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 프롤로그
남주인공보정 2014-12-25 2
*이 소설은 클로저스와 다른 부분이 상당량 존재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오리캐입니다. 오리캐를 싫어하시는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클로저들을 흔히 수호자라고 말하지."
통행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도로에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차원종들의 습격 탓에, 이쪽 도로는 통제되어있는 상태였다. 도로를 탈환해보고자 특경대 및 군인들이 동원되고 있지만, 간신히 도로 측에 위상력 억제기를 넣은 차를 정찰시키는 것으로 도로탈환의 희망을 꿈꾸고 있는 상태. 즉, 이 도로를 군대의 호위도없이 지나치는건 자살행위였다.
하지만 그 도로를 유유히 한 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보기에도 호화로운 기다란 차량이다. 어느 정도 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게 고급 리무진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방탄처리는 물론 내구성도 높은 차, 그리고 매우 호화로운 차다. 하지만 아무리 방탄처리가 되어있다지만 차원종을 상대로는 순식간에 터져버릴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진짜로, 혹은 언제나 수호자 취급하고 있는 건 아닐세."
담배 연기가 차 안을 휘감자 소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럴 만도 하지. 18년 전, 인류는 차원종들에게 전멸할 뻔했지. 그때는 그야말로 6.25전쟁 뒤만큼의 상황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지. 하지만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회복했다. 우리의 문화, 경제, 정치, 군대 심지어 자존심까지도. 한강의 기적을 능가하는 일을 우린 해낸 거야. 이제 이런 도로도 특경대나 군부대의 호위하에는 돌아다닐 수 있고, 전국적인 교통망을 유지하고 있네. 이렇게 숨 가쁜 상황들 속에 살다 보면 자신의 일밖에는 보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국방부 장관, 이충현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비고는 말했다.
"이렇게 일어설 수 있게 된 것도 클로저들 덕분이지."
달리는 리무진, 소녀는 국방부 장관과 함께 있었다. 분명 다른 이들이었다면 딱히 군인이 아니었다고 해도 장관이라는 직함 때문에 굳어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녀에게는 지루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 위대한 클로저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담배를 피시는 이유는 뭔데요?"
국방부 장관은 다시 한번 고급 시가를 꺼내며 말했다.
"그야 자네가 이제부터 클로저가 될 테니까."
"뭐라고요!?"
소녀는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노려보며 말했다. 보통 클로저가 된다는 건 영광이다. 4급 공무원 취급이기도 하고, 명예, 잘하면 부까지도 장담이 가능한 자리다. 게다가 UN산하기관인 UNION에 소속되는 거니 한국 정부의 간섭도 잘 받지 않는 자리다. 이런 조건임에도 소녀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미쳤어요? 절 내보내면 세상이 혼란스러워 질 거라구요. 게다가 그냥 내보내는 것도 위험한데, 아예 위상력을 쓰는 클로저가 되라구요?"
"잘 생각해보게. 자네의 위상력은 굉장한 수준이야. 솔직히 그 잠재된 위상력만 놓고 보자면 이세하, 아니 그 이상으로 능가할 수도 있어. 자네는 군부대 출신이었지만 그 기량만 보여준다면 클로저로 받아줄걸세."
"그러니까 미쳤냐구요. 대체 왜 클로저인데요? 그냥 군부대 소속이어도 괜찮은 거잖아요?"
소녀의 불평에 장관은 한숨을 쉬었다. 소녀에게는 당연하지만, 국방부 장관의 말을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비록 그녀가 군소속이라고 해도, 장관 자신조차 이 소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처지였으니까. 국방부 장관은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역시 소녀에게는 설득 따위는 통하지 않을 기세다. 찔러보기도 전에 강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한채영양. 나는 자네에게 권고하는 게 아니네. 명령일세."
"대체 왜-"
"5년 전의 빚, 지금 갚아줘야겠네."
"……."
"네, 뭐라구요? 신입을 한 명 더 맡아달라구요?!"
유능한 일 처리로 고속 승진을 하던 요원, 김유정은 마침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상을 내리쳤다.
"장관님, 이건 너무하시잖아요. 아무리 장관님이시라도 저흰 지원을 보내달라고 했지, 신입을 받겠다는 소린 하지 않았어요."
황량하기만 한 사무실. 주변에 공기조차도 차갑게 느껴지는 매서운 분위기였다. 사방으로 어질러져 있던 파일들조차 깔끔하게 치워져 있고, 주변 환경조차 깔끔 그 자체였다. 당연히도 국방부 장관이 방문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UNION은 UN소속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인 김유정이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UNION본부에서조차 냉랭했던 지원요청을 받아들이고 상의하기 위해 온 자리였다. 그러나 그렇게 깔끔했을 사무실은, 상위에 엎질러진 커피로 더러워졌다.
"거, 너무 흥분하지 말고 들어보라고."
김유정의 날카로운 말에도 장관은 태평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단지 그 뒤에 서 있었던 채영만이 불편한 얼굴이 되었을 뿐이었다.
"검은양 프로젝트는 5명이 정원인 걸로 결정 난 거 아니었나요? 아니 애초에 이 어린애들에게만 싸우게 할 상황이 아니라구요. 바로 곧 A급 차원종인 말렉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신입하나 더 보내는 걸로 끝낸다니, 저희들이 전멸당하는 걸 바라기라도 하시는 건가요?"
김유정의 말에 채영은 얼굴을 구겼다. 애초에 자신이 원해서 온 것도 아닌 자리인데 불려 오니 이 모양이다. 절대로 기쁜 상황은 아니었다. 김유정도 채영을 잠깐 보고는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누가 오더라도 마찬가지지만, 김유정은 신입으로 올 채영을 별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왜 그러나 유정양. 자네도 알잖나. 검은양 프로젝트가 꼭 5명일 필요는 없다는걸. 애초에 5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잖나? 그냥 긁어모으다 보니 5명이 된 게 아니냐 이 말이야. 거기에 한 명 더 추가한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지금 저랑 말장난하시자는-"
"잘 듣게."
