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CLoser 시작의 장
휴엘 2014-12-26 1
서울 강남역 인근 타워 팰리스. 그 옆 다 허물어져가는 8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흑발의 소녀가 잠들어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아 새하얀 살결과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가 이불 끝. 가슴 부근에서 드러났다. 시간은 이미 오전 9시를 넘어 창밖의 햇살이 두텁게 비치는데도 소녀는 아랑곳 않고 잠에 취해있었다. 단지 그녀의 침대 옆 작은 서랍에 올려진 휴대폰만이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을 뿐이었다.
수십 통의 간절한 애원 덕분일까, 이윽고 소녀의 손이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휘젓더니 휴대폰을 쥐며 잠이 덜 깬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좌측에 표시된 붉은 버튼. 그리고 우측에 표시된 푸른색 버튼. 그 둘 중 무엇이 통화버튼 이였는지 생각하던 소녀는 이내 포기하고 ‘어느 것을 고를까요’로 찍은 붉은 버튼을 클릭하자 화면이 잠잠해졌다.
“데헷, 꺼버렸다.”
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잠들려는 소녀를 거부하는 듯 휴대폰이 한 차례 더 울리고, 소녀는 한숨과 함께 이번에는 정확히 푸른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그러나 네모난 상자에서는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소녀가 ‘고장났나?’라는 생각과 함께 휴대폰을 패대기 칠려고 할 때, 분명히. 또박또박하게 살얼음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우우우우우우리이이이이야아아아앙!!”
쾅!
갑자기 들려온 괴성에 놀라 그대로 휴대폰을 집어 던져, 천장에 부딪힌 휴대폰이 튕겨났다. 침대 위로 자유낙하 하는 휴대폰을 쳐다보다 허공에서 낚아채는 묘기를 보여주며 소녀는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
“네, 넷!”
“……하아, 정말. 전화 좀 받아! 그리고! 첫 출근부터 지각이야!”
전화를 바라보던 소녀는 약간 장난끼 섞인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헤헤, 다음부터 잘 할게요 언니~”
“고친다는 말은 안 하고? 아무튼, 빨리 강남역 4번지로 가보렴 . 그쪽에 새로운 멤버도 도착해 있으니까 찾기 어렵진 않을거야.”
“네에~ 그럼 지금부터 준비를…”
“참, 5분 안에 못 가면 감봉 이란다~”
그 뒤, 정확히 0.5초만에 소녀는 이불을 박차고 나와 어젯밤 바닥에 내팽겨 친 흰 와이셔츠. 노란색 넥타이를 헐렁하게 매고 Union에서 지급해준 흑색 장도와 권총을 정비 한 채로 문을 뛰쳐나갔다.
“아차차,”
문이 닫히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가 현관 위에 올려 두었던 카드를 와이셔츠의 허리춤에 집어 놓곤, 예의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유리는 집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