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슬비가 아프답니다 上편

E뽐므 2014-12-23 1

 

 * 제목은 슬비가 아프다는데 별로 비중이 없습니다. 그냥 쓸 제목이 없어서 ….

 * 세하와 유리 위주입니다.

 * 커플링X

 * 노잼주의

 

 

 

 

 

 

 [이벤트] 슬비가 아프답니다

 

 

 W. 뽐므

 

 

 

 

 

 

 上편

 

 

 

 

 

 세하는 게임 중독자이다. 게임을 하고 있다면 바로 앞에 차원종이 나타나도 꿈쩍도 하지 않을 중증이었다. 임무를 나갈 때에도, 출퇴근 길에서도,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을 때 빼고는 (사실 밥을 먹을 때에도 한다 ) 절대 게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검은양의 리더인 이슬비에게 강력한 제재를 받아 삼가하고는 있다지만, 뼛 속 깊은 곳에서부터 폐인의 기질이 콕콕 박혀있는 그에게 있어 게임을 그만 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처음 세하가 검은 양 프로젝트에 참여 했었을때, 대중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전직 클로저 요원이자 차원 전쟁을 종결시킨 어머니에, 높은 위상 능력을 가졌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것도 잠시, 불량스러운 태도와 더불어 오히려 악영향을 주게 되자 사람들은 그를 손가락질 했다.

 

 

 

 ' 어머니의 반만이라도 열심히 해봐라! '

 

 

 하지만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가슴에, 마음에 비수가 꽂힐 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에게 기대를 걸던 요원들과,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를 포기했다. 재능이 있으면 뭐 하나, 노력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 갖은 회유와 협박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무덤덤한 태도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검은양 프로젝트의 천덕꾸러기라고 취급받게 된 세하는 오직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

 

 

 

 " 유리 …. 나 대신 이세하를 부, 쿨럭. 탁... "

 " 슬비야? 정신 차려! 슬비야! "

 

 

 이슬비는 돌연사... 아니,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와 최근 급격한 온도차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심한 감기 몸살이라 최소 하루는 쉬어야 한다고 하였다. 슬비는 검은양 프로젝트의 리더였지만, 그녀가 아프다고 해서 팀 전체가 쉴 수는 없었다. 클로저 요원은 적은데, 차원종의 빈도 수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시내 한 복판에 떨어지기도 하여서 요원 하나하나가 절실했다. 요원들이 하루만 쉬어도 재난에 허덕거리는 것이 신서울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강력한 차원종들이 출현하는 '신논혁역' 으로 가야 했는데, 가장 중요한 전력인 이슬비가 쓰러져 버리니 그 대타인 서유리는 현재 매우 난감했다. 중간에 이슬비가 얼굴을 붉히며 쓰러지는 바람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람을 찾기는 했지만, 서유리 자체는 능력도 좋은 뿐더러 이슬비와는 다른 리더쉽을 가지고 있었다. 이슬비가 냉정하고 신중한 결단에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자랑한다면, 서유리는 어머니같이 사람을 부드럽게 이끌었다.하지만 조금, 아니 많이 덜렁거린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그야말로 장점을 잘근잘근 씹어버리는 크나 큰 단점.

 

 뒤는 의사 선생님께 맡긴 후 유리는 한숨을 푹 쉬며 병실을 나섰다. 앞이 깜깜했다. 오늘 신논혁역으로 가는거, 내일로 미뤄볼까? 전력도 한 명이 부족할 뿐더러 그들을 통제할 리더가 없다. 자신에게 부탁하기는 했지만 왠지 쫑(?)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한숨을 한 번 더 푹 쉬었다. 배가 울렁거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다. 떨리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정식 클로저 요원은 4급 공무원이 된다고 하였다. 안정적이게 살고 싶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에 대해 물었던 설문지에도 ' 공무원 ' 이라고 한 치의 고민 없이 써 내려갔다. 자신의 부모님처럼 살고 싶진 않았다. 잠시 예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부모님 두 분 다 미술가셨다. 차원종 때문에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 상황 속에서의 희망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비슷해서일까, 짧은 연애를 마치고 아버지께서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참 미술가 답게도 자신의 작품 한 점을 주며 로맨틱하게 고백을 했다는데 … 과연 그랬을 지는 의문이다. 부모님들은 허풍쟁이시니 말이다. 처음에는 부부 미술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한 순간이었다. 대중들은 특이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좋아했다. 하지만 같은 생각에, 같은 환경에 놓여 그랬을까. 점점 두 사람의 그림은 비슷해져만 갔고, 외면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차원 전쟁도 점점 끝나가는 추세여서 전쟁통 속 한 떨기 장미라는 별명도 쓸모가 전혀 없어졌고 …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빈곤이 쭈욱 이어져오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여자라면 무릇 자기 몸은 지켜야 하는 법!' 이라 하며 자신을 검도 학원에 보냈다. 동네 학원에 다닌 것뿐이었지만 의외에 재능이 나타나, 위상력이 발현되기 전 검도 대회에서 뛰어난 솜씨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한 순간일 뿐이다. 만약 팔이라도 다친다면? 신체 한 부분에 이상이 온 다면 검도 선수로써의 인생도 끝이다. 게다가 검도는 한물 간 스포츠가 되어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클로저 요원들의 현란한 검술에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자신도 인정했다. 고리타분한 검술보다는 실용적이고, 화려하며, 살상력 있는 흥미진진한 검술이 더 좋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심란한 표정을 짓고 전원을 켜 전화번호부를 뒤적였다. 제이와 미스텔테인은 … 같이 잠수 탔지 않았나. 하도 종적을 자주 감추는 이들이라 요원들도 둘을 포기했다. 하지만 임무 완수만큼은 끝내주게 완벽해서 그렇게 터치는 하지 않는 편이었다. 유리는 그렇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한 번호에서 주춤했다.

