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12-

이케아라 2015-06-22 4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국토면적은 일개 반도에 지나지않는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없을 정도로 방대한 넓이를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면 어느 지역이든 자동차만 있으면 충분할테지만,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자신들이 신는 신발과 동일시하고, 자동차다운 역할을 하는건 미국내를 오가는 항공기정도다. 다른 주로 오가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양의 돈과 시간이 허비되는 이 나라에서, 검은양 팀의 최연장자인 제이가 한숨을 푹 쉬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역시 비행기로 이동하는건가..."


"아저씨. 괜찮으세요? 물있는데 드릴까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올려다 보는 테인이를 보고 제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고소공포증이라는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팀의 막내인 테인이가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몰랐나보다.


"그렇게까지 걱정할것 없어. 속이 울렁거리긴 하지만..."


"그렇게 뒤에 쓸데없는 푸념을 붙히니까 테인이가 걱정하는거라구요. 제이씨."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관리요원 김유정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제이에게 딴지를 걸었다.


"그런가?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드러내버렸군."


착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제이는 항상 갖고 다니는 약을 꺼내먹은뒤 주위상황을 둘러봤다.
지금 검은양 팀은 테러조직을 진압하기위해 작전용 항공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검은양 팀 말고도 수십명이 넘는 클로저들이 저마다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손질하고 전의를 다듬는 중이었다. 일반인으로 이루어진 테러조직을 상대하러 가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상당히 긴장한듯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클로저라할지라도 총으로 공격을 받으면 고통을 느끼는건 당연하고, 테러조직은은 단순한 군사물품뿐만 아니라 차원종을 소환하는 장치까지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위험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초인이라고 할 수있는 클로저라 할지라도 이번 전투는 무장단체와 다수의 차원종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이니 긴장할 수밖에.


"이제 작전지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도 남지 않았으니까 작전을 설명할게요."


창밖의 풍경이 변하고 어느정도 예정된 시간이 도래하자 각 팀의 관리요원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작전설명을 시작했다. 유일한 한국의 클로저팀인 검은양의 관리요원 김유정도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우선, 적의 전력에 대한 것 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군수용품으로 무장한 인간은 대략 수백명에서 1천여명 정도. 하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대량으로 복제해놓은 칼바크의 가방때문에 상당히 힘든 전투가 될거에요. 저희들의 최우선 목표는 차원종을 소환할 수있는 칼바크의 가방을 저희쪽에서 먼저 확보해두는것. 그러니 괜한 전투로 테러조직의 신경을 건드려선 안됩니다."


"그러면 가방을 숨겨놓은 장소를 제일먼저 제압해야될텐데... 거기가 어딘지 알아놓았나요?"


날카로운 눈동자를 빛내며 진지하게 질문해오는 슬비를 보고 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유니온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한 끝에 녀석들의 기지구조를 파악하는데 성공하긴했어. 하지만 가방이 보관되있는 곳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것 같아. 일단 유력한 장소를 추려내긴 했지만, 금방 찾아내는건 힘들거야."


눈썹을 늘어뜨린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유정을 보고 다른 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올라왔다.
유일하게 담담해보이는 제이가 팔짱을 낀채 조용히 말했다.


"그건 큰일인데... 이만큼이나 되는 클로저들이 움직인이상 언제 적들에게 발각될지 알수가 없어. 우리들중 한명이라도 놈들의 시야에 띈 순간 수백마리가 넘는 차원종들이 역으로 우리들을 습격할지도 몰라."


'게다가 유니온과 테러조직의 연관성도 의심되는 이런 상황에서 놈들이 이번 작전을 모르고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제이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밖으로 내진 않았다.
이곳은 유니온에서 준비한 항공기안이니 도청당할 위험성도 충분하고,애들앞에서 이이상 유니온에대한 불신감을 자극하는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를 악문 제이를 보고 김유정과 다른 이들고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을때, 기체의 외부에서 뭔가 이상한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응? 이게 뭔소리죠?"


조금 멀리서 들린것 같긴했지만 무언가가 계속 부서져가는듯한 불길한 소음이 클로저들의 귀에 닿았다.
부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던 유리가 그렇게 질문하자 김유정이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 구름이 낀것때문에 번개에 맞은건 아닐테고... 해안에 가까워져서 버드스트라이크라도 발생한건가?!"


버드스트라이크는 새가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항공사고다. 보통 저공비행을 할때 근처에서 날고 있던 새가 엔진에 부딪히면서 많이 일어나는데, 지금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얼마 안남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저공비행을 하고있었으니 김유정이 비행기밖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원인을 버드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하는것도 타당할테지.
하지만 백전노장의 클로저이자 여기있는 그 누구보다도 차원종과의 전투경험이 가장 풍부한 제이는 짐작가는바가 있었나본지 다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이런...! 이건 조류형 차원종의 울음소리야! 놈들이 먼저 선수를 쳤어!"