화가 난 김유정의 말을 강하게 자르며 장관이 말했다. 재떨이를 비비며 담배를 보는 장관의 모습은 심각했다. 적어도 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앞에서 보면 분명 그 한뜻 찌푸린 모습으로 호랑이가 생각나는 표정을 하고 있을 터였다. 장관은 그렇게 강인하고, 인기많은 사나이였다.
"자네가 왜 화내는지도 알고 자네의 답답함도 내 모르는 거 아닐세. 평화의 도시라고까지 불리던 강남에 갑자기 B급, 그것도 사실상 A급인 차원종이 나오니 다급했겠지. 거기에 제대로 된 지원이 아닌 못 미더운 신병이 왔으니 골칫거리만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하네. 하지만 말일세, 김유정양."
담배에 불을 붙이며 장관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도, 애국자일세."
"……."
"나도 이 나라를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국민의 안녕을 우선시하고 있네. 물론 그게 필요하다면 나도 육해공 장군들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지원할 수 있네. 하지만 알겠지만, 탱크의 주포가 그들에게 먹히던가? K-9 자주포는? 그렇다면 공군 폭격은? 전부 안 먹혔지 않는가. 그 빌어먹을 위상력때문에."
김유정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특경대조차 E급 차원종이 아니라면 힘든 상황이었다. 여기서 재래식 무기를 더해봤자 승산 따윈 없다. 이대로라면 인류는 전멸한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김유정을 보며 장관은 말을 이었다.
"그 내가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이 여기, 한채영 양일세.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란 말이네."
김유정은 그 말에 잠깐 깜짝 놀라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이미 열변을 토하느라 물들어버린 커피색 대리석과 책상이 보였다. 국방부 장관의 양복에조차 커피가 묻어있는 상태였다. 이건 부장에게 술 먹고 멱살 잡는 수준의 실례를 훨씬 초월했지 않은가!
"죄,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그만……."
곧 새파래진 얼굴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김유정을 보면서 장관은 너털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아니, 자네는 직급에 상관하지 않고 사람들을 진정으로 구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되어 다행이네. 그저 직급에 따라 굽실거리기만 했다면 역으로 내가 화냈을걸세. 정장에 묻은 커피는 태만해지지 않기 위해 자네가 준 각성제라고 알고 있겠네."
"……."
채영은 그 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저것이 이충현이란 인물의 본성이었다. 이충현은 정치인으로서의 행실은 빵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뼛속까지 군인이었다. 우직하고 무식한 방법을 실행하더라도 결국은 그게 모두를 지키는 길이 되는 일뿐이었다. 저 말은 아마 채영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기도 했을 터이다. 김유정은 확실히 나쁜 사람은 아니다. 채영은 그렇게 이해했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하지만 그녀는 위상능력자라는 걸 빼곤 제가 아는 게 없는데요."
김유정의 당연한 항변에 장관은 싱긋 웃었다. 그녀가 그걸 물어보기를 바랐으니까.
"유정양은 '아르테미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네, 아르테미스요?!"
김유정은 식겁하며 눈이 커졌다. 아르테미스, 그녀가 모를 리는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역대 최고의 비극이며, 또한 국격을 심각하게 떨어뜨린 사건이었으니까.
"그, 그 아르테미스 말씀이신가요?"
"그러네.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미디어에서는, 인공적인 위상 능력자를 만들기 위해 온갖 실험을 하고, 위상력에 대해 개발하다가 어느 날 사고로 한 명을 제외하곤 다 죽은 사건이라고…아!"
김유정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숨을 멈추었다. 그렇다면 국방부 장관 뒤에 있는 여자아이는….
"그래, 아르테미스의 유일한 생존자일세."
잠깐 사무실의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채영은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세 명이 동시에 할 말을 잃었기 때문에, 장관의 담배 연기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김유정의 눈동자는 떨고 있었다. 평상심을 되찾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녀는 공무원직에서도 얼마 안 되는 아르테미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장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채영양의 코드네임을 아르테미스라고 붙일 생각이네."
"하지만 그래서는 장관님께선……."
"말했잖나.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이라고."
김유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생존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실패한 듯 보였지만, 단 한 명 상상을 초월하는 위상력을 각성한 소녀가 있었으니까. 다만 이 일이 드러났을 때, 국방부 장관은 책임을 떠맡고 그대로 사퇴할 뿐 아니라, 심하면 감옥까지 가야 할 중대한 일이었다.
"유정양. 그녀는 UNION에서도 승인했네. 물론 내 정치 생명은 끝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나에 대한 건 어찌 되든 좋네. 어차피 장관직이란 것도 사람이 살아야 해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장관을 보며 유정은 자신의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장관은 정말로 최고의, 심지어 자신조차도 파멸할 수밖에 없는 카드를 들고왔다. 그의 결단은 김유정조차도 쉽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엘리트 자리를 올라가던 그녀였기에 더욱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겠네. 휘두르는 건 자네가 해주게. 기억하게. 장관인 나는 자네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말이지."
"걱정 마십쇼, 장관님.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경례로 답을 한 김유정은, 그날로 검은양 팀에 새로운 인물을 한 명 더 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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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로저스 홈페이지를 돌다가 우연히 팬소설이란 곳이 보여서 갑자기 질러봤습니다.
느긋하게 쓰고 싶기 때문에 이벤트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다 보신 분들께 : 저의 허접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필력이 좋진 않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그보다 클로저스 아직도 구로역인데 이거 스토리 마구 엇나가는거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