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소설 - 中
계란튀김정식후루룹 2015-06-13 0
술 마시는 소설 中편. - 부제 : 제저씨 고생하는 소설.
유리를 적당한 곳에 눕힌 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다음부터는 유리가 술 마시자고 **도 절대 허락 안 해야지. 자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의외로 우리 동생은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주변을 무심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과연 남자 라는 건가? 동생의 모습에 흐뭇해 하며 다가가 말을 걸려는데 우리 동생의 입이 열렸다.
"후… 우매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응?
"크큭. 아저씨, 더 이상은 다가오지 않는 게 좋아요. 저도 모르게 해버릴지도 모르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저씨는, ★빛에 잠기게 되겠죠. 크크큭."
큰일 났다. 시공간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멸망 할 것만 같았다. 하필이면 동생이 악질 중에 악질 술주정인 중2병이 걸리다니, 그래도 중2병은 말이 조금은 통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다가갔던 게 내 실수였다.
"다가오지 마요!! 크윽! 느껴버렸군… 내 안의 힘이 사람 냄새를 맡아버렸어… 하지만 이대로 질 수는 없다!!"
발가락이 오그라들었는지 꼼짝도 하질 않았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동생은 내면의 무언가랑 싸우고 있었다. 이건 또 어찌 진정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염동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두 번째로 당하는 거라 그런지 무사히 저항하는 데 성공했다.
…그냥 저항하지 말걸 그랬다.
"감히 여왕인 제 앞에서 무릎 꿇는 걸 거부하겠다는 건가요? 딸꾹"
"으헉?"
내가 멀쩡히 서 있는 모습에 우리 여왕님께서 크게 분노했다. 뒤늦게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여왕의 진노가 먼저였다. 나는 내 옆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와 바닥에 부딪히며 깨진 맥주병을 보았다. 이건 무릎 꿇고 빌 타이밍이 아니라 도망칠 타이밍이군.
"아저씨 주제에! 제 공격을 피한 건가요? 히끅"
"아니 내가 피한 게 아니라 대장이 못 맞춘… 으아악!!"
내가 말을 미처 끝내지도 못했는데 맥주병들이 마구잡이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가는 방향으로 피하고는 있었지만, 공간이 너무 좁아서 슬슬 한계였다. 그보다 유정 씨는 대체 술병을 몇 병을 가져온 거야?! 그때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저희 왔… 어, 어라?"
"늦어서 죄송… 아니 이건 또 뭐에요?"
하필이면 지금 정미랑 석봉이가 도착하다니? 급하게 상황을 설명하려 하는데 맙소사. 여왕님께서 정미와 석봉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너희는 또 뭐야?!"
"으, 응? 슬비야 왜 그…"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슬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정미와 석봉을 향해 맥주병을 날린 건 한순간이었고, 나는 몸으로라도 막기 위해 발밑에 위상력을 집중시켰다. …저걸 그대로 맞으면 병원행을 면치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게 최선이겠지. 그대로 몸을 던지려는데 갑자기 희끗한 그림자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맥주병들이 석봉이와 정미에게 미처 닿지 못한 채 깨져나갔다. 맥주병을 당당히 막아낸 장본인은 술에 취한 걸 증명해주듯 빨개진 얼굴과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내 마누라는 내가 지킨다아~!!"
내가 기절시켰던 유리가 어느 틈엔가 정신을 차려서 정미와 석봉의 앞을 막았던 것이었다. …세상에, 내가 유리한테 쓴 기술은 어지간한 수련을 받은 사람들도 한 시간 안에는 정신을 못 차리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회복력이라니… 유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정미에게 달려가 정미를 꽉 껴안고는 볼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휴, 솔직히 조금 힘들었는데 이제 정미랑 석봉이가 왔으니 한숨 놨다 싶었다. 그런데 어째 유리랑 정미의 옷이… 조금 투명한 게 살짝 속이 비친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다가 문득 유리가 부순 맥주병에서 맥주가 쏟아졌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옆을 흘끗 보니 석봉이도 물에 젖은 생쥐 꼴 이었다.
어휴, 쟤네 둘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저런 꼴이 됐는지…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준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뭐지 이 느낌은? 마치 차원전쟁 시절, S급 차원종과 싸울 준비를 하던 때와 버금가는 공포와 긴장감에 내 몸은 자연스럽게 경직되었다.
"너희… 감히 여왕인 내 앞에서!!"
아차! 대장을 잠시 깜빡하고 있었다! 기겁하며 대장을 막으려는데 갑자기 석봉이가 성큼성큼 대장에게로 다가갔다. 뭘 하려는 거지? 대장은 그게 심히 불만이었는지 석봉에게 삿대질을 했다.
"너! 지금 여왕인 내 앞에서 무슨 짓을…!"
