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액션! 클로저스 - 점심시간

BlackBullet 2014-12-26 2

 교실에 흐르는 공기가 여느 때와는 달리 팽팽해졌다. 차원종과 전투를 벌이던 때와 흡사할 정도의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는 금방 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지만,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공기가 더욱더 무거워질 뿐이였다. 교단에서 수업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도 그런 분위기를 못 읽을 정도로 눈치가 없지 않으셨는지, 시계를 보시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종치고 나가라"

"수고하셨습니다~"

 잠시나마 무거운 중압감이 사라졌지만 선생님이 나가자 말자 모두의 시선은 시계에 집중되었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미미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고, 모두들 의자에 앉은 것도 아니고 서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들 서로 서로 눈치를 보며 손목시계의 초단위 까지 확인하는 섬세함 까지. 그 노력으로 공부를 하지,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조금 답답함을 느끼며 창문을 열었다. 드르륵, 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애써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릴 때 부터 유니온 산하의 기관에서 자라온 나에게 또래의 시선이란 상당히 적응하기 어려운 그것이 있었다. 명령을 받거나, 지시하거나 그런 상하 관계가 익숙했기에 대등한 관계라는 것도 적응하기 힘들달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조금씩 반의 긴장감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탁탁탁탁 거리는 진동....물론 다리 떠는 소리 라던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음들. 힐끗 시계를 보니 종이 치기 까지 채 30초도 남지 않았었다. 대체 점심이 뭐라고 이렇게 까지...?

 10초. 그쯤 되면 이젠 아무런 긴장감도,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반 또한 마찬가지인지라,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감에 아무런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듯한, 이 무력감. 부유감. 적막감...그것에 빠져 들 때면.

빠빠바바바밤 ~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화들짝 놀라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순식간에 책상을 박차고 나가는 반친구들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엉거주춤 하게 일어선 나는 곧바로 창문틀을 밟고.

"아앗!! 슬비 치사해에에!!"

 그런 목소리를 뒤로 하고 힘차게 뛰어 내렸다. 중력을 제어 해서 가볍게 착지 한 뒤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식당쪽을 향해 눈을 돌리고 나니, 요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으랴아아아!! 1등은 나야아아!!!"

"저, 저, 저기 잠깐만?! 유리야?! 1등따윈 상관 없거든? 그냥 지나가..."

"경쟁자는 제거한다!!!"

"말좀 들어!!"

 한손에 빗자루를 늘어 뜨리고 달려 오는 모습은 차원종과 싸울 때의 모습 그대로 였다. 불붙으면 앞뒤 가리지 않는 저런 성격 탓에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맞으면 아플꺼야!!"

 주머니에 있던 샤프심통을 던져 올려 통을 분해 시켰다. 곧바로 그 안에 들어 있는 무수한 샤프심들을 하늘에 주르륵 펼쳐 놓으니 마치 인류 최초의 왕이된 기분이랄까.

"게이트 오브 바빌론!!!"

 아무리 유리라고 해도 만에 하나라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얼굴은 피해서 조준 하고 단숨에 끝낼 작정으로 일제히 발사 했다. 무기가 없는 나로서는 근접전은 절대로 불리 하니까, 어떻게든 원거리에서 저지 해야 한다.

"후읍..!!"

 유리의 평소엔 방실 방실 웃고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 마냥 날카로워 졌다. 가늘게 뜬 눈매는 샤프심 하나 하나를 쫓는 듯,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축 늘어 뜨리고 있던 팔에 가느다랗게 핏줄이 올라오는 것이 보일 정도로 힘이 들어간다. 

따다따다닥-

 그런 메마른 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속도를 유지한채 빗자루를 휘둘렀다. 평소에 자유분방한 사람이 한가지에 집중하면 무서운 법이다. 그 작은 샤프심들의 궤도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정확히 쳐내는 저 반사신경은 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내 점심식사의 제물이 되어라!!"

"아니, 그러니까 나는 뒤에 먹어도 된다니까?!"

 유리는 3m 정도 되는 거리에서 크게 도약하며 뛰어 올랐다. 유리를 따라 내 시선도 점점 올라갔고, 태양마저 가릴 정도로 가까이 온 유리의 그림자가 나를 덮칠 때.

까각ㅡ

 짧은 검은 머리가 내 앞을 막아 섰다. 익숙한 뒷모습 이였지만, 게임 외에는 절대로 먼저 나서는 법이 없는 녀석 이였기에 당혹감이 앞섰다. 설마, 하는 생각에 입을 우물 거리고 있자 먼저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 왔다.

"고마우면 나도 홍차라도 타주던가. 빨리가"

"...아이 러브 커피 아바타 사줄께~"

"....눈치없긴"

 재빨리 뒤돌아 달리느라 중얼거리는 말을 못들었지만, 뭐 상관 없나.....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유리 덕분에 20분동안 줄을 서야 했다. 
2024-10-24 22:21:2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