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When the Starlight Begins - 1

llPoH 2014-12-26 0

5. 

2015년 10월
대한민국, 서울, 서대문구



 " ...정부는 현재 차원문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 체제를 내놓을 것을 발표하였지만, 현재 비상상태 발령은 내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 나 참... 대비 한번 빠르시구만... "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던 뉴스를 끄고 아무렇게나 내평겨쳐 두었던 가방을 들고 현관을 열고 학교를 향해 걸었다. 차원문 사태에 전 세계가 떠들썩한 상황에 지금 정부는 무었을 하고 있느냐는 고민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학교에 가까워 질 수록 이런 상황에도 등교는 하라는 교육청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 오오-! 유인이 왔구나-! "

 교문을 넘어 교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시화가 해맑은 표정으로 인사한다.

 " 어- 그래... 안녕... "
 " 어라, 무슨 일 있어? 기운이 쭉 빠져있는데 "
 " 아 별거 아냐..."

 적당히 인사를 받아 넘기고 자리에 앉았다. 역시 학교더라도, 아침조회 전의 자기 자리 만큼 편안한 자리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이상한 것 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난 여기가 제일 편안했다. 그대로 몸을 푸욱 숙여 눈을 감으면 여기가 마치 천국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아-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ㅡ이라고 생각한 찰나, 매정하게도 종소리가 울린다. 종소리가 울리고도 몇초간 자세를 유지하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발소리에 허겁지겁 일어나 필요한 필기구와 교과서를 준비한다. 선생님이 들어오신걸 확인하고는 창 밖을 보았다. 

 ' 어라...? '

 창문가로 보이는 종로구에서 무언가 검은 벽 같은게 올라오는 것 같다. 벽이 어느정도 올라와 태양을 가려 빛이 차단되자, 나 뿐만 아닌 모두가 눈치챈 듯 하다. 벽의 움직임이 정지하자, 머리속에서 무언가가 번뜩 스쳐지나갔다. 나는 이것을 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읽은 적이 있다. 저건...

 " 차단벽...? "

 반 아이중 한명이 굉장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당황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다. 차단벽이란 것은, 인간은 차원종과 접촉 할 수록 차원종으로의 변이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그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차원종이 하나라도 발생 할 경우, 그 지역은 바로 저 차단벽에 의해 차단된다. 그런데 바로 종로구쪽에 차단벽이 발생했다는 것은 아마도 종로구에 차원종이 출연했다는 걸까. 그렇다면 여기는 절대로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어서 도망쳐야 한다. 최대한 멀리,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그러나 그런 고민은, 쓸모도 없어졌다.

 " 얘들아 큰일났어! 은평구와 마포구쪽에 차원종이 나타난 것 같아...! 차단벽이...! "
 ' 은평구와 종로구... 뭐...? '

 도망치긴 글렀다. 상황은 파악했지만 그로인해 절망만 더해졌다. 이렇게 한순간에 죽음이 몰려온다니,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감정통제가 안 될 지경이다. 언제나 해맑던 시화의 눈에서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차원종에게 둘러쌓인게 아니다. 이곳, 서대문구 안에, 차원종이 나타난 것이다. 



 우선은 과거 민방위 훈련때 처럼 대피를 시작했다. 민방위 훈련 상황, 그러니까 전시상황과는 조금 많이 다를지 몰라도 현재로써는 이것이 제일 적합하다 판단한 듯 하다. 계단을 내려가던 찰나, 몇몇 아이들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런걸 신경 쓸 시간따윈 없다. 없을 것이다. 가족이... 하지만... 

 [ 키야아아아악! ]

 두 선택지 속에서 고민하던 찰나 처음듣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니, 짐승보다는 사람의 비명같았달까. 소리의 근원지는 탈출구와 거의 동일하였기에, 우리는 결국 소리의 근원을 보고 말았다.

 " 차원...종... "

 당황한 목소리로 맨 앞의 아이가 말하였다. 그리고 후에 나의 시선이 도달한 곳에는, 인간의 형상을 한 인간이 아닌 것이 존재하였다. 머리는 삼각형이였으며, 눈으로 추정되는 기관이 8개, 상체에 비해 하체가 거대하였으며, 손톱은 굉장히 날카로웠다. 저것이... 세계 인구의 5%를 멸종시킨 차원종이다. 사진으로는 인터넷에 떠도는 설명을 본 적은 있지만 감정은 차원이 다르다. 공포또한 뛰어 넘어, 자신의 생존 그 자체의 문제에 시달리는 기분이다.

 " 으...윽.... "

 저 앞에서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아차, 그러고보니 잊고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 차원종의 형상을 본 사람은, 차원종으로의 변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 그렇기에 정부는 차원종의 사진을 넷상에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였었다. 그리고 그 첫번째 희생자가 지금 내 앞에서 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      ]


 ...! 두통이 머리를 파고든다. 드디어 내 차례인가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매우 고통스럽다. 아니 고통과는 조금 다르다. 공허했다. 머리속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졌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삶이 필요 없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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