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팬픽-6번째-(3)
나노나기 2015-06-21 0
다행이 발목은 크게 다친 게 아니라 그냥 멍들고 삐끗한 수준이어서 며칠 지나면 문제가 없었다. 몸의 상처도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상흔은 남지 않는다고 한다.
“뭐, 그 흉학한 도끼날에 베인 것 보단 백 배 낫지.”
어쨌건 지금은 달이 오른 밤의 휴식을 느긋이 즐기고 있었다. 침대에 뒹굴며 이불을 감싼채 애니 보면서 말이다. 아, 치킨도 함께.
그렇게 내 밤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스마트폰을 들고 누군지 봤더니 간만에 보는 이름이었다.
등록된 이름은 아저씨.
본명은 데이비드 리 국장님.
현재 유니온의 국장… 되셨다고 하셨지?
“여보세요?”
“오랜만이군 시아 양.”
“네. 아저씨는 국장님 되셔서 요즘 바쁘시죠.”
“하하. 내 능력보다는 인재가 부족해서 뽑힌 거지. 오늘 만나려고 했는데 차원종이 나타나서 만날 상황이 못 됐군. 그런데 오늘 신강중에서 나타난 차원종들에게 다쳐서 실려갔다고 요원들에게 들었네, 지금 몸 상태는 괜찮은가?”
“네 뭐. 가벼운 찰과상 정도에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대요. 근데 만날거면 그냥 학교 끝나고 본부에 와달라고 문자 날리면 되는데. 근데 무슨 일로 학교까지 오셨어요?”
게다가 이런 늦은 시간에 말이지. 이렇게 밤에 전화 오는 걸 볼때마다 오빠의 말이 격하게 공감이 간다. 오빠는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뛰었다. 달콤한 휴식의 시간인 밤중에 매너도 없이 전화한다라고. 그나마 아는 사람이니까 참는다고.
그리고 내가 살다보니 공감이 점점 가지더라.
“오늘 자네와 만나서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신강중에 갔었네. 차원종 때문에 안 됐지만 말이야.”
“그렇게 중요한 거에요?”
“그렇다네. 유니온에 관련된 일이라.”
어째 골치 아파질 것 같은데….
“나는 시아 양 자네를 검은양 팀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왔었네. 강남 사태 이후 현재 검은양 팀으론 힘에 부치는 걸 느꼈거든. 그래서 검은양 팀에 자네를 넣어볼까 생각하고....”
“죄송해요. 그 이야기라면 거절하고 싶어요.”
“시아 양....”
그래서 왔었구나.
“아저씨가 뱃살만 더럽게 찐 상층부와 다른 사람이란 건 알아요. 그리고 아저씨에겐 고마워하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제 목숨까지 걸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구하고 싶지 않아요. 정확히는 그렇게 까진 못해요.”
난 그렇게 정의심이 가득한 사람도 아니고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이기적이라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고 이것이 변명으로 들린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 구하고 싶다고 차원종에게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 따위 겪고 싶지 않아.
그런 휘말리는 위험은 오빠가 날 구하려고 죽은 걸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
“아저씨가 절 비난하셔도 좋아요. 욕하셔도 좋고요. 하지만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행동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닐세, 시아 양. 아마 시아 양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시아 양 같은 결정을 내릴 거라 생각하네. 죽는 건 무서우니까 말일세. 하지만 나는 시아 양이 클로저로서도 그리고 차원종과 싸우면서 인류를 구원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저는 그렇게 영웅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단순히 길바닥에 차이도록 많은 게임으로 따지자면 시민A나 마을사람A같은 엑스트라의 사람 정도다. 그저 하루하루 무사히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족하는.
“내가 괜히 시아 양에게 어두운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말았군. 미안하네.”
“아뇨. 아저씨도 아저씨 나름대로 피해를 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권유한 거잖아요.”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 아마 아저씨도 아저씨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한 거니까. 물론 그에대한 비난도 감수하고 나에게 권유한 거겠지.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밤늦게 전화해서 미안하네. 오늘 피곤했을 텐데 푹 쉬게.”
“네. 아저씨도 고생하셨어요.”
통화를 종료하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말로만 비난하며 나대는 어른들 따위와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훌륭한 업적이다. 하지만 그건 힘도 있고 경험도 있어야겠지만 그 이상으로 용기도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위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감이 있다고 그게 가능하겠나.
“...하아... 오늘 왜 이래?”
아주 마가 단단히 낀 날이네....
오늘 학교에 갈 수 있는데 차원종에게 습격당해 쉬어야 한다는 핑계를 대서 학교에 가지 않고 방에서 뒹굴고 있다.
근데 일어나니 12시다.
“......내 시간.......”
시간은 쉴 때만 잘만 간다.
“밥 만들기 귀찮아. 근데 배고파. 뭔가 먹고 싶다. 근데 평소 밥 먹기 싫어.”
이런 딜레마에 빠져서 오늘은 뭔가 사먹기로 결정. 지갑들고 간단한 캐주얼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속이 답답할 땐 얼큰한 떡볶이~ 불닭이 라면~ 거기에 목 시원하게 사이다~”
흐헤헤~ 빨리 먹고 싶다아....
