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클로저스-죽어간 자들의 발자취<상>-

기디기니 2014-12-05 0

이 소설에 사용된 지명이나 이름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나 이름과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또한 게임 내의 세계관이나 스토리상에는 영향을 끼치지않는 별개의 이야기 임을 알립니다.



"707특임대... 더 이상은...... 무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들이 버티지 못하면 그럼... 그럼 서울은 어떻게 되냔 말이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상대방의 외침에서는 걱정과 분노가 섞여있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주차장에 그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주차장 내에는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서울에서 약간 위로 올라간 곳에 위치한 의정부의 한 아파트. 그 아파트의 주차장에는 부상을 입고 숨어들어온 여섯 명의 707특임대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대원,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끈적하게 묻은 총을 든 대원, 한 쪽 팔이 뜯겨나간 대원......


-툭


"아, 무전기를 떨어드렸다. 손이 미끄러졌어."


유일하게 일어서 있던 여성 부대원은 벽에 기대어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미래나 한국의 미래. 아니 더 멀게는 이 지구의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사실 결혼식을 앞둔 그녀였지만 이 작전에 참가하게 되면서 결혼식은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이름은 한미영이었다. 상당한 실력을 가진 707특임대의 여성 대원, 707특임대 자체에서 그녀를 매우 뛰어나다고 인정할 정도의 실력파였다. 게다가 특임대의 주요 실무라던가 계획및 행동의 대부분을 전담하고 있어서 인기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자신의 애인이 같은 직업을 가지는 것은 싫었는지, 그녀의 애인은 전자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최연소 교수'였다. 그녀의 나이가 올해로 27세였지만 애인은 25세였으니 말이다.


"후우...... 난 결혼도 못해보고 죽어버리겠네. 제하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녀의 혼잣말에 대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내뱉는 말이 절망적인 상황을 깨려는 것이였지만 아무도 맞장구를 치거나 되받을 기운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사실 적들은 시시각각으로 조여오고 있었다. 그냥 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차원문을 타고 나타난 일종의 괴생명체 였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지만 인간들은 그것들을 '차원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차원종들은 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차원문과 함께 지구를 침략하였다.


즉각적으로 전세계의 모든 방위체계에 비상이 걸렸지만 차원종들을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일단 인간들의 무기가 쓸모가 없었다. 아무리 칼로 베어도 차원종들은 상처하나 입지 않았다. 인간이 아무리 총을 쏘아대고 미사일과 포탄으로 그들을 맞춰도, 차원종들은 죽지 않았다.

인간의 공격수단으로 차원종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피해가 뒤따랐다. 한 학자가 차원문에서 흘러나온 정체불명의 힘을 발견하였고 그 힘을 제거하면 차원종들이 약해진다는 점을 역이용하는 것이었다. 즉, 차원문과 차원종들을 도시까지 송두리째 날리는 것이었다. 일단 차원문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 도시전역에 C-4나 공학포 등의 폭탄이 설치되었다. 차원문이 열리면 도시 전체의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어 도시를 빠져나갔고 거기에는 항상 미끼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남은 인원으로 최대한 시간을 끈 뒤, 도시전체를 폭파하는 방법으로 희생자는 언제나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미영도 미끼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


사실 상처를 제일 적게 입은 사람이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다른 대원들은 다들 큰 부상을 입고있으니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뻔했다. 결국에는 그녀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해야 하는 처지였다.


"곤란하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차원종들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직접 싸워보니 알 것 같았다.


"괴물들......"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던 다리를 다친 대원이 황급히 말했다.


"놈들의 반응이 옵니다."


"최후의...... 작전이구나. 우리 707특임대의 최후"


최후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한미영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최후란 언젠가는 올 것이었다. 작전 도중에 훌륭하게 죽는 것.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너무 빨랐다. 게다가......


'나는, 제하씨를 지키지 못했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와, 적들에게서 인간을 보호하지 못하였다는 슬픔이 드리워 있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였다.


"다들, 특임대다운 죽음을 맞이하는거다!"


그래도, 그 슬픔과 후회를 이겨내며 외쳤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이 단지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 707특임대의 모든 대원들이 마찬가지였다. 이미 아까전에 죽어나간 동료들이 남긴 메세지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였다. 같은 처지이니까. 같은 상황에 처했으니까......


