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나비의 꿈 3화
오렌지젤리 2015-07-01 0
쓰러지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양손의 손가락에 힘을 주어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일반인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움직일수 있었고,어느정도의 기운이 돌아온 나는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눈을 떠보니 내가 떠났던 방공호안에 내가 누워있었다. 클로저들이 나를 옮긴건가? 상체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피난민들이 자거나 잡담을 하고있었다.
"살았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나때문에 죽은 아저씨의 모습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깨어나셨어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보다 어려보이는 회색 단발을 하고, 팔에 유니온 안장을 멘 여자가 다가왔다. 여자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아 감사합니다. 유니온소속 사람인가봐요?"
"네 전 오세린이라고 해요"
오세린이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가 가볍게 고개를 내려 인사를 하고 그에 맞춰 나도 고개를 내려 인사를 했다.
"저기 조금 물어봐도 될까요?"
"차원종들에 관한 질문이라면 그쪽이 더 잘알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아직 저희도 차원종에 대해서 모르는것이 있어서 말이죠... 여기서 이야기하기엔 무거운 이야기가 될수도 있고 보안상의 문제도 있으니 밖에서 이야기할까요?"
"네 그러죠"
오세린이 일어나 가볍게 무릎을 털고 손을 내밀었다
"아직 일어나는게 힘드시죠?"
"아뇨 이정도야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허리를 세우고 무릎과 다리에 힘을 주어 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근육들이 풀리지 않은 모양인가? 나는 오세린의 뒤를 따라 방공호 밖으로 나갔고 방공호의 밖으로 나온 오세린을 보고 말단처럼 보이는 클로저들이 오세린을 향해 팔을 세워 이마에 붙여 경례를 했다. 오세린은 가볍게 근무 힘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가깝고 사람이 없는곳으로 가 주머니에서 수첩과 필기구를 꺼내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몇가지 인터뷰할게 있는데 성실하게 대답해 주실거죠?"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대답해 드릴께요"
"네 감사합니다"
오세린이 나를 향해 방긋 웃었다. 그리고 수첩을 넘겨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을 적을 준비를 하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일단 성함과 나이를 알수 있을까요?"
"이름은 박태환. 나이는 올해로 2X입니다"
"2X이면 저랑 같은 나이네요"
오세린이 노트에 시선을 옮기고 내 이름과 나이를 적고 다시 나를 보고 말했다
"음... 긴장하셨나요?"
"이런 인터뷰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면 긴장을 풀수 있도록 편하게 말을 놓을까요? 나이도 같고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답해 주세요"
"아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낳네요. 다음은 뭘 물어볼건가요?"
"그럼 미리 준비해뒀던걸 물어볼게"
오세린이 어깨에 걸쳐진 머리카락을 어깨뒤로 넘기면서 무의식적으로 눈이 오세린의 하얀 목에 시선을 옮겼다.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혹시나 눈이 맞을까 시선을 돌렸다
"내가 그 장소에 도착했을때 김기태요원님 외에 차원종 두마리와 너, 그리고 한 구의 시체가 있던데 그때 무엇이 있었는지 자세히 가르쳐 줄래?"
"조금 이야기가 길어지게 되겠지만 괜찮겠어?"
"괜찮아 조금 길어져도 문제없어"
나는 방공호에 도착한 날부터 그때 무엇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오세린이 무언가 할말이 있는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차원종과 싸웠다는게 조금 신경쓰이는데 그 부분만 다시 말해줄수 있어?"
"내가 그때 머릿속이 하얗게 되버려서... 내 기억으론 작은 차원종을 집어들어 큰 차원종에게 던져버리고 왼팔이 움직이지 않게됬어. 그리고 발로 몇번 차보기도 했는데 오히려 팔로 집어던졌을때보다 약하고, 뭔가 투명한 막에 막혀버린 느낌이 들었어."
"그건..."
오세린이 펜의 뒷부분으로 머리를 콩콩 두들이면서 머릿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헷"
오세린이 무언가를 숨기는 표정을 짓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그리고 차원종을 집어들었다고 했잖아 그때 몸에 힘이나거나 하지 않았어?"