“소영 언니~ 하이~”
이 언니는 공대생 언니인 소영 언니. 학비 벌기 위해서 포장마차 차린 여우라는 인상의 언니다. 그렇다고 성격이 얄미운 건 아니고 친근한 좋은 언니지.
“안녕 시아야. 근데 오늘 학교 안 갔네?”
“후후. 차원종에게 습격당했는데 아직 더 안정해야 한다고 핑계대고 안 나갔죠. 언제 이렇게 쉬어요.”
“어? 차원종에게? 괜찮은... 거 같긴 하네. 근데 그걸 핑계로 학교를 빠지는 게 여우같네.”
“호호. 칭찬이죠! 아무튼 엄청 매운 떡볶이 1인분이요! 아 튀김하고 삶은 달걀도 하나 추가!”
“그래~ 무사한 기념으로 더 얹어줄게.”
“사랑해요 언니~!”
“여자 사랑은 됐으니 남자들 사랑을 선물해줘~”
“아 그건 무리에요.”
그런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꽃을 피고 있을 때 초딩으로 보이는 남자... 아니 여자앤가? 아무튼 이쁘장한 외국인 남자애가 왔다.
“안녕하세요, 누나. 턱포키 하나 주세요~.”
남자아이였어?! 저렇게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와 가늘고 늘씬한 몸을 가진 애가?!
어째 여자로서 굴욕감이 느껴지네.
“어서 와 테인아. 근데 테인아 오늘 학교 안 가도 돼?”
“아핫! 어제 차원종 쓰러트려서 오늘은 쉬라고 그랬어요.”
차원종이라면.
“신강중?”
무심코 말이 나와버렸다.
“네~. 맞아요. 저도 클로저니까요.”
이렇게 어린애도?! ...아!
“검은양.”
“어? 누나. 저희 팀에 대해 아세요?”
“유명하잖아. 강남을 구한 영웅이니까. 심지어 구성원이 어른 1명이 있다고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10대 소년 소녀들이고.”
“아마 모르는 게 더 이상할걸?”
그나저나 이렇게 어린애도 그런 위험하고 무서운 일을 하는 건가.... 언제든 죽을 위험을 안고 있는데?
“근데 클로저 활동 하면서 무섭다거나 화나지 않아?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게 클로저 일이야. 솔직히 이런 일은 어른들이 해결했어야 하는데.”
넌지시 떠보며 반응을 살펴봤다. 이 아이는 좋아서 하는 건가 아니면 억지로 하고 있는 건가.
“괜찮아요. 차원종을 사냥하는 것이 제 사명이니까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서 좋아요~.”
어떻게....
어떻게 저렇게.......
“...밝네.”
천진난만하게 불만하나 없이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솔직히 무섭기도 해요.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지 못하는 게 더 무서워요. 그래서 더 강해져서 지키고 싶어요!”
클로저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말 순수하고도 욕망 없는 말이었다.
나처럼 비겁하고 목숨을 부지하려고 도망가려는 변명 따위와는 다르다. 저 애는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자긍심이 있었다.
“어린애 치곤 용감한 말이지? 바보같은 어른들보단 훨씬 믿음직하고.”
“그러네요.”
그 바보 같은 생각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비난과 증오는 더럽게 하면서 정작 목숨 아끼고 싶다고 나서지는 않는.
그게 바로 지금의 나였다.
“으... 속 답답해... 언니 냉수 한 컵만 마셔도 되요?”
“응. 마셔도 돼.”
“땡큐, 언니.”
나는 물을 컵에 가득 따라서 그대로 원샷해버렸다. 그럼에도 속이 끓는 것 같아서 몇 잔 더 들이켰다.
“야, 야, 시아야. 뭔 물을 그렇게 들이켜? 마치 술꾼 아저씨가 맥주 원샷하는 모습 같아.”
“아, 제이 아저씨가 녹즙 들이키는 모습과 비슷했어요!”
거 비유를 해도 술.... 근데 녹즙을 이렇게 원샷할 수 있다고?
“잠시 속이 답답해서 원샷 드링킹 한 거 거든! 언니 떡볶이는요?”
“곧 다돼가. 좀만 기다려.”
“덤으로 오뎅 국물도 좀 주시면 감사요.”
“우와! 오뎅 국물까지 탐내고 있어?!”
거 국물가지고 참.
“누나. 오뎅 궁물... 이란 것과 먹으면 맛있어요?”
“최고지! 원츄!”
맛있고 속도 시원해지지.
“어, 저도 그렇게 먹고 싶어요. 누나, 저도 주면 안 되요?”
“그렇게 쳐다보면 안 줄 수 없겠는데~.”
예스. 쉽군.
“자, 여기. 터지지 않게 조심해.”
“고마워요 언니~. 이제 불닭과 사이다다~!”
“불닭도 먹는거야?! 너 매운거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속 뻥 뚫는덴 매운게 최고죠! 그럼 전 갈게요. 꼬마야 너도 저 언니 잘 가져가고. 참고로 저 언니가 만든 떡볶이 흘리면 진짜 속으로 눈물난다?”
레알 아까우니까.
“네, 누나~! 그리고 제 이름은 미스틸테인이에요.”
아하. 그래서 언니가 테인이라고 말했구나.
“그래. 얼굴하고 이름 기억했다. 그럼 떡볶이 잘 가져가고 먹어라 테인아.”
“네, 누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