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zers]- 짧음주의/완결임박/나의 세하가 이렇게 여신일 리가 없어-(11)

내앞에무릎꿇어라 2015-07-02 2

, 아저씨는 의외로 여자 많이 울리고 다녔을 것 같아요.”

 

? 설마. 오히려 좀 좋아해달라고 여자 꽁무니만 따라다녔어. 그러고 보니나 좋다고 먼저 가까이 온 여자는 세하가 처음이네.”

 

, 그런!”

 

세하는 제이의 말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요즘 심장이 쉴 새 없이 두근두근거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세하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그런 거 진짜 치사해!’

 

으으으으으~~~~”

 

? 어디 아프니?”

 

,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빨리 나가요! 언제까지 있을 건데요! 옷 갈아입을 거에요!”

 

세하가 빽 소리치자 제이는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나갔다.

 

세하는 문을 잠그면서 주르륵 주저앉았다.

 

하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 분명 엄청나게 빨갛게 변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정말이지. 난 진짜 아저씨를 좋아하는구나.’

 

세하는 어떤 여자한테도 안 먹힐 것 같은 제이의 구식 멘트 하나하나에 일일이 두근두근거려 버리는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이 행복해져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세하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넣어 옷을 갈아입었다.

 

그 사이, 제이는 문 너머에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문을 잠그다니. 문을. 나 때문에 문을 잠가.’

 

지금까지 나름 신사적으로 아이들을 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경계해서 문을 잠가버리다니, 한 순간에 이미지 대추락이다.

 

제이는 자신을 이성으로 의식하고 있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로 여겼기 때문에 문을 잠그는 거라고 생각했다.

 

곧 문이 열리면서 다 갈아입은 세하가 아직 조금 붉은 얼굴로 제이를 불렀다.

 

다 갈아입었어요.”

 

헐렁헐렁한 상의에 팔보다 길어서 남는 소매, 바지는 아예 안 맞는지 교복 치마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건 헐렁헐렁한 옷차림이었다.

 

.”

 

, , 이거요? 그게. 여자가 되면서 조금 키가 줄어버려서. 헤헤. 헐렁헐렁하죠? 헐렁헐렁.”

 

세하는 제이의 멍한 눈길에 홍조를 살짝 피우면서 소매가 남아 달랑거리는 팔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부끄럽다는 듯 수줍게 웃어버린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천사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해버릴 만큼 세하의 위력(?)은 굉장했다!

 

세하는 계속해서 멍하니 쳐다보는 제이의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손을 모으고는 우물쭈물, 머뭇머뭇거리면서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선글라스 너머로도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조금씩 꼬았다.

 

5분 정도를 그러고 있었을까, 세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물었다.

 

, 뭐 묻었어요?”

 

? , 아니! 아니야. . . , 그래. 잘 어울리는 것 같이 아니라! 빨리 새 옷이 도착했으면 좋겠구나.”

 

.”

 

분위기는 어색했다.

 

제이는 갑자기 엄청나게 의식되는 세하와 단 둘이 있다는 게 괜히 어색해서 쭈뼛거리고 있었고 세하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의식하는 게 보였기에 부끄러워져서 가만히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흐뭇하긴 한데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은 그런 상황이었다.

 

그 때 갑자기 부우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전화다. 헤헤. 전화 좀.”

 

, . 받으렴.”

 

세하는 핸드폰을 들고 창가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본 적이 없는 번호여서 조금 의심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 지금 이 어색함을 벗어나는 게 중요했다.

 

-Hi~ 세하군, 오랜만이야.

 

캐롤 누나였네요. 누나는 언제나 오랜만이잖아요.”

 

-그런가? 후후후.

 

왜 전화하셨어요?”

 

-세하군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

 

순간 세하는 등골을 타고 오싹함이 내달리는 걸 느꼈다. 식은땀이 흘러 등을 축축하게 적셨다.

 

세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 뭔데요?”

 

-세하군이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이 생겼다는 거야! 이미 완성했으니까 먹기만 하면 돼!

 

청천벽력이다.

 

자기 마음에 솔직해지고, 고백까지 하고, 이제는 제이에게 여자로 의식되기 시작했는데, 남자로 돌아갈 수 있단다.

 

지금까지의 행복은 마치 가짜라는 듯이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에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세하야?”

 

.”

 

너무 잔인하다.

 

이건 너무너무 잔인하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서 억지로 포기하고 다른 행복을 찾으려 했는데, 그리고 그 행복이 눈앞까지 왔는데, 이런 식으로 선택을 하라니.

 

심지어 방법이 없다고 말한 지 몇일 지나지도 않았다!

 

차라리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 이런 선택을 강요받았다면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서 느껴진 기쁨에 세하는 혼란스러워졌다.

 

-세하군?

 

.

 

세하는 조용히 통화를 종료했다.

 

무슨 일 있는 거니?”

 

.”

 

세하는 핸드폰을 치마 주머니에 넣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뇨! 아무 일도 아니에요!”

 

제이는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햇빛을 등지고 미소를 짓는 세하가 왜인지 굉장히 쓸쓸하게 보여서, 금방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세하에게 다가가 꼭 껴안아버렸다.

 

, 아저씨?”

 

나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다.’

 

제이가 꽉 껴안자 세하는 답답해졌지만 제이의 마음이 직접 와닿는 것만 같아 조용히 있었다.

 

그의 가슴에 가만히 고개를 기대고 있으니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조금 빠른 고동 소리에 세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울적한 기분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세하는 가만히 제이를 밀었다.

 

제이는 힘으로 세하를 안고서 버틸 수도 있었지만 조용히 밀려났다.

 

세하는 제이를 보며 굉장히 예쁘고, 아름다운, 너무 아름다워서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일 데이트 할래요?”

2024-10-24 22:29:2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