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
제르메인 2015-06-15 1
** 개를 길들이려면, 재갈을 물리고 최소한의 자유를 줘야 수월해.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몽둥이를 들어야 하지. 그 놈은 천성이 사냥개야.
길들이는 시간이 아주 길겠지만 오히려 그런 반항적으로 나와 줘야 제풀에 꺾이도록 조율하는 맛도 있지 않겠나.
"나타. 일이다."
"뭐야, 꼰대. 쓰잘데기없는 심부름이면 죽여버릴 거야."
저 사냥개를 길들이라고? 그렇다면 길들이는 시간을 최대로 잡고, 그 사이에 사람으로 되돌려놓으면 된다.
꼰대라 불린 남자는 차원종이 된 여자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나타라는 소년에게 지시했다. 사람을 죽이는 걸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 나타는 그 사실을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계기가 필요하다. 데이비드 리를 구하러 갔던 대장의 말을 떠올렸다.
검은양. 사람을 구하기 위해, 차원종이 되어버린 배신자라는 사실에도 개의치 않고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특한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아이들과 만나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방해하지 마! 짜증나는 꼰대!"
"안 해. 네가 제대로 일 처리를 한다면 말이지."
다만 아직은 ** 개나 다름없는 녀석에게 칼침맞고 싶지 않으니 들키지 않게 하자.
늑대개.
아니나 다를까. 돌아온 녀석은 엄청 화를 냈다. 구속구가 발동하고 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무기를 손질하던 레비아가 이쪽을 흘끔 보았지만 구태여 말리러 오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이 사냥꾼이 퍼붓는 온갖 투정은 남자에게 돌아갔다.
"장난해?! 네가 명령해놓고! 이딴 식으로 방해를 해?! 어른이면 다야?!"
"이봐, 나타. 명령을 먼저 어겨놓고 그렇게 나오면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지?"
"내가 언제 명령을 어겼어?! 너 때문에 재밌어지려던 싸움이 어거지로 끝났잖아!"
"재미있어지려던 싸움이라. 그럼 자네는 결국 명령이고 자시고, 검은양 팀원들과 한 판 붙으려고 했다는 거로군?"
구속구는 꺼버렸다. 하지만 녀석은 저도 모르게 명령을 어겼다는 사실에 당황한 나머지 공격할 생각도 안하고 있다. 명령 불복종은 어떤 식으로든 트집을 잡혀 불이익을 당한다. 지금까지도 몇번이나 벌을 받아온 나타로써는 곧 내려질 처벌에 온 신경이 쏠렸다. 겁먹은 건 아니다. 저번에는 이틀동안 물만 먹는 금식형벌이었기 때문에 또 굶으면 어쩌나 하는 불만이다.
어차피 위상능력자인 이상, 쉽게 죽지는 않을 테니 상관없다.
"아오, 짜증나! 저 꼰대도, 벌처스도, 유니온도 몽땅 다 짜증난다고!! 애초에 그 검은색 털옷 입은 놈들만 아니었어도 명령 수행은 제대로 했을 텐데!"
벗어날 길이 있어도 눈치를 못채는 점도 참 이쪽에게 유용하다.
"바보."
"말 다했냐, 이 자식아! 한 판 붙어! 오늘이야말로 그 건방진 콧대랑 창을 짓뭉개주마!"
"혼자 싸워. 난 바빠."
저 둘은 툭하면 싸운다. 아이들끼리의 티격태격이라고 하기에는 과격한 감이 없잖아있지만 남자는 지금 이 조합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같은 애들끼리 있다보면 순수해지리라는 쥐꼬리만한 희망이라도 잡고 싶었다. 덕분에 매번 쓸데없는 주제로 싸우다 건물 부수는 일을 막기 위해 체력이 딸리지만. 그러고보니 저번에는 흰머리도 한가닥 뽑혔던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거기 안 서!"
"너나 멈춰, 나타."
진짜로 레비아에게 덤비길래 하는 수 없이 구속구를 다시 개방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바닥에 구멍이 났을 거다.
"아, 쫌! 내버려두라고! 꼰대! 무의미한 짓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자네는 무의미한 게 재미있는 타입이잖아. 일부러 맞춰주고 있는 건데? 그리고 잊었나? 아무리 같은 위상력자라고는 해도 여자아이에게 칼을 겨누지 말라고 했을텐데? 사람답게 살아야지."
"너는 뭐 일반인이냐?! 어디서 약한 척이야! 아오, 빡쳐! 왜 저딴 꼰대랑 여자애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건데!"