터억-
여왕님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석봉이가 대장의 어깨를 손으로 밀쳐 벽에 부딪히게 하더니, 대장이 화를 내기도 전에 대장의 얼굴 옆에 손을 탕 소리 나게 내리치더니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야. 이슬비. 너 나랑 사귈래?"
충격과 공포가 나를 휩쌌다. 석봉이가 갑자기 고백을… 그러다 문득 나는 조금 전에 느꼈던 불길한 느낌을 떠올렸다. 그래! 이거였다!! 유리가 깬 맥주병에서 흘러나온 맥주를 맞은 석봉이도 어느새 취해버려 술주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여왕님께서는 석봉이가 크게 마음에 들으셨나 보다.
"천민 주제에, 여왕인 나와 사귀겠다고? 하. 배짱은 좋네."
대장이 팔짱을 낀 채 흥미로운 시선으로 석봉을 올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괴성이 들렸다.
"크아아악!!… 크, 크큭 순순히 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고 볼 줄 아느냐 아스타로스!! 얌전히 심연의 감옥에서 잠들어라!!"
동생아, 동생아. 대체 아스타로스는 언제 봉인한 거니. 오른손을 붙잡고 날뛰는 동생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스타로스가 아닌 손발을 봉인시켜 버리는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동생을 달래러 가려는데, 누군가 내 옷깃을 붙잡는 게 느껴졌다. 아 그러고 보니 정미도 취했으려나?
하도 다양한 종류의 술주정을 봤다 보니, 이젠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기분을 느끼며 정미를 돌아봤다. 왜 그러니 정미야. 난 이제 뭐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미안 없다. 왜 우는 거야 너는?! 당황하며 무슨 말을 할지를 몰라 버벅거리는데 정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오빠…"
뭐라고? 오빠라고? 맨날 아저씨라고 부르던 정미가 날 오빠라고 부르다니?? 그래, 솔직히 기쁘긴 하다. 그런데 유리라는 전례가 있다 보니 내 마음은 심히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정미의 말이 이어졌다.
"죄송해요. 흐윽"
"…"
맙소사. 의심한 나를 미안하게 만들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사과였다. 그런데 대체 뭐에 사과하는 거지?
"맨날 아저씨라고 놀려서 죄송해요. 오빠… 흑. 난 그냥 오빠랑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흐윽. 심한 말이나 하고…"
"…너무 그럴 것 없어. 난 괜찮으니까 말이야."
심쿵이란 이런 걸 가리키는 것일 거다. 열리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며 정미를 위로해주는데… 마누라를 NTR[모르시는 분 있으시려나?] 당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유리가 갑자기 우리 둘의 사이에 난입해 왔다. 그리고는 정미의 허리를 붙잡고는 방안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정미야!! 내가 지켜주울~게!!"
"흐아앙~ 유리야, 심한 말 해서 미안해!"
유리야, 혀가 꼬였구나. 그리고 정미 너는 그 와중에 또 사과하는구나. 이쯤 되어서 나는 상황을 한번 정리해보기로 했다.
책상 위에서 뒹굴며 오른팔을 붙잡고 가상의 아스타로스와 싸우는(?) 우리 동생 세하.
정미를 납치한 채, 방안을 빙빙 돌며 칼을 마구 휘두르는 유리. 그리고 그런 유리에게 붙잡혀서 왜인지 계속 사과하는 정미.
나쁜 도시 남자가 돼버린 채 슬비에게 작업거는 석봉이.
석봉이의 작업을 튕기는 여왕님 슬비.
이쯤 되니 구석에서 조용히 자는 유정 씨와 미스틸은 농담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보였다. 나는 허허 웃으며 이 사태를 어떻게 진정시킬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단축번호를 눌러 귀로 가져갔다. 신호음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뚜루루-
─ 네! 형님. 웬일로 전화하셨습니까? 하하핫!
"가면아. 결제 방식은 계좌이체로. 그리고 추가로 5% 더 낼태니까 후불로."
─ 오오! 벌처스를 이용해주시다니? 평소에 약 사셔야 하신다면서 그렇게 돈을 아끼시던 형님이 웬일이십니까? 하하핫! 그럼, 어디 벌처스의 부사장… 님과! 아주 친한 제가! 특별히 형님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해드리겠습니다! 형님!! 뭘 원하십니까?
"뒷일을 부탁한다."
─ 예?… 아? 흠.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벌처스~! 하하핫!!
전화를 끊으며 나는 잠시 애도를 표했다. 잘 있어, 내 비타700 아. 널 잊지 못할 거야. 그리고 나는 차원전쟁의 악몽이 심할 때만 먹는 수면제를 먹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으며 어렴풋이 김가면의 모습이 보인 것도 같았다.
下편 에서 이어집니다. 下편은 上, 中편 과는 조금 다른, 에필로그 같은 성격입니다.
下편 예고 : [下편 부제 : 제저씨 호강하는 소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