"글쎄... 그러고보니 처음에 잡았을땐 솔직히 한손으론 못들것같았는데 잡고나서 힘을 주니 들렸어"
"음... 답이 애매해서 결정짓기가 어렵네..."
"...? 뭘 결정지어?"
오세린이 필기를 마치고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너한테 궁금한거랑 알아볼게 있는데 내가 2일후면 서울 강남쪽으로 가야되서 혹시 괜찮다면 너도 같이 가줄수 있어?"
"왜 굳이 강남에?"
내가 의문사항을 던지자 오세린이 말을 이었다
"일단 차원종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드는것 자체가 위상력이 없는이상 불가능한 행위인데 너는 손으로 집어 던졌다고 했잖아?"
"어...?"
그럼 나한테 위상력이 있다는 말인가? 보통 위상력은 어릴적에 각성하는걸로 알고있고 나이가 들어 각성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알고 있는데 나는 후자인 경우인가? 머릿속에서 여러 의문사항이 떠돌고 내가 말을 꺼냈다
"그러면 나한테 위상력이 있다는 말이야? 나한테?"
내 말을 듣고 오세린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했다
"그게 확실하지 않아. 손으로 들었다는건 위상력이 있다는 말인데 발로 찼을때 투명한 벽에 막혔다는건 위상력이 없다는걸 말하는 경우여서..."
"그러니까 확실한 결과를 알기 위해서라도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이거야?"
"그 그렇지."
"그런거라면 뭐 따라갈께 여기 있어도 솔직히 클로저들이 주는 밥먹고 자고 하는게 전부인데 여기있는것보단 뭔가 할일이 있는게 내 타입이라서"
"그럼 다행이다. 나도 김기태요원님께 이야기해둘테니까 이야기가 끝나면 방공호안에 부르러 갈께"
"응 고마워 세린아"
"그럼 난 김기태요원님께 가볼께"
"잠깐만 세린아"
"응?"
노트와 필기구를 주머니에 넣고 김기태라는 사람에게 달려가는 세린이를 불러 세웠다. 세린이가 나한테 할말이 있나? 뭐 궁금한게 있나? 라는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한순간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멈춰세우고 물었다
"김기태요원님이라는분은 어떤분이셔?"
"음... 기본적으로 착한분이시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에서 조금 과격해지시는 분이셔 그리고 너가 차원종과 싸웠을때 나타나서 도와주신 분이야 그리고 현재 내 상사이기도 하고"
"아 그사람"
바로 기절했던 탓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대략의 첫 인상을 생각해 보는것은 가능했었다.
"음... 말이 좀 거칠었던 사람이였나?"
"기억나?"
"아니... 바로 기절해버려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말투와 태도정도는 기억하고있어"
"그렇구나 김기태요원님이 첫인상은 나쁘지만 근본적으로는 착하신분이시니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알았어. 그럼 조심히 다녀와 말 잘해두고"
"응. 이따봐"
세린이와 헤어져 방공호 안으로 향해 들어갔다. 적당한 자리를 잡아 누웠다. 몸의 피로가 아직 덜 풀렸는지 눈두덩이가 무거워지고, 졸음이 쏟아졌다.
"태환아 무사했어?"
"아 채은이구나?"
무거워지는 눈두덩이를 힘으로 올려 세우고 잠을 쫒아내려 하며 상체를 일으켜 채은이를 바라보았다. 채은이는 걱정을 많이 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큰 일이 되버리면 어쩔려고! 다행히 무사히 돌아왔지만 다신 여기서 나가지마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걱정은 무슨...니 안부를 걱정한게 아니라 니가 없으면 내또래에 사람이 여기에 없으니까 내가 쓸쓸해질까봐 걱정한거야"
솔직하지 못하긴. 나는 가볍게 웃어 넘기고 눈을 감았다
"뭐가웃겨? 웃지마!"
"알았어 알았어. 난 피곤해서 지금 좀 잘게. 이따 보급품나올때 되서 깨워줘."
