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zers]-세하 편애/세하 핥핥/나의 세하가 이렇게 여신일 리가 없어-(7)
내앞에무릎꿇어라 2015-06-30 1
“자, 마셔라.”
“훌쩍. 고마워요, 아저씨.”
“형이라니까….”
제이는 세하에게 막 자판기에서 뽑은 X카리 X웨트를 건네고 자신은 베타 500을 들고 옆에 앉았다.
둘은 학교 매점 옆에 있는 자판기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 주홍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제이는 눈가가 붉어진 세하의 하얀 피부에 노을의 빛이 비치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한참을 울어 몸에 힘이 쭉 빠진 세하의 무방비한 목덜미가 노을빛으로 물드니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제이는 시선을 돌려 베타 500의 뚜껑을 따기 위해 이로 뚜껑을 물었다.
그걸 본 세하는 후우 한숨을 쉬었다.
“주세요.”
“엉?”
세하가 손을 내밀자 제이는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얌전히 베타 500을 건넸다.
세하는 가볍게 뚜껑을 따서 제이에게 돌려주고 자신의 것도 땄다. 그러곤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너무 많이 울어서 수분이 부족했다.
조용히 노을빛을 받으며 홀짝이던 세하는 돌연 입을 열었다.
“전… 남자로 못 돌아가는 걸까요.”
“….”
제이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세하는 뭔가 위로를 해주길 바랐지만 가만히 침묵을 지키는 제이가 조금 야속해서 세하는 픽 웃으며 제이의 어깨를 툭 밀쳤다.
다시 5분 정도 침묵하던 세하는 뭔가 결심을 한 듯 제이를 바라봤다.
다른 곳을 쳐다보며 조용히 베타 500을 마시던 제이도 세하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조용히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와 발갛게 피어오른 홍조, 그러면서도 어딘가 긴장하고 있는 눈빛. 그 눈을 바라본 제이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아저씨. 만약에 말이에요. 제가 남자로 못 돌아간다고… 그렇게 되면….”
“…꿀꺽.”
세하는 한 번 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말을 이었다.
“오, 오빠라고… 불러도 되요?”
“….”
우회적인 고백.
그걸 눈치 못 챌 제이가 아니었다.
제이는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선글라스를 추켜세우려 손가락으로 미간 근처를 더듬었다 지금 자신이 맨 얼굴이라는 걸 알고 어색하게 들어 올린 손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
제이는 용기를 쥐어짜낸 것이 분명한 세하의 표정을 보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포기했다.
‘고민을 하든말든 결국엔 마음 가는 쪽으로 결정 날 게 뻔한데 내가 뭘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게 있었다.
‘유정 씨….’
자기가 먼저 좋아서 따라다녔던 여인이다. 사랑이라는 걸 마음에서부터 한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알파퀸, 세하의 어머니였다.
‘이게 무슨 일이냐.’
한 쪽은 새로이 찾은 사랑, 다른 한 쪽은 좋아했던 여인의 딸.
사실 마음 같아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싶었다. 유정 씨나 세하가 서로 결판을 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한 쪽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남자가 돼서 여자한테 결정을 맡긴다니. 그거야말로 치졸한 짓이지 않은가.
할 수 없었다.
만약 둘 중 하나를 포기할 때 하더라도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하자. 일단 지금은 세하의 용기를 받아줄 때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이게 혹시라도 무책임한 짓이 될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
“…!!”
세하는 설마 제이가 그러마 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차일 걸 각오하고 꺼낸 말이었다.
제이에겐 유정이 있으니까 말이다.
누가 봐도 제이가 좋아서 유정을 쫓아다니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차일 때 차이더라도, 지금의 자기감정을 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서 용기를 쥐어짜내 고백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세하는 너무 감격해서,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제이를 와락 안았다.
제이는 세하가 ** 않게, 듣지 않게 조심해서 나직이 한숨을 쉬고는 세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전과는 다른, 확연히 느껴지는 다정한 손길에 세하의 얼굴이 붉어졌다.
예전엔 뭐라고 할까, 조금 더 어른이 아이를 위로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손길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이전과는 다른 울타리에 들어간 느낌.
제이에게 한 사람의 여인으로, 아이가 아닌 사랑을 하는 대상으로 인정받은 것만 같아 세하는 더욱 기뻤다.
“돌아갈까. 이제 슬슬 퇴근해야지.”
“네! 아, 맞다. 아저씨, 전화 번호 주세요.”
세하가 두 손으로 핸드폰을 건네자 제이는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 픽하고 웃었다.
“어? 왜 웃어요?”
“예전엔 준다고 해도 귀찮다고 안 받았으면서 말이야.”
“그, 그건…!”
세하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제이는 윽, 하는 신음을 흘렸다.
조용히 눈치를 보는 강아지 같은 눈동자에 심장이 쿵하고 울렸다.
제이는 재빨리 핸드폰을 받아 전화번호를 찍어주고는 냉큼 건넸다.
“…헤헤헤.”
“….”
가만히 핸드폰을 건네받아 찍힌 전화번호를 보던 세하가 배시시 웃자 제이는 괜히 다른 곳을 쳐다봤다.
어째 세하가 이전보다 더 귀여워진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소녀만큼 강한 존재가 없다고 했던가, 제이는 괜히 세하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보였다.
‘마음이 참 간사하군.’
한 순간이지만 세하로 인해 유정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서 지워진 걸 느낀 제이가 착잡한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세하와 제이는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슬비나 유리, 테인이는 모두 진즉에 퇴근한 상태였다.
집에 도착한 세하는 왜인지 굉장히 지친다는 생각을 하며 곧바로 자기 방으로 향했다.
알파퀸은 세하가 여자가 된 순간부터 어째선지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분명 애정 어린 시선이나 태도는 변함이 없는데 무언가 관찰을 해야 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에는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싫지는 않았다. 그만큼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명이니 말이다.
건 블레이드를 침대 옆에 두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시킨 세하는 풀썩 침대 위에 엎드렸다.
위이이이잉-
“?”
갑자기 울린 핸드폰에 졸린 눈으로 느릿느릿 핸드폰을 잡아 확인한 세하는 잠이 확 달아났다.
[세하야, 오늘 고생 많았다. 늦게까지 게임하다 지각하지 말고, 잘 자라.]
‘아, 아저씨한테서 문자!’
카톡이 아니라 문자가 오다니?
세하는 분명 제이에게 카톡은 익숙하지 않은 것일 거라고 생각하며 쿡쿡 웃었다.
문자가 더 편하다니. 정말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
그러면서 항상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이전엔 그냥 웃긴 아저씨 같았는데 지금은 귀여워보였다.
세하는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다가 이내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레 답장을 썼다.
[아저씨도 몸조리 잘 하시구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빨리 오빠라고 부르고 싶어요.]
삑.
세하는 핸드폰 화면에 뜬 ‘메세지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를 보고 다시 침대 위를 굴렀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데굴데굴 구르던 세하는 제이가 보내온 문자를 바라보다 이내 조심스레 화면에 Chu 입술을 맞추곤 베개를 끌어와 얼굴을 파묻었다.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