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위상력은 없지만 불행은 많지! 2화(상)

최대777글자 2015-06-17 1

*:시점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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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종 출현 22시간 전

 

[삐리리리리릿, 삐리리리리릿]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무시하고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으나 내 맘을 무시하고 알람은 계속해서 울려왔다. 결국 한 손을 들어 그쪽에 얹어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버튼은 느껴지지 않았다.

 

“....?”

 

울리고 있던 것은 전자알람시계가 아닌 전화기였다. 분명히 070같은 곳에서 오는 스팸전화일게 뻔하니 무시하는게 장땡이다. 그러면 그 이후로는 전화가 안 울릴 것이다... 라고 생각했으나 전화는 한 번 끊기고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꽤나 끈기가 잇는 스팸전환가...’

 

라고 생각하여 한 번 더 무시하자 이번에는 메시지가 등록되었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들려온 건...

 

[, 꼬맹이! 너 어차피 백수라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거 아니까 얼른 전화 받으시지?]

 

“.........이걸 받으면 진짜로 백수가 되는 건가...”

 

그러자 한 번 더 전화기의 벨소리가 울렸다. 이 전화를 받는다는 건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는 뜻... 하지만 이 전화는 분명 누님의 전화...

 

“...”

 

백수취급<화난누님

 

화난 누님보다는 백수취급이 훨씬 낫지.’

 

라고 속으로 둘 중 무엇이 더욱더 내게 위협이 되는지 계산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 꼬맹이! 전화는 딱딱 받아야지 뭘 하고 있는 거냐?!”

 

수화기를 귀에 갖다대자 익숙한 목소리가 내 고막을 찢을 듯이 크게 울렸다.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귀에서 멀리 떨어뜨렸으나 그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난 꼬맹이소리 듣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 상관없으니 신경쓰지 말자. 라고 생각하며 수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다댔다.

 

누님, 그렇게 소리지르시면 목에 좋지 않습니다.”

 

갑자기 이 누님이 왜 나한테 연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적할 건 지적해야지.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버릇은 목 건강에 매우 좋지 않...

 

내 목소리가 어떻 건간에 무슨 상관이냐, 꼬맹이.”

 

“...이 아줌마가.”

 

뭐 임마?”

 

아차, 순간 본심이 튀어나왔다. 난 화난 누님을 피하기 위해 백수취급을 당할 걸 감수하고 이 전화를 받은 거였지. 이럴때는 농담으로 상황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돈이 아주머니라고 하던데...”

이 백수꼬맹이가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역효과였다. 호랑이를 피하려다 여우랑 호랑이를 둘 다 만난 격이라고 말한다면 좋은 비유일까...?

 

그래서, 무슨 일로 누님께서 나한테 연락을 다 하셨습니까? 그 나이에 바람기라도 생긴 건 아닐테고...”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라, 내 남편이 병약한 너보다는 훨씬 매력 넘치거든.”

 

끄응... 그래서 용건이 대체 뭐요?”

 

더 이상 대화했다가는 내 멘탈이 견디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제이.”

 

낯 간지럽게 왜 그러쇼, 평소처럼 꼬맹이라고 부르시지 차라리.”

 

갑자기 진지해진 목소리를 듣고 부담을 느껴 농담을 던진 나는 바보인걸까...

 

다시 클로저가 될 생각은 없어?”

 

끊겠수다.”

 

잠깐, 얘기만 끝까지 들어줄 수 없을까?”

 

수화기를 거의 내려놓았을 때 들려온, 약간 간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 그녀의 목소리가 내 손을 멈췄다. 그래, 얘기만, 얘기만 들어주자는 식으로 수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다댔다.

 

“...얘기만 들을 테니까 말하쇼.”

 

이번에 유니온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실행될 계획이야. 프로젝트명 검은양.”

 

검은양...?”

 

누가 지었는지 참 센스없는 작명 솜씨로구만...

 

위상력이 발현된 아이들로 이루어진 팀을 전투에 투입해서 특급요원이 될 자질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인 프로젝트라고 해.”

 

아이들...? 인권보호단체가 알면 난리가 나겠는뎁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유니온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어린이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라...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이러니해.

 

물론, 아이들만 투입되는 건 아냐. 경험이 많은 노련한 클로저도 팀의 보호자로써 투입될 거야.”

 

지금 나보고 그 보호자역할을 해 달라? 누님이야말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

순간 욱해서 뱉어낸 말이 무거운 정적을 조성해냈다. 잠시후에 정적을 깬 것은 누님이었다.

