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강화활동

에오니안 2015-06-13 0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기계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재치있는 소리가 들린다.

다른 누군가를 배낀 것 같지만... 아마 기분 탓이겠지


그것보다 문제는 내 코어다.


기껏 아스타로트를 몇 번이나 봐가면서,

만지기도 싫은 검고 둥글둥글한 무언가를 몇 번이나 뜯어가며 만든 나의 데스 사이즈가...




초기화가 됐다.


눈앞이 새카매지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0부터 강화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큰 맘 먹고 트라이불스 0~8을 샀다.

요즘같이 블랙마켓을 들려봐도 강화기 연료 하나 없는 때, 적어도 6강은 해주면 엄청난 이득이다.


포에게 떨리는 손으로 데스사이즈를 건낸다.


"삐~삐~삐~"

"뜨드드든! 대성공!"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포가 3강이 된 데스사이즈를 내뱉는다.

20만원의 희생으로 3강 데스사이즈를 얻었다.


"트라이불스 쓰지 말걸...휴..."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강화는 무조건 트라이불스라는 소리는 다 거짓임이 틀림 없다.


"우웅..."

옆에서 테인이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도 어느새 포 앞에 와서 강화를 하는 중이었다.


"테인이도 강화하는 중이었구나? 어때? 오늘의 포는 왠지 기분이 별로인거 같은데"

"우웅.... 슬비 누나 제가 뭔가 잘못했나봐요... 4강 까지는 일반강화기 넣으면 되는거 아니에요?"

"응 맞아. 왜 그러는데?"

"제 바람의 지팡이는 왜 5강을 못가는 걸까요?"

"응??"


테인이의 강화 창을 본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40만크레딧어치를 쏟아붇고도 아직 2강이었다. 만약 강화기 연료값까지 치면 더 많이 들었겠지...

나만 강화가 안되는게 아니구나, 하고 어딘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아니, 안심하면 안되잖아!"

강화비용은 검은양팀 공유 창고에서 빠져나간다. 강화기 연료도 마찬가지.

분명 지금 우리 둘의 강화비만으로도 엄청나게 줄어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우웅... 사냥하고 싶은데 더 이상 돈이 없어요..."

"미안 테인아... 내가 괜히 10강을 시도해서... 우리팀 식비도 모자르겠는데..."

"아니에요 누나. 비록 2강이지만 우리가 같이 싸우면 문제 없을거에요!"

"그...그렇구나"


아니다.

플레인게이트 1단계를 탐사하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분명 그 이상 단계에서는 차원종이 더 우세할 것이 뻔하다.

방금 내가 9강 데스 사이즈로 만족하지 않고 10강을 도전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웅..."


테인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떻게는 4강은 해 놓으려 다시 송은이 언니를 찾는다.


"어서와~ 특경대 대장 송은이야~"

"안녕하세요. 잠시 창고 좀 쓸께요."


어라?

이상하다.

강화기연료가 없다.

크레딧도 이상하리만큼 없다.

내가 10강을 시도한 이유는 창고에 최고급 강화기 연료가 200개 이상 쌓여있길래 시도해본 것인데, 어느새 창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크레딧도 한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차원종을 처치해서 충분히 벌어놨는데...


"삐~삐~삐~"

"아아아악!!!"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카운트다운과 비명소리.


"제발, 제발 9강만이라도 가게 해주세요..."

포 앞에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는 유리가 있었다.


"유리야? 너도 강화하는...."



강화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오늘의 포는 기분이 많이 안좋나보다.

유리가 가져간 최고급 강화기 연료 190개 중에 남은 것은 단 2개 뿐이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7강 메두사 킬러.


"미안해 슬비야... 나... 새로운 코어를 얻어서 9강을 시도해봤지만 역부족이었어..."

유리가 훌쩍인다.

괜시리 10강을 시도한 내가 미안해진다.


"괜찮아. 돈이야 또 벌면 되는거고. 그리고 그동안 네가 많이 노력해왔잖니? 우리야말로 미안하지.."


정말이다. 혼자 플레인게이트 6단계를 탐사하고 온 그녀에게 1단계 밖에 가지 못하는 우리가 무엇을 탓할까?

심지어 난 초기화가 된 입장이다.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말해주니 맘이 편해진다 슬비야.  그럼 이것도 용서해줄거지..?"



우리팀은 그렇게 파산했다.





안녕하세요. 에오니안입니다.


저번에 쓴 소설이 인기가 많아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읽어주신분들, 추천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오늘은 갑자기 강화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서 소설게를 들렸습니다.

저번에 예고한 세하/유리 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여러분 강화 무리하지 마세요! 정신 건강이 제일이에요!

2024-10-24 22:28: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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