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기억편 -미스틸테인- 사명(Mission)
환율비청 2015-06-26 3
"어라, 이게 누구야? 테인이 아니야!"-소영-
"구텐 탁! (Guten Tag) 오랜만이에요, 누나!"-미스틸테인-
오후가 조금 넘은 시각, 미스틸테인은 소영이 일하고 있는 가게를 찾아갔다. 임무때문에 거의 가지도 못했던 분식집에서 미스틸테인을 알아본 소영은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었고 그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근데 정말 오랜만에 온 것 같아요, 근 3달만인가요?"-미스틸테인-
"그러게 말이야~ 너희들 플레인 게이트에서 임무를 끝내고 나서도 잘 쉬지도 못했잖아? 여전히 차원종 잔당들이 남아있어서 강남과 구로를 왔다갔다 하던걸."-소영-
그 말에 미스틸테인은 약간 축 처진 목소리로 답했다.
"으으... 그건 그래요, 제 사명이 차원종의 섬멸이기는 한데 너무 일을 계속하다 보니 조금 지치기도 했었어요. 미스틸도 많이 힘들다고 했어요. 저기.. 그러니까 저 떡보기좀 먹어도 되죠?"-미스틸테인-
"후후, 발음이 어려운 건 여전한가 보구나. 그래, 알았어. 지금 줄게."-소영-
곧바로 소영이 떡볶이를 그릇에 담아 건네주자 그 소년은 기쁜듯이 포크를 집어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음음... 우물우물....
"맛있어?"-소영-
"마, 마이기는 한데..요! 매...매워요! 전보다 더 매워진 것 같은데요!"-미스틸테인-
미스틸테인은 폴짝폴짝 뛰며 온몸으로 매운맛을 보였다. 그 리액션이 귀여웠는지 그녀는 씩 웃었다. 그리곤,
"아,---"-소영-
뭔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손바닥을 마주치며 그에게 질문을 내던졌다.
"저기, 테인아. 내가 뭐 물어봐도 될까?"-소영-
"....? 네, 괜찮아요. 물어보세요."-미스틸테인-
국물로 매운 맛을 중화시킨 그가 한층 괜찮아진 얼굴로 대답했다.
"테인이 너, 전에 만났을때도 그렇고 다른 특경대원들 분이나 다른 얘들한테도 '차원종들을 섬멸하는 건 내 사명'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그 '사명'이란 말을 쓰는 이유가 뭐야? 아니, 그.. 차원종들을 없애는 건 당연한 거지만 왠지 사명을 거기다 갖다 붙이는 건 좀 이상해서 말이야. 너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어?"-소영-
"흐으으음....."-미스틸테인-
미스틸테인은 손에 들고 있던 컵과 포크를 천천히 내려놓더니 머릴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누나에게 어디까지 얘기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말씀드릴게요."-미스틸테인-
끄덕.
소영은 굳은 얼굴로 들을 준비를 마쳤다.
.......눈을 떴다, 깊고 어두운 장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손을 뻗어도 닿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장소에 자신만 있었지만 무섭지 않았다,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그렇게 천천히 정신이 죽어갈 무렵...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미스틸테인."
........
"미스틸테인."
..누, 누구야?
"이것은 너의 이름 미스틸테인. 너와 나의 이름.."
미스...틸테인? 내 이름이라고?
"그래, 또 내 이름이기도 하지.."
그런데 넌 누구야..?
"난 너의 분신.. 본체... 맹견의 창..."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이제... 일어나, 눈을 떠서 괴물들을 죽여... 그게, 너와 나의.. 사명."
.........!!!
그렇게 어둠속에서 이어지던 말이 끝을 맺자 그의 앞에 한줄기 빛이 보이더니 그의 시야를 멀게 할 정도로 번쩍이더니 곧 사그라들어 그의 눈에 비춰진 모습들은 흰 가운을 입은 열댓명의 사람들과 난생 처음보는 듯한 이상한 기계들이었다.
"코드네임 MST-Zero, 지금 막 눈을 떳습니다."
"심장 박동수는?"
"안정적입니다. 혈관의 순환, 동공의 불안정 증세도 없어졌고 가장 불안했던 위상력의 적합률도 안정적으로 되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데려가도록, 실험은 성공적이나 다름 없으니 말이야."
"..........윽.."-미스틸테인-
여기까지가 그 아이가 기억하는 예전의 일, 공교롭게도 그 전과 그 이후의 일은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뭐야, 그게? 그러면 그냥 단순히 차원종들을 싫어해서 처리하는 걸 사명이라고 갖다 붙인거야?"-소영-
"네, 그렇죠. 그냥 말하기에는 좀 그래서 남들이 대단하다고 느낄만한 단어를 그럴듯하게 붙여서 말한 것 뿐이에요, 헤헤."-미스틸테인-
소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뭐야, 난 또 뭐 엄청난 비밀이 있는 줄 알고 잔뜩 기대해서 들은 건데!"-소영-
미스틸테인은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냥 단순한 핑곗거리라고 덧붙여 말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일반인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이런 얘길 하는 건 수지가 맞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더불어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스읍... 자,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누나!"-미스틸테인-
"ㅇ..엉? 벌써 가게?"-소영-
"네, 여기에 오래 있으면 유정이 누나에게 꾸증 들을지도 모르거든요, 헤헤헤."-미스틸테인-
"알았어, 그러면 잘 가고! 임무 늘 수고하렴!"-소영-
미스틸테인은 대답대신 고개를 꾸벅거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다시 해맑게 웃으며 총총걸음으로 발걸음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