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11-

이케아라 2015-06-13 3

노란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등불로 장식된 뉴욕 술집의 카운터에서 평범한 복장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두명의 인영이 드리워져있었다. 한 남자는 술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수한 정장 차림으로 잔에 가득 채워져 있는 럼주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다른 남자는 경박하면서도 간소한 옷차림으로 소리없이 웃으며 입에 술을 털어넣고 있었는데, 둘다 얼굴에 드리워진 주름과 머리카락에 듬성듬성 나있는 흰머리를 지닌 중년의 남성들 이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2시 40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깊은 숙면에 빠졌을 정도로 늦은 시간이지만, 환락과 술자리를 즐기는 어른들에겐 그저 술이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시간에 불과하다. 무거운 음질의 BGM이 흘러나오고, 주변 손님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뒤섞인 이 공간에서, 착잡하게 술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유니온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클로저들이 일제히 출동할거다. 라페이. 그동안 군의 병력은 얼마나 모아놨지?"


남자의 입에서 나온 언어는 상당히 복잡한 발음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은 그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라페이라고 이름을 불린 남자만은 그 말을 알아들었나 본지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씩 웃으며 대답했다.


"대략 3천에서 5천정도. 단순히 병력만 따져보면 그것보다 10배는 더 많겠지만,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서 작전에 투입할 수있는 인원은 그 정도가 한계야."


"미안하게 됐군. 내 재력으론 그 정도밖에 준비할 수가 없었거든"


자신의 재력을 탓하며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가 말했다.
한숨을 내쉬며 사과하는 그를 보고 라페이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미안할 게 뭐있나? 자네가 없었으면 실행조차 불가능했을 계획인데 그 정도 가지고... 오히려 우리들은 자네한테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


쾌활한 표정으로 남자의 어깨를 퍽퍽 처 댄 라페이가 비어있는 술잔을 가득 채운 뒤 입안에 전부 털어놓고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우리같이 힘없는 녀석들이 놈들한테 머리를 숙이며 비굴하게 살고 있었을 때, 자네만은 우리에게 이빨을 갈고닦을 방법을 가르쳐줬지. 재수 없는 클로저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아."


기대가 가득 찬 얼굴로 복수를 입에 담은 라페이를 보고 남자가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줄곧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내일이 정말 기대되는군. 내가 자네들에게 기부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잘해줬으면 좋겠네."


"하하하! 걱정 말라고. 우리가 이번 일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자네도 잘 알잖나."


파하하 웃으며 말하는 라페이를 보고 남자도 마주 웃어주며 술집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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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유니온 본부의 검은 양 팀 대기실에서 약간 지친 듯이 보이는 제이의 목소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만에 불러내서 무슨 말을 꺼내나 했더니... 일단 물좀 마셔라. 보고있는 내가 더 힘들다."


약간 어이를 상실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중년의 남성이 제이에게 물을 건넸다.
단정하다는 말을 그대로 체현한 듯한 정장차림과 머리카락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장신의 남성은 유니온의 완장을 차고 있는 백인계 남성이었는데, 제이를 어린애 취급하는 게 상당히 어울리는 위엄을 지녔다.


"그날 이후로 새벽엔 기운이 잘 안 나거든... 걱정 끼쳐서 미안해"


"그래..."


슬픈 눈동자로 제이의 어깨를 두드린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고 침착한 어조로 질문을 시작했다.


"한국의 데이비드 한테도 대략적인 사정과 대책을 듣긴 했지만...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 정말로 유니온 본부가 테러조직과 연합해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거야?"


"나도 그걸 정확히 알고 싶어서 형을 부른 거야."


심각한 표정으로 제이가 남자의 말에 대답하자, 남자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렸을 땐 그렇게 부탁을 해도 날 아저씨라고 불러댔던 녀석이 이제야 형이라고 부르는 거냐? 매정한 녀석. 데이비드한텐 꼬박꼬박 형이라고 불러주더니. 나한테도 진작에 형이라고 불러줬으면 좋았잖아."


투덜거리는 듯한 말투로 제이를 놀려대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제이가 피식하며 미소를 지었다.
자기도 검은 양 팀의 아이들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구걸하는 처지였다는 게 생각났나보다.
한참을 웃었던 남자가 후련한 표정으로 제이에게 말했다.


