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검은 양] 싸우는 이유(재업)

가람휘 2015-06-10 2



* 1 *

 

 “저기아줌마.”


 “꼬맹아그리고 아줌마가 아니라 누나다.”


 무너져 내린 시가지의 한복판그곳에서 한 소년이 여성에게 물었다.


 “아줌마는 왜 싸우기 시작한 거예요?”


 “글쎄그런 건 이미 진즉에 까먹었어하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이유는 있지.”


 소년의 질문에 여성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참고로 나는 단골 술집이 다시 문을 열게 하기 위해서!”


 “아저씨한테는 안 물었어요.”

 “너무해!”


 여성이 소년에게 대답한 직후덩치 큰 사내가 다가와서 말하기 시작했고주변에 있던 이들이 모여서 싸우는 이유를 주제로 떠들기 시작했다.


 “너는 어때데이비드.”


 “나야 뭐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공무원이 됐는데 위에서 시키니 하는 거죠.”


 “로망이 없구만~”


 “그러는 너는 어떤데?”


 “나는 빨리 이 싸움을 끝내고내 소중한 사람과 결혼을


 “그만둬그거 사망플래그라고!”


 하하호호 웃으며 떠들던 이들이 곧처음 말을 꺼냈던 소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너는 싸우는 이유가 뭐야?”


 “나는

 

 

* 2 *

 

 “.”


 오랜만에 옛날 꿈을 꿨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 때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대답했더라.


 “아저씨아저씨.”


 “왜 불러동생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야.”


 동아리실에 모여 있는 검은양 팀그 곳에서 이세하가 J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왜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건 또 제법 원초적인 질문이로군그건 왜 묻지?”


 “이슬비가 그걸로 구박하잖아요저는 그냥 싸우는 것뿐인데.”


 “그게 문제라는 거야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아하하슬비야너무 그러지 마주름 생겨.”


 “정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동아리실.


 “그래서아저씨는 뭘 위해 싸우는 거예요?”


 “글쎄싸우기 시작한 이유는 잊었어하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이유는 알고 있지.”


 싸우기 시작한 이유기억이 나지 않는다방금 전 꿈에서내가 뭐라고 대답했었던 걸까솔직히 모르겠다아마 별 볼일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다만지금 싸우는 이유는 확실하다.


 “너희 같은 아이들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오로지 그것만을 위해떠났던 전장으로 돌아왔다.


 “뭐에요전에는 저축해 둔 돈이 다 떨어져서 라면서요.”


 “아하하이런들켰나폼 좀 잡아보려 했는데.”


 씨익 웃으며 옆구리를 찌르는 세하를 보고제이 또한 바보 같은 웃음을 보이며 같이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웃음이 동아리실 전체로 전염될 무렵문을 열고 김유정이 들어왔다.


 “저기제이씨.”


 “그래이 형님이 나설 차례로군약은 미리 먹어 뒀지가자고.”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김유정은 별로 달갑지 않은 얼굴로 제이를 불렀고제이는 예상 하고 있었는지별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 혼자 가는 거예요왜 우리는 안 가고요?”


 “그건.”


 제이가 혼자 나서려 하자미스틸테인이 김유정에게 물었고김유정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자제이가 대신 대답했다.


 “동생이건 어른의 일이야내게 맡겨.”


 그 말을 끝으로 동아리실을 나서는 제이의 뒤를 김유정이 따라오며 말했다.


 “제이씨정말로 괜찮겠어요이건.”


 “걱정 마힘들게 손에 넣은 평화야저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건 차원종과의 싸움으로도 족해.이런… 더러운 높으신 분들의 싸움에 저 아이들까지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아.”


 힘들게 손에 넣은 평화다많은 희생이 있었고소중했던 이들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런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겠어그게 설령 그 아이들에게 경멸을 받는 일이라고 해도.”


 “하지만저 아이들이 알게 되면 정말로 제이씨를 어떻게 생각할지!”


 “저 아이들도 언젠가 이해 해 주겠지그리고 무엇보다버림받는 데에는 익숙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나를 경멸할 것이고내게 등을 돌릴 것이다.

 하지만그건 이미 익숙한 일이다그걸로 이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걱정 마세요저는 제이씨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요.”


 “하하그거 듬직하군.”


 세상에는 여러 가지 전장이 있는 법이다.