"놈들이 진입한다!"


주차장의 입구에서부터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든것을 부수겠다는 욕망이 섞인 발소리.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익_.


"지금이다! 쏴!"


주차장 한 쪽에 누워있던 대원이 옆에 설치된 레버를 잡아당겼다. 순간 어두웠던 주차장에 몇차례의 섬광이 반짝였다.


-콰아아앙! 콰앙!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로켓포가 외마디 괴성을 지르며 폭발했다. 그 폭발의 후폭풍이 주차장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격해!"


한미영의 지시와 동시에 여섯명의 대원들의 총구가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 주차장은 순식간에 폭발에 의한 화염마와 화약내로 물들기 시작했다.


-타앙! 탕!

-퓽!

-콰앙!


로켓포와 포탄이 날아가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화염속에서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원종들이다! 갈겨!"


"이야아아아아아아아!"


특임대원들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연신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전진해오는 차원종들.


"에잇, 먹어라!"


한미영은 들고 있던 수류탄과 소이탄의 안전핀을 뽑고나서는, 자신들을 향해 기어오거나 걸어오는 차원종들에게로 던졌다. 그것을 본 다른 대원들도 저마다 수류탄을 꺼내어 던지기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라! 이 괴물들아아아아!!!"


주차장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지만 전투는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소이탄에 의한 화염때문에 약간 속도가 느려진 차원종들은, 온몸으로 총알과 포탄세례를 받아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결국 공격을 이기지 못한 차원종 한 마리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러나 707특임대원들은 안심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차원종들이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대, 대장!"


한미영은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다리를 다친 대원에게로 차원종들이 근접해 있었다. 겁을 먹은채 권총을 갈기며 뒤로 기어가는 대원. 한미영은 그 대원을 도와줄 여유가 없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차원종의 손끝에서 뻗어나온 시퍼런 칼날이 심장을 파고들었을 때, 그 대원은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한미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또 대원이 죽어버렸다. 그녀는 이미 충분한 죄책감을 껴안고 있었다.


"대장!"


차원종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대원들의 울음섞인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미영은 그만 자신의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말았다. 더 이상은 동료들의 비명을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푸욱!


여기저기에서 피 튀기는 소리와 신체가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소리,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그저 귀를 막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차라리, 이 상황이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동료들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과도 같았고 그들의 괴로움은 곧, 자신의 괴로움과도 같았다.


"크워어어어!"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그 괴상한 울음소리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두 눈을 번쩍 떠버렸다. 바로 코 앞에, 차원종의 시퍼런 이빨이 번뜩였다.


"꺄아아아아악! 이 괴물!"


그녀는 자신의 총구를 차원종의 입속에 찔러넣고 갈겨버렸다. 피가 튀겨서 미영의 얼굴에 묻었지만 그런걸 신경쓸 셔를이 없었다.


-타타타타탕!


그러나 차원종은 괴로워하지도 않고 한미영의 목을 큼직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큭!"


그 바람에 한미영의 손에 들려있던 총이, 바닥으로 떨어져 망가지고 말았다.


"크르르르르르"


마침 배가 고팠다는 듯이 차원종의 입이 쩍, 벌어졌다. 순간, 한미영의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자신이 어렸을 적에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일.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졸업했던 일. 대학교에 ROTC로 입학한 이후에 여군에 자진 신청했던 일. 지금의 애인, 제하씨와 처음으로 만났던 일. 707특임대에 수석으로 들어오고 난 후의 일들... 그리고 약혼 반지를 받았던 일 까지도......


"크와아아아아앙!"


한미영의 머리가 차원종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


순간, 한미영의 몸에서 전기장이 흘러나오더니 차원종의 몸을 마비시켰다. 그 덕분에 한미영의 몸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응? 뭐지?"


한미영은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았다. 미묘한 스파크가 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따갑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 부분의 느낌만이 뭔가 새로웠다.


"크아아아아!"


잠깐동안의 마비에서 풀려난 차원종이 화가난 듯, 미영에게로 달려들었다. 한미영은 무의식적으로 방어를 하기위해 자신의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차원종의 신체가 한미영의 팔에 닿는 순간이었다.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 크르륵, 크륵 크르......"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강력한 전기장이 차원종의 온 몸을 감쌌고, 결국 차원종은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2024-10-24 22:20:3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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