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zers]-세하 편애/세하 핥핥/나의 세하가 이렇게 여신일 리가 없어-(9)
내앞에무릎꿇어라 2015-06-30 2
‘요리는 애정!’
제이에게 자신이 만든 빵과 쿠키를 먹일 생각을 하자 세하는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세하는 교실의 앞에 적힌 순서대로 차근차근 따라갔다. 혹여나 실수할까 몇 번이고 재차확인하며 마침내 오븐에서 구워낸 결과….
“어, 어째서?!”
세하는 왜인지 모르게 새카맣게 타버린 쿠키와 케이크를 보며 혼란에 빠졌다.
분명 레시피대로 따라갔고 다른 이상한 걸 넣은 적도 없다. 오븐도 완벽하게 예열까지 해놓고 지정된 시간만큼만 구워냈건만 어째서 이런 석탄이 나오는 거란 말이냐!!
세하는 갑자기 뇌리에 캐롤리엘의 말이 스쳤다.
‘엄마의 위상력이 나하고 결합하고 있다고…?’
그래서 위상력이 자신의 몸을 강제로 변화시킨 거라고 했다.
‘서, 설마…. 몸이 바뀌면서 엄마의 끔찍한 요리 실력이 옮아왔다는 건가?!’
“이, 이럴 순 없어….”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엄마와 같은 요리 실력이라고?
‘인정할 수 없어!’
자랑할 정도의 요리 실력은 아니지만 못 만드는 건 없었다. 엄마처럼 요리에 끔찍할 정도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묘한 승리감 같은 걸 느꼈었는데…!
“다시!”
세하는 울컥했는지 오기가 발동했다. 남은 재료는 쿠키를 대략 8개 정도 만들 수 있을 정도.
‘8개 안에 승부를 본다!’
“세하야~”
“정미야.”
“으, 응?”
세하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부르자 정미는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하는 뜨겁기 그지없는 눈동자로 정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좀 도와줘.”
“어, 응….”
비장미마저 느껴지는 그 눈동자에 정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방과 후, 하굣길.
유리와 슬비는 시무룩해져있는 세하를 위로하고 있었다.
“괜찮아~ 요리 못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고작 그런 걸로 너무 기죽지 마.”
“너희들은 몰라.”
세하가 한 마디 툭 뱉자 유리와 슬비는 어색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 세하의 어깨를 탁 쳤다.
“요리는 늘어!”
“우리 엄마는 안 늘었는데…?”
“넌 이세하잖아? 알파퀸이 아니라고.”
“…정말로 늘까…?”
“응! 이 서유리님만 믿으시라!”
유리가 새하얀 이가 드러나게 시원한 미소를 보이며 엄지를 척 세우자 세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저 미소는 정말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기가 죽고 우울해도 옆에서 저렇게 웃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고 위로받는 것 같으니 말이다.
“네 어디를 믿냐? 널 믿느니 게임을 더 하고 말지.”
“어?”
“왜 그래?”
유리는 한 순간 이전의 세하가 보인 것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에 쥐뿔도 없으면서 세상 모든 것에 흥미 따윈 없다는 듯이 인생사에 달관한 태도로 슬비의 복장을 몇 번이고 뒤집어엎던 이세하 특유의 농담을 오랜만에 들어서일까?
유리는 어째선지 굉장히 그립다는 감정에 씁쓸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금방 평소의 활달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의 목을 조르면서 장난을 걸었다.
세하도 오랜만에 즐겁다는 듯이 티 없이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제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장난을 하며 검은 양 아지트에 도착했다. 아지트에는 언제나와 같은 풍경이 보였다.
다리를 달달달 떨면서 인터넷 바둑을 두는 제이와 TV를 보면서 소파 위를 뒹굴 거리는 미스틸테인이 있었다.
“어, 왔니?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은 것 같구나.”
“네, 뭐. 아저씨, 자리 좀 비켜줄래요? 옷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이런, 이런. 오빠라고 몇 번을 말해도 무시하는 군. 세ㅎ…아니, 테인아. 나가자.”
“네? 제가 왜요, 아저씨?”
“형이라니까. 아무튼, 형이 혼자 밖에 있으려니 심심할 것 같아서 그런단다.”
제이는 습관적으로 세하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가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는 세하의 얼굴을 보고는 살짝 홍조를 피우며 흘러내리지도 않은 선글라스를 괜히 추켜세우곤 테인이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나 유리와 슬비가 옷 갈아입을 때 함께 있던 테인이였기에 자신을 데리고 가려는 제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제이는 테인이를 번쩍 안고는 강제로 데리고 나갔다.
“아아, 아아아! 왜요! 전 세하 누나 가슴 아직 못 봤다구요!”
“욘석이! 어리다고 해서 여자 몸 함부로 보려고 하는 거 아니야!”
“네? 보면 안 되는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