"너랑 데이비드가 걱정하고 있는 유니온과 테러조직에 대한 일은 나한테 맡겨. 한국에 있는 데이비드도 나름대로 조치를 취했을 테니까, 나랑 그녀석이서 어떻게든 해볼게. 그러니까 너는 자기 몸이랑 어린 클로저 들을 지키는 것만 생각해. 청소년에 불과한 저 애들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약해진 건 아니잖아?"


"글쎄... 내 한 몸 지키지 못할 정도로 약해진 건 맞지만. 애들 정도는 지킬 수 있어."


약한 소리를 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제이를 보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간다. 몸조리 잘하고, 이상한 약 주워먹지 마라."


"알았어. 알았어."


자기보다 키가 더 큰 제이의 머리를 어린애 다루듯 헝클어뜨린 남자에게 제이가 귀찮은 듯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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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정각.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자기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그들의 나이별로 다른 말을 가르친다.
초등학생에겐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라 등의 도덕적인 가르침, 중학생에겐 좋은 성적을 얻어오라는 강압적인 억압,
고등학생에겐 세상에 공부가 다는 아니라고 하면서 성적과 내신은 좋게 받아오라는 무언의 압력.
대학생에겐 이제 성년이니 취업을 하라는 잔소리등등...


위상능력자라는 특이한 케이스로 평생직장을 손에 넣은 이세하는 어른들의 충고와 잔소리를 전부 통과하는 행운을
만끽하며 유니온 본부 환자실에 누워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인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물론 위상능력자는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통 속에서 일생을 마감해야하기 때문에 행운이라곤 할 수 없다.)


"........."


화면 속 게임캐릭터를 조작하는 세하의 눈은 차원종과 전투를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진지했고, 손놀림은 건블레이드를 조작할 때 보다 도 더 빨랐으며, 몸에서 발산되고 있는 투기(?)는 그의 어머니인 서지수 조차 긴장시킬 정도로 엄청났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때 얼마나 대단해지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으아악!!"


세하의 목청에서 거대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세하야!! 무슨 일이야!!"


바로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세린이 다급한 표정으로 세하의 병실 문을 열었다.
그녀는 이번에 세하의 미국행파트너로써 유니온 본부에서 임시근무를 하고 있는 유능한 클로저 이자 업무원인데,
혼자 키텐에게 맞서 싸우다가 부상을 입은 세하를 간호하기위해 바로 옆방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실입구를 가리고 있던 자동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세하를 보자──


"......?"


할 말을 잃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시야에 비친 세하는 적어도 외적인 상처에 의한 고통 때문에 비명을 지른 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세린은 비통한 표정으로 얼굴을 얼싸매고 있는 세하의 옆으로 다가간 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저...세하야?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오세린 선배...!"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 팔을 푼 세하가 고개를 들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세린을 올려다봤다.


"윽...!"


눈가에 맺혀있는 자그마한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후배의 모습에 세린이 얼굴을 붉히며 뒷걸음질 쳤다.
외모라면 세하보다 미스틸이 훨씬 더 귀엽다고 할 수 있겠지만, 평소엔 무뚝뚝하고 감정표현을 절제하는 세하가 이렇게 대놓고 슬픔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세린은 당황함과 황홀함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배... 이걸 한번 봐주세요."


"응?"


세하가 손에 들려있는 게임기를 건네주자, 세린이 머리 위 물음표를 띄우며 얌전히 게임기를 건네받았다.
그녀가 보고 있는건 평범한 게임화면으로, 별로 이상한 점은 없었지만──


"Game... Over?"


화면을 가득채운 영어알파벳을 읽은 세린이 대강에 사정을 파악한듯 힘없이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대사가 끝나자마자 세하가 울분을 토하듯 중얼거렸다.


"미국에온기념으로신기록을세우려고했는데하필이면거기서함정이발동하다니반사신경을그렇게단련한것도어떻게보면이런게임을잘하게되려고한거였는데 역시몸이아니라손가락을집중훈련했어야했나********************...."


"세...세하야?!"


속사포로 투덜거리기 시작한 세하를 보고 세린이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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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진정이 됐어?"


"네..."


