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152화- [낙오자의 시간(落伍者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06-10 1
“붙을래?!”
“좋아. 그냥 싸우면 재미가 없으니 너도 무기로 쓸 만한 거 가져와라?”
“......”
“없어? 없으면 우리 정정당당하게 붙을까?”
“......붙다니. 어떻게 말이지?”
“명색이 그 녀석에게 1개월 특훈을 받은 우정미 너잖아? 그래서 유니온의 ‘연구사관(硏究士官)’ 이라는 너와 직접 붙어보고 싶어.”
레이라가 정말 당돌하게 우정미에게 한판 붙어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정미는 이내 거부하는데 어차피 본인은 이제 싸우는 것은 하고 싶지를 않단다. 그리고 레이라가 그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뭔가를 숨기고 있기에 싸워봐야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레이라도 우정미의 그 행동을 예상했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교실로 돌아간다. 지하 150m 깊이에 위치한 특수F반으로 돌아가는 그녀. 우정미를 포함하여 검은양 멤버들과 2학년 학생들이 F반 녀석의 저런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고서 지린 반응을 보인다. 과거에는 모두들 F반 학생들을 낙오자라 부르며 비아냥거렸으나 현재는 오히려 그들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일반 학생들인 셈이다.
“무섭다.”
“유리야. 레이라가 저렇게 무서운 녀석이었어?”
“그... 그러게? 정미 너도 그렇게 보였어?”
“어. 저게 인간인가란 생각도 들었어.”
“인간?”
“넌 못 느낀 거야? 레이라에게서 순간적으로 극악의 살의가 느껴졌어.”
“극악의 살의?”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만약 총이라도 있었다면 ‘총기난사(銃器亂射)’ 라도 일으켰을 것만 같은 눈빛이었어.”
“......”
“아무래도 레이라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되겠는데? F반 애들이 몰라보게 달라져서, 학교 선생님들도 심히 당혹해하고 계셔.”
과거와는 몰라보게 달라진 F반 학생들의 태도에 학교선생님들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학생들과 같이 선생님들도 F반 학생들을 ‘낙오자(落伍者)’ 라 부르며 비아냥거리고 비하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모두들 몸을 추슬러야만 하게 되었다. 신강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두려움을 느끼자 교무실로 찾아가 경찰들을 배치해달라는 요청까지 한다.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게 해달라? F반 학생들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지면 경찰배치를 요청한다는 걸까? 특수F반 학생들도 무조건 다 무서운 것은 아니다. 가장 무서운 존재라면 바로 오세영과 레이라. 두 녀석이 가장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김유미를 말하는 거라면 그 녀석은 저런 녀석들을 생각도 없이 건드리지는 않으니 문제는 되지 않는다.
신강 고등학교에서의 일상은 오늘도 참으로 재밌는 일상이다.
그 대규모 사건이 있은 이후로 조용히 지내게 되니 이들도 학교수업을 받으며 지낼 수가 있다. 우정미도 유니온의 연구원이자 연구사관이라 해도, 아직 졸업한 것은 아니기에 학교에 나오기는 해야만 한다. 그러고 보니 붉은별 녀석들은 출석부에 이름을 호명해도 없다. 당연하다. 김유미는 F반이고, 리리스는 신강 초등학교일 뿐만 아니라 나머지들은 학교에 나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나온다고 해도 사이가, 정나혜만 해당이 되는데 진서희는 없다. 만약 진서희가 학교에 등교한다면 뭔가 큰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 진서희가 학교를 제대로 등교하는 날은 과연 언제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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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을 깨고 진서희가 학교에 나왔다. 신강고 교복을 입은 진서희. 최소 190cm 에서 200cm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우 우월한 키로 인해 학교 친구들은 물론이고 담임선생님을 포함해 선생님들 전체가 상당한 위압감을 느낀다. 쳐다보기만 해도 엄청난 압력이 느껴지는 진서희. 전혀 웃지도 않고 그냥 무표정을 유지하는 그녀. 만약 진서희가 웃는 모습을 목격하거나, 목격할 때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신속히 사진촬영을 하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 자는 어쩌면 인생의 운을 다 사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붉은별 멤버들도 진서희가 웃어줄 확률은 운석이 떨어질 때에 지나가던 사람에게 정확히 떨어져서 그 사람이 큰 피해를 입을 확률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 정도로 냉혹하다.
종례 후, 검은양 멤버들이 난데없이 진서희를 부른다. 혹시 그 때에 차원종들을 풀어서 신서울을 포함해 전국을 유린한 범인이 너냐고. 이에 진서희가 그들을 바라보더니 시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자기가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한 것도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자신은 신임 군단장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서 행동한 거뿐이란다. 진서희의 말하는 능력이라면, 거짓말을 할 때에도 결코 침도 삼키지 않고 말하는 것. 그것이 진서희가 가진 말하는 능력이다. 만약 거짓을 말하더라도 침도 안 삼키고 말하는 능력. 누가 듣더라도 진실로 듣도록 만드는 것. 역시 붉은별의 리더는 말하는 능력도 뛰어나야만 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강한 여자의 조건이라는 걸까?
“네가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한 것도 아니라니. 무슨 소리야?”
“아직도 모르겠나. 이슬비.”
“뭐?”
“시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는 건가.”
“무슨 침도 안 삼키고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거지?!”
“이제 보니 유리도 머리가 둔하잖아. 이렇게 지능도 없는 것들이 연애감정은 많다니.”
“뭐야. 그럼 넌 연애라는 거 한 적도 없어?”
“......연애 말인가. 그런 쓸모없는 감정을 내가 왜 가져야만 하는 거지.”
“......!!”
“이세하. 너도 알고는 있을 텐데. 그렇게 언제까지 둔하게 살면, 4명이나 있는 여자 친구란 것들이 너에게 크게 분노할 텐데.”
연애에 관해서 전혀 일절 관심이 없는 진서희가 저런 말을 하니 왠지 좀 이상하다.
진서희가 말한 ‘이세하에겐 무려 4명의 여자친구가 있다.’ 라는 표현. 각각 누굴 의미하는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 슬비와 유리가 갑자기 서희에게 너도 속으로는 연애라는 걸 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닌지를 묻자 침도 안 삼키고서 그런 쓰레기와 같은 감정은 갖고 싶지를 않단다. ‘연애(戀愛)’ 감정을 쓰레기라 말하는 진서희. 이 녀석에 연애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 것인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한 마디. 그런데 이 녀석이 어째 좀 이상하다. 뭐랄까? 저번에는 금발로 염색해준 것이 싫다면서 가버리더니, 이번엔 싫지는 않다는 듯이 금발머리를 그대로 하고서 나타났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