항상 실없는 소리만 해대며 긴장된 분위기를 느슨하게 바꿔주었던 제이가 강남에서 데미플레인이 출현했을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자 다른 검은양 팀원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수의 차원종들이 창밖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고, 각양각색의 깃털을 흩날리는 조류형차원종들이 꿀을 발견한 꿀벌들처럼 엄청난 군세를 자랑하며 클로저들이 밀집되어있는 항공기를 일제히 공격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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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뼈가 골절되면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병원신세를 져야될까?
붕대로 상처부위를 감싼채 몇주동안 뼈가 붙기를 기다려야되고, 그 이후엔 제대로된 생활이 가능할때까지 재활치료를 받아야된다. 하지만 검은양 팀의 클로저로써 미국으로 출장을 와서 키텐에의해 온몸의 뼈가 골절당했던 세하는 단 1주일만에 붕대를 푼건 물론이고 고도의 훈련까지 병행할 수있는 수준까지 완치된 상태였다.


"흠... 이세하군. 본인이 맞으시죠?"


"네."


유니온본부 근처에 건설된 위상검진센터에서 흰가운을 입은 지적인 의사가 안경을 들어올리며 세하의 상태가 적혀있는 종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국인인 세하를 배려해줬나본지 의사는 동양인으로 보였는데,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게 범상치 않아보였다. 는 세하본인의 이름을 확인받은뒤, 천천히 종이에서 눈을 뗀뒤 세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당신의 몸상태에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키텐의 공격때문에 파괴됐던 신체는 이제 다 완치됐어요. 정말 괴물같은 회복력이군요. 부럽습니다."


"하하하..."


의사는 딱히 세하를 욕할의도로 말하지않았지만, 세하는 자기도 모르게 괴물이라는 단어를 듣고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전 자신들 앞으로 배송된 택배가 아직도 의식되나보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인 문제를 극복했다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위상력이 회복되지 않았으니 좋은상태라곤 할 수없겠군요."


의사가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를 세하에게 건네줬다.
그가 보고 있던 종이엔 한국에서 처음 위상검사를 했을때의 그래프와 최근에 검사를 했을때의 결과를 그린 그래프가 비교되어있었는데 지진계같았던 그래프가 나름대로 안정화되긴 했지만, 위상력을 발현할 수있는 상태까지 치료되진 않았다. 그 사실을 들은 세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위상력을 회복시킬려면 어떻게 해야되죠?"


"저희들이 준비한 약을 1주일 동안 꾸준히 복용하면 됩니다. 그럼 당신의 위상력이 돌아오겠죠. 잠재력이 워낙 높아져서 나중에 그 힘을 다루는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알파퀸의 아들0인 당신이라면 금방 적응할겁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네...'


어렸을때 자기 이름앞에 반드시 붙어다녔던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말을 듣자 세하가 감회가 새로운 표정으로 미지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느정도 자기할말을 끝마친 의사가 진단서를 건네주며 세하에게 말했다.


"일단 이걸들고 7층으로 가서 약을 받아주십시오. 그쪽에 연락을 둘테니 이 종이를 보여주면 바로 1주일분의 약을 제공해줄겁니다. 하루에 1알씩만 복용하시면 되구요. 이제 검사할만한 항목은 없는것 같으니 퇴원하셔도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얼떨떨하게 종이를 건네받은 세하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환자의 무사퇴원을 축하하듯 냉철한 의사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고, 세하는 후련한 기분으로 병실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순조롭게 약을 챙겨받은 세하가 병실로 돌아가려했을때, 불길한 호출음이 세하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검은양팀의 이세하군. 유니온본부 S급 클로저 제임스 로빈님께서 호출하십니다. 즉시 최상층으로 와주십시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유니온본부 S급 클로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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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슬비의 입에서 거친 기침소리가 터져나왔다.
모든 클로저들이 미리 장비하고 있던 비상낙하산 덕분에 추락해가던 비행기에서 무사히 탈출하는데엔 성공했지만, 폭발의 여파로 인해 입고있던 옷이 조금 탔고, 더러운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있어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유정언니! 제이씨! 유리야! 테인아! 어딨어!"


제대로 앞도 못보고 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목청을 쥐어짜낸 슬비가 애탄목소리로 팀원들의 이름을 불렀다.
폭발한 비행기가 불타는 소리, 상공을 가득 매운 차원종들의 기괴한 울음소리때문에 슬비의 목소리는 처참히 묻혀졌을테지만, 그녀의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몸을 날렸다.