 

 

 [ 이 세하 ]

 

 

 얘를 내가 어떻게 감당을 하지 … 솔직히 억지로 밝게 지낸다지만 낯을 엄청 가리는데. 게다가 항상 셋이서 있으니 부끄러움은 덜 했지만 단 둘이서 있는 것은 엄청나게 민망할 것이다. 하지만 슬비가 부탁을 했고,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일은 일이니까. 눈 딱 감고 전화해서 어디있냐고 물어보자. 이건 일이니까, 전혀 부끄러워 할 필요 없다! 만약 거절한다고 치면 나중에 유정 언니에게 이르면 된다. 자신의 잘못은 절대로 아니라고! 자기세뇌를 하며 천천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툭ㅡ

 " 야. "

 " 으악! "

 

 " … 괜찮냐? "

 

 

 누군가가 어깨를 툭 건들였다. 온 신경을 세우고 있던 유리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단 충격과 놀람에 핸드폰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여성스럽지 못한 비명을 지르며 말이다. 벽돌폰이라 그런지 깨지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다. 뒤를 돌아보자 어벙한 표정의 세하가 서 있었다. 당황한듯 했다. 어색하게 웃음짓고는 바닥에 나뒹구는 핸드폰을 주웠다.

 

 

 " 슬비는 지금 의사 선생님하고 계셔. "

 " 아아, 아픈게 맞긴 하구나. "

 " 하하 … 그렇게 안 보여도 슬비는 아직 여고생이라고. "

 

 

 아, 물론 나도. 라고 말하며 개구지게 웃어보였지만 세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괜히 민망해져 턱을 글적거렸다. 세하의 손에 들려있는 게임기가 보였다. 역시 … 왜 안보이나 했다. 놓고 오는게 이상한 거지.

 그나저나 소집 명령이라던가, 슬비가 아프다는 소식은 전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찾아 온거지? 게다가 정부 소속의 병원이라 소문이 새어나갈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 그런데 여기는 왜 왔어? 혹시 병문안이라도? "

 " 아니. "

 

  정말 단호하네, 설마 단호박이세요? 이미 철 지난 드립을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보통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프면 예의로라도 병문안을 오지 않나 …?어어 잠깐, 아픈 걸 알면서도 병문안이 아니라는건 도대체 뭐지. 생각 외로 다른 대답에 살짝 당황했다. 감정 표현이 없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무덤덤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는 게임기를 들어올렸다. 이걸 왜 보여주지 하는 의문과 더불어 관리를 잘 받은듯 윤이 번쩍번쩍 나는게 확실히 소중히 아끼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떻게 보면 제 2의 목숨이니 그런 걸까 … 한시도 몸에 떨어지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저게 뭐라고. 유리는 세하의 게임 중독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세하는 시크한 표정을 짓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 칩을 두고 왔어. "

 

    .... 네가, 목숨처럼 아끼는 메모리 칩을 두고 와?

 

 

  ***

 

 

 

  " 자 마셔. "

  

 

 유리는 방금 뽑은 시원한 포도맛 탄산 음료를 그에게 건냈다. 그 짧은 새에 물방울이 맺혀 손에 묻어나왔다. 세하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작게 고맙다고 말하며 순순히 받아들었다. 자판기에서 오렌지맛 음료를 하나 더 뽑았다.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숙여 음료수를 집었다. 역시나 차가웠다.

