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과도한 기대에서 방황하던 소년(이세하)
흔한팔 2015-06-07 11
서 지수.
전설적인 클로저로서 차원전쟁 당시에는 차원종들에게는 공포를, 같은 편에게는 경외심을 주었던 전설적인 클로저. 통칭 '알파 퀸'이라고 불리우는 그녀의 위상은 지금까지도 유니온사이에서 거론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엄마였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미운 존재이기도 하였다.
내게는 선택지가 없다.
위상력이 각성하는 순간부터 클로저가 될 운명.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선택지를 잃고 그저 하라는 대로 따를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노력도 했었다.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수치는 너무나도 높았고,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모두 당연하게 여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알파퀸의 아들이니까. 그것으로 여태까지 했던 노력을 부정당해버린다. 뿐만 아니라 위상능력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에서는 위험인물 취급이었다. 그저 평범한 생활을 원했었다……. 친구를 원했었다. 위상능력자니 뭐니 해도 옆에 있어줄 사람들을 원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에게 있어서 부모님의 말은 절대권력을 가진 말이었다. 그저 부모님이 위상능력자를 가진 애랑 놀지 말라는 단 한마디로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나는 얻는게 뭐지?
순간 모든것이 허무해져버렸다. 노력했다. 힘냈다. 원하는대로 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 내 실력이 아닌 그저 알파퀸의 아들이기에 재능으로 했다는 부조리한 평가. 그렇다고 놀면서 하지 않으면 어째서 나같은게 알파퀸의 아들이라면서 존재를 부정. 학교에서는 공포의 대상.
어디에도 내 편은 없어.
그 누구도 내가 노력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힘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기에 나는 주변의 기대 맞춰 힘내는것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노력해도 들려오는 말은 언제나 '알파퀸의 아들이니 당연하지!'라는 말일것이 뻔하니까.
게임을 하는것은 일종의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게임의 캐릭터는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고 어려운 퀘스트를 깰수록 좋은 아이템이나 보수, 혹은 그만한 칭찬을 해준다. 설령 재능이 있는 녀석이라고 해도 칭찬을 받으며 원래 그것이 당연한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해도 알파퀸이라는 엄마의 그림자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그게 너무나도 싫었다.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정하고 멋대로…….
"멋대로 이세하를 정하는게 싫은거잖아?"
시야가 흐릿하다. 피비릿내가 코끝을 야리며 한쪽눈이 피에 가려져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눈앞에 보이는것은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 남자. 똑같은 건블레이드를 들고,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흘러나오는 위상력의 성질이 매우 달랐다.
차원종의 위상력.
"으윽……!!"
정식요원이 되기 위한 승급심사. 그것에 마지막인 큐브라는곳에 나온 또 하나의 자신. 에쉬와 더스트에 의해서 차원종으로 변한 자신이었다. 힘으로는 저쪽이 몇수 위……. 믿을만한건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조차 힘의 차이 앞에서는 무력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싸움이 아닌 일방적인 구타였다.
"잘하면 알파퀸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당연하게 여겨. 못하면 이런녀석이 왜 알파퀸의 아들이라면서 멋대로 실망해버려."
"…………."
그 말에 부정은 할수 없다.
사실이었으니까. 아무도 나를 이세하로 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알파퀸의 아들인 이세하, 전설적인 클로저인 서지수의 아들인 이세하. 아무리 소리치고 울어도 그 평가는 변하지 않고 아무리 비명을 질러대도 좋은 재능을 타고나서 좋겠다고 말하며 위상능력자라는 이유로 멸시당하였다.
어째서, 어째서 나만?
"멋대로 평가하는 어른이 밉잖아. 다 죽여버리면 되는거야. 넌 그럴 자격이 있어. 차원종이 되서 모두 죽이는거야. 게임같은것보다도 더욱 재밌어. 재미있는데다가 여태까지의 한도 풀수 있어. 최고잖아. ……안그래? 이세하."
그래, 최고네.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은 승급심사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클로저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힘이 있으니까, 어쩔수 없이 한것이다. 힘이 있으니 한다. 그런 당연한 책임, 의무……. 아쉽게도 나에게는 이슬비같은 고귀한 정신은 없다. 모든것이 귀찮았다.
왜 힘이 있으면 그걸 반드시 옳은 일이 써야 하는거지?