머리위에 이불을 둘러맨 세하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10분 동안 계속 불길한 오라를 뿜어대며 게임오버 후유증에 시달렸던 세하는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을 세린에게 들켜서 그런지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놀랐어~ 위상검진을 할 때도 비명은커녕 신음소리도 안내던 세하가 게임에서 졌단 이유로 그렇게 고함을 질러댔을 줄은..."


"죄송해요..."


한층 더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세하를 보고 세린이 작게 웃은 뒤, 안심시키듯 말을 이었다.


"아니야. 사실 지금까지 계속 무리하는 모습만 봤던 탓인지 게임에 열중하는 지금이 더 자연스러워서 좋아.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어."


세린은 세하와 같은 팀을 이루고 있진 않았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G타워에서의 만남과 미국에서의 인연으로 그의 평소모습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른들의 과도한 기대와 주변사람들로부터의 금 수저 취급. 그런 부담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게임에 푹 빠져버린 고등학생 이란 건 눈치 빠른 세린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배려해주는 세린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세하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선배. 다른 검은 양 멤버들은 이미 출동했죠?"


"어... 어떻게 알았어?"


"슬비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었거든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기 핸드폰화면을 보여주는 세하를 보고 세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세하의 얼굴은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배여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계능력자인 세린은 세하의 심정을 눈치 채고 차분하게 말했다.


"원래는 좀 더 나중에 알려주려고 했는데 이미 알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세하야.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이번 테러조직 소탕작전엔 미국 각지에서 일하고 있던 A급 클로저는 물론, 100명이 넘는 B급 이하의 클로저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 위험에 처하진 않을 거야."


"그러면 좋겠지만요..."


세린의 격려를 듣고도 세하는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했나본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힘이 없어 보이는 세하에 모습에 세린이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을때, 병실 문 밖에서 익숙한 중저음이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이세하 요원 앞으로 택배가 도착했는데요."


"다니엘 아저씨?"


상당히 건장한 근육질 몸매에, 날카로운 눈동자를 빛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든든한 인상을 줄 것 같은 거구의 남자 다니엘은 유니온에서 보디가드로 일하고 있는 일반인이다. 차원전쟁당시 클로저소년에게 구원받았던 덕분에 위상능력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 지식인인 그는, 이번에 세하의 미국가이드(?)로써의 역할을 배정받아 그의 수발을 들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두 손엔 작은 크기의 택배상자가 들려있었는데, 아무래도 유니온 본부의 프런트에 보관되어 있던 걸 다니엘이 들고 온것 같다.


"아! 여기 놔주세요."


그제야 택배의 존재를 파악한 세린이 그렇게 말하자, 다니엘이 기다렸다는 듯 택배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자기 앞으로 배달 온 상자를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세하가 입을 열었다.


"제 앞으로 도착한 택배라니...누가 보낸 거죠?"


"그건 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이세하 요원외에도 다수의 클로저가 이 택배를 수령 받았더군요. 어떤 단체에서 저희들에게 장난을 치려고 보낸 것이 거나, 반대로 선물을 주고 싶어서 보낸 걸지도 모릅니다."


클로저의 사회적 입장은 연예인과 군인을 합친 것과 비슷한 이미지다.
갑자기 세상에 출몰한 괴물들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류인 만큼 그에 대한 인지도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고,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군인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팬이나 안티 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강남에서의 활약덕분에 팬이 생긴 건가...?'


뭔가 알 수 없을 자부심을 느끼며 세하가 쓴웃음을 지었다.
앞뒤 계산도 안하고 그저 강남을 지키고 싶었다는 생각하나만으로 움직였을 뿐인데 이렇게 자기들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분좋았나보다.


"그럼 한번 열어볼게요. 아저씨. 혹시 커터 칼 같은 거 있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피식 웃으며 세하를 진정시킨 다니엘이 능숙하게 택배포장을 뜯어냈다.


"우와...!"