 

 세하는 본부(사실 본부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다)에 깜빡하고 두고 온 게임칩을 가져왔다. 자신은 바로 집으로 가려는 그를 붙잡아 일부로 사람이 많이 지나다닐 것 같은 복도에 앉혔지만 곧 오늘이 주말이었다는걸 깨달았다. 아, 공무원이 주말에 출근을 하나. 유리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사실 이렇게 보냈다가는 절대 다시 못 끌어들여! 라는 생각이 들어 무모하게 실행한 것이긴 했다. 하지만 급했단 말야. 공적이라지만 1:1 전화는 부담스럽기만 하고.

 바로 옆에 털썩 주저않았다. 캔을 가볍게 딴 후에 입술에 갖다 대었다.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엄청 부담스러웠다. 자, 이제 뭐라고 말하지? 집에 가지 말고 오늘 임무를 가자고? 하지만 거절당하면? 자신이 그를 잡을 명분이 있나. 리더도 아니고 ... 간다고 하면 할 말이 없는데. 너도 공무원이니 주어진 임무를 해야 한다? 거절하면 해고당할 것이 분명하다? 아니, 그는 분명 해고 당하면 되려 좋아할 것이다. 유리는 세하가 너무나 어려웠다. 처음 보는 인간의 유형이라 대처할 법도 몰랐을 뿐더러, 은근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 무슨 할 말이 있어? "

 

 " 어, 응? 아니. "

 

 " 흐음 … "

 

 

 

 그는 유리가 의심이 가는듯 의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눈치도 빨라라. 유리는 어색하게 웃고는 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어색함을 타파하기 위해 부단히 머리를 굴렸다. 세하는 그런 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리고 게임기를 꺼내 전원을 켰다. 유명 회사의 로고가 화면 정중앙을 채웠다. 그렇게 몇 초간 그 화면이 떠 있다가 게임스러운 효과음이 들리며 완전히 활성화가 되었다. 지금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도 게임인가 … 하지만 딱히 뭐라고 지적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 유리는 마음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 도대체 이런 것의 어디가 재미 있다는 거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차원종들과 맞서는 것이, 그래. 마치 가상 현실 게임과 같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클로저 요원이 됬다는 것은 일반인과 다른 특수한 힘과, 빼어난 육체 능력을 가진다는 소리니 말이다. 슬비 같은 경우에는 자연계 에스퍼라 혹시 마법사가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두고 시시한 게임에 빠져버리다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무릇 있었다.

 

 자신도 위상력이 발현되기 전에는 게임을 좋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듯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서. 하지만 위상력이 발현되고, 클로저 요원이 되 차원종들을 맞서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간이 부족한 것도 한 몫 했지만 흥미를 잃어버렸다. 일을 하는게 더 재미있는데, 딱히 게임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최근 시작한 게임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슬그머리 엉덩이를 움직여 살짝 붙었다. 그러자 저를 흘낏 쳐다보면서도 딱히 제재를 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에 대담스럽게 몸을 들이밀며 구경했다.

 

 

 

 " 이게 재밌어? "

 

 " 재밌으니까 하겠지. "

 

 " 어떤 점이? "

 

 " … 넌 잠을 자는 데에 이유가 있냐. "

 

 " 잠이랑 게임은 다르잖아. 잠은 몸과 정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규칙적으로, 또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거지만 게임은 아니잖아? "

 

 

 그렇지 않아? 라고 표정에 써있는 듯한 유리의 질문의 세하는 화면에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인상을 찡그렸다. 벌써 게임을 시작해 손을 부지런히 놀리고 있었다. 세하는 뭔가 방해를 받는 기분이었다. 슬비와는 다르게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사람이었다, 서 유리는.

 

 

 

 " 잔소리 할 거면 가든가. "

 

 " 어, 어? 아냐. 구경만 할께. 궁금해서. "

 

 " … 대신 조용히 있어. "

 

 

 

 유리는 말 잘 듣는 개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실제로 개인가 … 세하는 뭔가 상황이 역전된 것 같았지만 방해를 안 한다니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집에 가면 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많이 하지도 못할 뿐더러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하다가 잘못해 게임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도 방해할 일 없는 정부 건물의 한적한 복도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의외로 좋은 일이었다. 물론 지금 같이 있는 한 짐승, 아니 한 사람이 조금 거슬렸기는 했지만 말이다.

 

 

 게임의 제목은 유치하게도 ' 클로저스 ' 이었다. 주인공은 클로저 요원. 그리고 상대는 강력한 차원종들. 현실과는 다르게 제한되어 있는 이동 형태. 3D지만 구현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있는 그래픽. 물론 캐릭터들은 다들 예쁘고 멋졌지만 그 뿐이었다. 스킬의 이펙트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을 뿐더러 실제 전투를 반영하지 않은 정해진 콤보. 뒤에서 다가오는 적이나 포위된 상태에서도 곧장 벗어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 일반인들이 클로저들을 동경하며 만든 게임인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텔레비전 광고나 길거리를 지나가며 언듯 본 것 같기도 ….

