서 창이 생기기 시작하며 나를 노린다..!
"!"
챙! 쨍그랑!
낫을 휘둘러 생성된 창을 부쉈다. 생각보다 내구력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다시 어둠 속에 몸을 감춘다.
스르륵..
그녀는 가만히 서서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 기척없이 그녀의 목에 낫을 댄다.
'타겟, 제거..?'
낫을 댄 느낌이 왔는데, 그녀 역시 나처럼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낫을 댄 반대편에서..
꽈악!
그녀가 내 무기를 손으로 잡고 있는게 느껴진다..!
"닌, 금마랑 다르네? 거의 정반대라 해도 좋구만."
"..어떻게?"
"오, 말 할줄 아네? 벙어린 아닙갑제?"
휘리릭! 쐐액!
낫을 회전시켜 손에서 때어내게 한 뒤에 빠르게 휘두르지만 팟!하고 사라지고 훌쩍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나타난다.
이런 부류의 타겟은 성가신 편이다. 치고 빠지는게 자유롭기 때문이다.
'..조용히 처리하기 까다로운 상대..'
밤하늘에 달빛이 비춰진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
멈칫. 그녀가 말을 꺼내자 몸이 자동으로 멈춰졌다. 눈초리를 세우며 나에게 묻는 말은..
"니, 뭐고.. 니가 누군지는 아나? 요즘은 니같은 녀석을 만드나?"
"나는.."
타겟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저 말을 다른 누구에게 들었던 적이..
"하아~인형같은 거랑 쌈박질 하는건 관심 없다. 끄지라."
"...."
"아, 예~예~ 하긴, 끄지란다고 끄질놈 읎제. 내가 갈란다."
"..! 잠..!"
파앗!
"...."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고 사라졌다...무기를 쥔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그 때와 지금이나 사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기억이..없어.'
어린 시절이라든가 과거 같은 기억은 나질 않는다. 아니, 정말 있기는 한걸까..?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최근 들어서 그런 계기가 생긴 것 같았다.
...내일은 놓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그 때 만났던 장소에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하~가끔은 내 예상도 틀리면 좋겄는디."
나타의 정보대로 그녀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타난다. 그녀는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그 녀석이 나을 지경인데..닌 뭐고?"
"곧 죽을 적에게 말해야 할 이유는. 없어."
"대답을 안하는게 아니고, 몬하는 거네. 그 차이를 아나?"
"...."
대답대신 낫을 휘두른다. 위상력을 모아 땅에 내려 찍는다.
콰드득!
"!"
치고 올리듯 낫을 일으켜 파편을 튕겨보낸다. 그러자 그녀는 손가락을 총처럼 피더니 빛의 탄환을 쏜다.
피핑!피피핑!
허리를 숙이고 자세를 낮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속도로 하단베기를 가한다..!
삥! 촤좌작!! 쿠웅!
주위의 나무들의 밑동이 잘려나간다. 하지만 사람을 벤 느낌이 오질 않는다.
조용히 주위를 살피는 순간..
"여다."
키이이잉!!
"!"
위를 올려다 보니 화염구가 모여지기 시작하고, 나를 향해 쏘아진다.
쿠콰과광!!
화르륵...
길바닥에 불꽃이 피어 일렁거린다. 크게 화상을 입진 않았고, 옷이 그을려 졌다.
사뿐.
불꽃사이에 착지한 그녀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그런데..?
"..남자?"
"..고거 만큼은 금마랑 똑같은 반응이구만..휴우~"
멋쩍듯이 그는 머리를 긁는다. 불꽃사이에서도 그는 잘도 서 있는다. 아무렇지도 않듯이.
"내가 피운 불에 내가 화상입는게 더 이상한거 아이가?"
"?!"
"눈동자 흔들리는 소리 들린다. 내가 제대로 맞췄나 보구만."
'..속마음을 읽을수 있는 건가?'