 

내 아들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거야.”

 

그럼 그쪽이 하던지. 나 같은 녀석보다 훨씬 더 강하시면서...”

“...난 더 이상 지킬 수 없을 테니까.”

 

...분명 아까까지 날 꼬맹이, 백수라고 부르며 내 농담에 화를 내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약간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러면 약간 마음이 흔들려버리기 마련이다...

 

“...생각은 해볼테니까 일단 지금은 끊겠수다.”

 

덕분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대로 다시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잠을 청했다.

.

.

.

차원종 출현 12시간 전

 

“...으윽...”

 

갑자기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고통에 눈이 떠졌다. 속이 울렁거렸고 누군가가 심장을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점점 심해지더니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쿨러헉...”

 

몸을 일으킬 기운도 없었다. 가슴을 움켜쥐고 온힘을 다해 기어가 책상위에 있던 알약을 삼켰다.

 

허억... 허억...”

 

알약을 삼킨지 3. 점점 따가운 느낌이 사라지다가 이내 없어졌다. 그러나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다. 아니, 울렁거린다기 보다는 쓰린 느낌에 가까웠다.

 

위산과다인가... 뭘 좀 먹어야겠군.”

 

그러나 냉장고의 안에는 비상용 약들만 있었지 먹을 것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에라이.”

 

급한대로 제산제라도 먹고 옷을 대충 챙겨입고 거울을 보았다. 벌써 하얗게 샌 머리카락과(위상력 대문이지만) 온몸에 붙어 있는 파스가 날 초라해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역시 이게 있어야지.”

 

, 선글라스를 쓰니 초라한 느낌은 사라지고 역으로 훈남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

.

.

안녕히가세요~”

크윽... 통장잔고가 아슬아슬한데...”

 

점점 십만 원대로 내려오고 있는 통장잔고를 보며 중얼거렸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은퇴해도 다 연금받고 잘 살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그게 사실 꼭 다 그렇지는 않단 말이지...’

 

정말로 운이 없구나...”

 

‘...?’

 

방금 내가 소리내서 말했던가? 아니, 방금 그건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말도 아니었는데...

 

그래, 지 운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아네. 너 오늘 아주그냥 제삿날이다!”

 

알고보니 그건 불량들에게 둘러싸인 한 남학생이 한 말이었다. 학생이라는 건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학생은 불량들 대여섯명에게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 불량들 하나하나가 둔기를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니,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말려야지. 어른으로써 저건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

 

너희들, 정말로 재수가 바닥이야.”

 

말 끝나기 무섭게 둘러싸였던 남학생의 주먹이 바로 앞에 서있던 불량의 안면에 제대로 꽂혔다. 그와 동시에 그 불량은 바로 리타이어.

 

, 이자식이...!”

 

그러자 다른 한명이 야구배트를 휘두르기 위해 자세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그 남학생이 몸을 숙이고는 그 불량에게 가까이 파고들었다.

 

있잖아, 야구배트처럼 긴 무기는 말야...”

 

“?!”

가까이 파고드는 적을 상대로는 효과가 없어.”

 

그러고는 곧바로 그 아이의 주먹이 불량의 턱을 강타했고 그대로 그 불량의 멱살을 잡아 방패로 삼아서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야구배트를 막아냈다.

 

워우, 저거 아프겠는데... 안 죽으면 기적일 정도야.’

 

어느새 남학생은 불량들을 전부 제압하고 계속 밟거나 때림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요즘 애들 무섭네.’

 

그러고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

.

.

차원종 발생 2시간 전.

 

지금은 오전 8. 어제는 월요일이었으니 쉬었지만 오늘은 아침운동을 가야할 시간인데...

 

이건 또 뭐다냐.’

 

{네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으로 골랐다!}

 

이건 딱 봐도 누님 글씨체다. 그래, 문 앞에 택배상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안에는 유니온이라고 적혀있는 요원복(거기다 진짜로 내 취향에 딱 맞았다)이 들어있었고 어깨부분에 웬 이상한 마크가 달려있었다.

 

뭐야 이건... ? 그래, 프로젝트명이 검은양이랬던가. 잠깐, 난 분명 생각해본다고만 했는데?!’

 

이 망할 누님께서 어거지로 넣어주셨구만, 좋다 이거야. 특별이 해주지.(뭐 통장잔고를 위해서지만)

2024-10-24 22:28:4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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