 그 아이들이 활약하는 무대개인적으로는 그마저도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어쩔 수 없이 고르라고 한다면 그쪽 전장이 그 아이들에게 어울린다.

 이런 더러운 전장은조연의 무대는 내가 맡는다.


 “이 더러운 전장은 내 대에서 끝낸다그 아이들이 이런 더러운 곳을 알게 하지 않겠어.”

 

 

* 3 *

 

 “아저씨아저씨.”


 “아저씨가 아니야형이라고 불러.”


 “아저씨는 뭘 위해 싸우는 거예요?”


 언젠가 내가 그 사람에게 했던 질문그것을 지금 내가 듣고 있다.


 “글쎄왜였을까이미 잊었어하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이유만은 말 할 수 있지.”


 그 사람이 했던 말그리고 지금내가 하는 말.


 “너희가 싸우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연일까필연일까그 사람의 의지를 잊겠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이건 딱히 그 사람을 따라하려 한 것은 아니다그저 크다보니그와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것 뿐.


 “헤에뭔가 멋지네요나도 나중에 아저씨처럼 되고 싶어요!”


 “그만 둬라이건 내 대에서 끝낼 거야네가 컸을 때 나처럼 될 일은 없어.”


 그 사람이 내게 그랬었다이 더러운 세상을 내게 남겨주고 싶지 않았지만힘이 부족했다고그래서 미안하다고.

 그 말을 듣고 생각했었다그가 이루지 못한 것을 내가 이루겠다고.

 그러니내 대에서 이 더러운 전장을 끝낸다인류의 적은 차원종 하나로도 충분하다.


 “에에그런 게 어딨어요!”


 “그보다 나처럼 될 생각이라면우선 날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부터 그만둬안 그러면 너도 나중에 아저씨 소리 듣는다.”


 꼬맹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시선을 돌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검은양의 동아리실작동도 되지 않는 고장 난 게임기와 tv가 그대로 남아 있다.

 색이 바래서 읽기 힘든 만화책도그 옛날의 노트북도 그대로다변한 것은 오로지 사람뿐.


 “저기.”


 “왔나좋아갈 거면 빨리 가자고.”


 잠시 꼬맹이의 상대를 해 주고 있자한 여성이 동아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


 “그렇다고 꼬맹이들을 끌어들일 수도 없잖아저 애들은 이런 더러운 세계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뭔가 잔뜩 붙어있는 건 블레이드를 들어올리며내 전장으로 향한다.


 “얼른 다녀와서 게임이나 해야겠다.”


 “안 돼당분간 게임은 금지야.”


 “에에너무하잖아!”










이번 UCC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사실 운증용변 STD를 진즉에 연재 시작했어야 하지만, 생각보다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요즘 돈을 버느라 글 쓸 시간이...ㄷㄷ


이 단편의 경우에는 UCC콘테스트 이벤트를 보자 마자 번뜩 떠올라서 그 자리에서 바로 쓴 것입니다.

즉, 초고이죠. 한 번도 수정을 가하지 않은, 손가락 가는 대로 쓴 원본 그 자체입니다.

그 덕에 퀄리티가 지옥... 원래도 좋지는 않았지만요 ㅋ


여튼 이 글은, 게임 스토리상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이 되는, 이 와중에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는 높으신 분들과, 그 싸움에 클로저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될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에서 쓴 글입니다.

클로저는 일종의 치트에 가까우니까요. 많은 수의 강한 클로저들을 자신의 휘하에 둘 수만 있다면 쿠데타도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검은양은 데이비드의 비호 아래에 있다고는 하지만, 게임의 주인공인 덕에 잔뜩 활약을 했고, 높으신 분들의 눈에 띌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제이가 희생한다!

라는 느낌으로 써 봤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상의 루프를 써서, 알파퀸 > 제이 > 세하 의 순서로 이어지는 유지를 써 봤습니다!


덤으로, 마지막에 등장한, 세하와 함께 가는, 검은 양의 김유정 포지션인 여성이 누구일지를 생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

슬비일 수도 있고, 유리일 수도 있고, 정미일 수도 있죠!



원래라면, STD에서 초반에 리타이어 하여 중반까지 등장하지 못하는 제이의 활약을 써 보고 싶었지만, 검은 양의 방과후 활동 이라는 부분 탓에 전투를 쓸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미 충분히 일상은 아니지만...

여튼 조만간 STD로 돌아오겠습니다!
2024-10-24 22:28: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