"그건 아니고, 그냥 감이 좋은것 뿐이다. 아까도 때려 맞춘기고."
..속을 알수 없는 자다.
"그건 그렇고, 닌 생각이란 건 하나?"
"...."
"여전히 대답을 못 하는 구만....진짜 말 그대로 인형, 꼭두각시네"
"너는.."
"내? 흠, 운세가 나빠가 목숨줄이 간당하지만...니처럼 **빡은 폼은 아니제"
후웅! 채앵!
"?!"
"가까이 붙으면 내가 대응 몬 할줄 알았나?"
낫을 돌려 고속으로 사방을 찢는다..!
"호오, 화난..아니 이건 짜증난 쪽이 더 가깝나?"
끝까지 여유를 부린다. 허세? 아니면 뭔가를 숨겨놓은..
슈화아악!! 촤좌작!!
낫 끝은 허공을 가른다. 아니, 느낌이 아주 없진 않다. 하지만, 별 다른 치명상은 아닌 것 같다.
핑!
"?!"
피피핑! 핑!피핑! 파직!
"으읏..!"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탄환이 날아든다. 어깨에 통증이 온다. 가만히 있다간 벌집이 될 게 뻔하다.
위상력을 장막처럼 펼쳐 몸을 강제로 움직이게 한 다음 탄환 세례에서 빠져나온다.
"후우..!"
빠져나온 다음에는 그의 모습도 보인다. 그가 다시 입을 연다.
"지가 꼭두각시 인것도 모르고, 죽기도 싫다..아, 죽기 싫은건 당연한 긴가?"
"참견하지 마."
"꼬우면 때려눕히든가. 참견이라 말 할 정도면 아주 노답은 아닌갑제?"
"..?"
"마, 생각은 하고 살아라. 니 모가지 위에 있는건 장식이가?"
"..쓸데없이 말이 많아."
"취존 좀 해라. 닌 이름이 뭐고?"
"적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어."
"철벽이구만 아주..뭐 좋아! 나중에 알게 되겄지."
"..뭐?"
의문을 띄운 사이에 또 사라지고 없어졌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드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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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뒤, 임무사항이 바뀌어 진행 중이던 모든 임무를 내버려 두고,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명령이 떨어졌다.
나타는 그 때 못죽인 녀석이 있다며 짜증을 부렸으나, 결국은 기각되었다.
하지만.....지금은?
명령대로 수행했다.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지만 대부분은 이미 명령을 수행한 상황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벌처스는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
"....."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더욱 문제인 것은 그걸 실행에 옮긴 처리부대도 처벌을 피할수 없다는 것이였다.
끼익...
리더가 문을 열고 보고를 받고 돌아온다. 나타나 벌떡 일어나 성급히 묻는다.
"어이, 꼰대! 어떻게 된거야! 빨리 말해!"
"..조용히 해라 나타. 흥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진정하게 생겼냐고 지금!!!!"
"그만!!!!"
매서운 기백을 뿜어대자 나타는 쳇!하고 그제서야 조용해진다.통지 받은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현 시간부로 벌처스 처리부대소속 '늑대개'는...유니온의 클로저 팀과 함께 협력하며 활동한다."
"뭐..?지금 그말은..우리더러 정의의 사도 흉내나 내란 말이야?!"
"거부 할 시에는 위상력을 강제로 회수한다는게 윗선의 판단이다. 클로저 활동을 하며 죄를 감면하라고 한다."
"지금 장난 하자는 것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아아..! 짜증나! 제엔장!!!"
나타만이 화를 씩씩 내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리더가 힐끗 보더니 나에게 묻는다.
"레비아,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문제없습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화를 내는게 아닌 오히려 기회이다.
강남 사태로 유니온이나 벌처스나 한명의 위상능력자도 아까울 정도로 절박하다는걸 알았기에.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내가 생각한 목표는...
'내가 살아있다고 당당하게 서 있는 것'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