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LOVE
덕후나하는캐릭 2015-07-04 4
"드디어 진셋을 다 맞췄어..."
새벽 6시 여름이라면 이미 날이 밝고 참새가 울 화창한 날씨에 컴퓨터 앞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진 얼굴의 남성이 뿌듯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인다. 대체 얼마나 걸렸더라? 게임을 시작하고 무작정 소위 말하는 '만렙'이란 것을 찍고 어떤 웨폰코어와 모듈,실드를 맞춰야 할지 클로저스 갤러리에서 정보를 얻어나간 그는 장시간의 투자 끝에 자신의 최종 목표를 이루어냈다.
모니터 안에는 길고 매끈하게 늘어진 다리 풍만한 가슴을 에이핑크의 안무를 사랑스럽게 소화해내는 '서유리 캐릭터'가 있었다.
클로저스 갤러리에 글을 작성한다. 늘 써대는 의미없는 캐릭터 찬양이다.
제목:유리쟝을 위한 긴 여정을 위해 끝냈다. 진셋 다 맞춤.JPG
물론 그런 것은 여자손이라곤 잡아본적 없는 그지만 서유리 라는 캐릭터를 키우면서 생겨난 가벼운 느낌은 애정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감정이다.
그저 저것은 게임캐릭터 일뿐. 그리고 자신은 현실에서 여자와는 연이 없는 소위 말하는 '파오후'라는 놈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정도면 내 목표에 근접해. 우월함을 갖기위해 게임하는게 아니야.
2성 아바타에 준수한 B급 튜닝 푸른색 오오라를 풍기는 이 웨폰코어 이거면 충분해.
"이 이상은 낭비야..."
그렇게 생각하며 컴퓨터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할때였다.
"어~ 오빠 이대로 끄려고?"
-----
뭐지? 지금 눈앞에는 서유리가...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많은 서유리 캐릭터중 '내가 키우던 서유리'가 섹시한 워킹으로 서서히 앞으로
다가와 내가 있는 쪽에 그 큰 가슴을 들이 밀며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뭐...뭐지? 새로운 기능인가?!
나는 다짜고짜 엔터 버튼을 치고 확**로 **듯이 청축의 기계식 키보드를 두들겨댔다.
유리트루러버:님들! 컴퓨터 끄려고 하니 제 유리가 말을 거네요 언제 패치했었나요?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귓속말들이 날아왔다. 이런 어그로 끌지 말라던가 씻고 자라던가 그런 조롱섞인 귓속말들이 나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했다.
유리트루러버:아니!! 내 캐릭터가 지금 여기 이렇게 걸터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잖아요!
전체 채팅으로 하소연 해**만 다들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렇게 보이는건 나에게 뿐인듯 하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내가 밤을 새서 헛것을 보나...?"
"그런게 아니야 오빠~저 많은 클론들은 다 가짜야 내가 진짜 서유리라구~"
"......어어어어?!"
나는 그대로 모니터 안에서 최대한 가깝게 다가와 나의 눈을 마주하는 서유리와 시선이 마주치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너...너가 유리라고?!"
"응 진혁오빠 나 맞아. 신강고 2학년 재학중. 위상력이 뒤 늦게 각성해 철밥그릇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플레인게이트에서 노력하고 있는 클로저 서유리 입니다~!"
"......유...유리야 그럼...대체 어떻게 나에게 나타난거야?"
나는 한심하게도 눈 앞의 의지를 가진 컴퓨터 캐릭터에게 심장이 벌렁벌렁거림을 느꼈다. 한심한 이유는 캐릭터가 말을 걸어서 나오는 놀라운 감정때문이 아니라 이성에게 느끼는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유리에게 느꼈기 때문이다.
"오빠가 나를 생각하는 진심이 나를 불러낸거 아닐까? 우린 남.녀관계로 이루어져 있잖아?"
내 얼굴이 시뻘개 지는걸 느낀다.
어여쁜 서유리의 목소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내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고 이렇게 나에게 맞춰 말을 해준다는건
이미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여자가 바로 서유리다! 나는 확신했다.
"유...유리야! 사...사랑해!"
