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1

세건 2015-06-15 0

"아빠?"

 

증오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닮아 있는 그 존재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강화유리 너머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존재를 바라보기가 두려워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차트를 뒤적거리고 있자 쩡 하는 소리와 함께 강화유리로 가느다란 실금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마라."

 

"응!"

 

가볍게 두드린것만으로 강화유리를 깨버릴수 있것만 자신의 나지막한 제지에도 귀를 늘어뜨리면서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줬다는것에 기뻐하며 헤헤 거린다. 끔찍하리 만큼 자신이 사랑했던 이의 어린시절을 빼다 닮은 소녀를 바라보며 사내는 턱을 두드렸다.

 

'그것'들은 전부 죽인다. 사내가 '그것'들과 조우하고 자신의 부인으로 의태한 녀석과 아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쓰러뜨리고 해부까지 했을때, 아니. 의태한 그 녀석에게 동경 비슷한 감정을 품어버렸을때 진저리를 치며 자신에게 그어버린 사명이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이라면 원망과 저주를 받고 괴물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면서도 생각할수 있는 방법중에서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죽이고, 해부해서 모든 데이터를 뽑아낸다.

 

그런 자신이 지금 망설이고 있다. 저 꼬마-. 아니 괴물때문에.

 

"나 처럼 죽일꺼야?"

 

텅 비어 있는 배를 바라보던 자신의 부인이 고개를 들어올려서는 성대가 갈라져있는데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머리에 납탄을 박아대고 배를 갈라서 내장을 뽑아낼꺼냐고 묻고 있다.

 

"저리 **!"

 

텅빈 공동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환영을 쫒으며 몸을 일으키자 어느샌가 다가온 연구원이 눈을 동그랗게 뜬채 자신을 바라본다.

 

"주임님?"

 

"B31절차를 시작한다. 시각은 1030."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린 연구원에게서 시선을 떼고 강화유리 안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소녀, 아니 '그것'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 녀석을 해체한다."

 

마치 뱃속의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공중에 몸을 둥둥 띄운 '그것'아니, 차원종이 고개만을 살짝 돌리며 해실거렸다.


어?

2024-10-24 22:28: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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