클로저가 되서 검은양 팀에 들어와 강남을 지키고, 구로역을 지키고, 신강고등학교를 지켰다. 분명 그것은 옳은 일이고 그것으로 인해 좋은 일도 많았다. 하지만……. 하지만 어째서 그걸 힘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야하는건가.
아픈건 싫다. 귀찮은것도 싫다.
힘이 있다는것만으로 멋대로 내보내고 멋대로 시키고 그런 주제에 실패하면 멋대로 욕하고 멋대로 제재를 가하는 어른이 너무나도 싫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 생각을 읽은것인지, 차원종이 된 나는───. 기쁜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죽이면 되는거야. 몇번이고 말해줄게. 네게는 그 자격이 있어. 여태껏 괴로웠잖아. 슬펐잖아! 아팠잖아!! 그저 자기 멋대로 판단하는 어른들이 미웠잖아!!! 차원종이 되면 모두 죽여버릴수 있어. 더 이상 어른들에게 휘둘릴 필요도 없어. 어때, 그쪽보다는 이쪽이 좋지 않아?"
분명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옳지는 않더라도, 설령 살인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세하'라는 존재에게 한해서는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아는 아픔. 노력을 부정당하는 아픔. 누군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아픔과 외로움. 그것은 한이 되고, 원념이 되어 지금의 자신의 머리에 들어오고 있었다.
'맞는 말이잖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어. 아무리 울면서 말해도 제대로 듣지도 않아. 알파퀸……. 엄마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노력을 일축시켰어. 미워하는게 당연하잖아.'
콰앙!!
멍하니 생각하는 사이에 다시 한번 공격을 맞은 나는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쓰러졌다. 보이는것은 그저 큐브안의 천장뿐이었다.
"아직도 망설이는건가………. 나지만 한심하군. 그렇게까지 어른들에게 놀아났잖아. 널 너로 보고 있지 않아 알파퀸의 아들 이세하, 그저 도구 이상으로는 보고 있지 않아! 그런데도 망설이는거냐! 어째서!"
저녀석의 말은……. 맞는 말이고, 내게도 있는 당연한 감정을 말로 표현한듯 하였다. 하지만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다. 죽이고 싶을정도로 미워했었고, 그것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 멋대로 판단하는 어른들을 부숴버리는 상상도 몇번이고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무언가 다르다.
무언가……잊고 있는것 같다.
"으윽……."
건블레이드를 지팡이처럼 사용하여 일어섰다. 비틀거리는 몸이 한계에 도달한것을 알리듯 두 다리는 떨리고 있었다.
난 왜 일어선거지? 저 녀석의 말은 틀리지 않았잖아. 차원종이 되면 이 아픔에서도 해방될거고, 계속해서 평가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어.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수 있잖아.
그런데 왜 난……. 반항하려고 하는거지?
"………."
여전히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는다. 내 감정은 분명하게 적의라는 감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또 하나의 가능성, 또하나의 나인 차원종인 이세하가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아팠으면서 어째서 아직도 그런녀석들의 편을 들어줄수 있는거야!! 누군가가 널 비판하더라도 비난은 할수 없어!! 그런데 어째서 넌……!!!"
울거 같은 차원종인 자신의 표정은 꽤나 애절하고, 슬퍼보였다. 그래서 였을까. 입가에서 웃음이 나왔다.
"하핫………. 글쎄. 잘 모르겠어. 네 말대로 난 흔히 말하는 높은 분들이 싫어. 어른들이 싫어. 그저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든것을 판단하고, 미래까지 정해버리는게 너무나도 싫고 미웠어."
"그럼 이쪽으로 오라고!! 그 정도로 아팠으면 이제는 복수 해도 되잖아! 아무도 너를 막을수 없어질거라고!!"
"……분명 네 말은 맞아. 하지만……."
잊은것이 있는듯 하다. 그것은 분명 가까운것. 그것은 분명 어렵지 않게 옆으로 다가온 녀석들.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맡길수 있을 정도로 급속도로 친해지고, 신뢰감을 형성한 마음이 통하는 동료.
그것이……. 내가 잊어버린 것.
"클로저가 되지 않았으면. 위상력이 있지 않았다면……. 나에겐 이런 멋진 녀석들이 없었을거야."