 

 이런게 재미있을까? 흘낏 옆을 바라보자 주위의 것은 보이지도 않을 집중력으로 빠르게 조작키를 입력한다. 입이 떡 벌어질 속도였다. 클로저의 능력을 이런 곳에 사용하다니 …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멍청하다고 생각할까. 이게 그렇게 집중할 만한 게임은 아닌 것 같았다. 유리는 금새 흥미를 잃고는 양 다리를 앞 뒤로 교차하며 동**렸다. 그렇게 몇 분은 있었을까, 돌연 세하가 옆에서 소리를 빽 질렀다.

 

 

 

 " 뭐, 뭐야! 갑자기 왜 죽어! 거의 다 깼는데! "

 

 

 

 무슨 일이지, 하고 화면을 들여다보자 세하의 캐릭터가 (묘하게 닮은 것 같은건 착각일까) 보스의 앞에서 엎드린채 뻗어있었다. 죽었구만 …. 딱 봐도 최종보스 같아 보이는게 굉장히 강해보였다. 보스의 남은 생명 게이지 바 위에는 ' X28 ' 이라고 적혀 있었다. 28줄 남았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굉장히 많은 생명이 남은게 아닌가. 거의 다 깨긴 얼어죽을.

 

 

 

 " 28줄이나 남아있잖아. "

 

 " 원래 40줄이었다고! "

 

 " 어 … 그러니. "

 

 

 

 세하는 씩씩거리며 굉장히 분해했다. 유리는 그런 그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현직 클로저 (예비) 요원이 이런 게임에서 죽으면 어떻게 하니 ….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녀 자신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게임에서도 재능을 보이는 세하가 하지 못할 정도면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현실 클로저 요원으로써의 지식이 쓸모가 없는 것일까? 유리의 양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래서 유리는 부탁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 나 한 번만 해볼래. "

 

 " 네가? "

 

 " 이래뵈도 위상력 발현되기 전까지는 게임 엄청 잘했거든. "

 

 

 

 그는 떨떠름 했지만 고작 한 번을 못 빌려줄까,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게임기를 건냈다. 뭐 설마 그냥 게임을 하는데 부숴지기라도 하겠어. 게다가 게임기가 부숴져도 메모리 칩만 건재하면 괜찮았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 해보는 게임에 허우적거리는 모습도 보고 싶긴 했다. 자신있게 부탁하던데, 과연 이걸 해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클로저스는 현재로 나온 게임들 중에서도 어렵다고 소문이 난 게임이었다.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시각이 넓다고 해도 현실처럼 잘 통제되지 않는 캐릭터와 스킬 위주가 아닌 대미지가 약한 평타 위주로 차원종을 공략해야 하는 그런 하드코어 게임이었다. 세하 자신도 한 달을 투자해 겨우 캐릭터를 제대로 다루기 시작했는데, 처음 하는 그녀가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속으로 비웃음을 치며 순순히 넘겨준 것이었다.

 

 

 세하가 유리를 그렇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꽤나 예쁘기도 하고 성격도 털털해 남자로써는 매력있는 상대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직 여자에게 흥미가 없었다. 나 좋다고 달려드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뭐가 아쉬워 그녀에게 대쉬를 하겠는가? 전혀 현실성 없는 사실을 강조하며 세하는 유리에게 흥미 없음을 증명했다. 단지 … 자신과 다르게 항상 밝아보이는 그녀가 싫었을 뿐이다. 유리를 볼 때마다 기억나는 과거의 일은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유리는 아싸! 하며 게임기를 조심스레 받아들였다. 그 자신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뜨거운 눈빛으로 ' 부숴뜨리면 널 48조각으로 산산히 나눠주겠어. ' 라는 뉘앙스를 풀풀 풍겼기 때문이다. 속으로 아, 알았어. 라는 대답을 하고 신사임당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다뤘다. 어떻게 시작할 줄을 모르자 옆에서 가볍게 한숨을 쉬며 시작하는걸 도와주었다. 짧게 고마워, 라고 말하자 별 말씀을. 이라는 대답이 들렸다. '한 밤의 대공원' 이라는 스테이지 였다. 딱 봐도 분위기가 으스스한게 여기가 제일 어려운 곳이라는걸 증명해주었다. 옆에서 보기엔 별로 안 어려워 보이던데.

 

 

 여기서 못하면 완전 자존심이 구겨질 것 같은 기분에 유리는 투지심을 활할 불태웠다. 세하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리라! 게임기에 코를 박을 듯 고개를 들이밀었다.

 

 

 

 

 

 

2024-10-24 22:21: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