다짜고짜 내 주둥이에서 뱉어나온 사랑이라는 단어에 모니터 안의 그녀는 놀란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음~ 나도 진혁 오빠가 좋지만...사랑은 조금 이를지도...? 무언가 들어주면 뭔가 이 감정이 발전할거 같아!"
"뭔데 뭔데! 다 말해 유리야!! 내가 뭐든지 들어줄게!!!"
나는 모니터를 붙잡고 **듯이 흔들어 댔다.
"음...일단 이 아바타 마음에 안드는데...너무 하나만 쓰는거 아니야? 옷에서 냄새난다구...이번에 나온 하복 사주면 안돼?!"
"그...그래 기다려!!!"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바로 편의점으로 가 문화 상품권을 사 넥슨 캐시를 결제하였고.
그녀에게 바로 하복의상을 갈아입혀주었다. 그녀는 너무 기쁘다는듯 자신의 오렌지 색 머리를 다듬으며 말한다.
"오빠! 너무 고마워 덕분에 오빠에 대한 내 감정이 살짝 호감이 생긴거 같아! 그래서 말인데...이번엔...3성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면 안될까?"
"당연하지! 유리가 원한다면 당연히 해줘야지!"
나는 미칠듯이 지갑을 열어 30만원을 결제하여 3성 아바타를 제작하였으나.
75%의 확률이라는건 생각보다 높은 확률은 아니었나보다. 무려 세번이나 실패하다니...
"또...또 실패야 ***!!!!"
꽈앙
"꺅! 오빠 화내지말구~ 다시 잘 다듬어서 해봐 응?"
그녀의 다독이는 미소에 나의 분노는 햇빛을 받은 눈덩이처럼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재수없는 확률에 빠진 나는 1시간도 안돼서 35만원이라는 돈을 사용해버렸다.
"꺄악 너무 이쁘다 너무~오빠 진짜 너무 멋있어!"
나는 그녀의 칭찬에 우월감을 느꼈다.
니들이 그렇게 동경하고 사랑스러워 하는 서유리는 이제 나의 여자가 되었다.
내가 이렇게 유리를 존중해주고 약간의 지출로 그녀가 기쁘다면 나는 이 아름다운 여인을 플라토닉적인 정신적인 사랑이겠지만.
소유할수 있다! 서유리는 내 여자다!!
.
.
.
.
.
-----
"진혁아...우리 집안 형편이 좋은편도 아닌데...이제 그 컴퓨터 게임은 그만하고..나가서 일자리라도 알아보는게 어떠니..?"
그의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진혁의 방문을 열며 조언을 건네**만..
꽈앙
돌아오는건 그의 거친 반항뿐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문을 닫는다.
"유...유리야 미안! 잠깐 방해꾼이 나타났네!"
"싫어~ 오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잖아! 방해꾼은 막아줘! 그런데 오빠...3성도 맞췄는데 튜닝은 안해줄거야? 나 조금 섭섭...한데... 치발S에...에어리얼 S...치명타 피해 S...오빠라면 가능하지...?"
그는 그렇게 미칠듯이 파멸에 한발짝 한발짝 걸어나가고 있었다.
마땅히 일을 하고 있던것도 아닌 그는 자신의 어머니의 가방을 털고
온갖 돈이 되는 물건들은 다 헐값에 처분해 버렸다.
3성튜닝을 처음 해보는 그에게 그 확률이라는 것은 극악으로 느껴졌다.
순식간에 돈이 우습게 빠져나갔다.
이퀄라이저 컴포넌트.
한도가 초과하면 부계정으로 결제를 한다.
골드 거래가 제한되었다면 골드바를 이용한다.
3성 튜닝.
코어 강화.
모듈 강화.
실드 강화.
그의 캐릭터는 갈수록 게임내에서 괴물이 되어갔다.
던전에서 그의 조종없이도 플레인게이트를 초토화 시키는 그녀가 있었다.
그는 손에 턱을괴고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 하염없이 기뻐하였다.
"유리야...사랑해!!"
다시한번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의 캐릭터는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며
"나도...사랑해...오빠.."