"****.. Get out! brat!"
(**...비켜! 꼬맹아!)


"꺄악!"


갑작스러운 척력에 멀리 밀려나간 슬비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강한 풍압이 얼굴에 작렬한 덕분에 눈을 가렸던 흙먼지가 떨어져나가자, 슬비는 자신을 밀쳐낸 사람에게 항의하기위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이게 무슨짓...!"


하지만 자신의 시야를 가득 매운 광경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분출하는 피분수와 뻥 뚫린 신체, 하늘을 뒤덮은 각양각색의 차원종.
조금이라도 더 앞에 있었다면 자신의 머리가 관통했을지도 모를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멈춰선 깃털과, 그런 자신을 간신히 지켜낸 거대한 신체를 지닌 클로**지...  지금 벌어진 사건을 가까스로 파악한 슬비가 머리를 얼싸맸다.


"막아...준건가...?"


자기 대신 죽어버린 클로저를 보고 슬비가 이를 악물었다.
어린 시절. 차원종의 습격으로 품안에 자기를 안은채 죽어버린 부모님과, 그런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끝없는 노력을 반복했던 자신이... 이번에도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꽉 다문 입술에서 부드득 거리는 소리가 작렬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바닥에서 손톱에 찔린 상처때문에 피가 흘러나왔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빛낸 슬비는 힘겹게 감정을 진정시키고 자신의 주무기인 단도를 꺼내 공중에 띄운뒤,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전자탐지기를 빠르게 조작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깃털이 흉흉한 위상력을 내포한채 슬비를 노렸다.
하지만 미리 공중에 띄워놓았던 단검들이 예측이라도 한것처럼 슬비의 몸을 지켜줌과 동시에 공격을 가한 차원종들의 몸을 그대로 꿰뚫었다. 양
단된 시체에서 불길한 피분수가 분출됐지만, 슬비는 그런것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듯 진지한 표정으로 손에 들려있는 탐지기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약 2분동안 자동전투와 탐색을 병행한 슬비는 자신이 찾던것이 화면에 나타나자 밝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찾았다!"


슬비는 이전에 제이의 부탁을 받아 대기실에 설치되있을지도 모를 도청기를 확인했던것처럼, 이번에도 기기를 이용해서 주변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한것이다. 클로저가 불시착한 곳은 외딴 미개척지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품속에 지니고 있을 전자기기만을 탐색할 수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한건 좋지만...이대로 가다간 격전이 난무할텐데..."


마음같아선 흩어져있을 팀원들과 합류한다음, 차원종군대를 바로 섬멸한뒤 테러조직의 본거지로 쳐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차원종이 날뛰고 있는 이런 상황속에서 검은양팀만을 찾는건 불가능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슬비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예전에 한번 시전하려다가 김유정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니온사람들에게 사용하지말도록 제재를 받은 기술을 쓸때가 온것이다.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슬비는 자기를 지켜준 이름모를 클로저의 눈을 감긴뒤 전자탐**에 표시되어있는 모든 클로저들의 휴대폰에 경고메시지를 보내 퇴각을 명령했다. A급 클로저에 견줄만한 권리를 지닌 검은양팀의 리더인 슬비가 퇴각을 명령하자, 화면에 표시되어있던 클로저들이 군말없이 자리를 이탈했다. 그런 클로저들의 모습을 화면으로나마 바라본 슬비는 비장한 표정으로 온몸의 위상력을 끌어모았다.


온몸에서 넘실거리는 파랑색 위상력과, 그것으로도 모자랐나본지 죽은 클로저의 몸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위상력까지 모두 끌어모아 양팔에 집중시킨 슬비는 강한 고통을 견디는듯한 괴로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를 악 물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가녀린 몸에서 나온것이라곤 생각할 수없을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차원종들의 울음소리를 덮어버렸다.
수천마리에 달하는 차원종들의 시선이 일제히 슬비가 있는쪽을 향했다. 터무니없이 방대한 위상력을 뿜어대며 소리를 질러대는 클로저는 차원종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주목과 사냥의 대상이다.
흉흉한 눈빛으로 슬비를 향해 돌진하려던 차원종들이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머리위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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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끝 위기시작입니다.

1주일 간격으로 올리려고 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시험기간이니까 조금 봐주세요. ㅎㅎ;

매번 제 글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은 미숙하고 자신감이 없다는 생각뿐입니다. 요즘 제 소설 조회수도 좀 떨어진것 같고...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전 오늘도 키보드를 두들기겠습니다. 잘 봐주세요~

2024-10-24 22:29: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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