한참을 날뛰던 녀석은 결국 체력이 바닥났는지 그냥 누워버렸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다른 사원에게서 상황 보고를 받은 남자를 꾀를 하나 생각해냈다. 이게 먹힐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해봐야겠지. 받아듣 봉투를 들고 나타와 레비아에게 다가갔다. 레바아에게 막대사탕을 하나 쥐어줬다. 물끄러미 사탕을 쳐다보던 나타가 시선을 느꼈는지 곧바로 무기를 꺼내들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냥 달라고 하면 줄텐데.
"무기 집어 넣어."
"…칫."
"또 임무야?"
"음, 급한 건 아니야. 좀 더 상황을 봐야 해."
저쪽은 한시가 급한 상황일 것이다. '이것' 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
"그럼 다음 임무는 내가 할래. 나도 심심하다고."
"레비아는 일 많이 안해도 돼. 어차피 일거리는 나타가 해결해야 하는 '벌' 이거든."
"누굴 문제아로 만들고 있어?!"
"문제아 맞잖아."
레비아에게 간식거리를 더 건네주고 다른 곳으로 보냈다. 슬슬 시간이다.
"나타. 곧 이번 일에 대한 보고를 할 거야. 보고서야 10분이면 만들어지겠지."
"어쩌라고. 이번에도 또 괴상한 벌이나 내릴 거잖아."
"아니. 나는 이번 보고서에 네 명령불복종 건을 뺄 생각이야."
"진짜?!"
일단 반응이 있다. 남자는 몰래 웃었다.
"너도 벌처스 사원인 이상,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공짜는 아니라는 거잖아. 조건이 뭔데?"
"앞으로는 벌처스가 아닌, 내 명령을 우선 순위로 생각해."
"…무슨 소리야?"
남자는 표정을 꾸몄다. 원래부터 벌처스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용병이랍시고 어린 아이들까지 끌어들이고 더러운 짓에 이용만 하는 회사다. 뒤통수 한 대 치는 것 쯤, 간지럽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남자의 소소한 반항이기도 하다. 원래부터 미운털 박혀서 좌천당한 몸. 이용만 당하는 이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말 그대로야. 신호는 앞으로 정해줄 테니, 나중에 내 명령을 받으면 마음대로 날뛰어주면 돼."
"뭐야? 당신 꽤 재미있는 인간이로군?"
"난 원래 재미있는 인간이야. 그만큼 도덕적인 인간이지."
나타는 특유의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복종은 하지 않겠지만 거래는 성립한 모양이다. 지금은 이걸로 족하다.
검은양 팀과는 앞으로도 부딪힐 날이 오겠지. 그들과 자주 접촉하고 그들의 모습에서 나타가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큰 성과가 될 것이다.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서 녀석에게 맡겼다.
"물론 형식적인 처벌은 받게 될 거야. 최대한 약한 벌을 받도록 조정해**."
"쳇. 아예 없던 일로 해주면 좀 좋아?"
나타는 물건을 전하러 가버렸다. 상황 보고를 했던 사원이 굳은 얼굴로 이쪽을 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나요?"
"늦지는 않겠지만, 무슨 속셈이시죠?"
"별 거 아닙니다. 녀석에게는 이정도가 딱 맞아요."
"……그러십니까."
"저는 나타가 **개에게서 탈피하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일단 저희 팀은 '늑대개' 니까요."
김시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은양 팀을 이용할 생각인가요? 그 팀이라면 확실히 순수하죠."
"이용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남자는 목례를 하고 일어났다. 대장에게 미리 귀뜸해야 한다. 그 사람도 이해해줄 것이다. 용병에게 둥지는 필요없다.
"또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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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타보다는 나타가 말했던 꼰대양반이 궁금해서 써봤습니다.
여러모로 제이와 비슷하지만 정반대 성향으로 만들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나타와의 거래부분은 나타가 다크히어로 포지션이라길래 끼워넣었습니다.
어떻게든 바뀌겠지 라고 생각은 하는데 어디서 바뀔까 고민하다가 역시 신강고 부근이 좋겠다 싶었어요.
제이와 비슷하지만 정반대 성향.
1. 애보기(검은양팀은 알아서 깨우치지만 이쪽은...)
2. 어른(제이가 천사라면 이쪽은 악마)
3. 지위(제이는 버려졌다가 다시 들어왔지만 이쪽은 일단 벌처스에서 잘린 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