그의 바지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정말 오빠 덕에 나는 정말 최강이 되어가고있어...S급 요원도 금방 달수 있을거야!우리 사랑도 영원할수 있을거야!"
그녀의 말에 흥분하는 진혁은 거칠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말인데...진짜 마지막으로 코어만...강화해주면 안돼??"
.
.
.
.
.
-----
"대체 네 동생 대학 입학금까지 다 어디다가 써버린거야 이 녀석아!!!"
나의 어머니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유리의 3성 튜닝과 각종 모듈강화 온갖 코스튬을 지르고 3성을 맞추는데 돈 500이 우습게 빠져나갔다.
나에게 마구 쏘아대는 어머니가 미웠다. 유리가 보고싶다.
그녀는 강화를 해주지 않으면 내가 싫어질거라고 했다.
안된다. 그녀는 이 더러운 세상에 의지가 되는 유일한 나의 그녀다.
안된다. 절대 안된다.
나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집을 나와 사채를 썼다.
게임 때문에 사채를 쓰냐고? 한심하지 않냐고? 그딴게 뭐가 중요해.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수 있다.
"유...유리야!!! 돈...돈 가져왔어! 골드바로 다 환전해서 팔고 강화하면 13강은 우스울거야!!!"
"오빠의 사랑을 증명해준다면 난 평생 옆에 있을거야!"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인다.
대실패
다시 10강
대실패
다시 10강
오염
오염풀고
11강 성공
대실패
다시10강
오염
다시 11강
대실패
다시10강
11강
12강
파괴
무기 구입
튜닝
튜닝실패
이퀄
튜닝
컴포넌트
튜닝실패
이퀄
튜닝성공
10강
11강
12강!!
손이 덜덜 떨린다.
드디어...드디어...
수중에 있는 돈이 얼마 남지 않았을때 12강에 성공했다 pc방에서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다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서...성공이야 유리야!!"
"오빠 너무 멋져! 이제 한 단계 남았네!!!"
"그...그...이번에 실패하면 정말 끝인데...그...그만 하면 안될까?"
"에엑...난 오빠의 그 도전적인 열정에 끌렸던건데....오빠는 나를 사랑하는 진정한 트루러버가 아니었어...?"
시무룩한 유리를 두자 나는 두려웠다 그녀가 나에게 실망할까봐
나는 강화버튼을 눌렀다 심장이 터질거 같았다.
난 이미 사채로 엄청난 돈을 썼다.
감당할수 없다.
그만큼 13강이라는건 만만치 않았다. 누군가가 들고다닌다고 생각해서 우습게 생각했다.
파괴.
나의 머릿속이 새 하얘졌다.
나는 분노의 포효를 질러댔다.
PC방에서 나는 미칠듯이 키보드를 쾅쾅 쳐댔고 나는 그렇게 쫓겨났다.
안돼 이대로 쫓겨나면!
다른 PC방! 유리를 봐야돼! 실패했지만 다시 기달려달라고 해야해!
사채! 다른 사채를 쓰면 돼! 받아 줄진 모르겠지만 안되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
.
.
"유리...야?"
그녀는 돌아온 나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해맑게 웃어주지도,나에게 사랑을 속삭이지도 않았다.
"유리야!! 유리야! 대답해줘 유리야!!"
모니터를 잡고 **듯이 흔들어대지만
그녀는 아무말이 없다.
얼마전의 평소와 같은..다른 사람들의 서유리와 조금도 다를거 없는 캐릭터였다.
그는 그제서야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이 저지른 짓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대체 자신이 저지른 사채빚은 어느정도지..
원금 자체도 없는데..
불어나는 이자는 어떻게 갚지...
공포에 사로잡힌 진혁이 멍하니 초점 잃은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의 시선끝에는 미동없는 3성아바타를 이쁘게 차려입은 '캐릭터 서유리'가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
.
----
"후...겨우 다 맞췄네..."
서유리의 3성 아바타를 실패없이 한번에 성공한 빼빼마른 안경쓴 남성이 뿌듯하다는 듯 자신의 서유리를 바라본다.
흐뭇하게 쳐다보다 그대로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할때.
그의 스피커에서 이질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닿았다.
"어~ 오빠 이대로 끄려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