"보급품은 오늘 더이상 나오지 않아"
"응...?"
"클로저들이 자기네들이 쓸 예산도 부족하다고 피난민들한텐 하루에 점심 한끼만 주기로 했단말야."
"뭐어? 그럼 우린 배고파도 괜찮고 클로저들은 배고프면 안된다는거야?!"
내가 발끈하여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가벼운 목인사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적당히 분위기가 가라앉고 채은이가 말을 이었다
"애초에 나라의 윗사람들이 결정한 일이고, 윗사람들이 아랫사람 힘든걸 어떻게 알겠어? 자기내들끼리 먹고짜는거지"
"지금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걸까? 클로저라는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그걸 알고나 있을까?"
"그러게... 윗놈들한테 별 기대는 하지말고 우린 어떻게든 살아서 가족한테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어야지."
"그래...진짜 그 돈이 문제야"
채은이가 계속해서 권력자와 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불만과 욕을 토하고 옆에서 아저씨들이 나라욕하면 안된다, 나라사랑하자 라는등의 말을 하고 다른 아저씨들이 오히려 나라욕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는데 대통령은 뭐하냐 대통령도 바쁜데 모두 대통령탓으로 돌리지 말라는등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주장을 이어 나가고 밖에있던 클로저 요원들이 들어와 언성을 높이던 사람들을 제압했다. 나와 채은이는 모른척해서 어떻게든 빠져나왔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는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무슨일이죠?"
"오세린 요원님. 충성. 현재 피난민사이의 다툼이 있어 제압하는 중입니다."
방공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오세린이 방공호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살폈다
"그렇군요 저같은게 끼어들어서 오히려 방해가 된게 아닌지..."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 있을리가 없습니다!"
"아니에요 사실대로 불편했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저 그다지 도움 안되니까..."
"아닙니다! 오세린요원님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제압에 힘이 부쳐 제압하지 못했을것입니다"
"그런가요..? 음... 그럼 여긴 맡기도록 하고 박태환씨 저하고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세린이가 가볍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린이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세린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일단 같이 강남으로 향하게 됬는데 강남에 도착해서 헤어져야 할것같아"
"왜?"
"위상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으려면 그만한 시설을 갖춘 장소여야 하는데 그 장소가 우리나라에 많이 없어. 그래서 일단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게될것같아"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
"고맙다고 하니 안심이네 그리고 나 한가지 너한테 말해야할게 있어"
"뭔데?"
세린이가 시선을 떨어트리며 양손의 검지손가락을 부딛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너가 위상능력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건데 만약 민간인이라고 판단되면 문제야 없어, 하지만 위상능력자인 경우엔 몇주나 몇일의 훈련을 받고 바로 실전에 투입되게 될거야. 그러니 내가 한명의 민간인을 자신과 큰 관계없는 전쟁에 말려들게 한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 걱정이라면 난 별로 신경안써"
"응?"
"나는 힘이 있는사람은 힘을 베풀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그러니 내가 위상능력자라고 밝혀지면 내가 자진해서 훈련을 받고 참가하고싶어"
"거짓말이라도 내 걱정을 덜어줄려는건 고마워 그래도 너무 내 편을 들어주려고는 하지마 나 별로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니까"
"너가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되긴 지금도 나한테 정보를 줄려고 일부러 방공호까지 찾아왔잖아?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는건 분명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여도 큰 도움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
전부터 자신이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믿고 있었는지 자신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놀라 놀란표정을 지었다.
"그 그그... 고맙습니다..."
세린이가 자신이 도움이 되었다는걸 깨닫고 부끄러운듯 홍초를 띄우며 머리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후 뛰는 가슴을 붙잡고 진정한뒤 말했다
"그럼 내일밤에 부르러 올께 그때 출발준비를 다 마쳐둘 생각이여서"
"응 알았어 그럼 그때봐"
세린이가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나도 세린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자신이 도움이 되었다는게 다시 생각났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세린이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도 방공호의 내 자리에 누워 잠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