세하와 세린이 상자안의 내용물을 보자마자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받은 선물은 다름 아닌 조각품이었는데, 나무로 깍여 있는 꽃 화분을 정교하게 조각한 작품이었다.
30cm를 조금 넘는 높이에다가, 단색이라는 것만 빼면 정말로 살아있는 것 같은 꽃잎. 어지간한 장인은 형태조차 특정하기 어려울 대작이라는 것을 조각에 문외한인 세하도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마침 여기에 편지가 있군요. 읽어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조각품과 함께 동봉되어있던 편지봉투를 발견한 다니엘이 편지지를 펼쳐 내용을 눈으로 읽은 뒤, 자신의 한국어 실력으로 의역해서 세하에게 들려줬다.


"'친애하는 클로저님에게. 갑작스러운 선물이라 당황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단체에선 세상에 있는 모든 위상능력자들이 그 조각품의 꽃이 가진 꽃말처럼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나중에 보낼 다른 선물도 잘 받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이게 전부군요"


"꽃말이라... 이게 무슨 꽃인지 아세요 아저씨?"


조각품을 자세히 들여다본 세하가 다니엘에게 질문을 던졌다.
요즘 같은 시대에 꽃의 생김새를 보고 그 꽃이 무슨 이름을 가졌는지, 그리고 무슨 꽃말을 지녔는지 단번에 특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마침 조각품에 이름표가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나름대로 친절한 집단인가 본지 꽃의 정체를 특정할 수있는 이름표를 조각품에 붙여놓았나 보다.
조각표를 자세히 살펴본 다니엘은 잠시 글자를 읽더니, 인자한 인상을 잔뜩 구기며 혀를 차듯 말했다.


"Common Gypsophila(안개꽃)....이군요. 한국말로 어떻게 번역해야 될 진 모르겠지만, 꽃말은 알고 있습니다."


"무슨 뜻인데요?"


"죽음."


짧고 강렬하게 그 단어를 입에 담은 다니엘의 말을 듣고 세하와 세린이 동시에 얼굴을 굳혔다.
다니엘이 알려준 꽃말과 편지에 적혀있던 내용이 동시에 떠올리면서 이 택배가 자신들에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당황한 두 명의 위상능력자들을 보고 다니엘이 불쾌한 표정으로 조각품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


"이걸 보낸 건 위상능력자를 증오하는 단체일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사망을 기원하는 택배를 보내다니... 정말 너무하는군요."


"그러게요...."


다니엘의 얼굴엔 분노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듯 굵은 힘줄이 드러나 있었다.
자신들을 저주하는 택배에 대해 이렇게까지 분노해주는 다니엘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이런 선물을 받아버린 것에 쓸쓸함을 감추지 못한 세하와 세린이 힘없이 말했다.


"괜한 걸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진작에 확인을 했어야 하는 건데... 일단 이 택배를 보낸 사람을 추적해보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이 택배는 다수의 클로저들 앞으로 온 물건입니다. 이걸 보낸 사람은 편지에 '다른 선물도 잘 받았으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했어요. 다음엔 이런 조각상이 아니라 폭탄이라도 설치해서 보낼지도 모르죠. 그러니 이걸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렇게 말한 다니엘을 보고 세하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해하는 세하를 보고 다니엘은 자신의 감정이 너무 격하게 표출됐다는 걸 깨달았나본지 한숨을 푹 쉬며 안심시키듯 말했다.


"일단 전 이 택배에 대한 걸 수배하고 올 테니. 편하게 기다려주십시오. 그럼 이만."


"아... 안녕히 가세요."


단정한 걸음으로 문밖으로 나간 다니엘과, 그걸 뒤에서 바라본 세하와 세린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조각품이 불길하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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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올렸네요... 죄송합니다. 5월달은 축제때문에 바쁘고, 6월달은 수행평가때문에 바빴거든요 쩝...

7월달엔 기말고사도 끝나니 그때가서야 느긋하게 올릴수 있을듯 해요.

그나저나 제 소설은 언제 완결이 날까요. 필자인 본인도 모르겠습니다. 대략적인 스토리플룻은 다 정리했지만

몇편에 완결이 날지... 어쨌든 많이 봐주세요~ 로그인 필수인거 아시죠?



*이 게임은 왜이렇게 언어제한이 많은건지... 올리고 나서 보니까 세하의 투덜거림인 젠1장이 전부 **표시돼있고

'탁자 위'라는 단어를 붙여서 쓰니까 이것도 **표시되고... 아나 괜히 의식되잖.

2024-10-24 22:28:3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