작은 주제에 그 안에 고귀하고 존경스러울정도의 책임감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상력이고 뭐고 없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부정당했음에도 열심히 사는 소녀가 있었다.
차원전쟁에서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다시 한번 싸우는 남자가 있었다.
자신의 사명을 위해 언제나 열심히 하는 소년이 있었다.
"………."
입가에 호선이 그어졌다. 여전히 뼈마디가 쑤셔오며 삐걱거렸으며 상처가 난 곳에서 피는 흐르고 아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이 세하, 내가 임무 도중에는 게임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오옷, 세하 너도 클로저가 되는거야? 같은 학교 사람이 3명이나 있다니! 이거 어쩌면 운명일지도!』
『세하동생, 키가 작은게 걱정인가 본데 이 형이 키가 크는 건강주스라도 만들어줄까?』
『아, 세하 형! 차원종이 나타났나봐요! 게임 하다가는 또 슬비누나한테 혼날지도 몰라요!』
나는…….
"나는……. 이 세하야."
피가흐르는 시야는 흐릿했던 아까와는 달리 정확하게 차원종인 이 세하가 보였다. 건블레이드를 쥐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석들은 서지수의 아들인 이세하가 아닌 클로저인……. 검은 양팀의 위상능력자인 이 세하로 봐주고 있어. 그녀석들이랑 함께 한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거웠어."
"이……세하."
"그런데 차원종이 되면 이런 내 곁에 있어준 그녀석들을 배신하는게 되는거잖아. 그런건 할수 없어."
"밉지 않다는거냐……!!"
분명 녀석의 말은 맞는 말이다. 그래도……. 그러하더라도…….
나는 킥, 미소지었다.
"그 과거가 이 팀으로 이끌어준거라면……. 별로. 밉더라도 괜찮아."
"이, 이……!! 이 세하아아아!!"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차원종인 자신이 빠르게 돌진해왔다. 건 블레이드와 건 블레이드가 부딪치며 서로의 위상력이 폭발했다. 그 충격은 상당하여 서로에게 충격을 주고 있었다.
티잉! 팅!
몇번이고 서로의 무기가, 서로의 위상력이. 서로의 신념이 부딪쳤다.
"어른들에게 휘둘리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언제가 떠날지도 모르는 동료때문에! 언제가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동료때문에 그 아픔을 괜찮다고 말하는거냐!! 이세하!!"
"크읏……!!"
감정이 흥분한 탓일까, 아까보다 공격이 매우 단조로워 오히려 파고들기 쉬웠다.
티잉!
서로의 감정이 부딪치던 도중 서로의 힘때문에 서로의 무기가 밀쳐졌다.
"그러고도 후회 안할 자신이 있는거냐!!"
"흐아아아아앗!!!"
콰직!
건 블레이드가 차원종인 자신의 명치부분을 꿰뚫었다. 1초도 안되는 시간의 차이였다. 만일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차원종인 자신의 건 블레이드가 자신의 목을 베어버렸을것이다. 뜨겁게 익을듯한 아픔이 목 근처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에 차원종이 건 블레이드를 놓치며 천천히 식어갔다.
"후회 안해. 내가 결정한 길이니까. 네가 차원종이 된걸 후회하지 않는것처럼. 너도 나라면 알거 아니야?"
"으읏……. 후흐흣……."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초점이 흐릿해져가는 그녀석은 확실히 웃고 있었다.
"정말이지………. 나 지만 너무 물러터진 녀석이야."
"나도 잘 알고 있어."
"크흐흐흐, 어이. 이세하."
차원종인 나는 점점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입자로 변하여 소멸, 사라지기 시작했다.
"네가 이겼다. 반드시 지켜봐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지킬거야.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니까."
차원종인 나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사라져갔다.
"아아, 그 표정을 보니……. 후회 되잖아……."
말과는 다르게 편안한 표정의 그는 이내에 완전히 빛을 뿌리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사라져가는 빛을 바라보며 나는 한번 더 미소지었다.
"이걸로 끝인가……. 아니 시작일까나."
나는 이 세하.
검은양 팀의 클로저. 이세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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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스트라고 하길래 한번 세하의 큐브를 써봤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길 바랍니다(그리고 읽으셨다면 추천도...)
반응이 좋으면 유리랑 슬비도 써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