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슬비 이야기 -과거, 시작, 머리끈, 현재-

베비꼬맹v 2014-12-23 2

안녕! 내일 봐!”

슬비는 힘껏 손을 흔들며 이별을 고했다.

같이 골라줘서 고마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다.

7살 소녀 이슬비는 어둑해지기 시작한 골목으로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아빠가 6시에 온다 그랬는데... 늦으면 안되는데에...”

시간은 어느덧 555분이다. 해가 짧은 겨울이라 금방 어두워진다.

지금 이 세계의 어둠은 위험하다.

차원종이 출몰하기 시작한 지 벌써 8, 슬비가 태어난 해에 나타나기 시작한 괴물들과 전쟁을 한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클로저(Closer)라 불리는 능력자들이 곧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승기를 잡았다고 보도되고 있는 전쟁의 막바지.

인간들은 안전지대를 여러 곳에 구축했고. 슬비가 사는 집도 그 곳 중 한 군데에 있었다.

위상력 억제기라고 불리는 제어장치의 개발은, 비용이 막대하게 들었지만 그만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에는 차원종이 나타날 수가 없었다.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의 확보는 인간의 전투수행능력도 향상시켰고, 그 결과 전쟁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다시 찾은 희망의 시대

사람들은 작금의 상황을 이렇게 불렀다.

다시 찾은 평안, 놓칠 수 없는 일상.

슬비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손에 꼭 쥔 작은 상자는 가족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매듭이 될 거야

그렇게 기뻐하며 슬비는 집 앞에 당도했다.

그때는 이미 해가 완연하게 기운 후였다.

 

 

집의 불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빛은 없다.

바람소리밖에 나지 않는 고요한 침묵.

어라... 아빠 아직 안왔나?”

아빠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다. 슬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차고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아빠의 차가 있었다.

...아빠 왔는데...흐음...”

골똘히 생각하던 슬비는 박수를 탁 쳤다.

분명 아직 들어오지 않은 자신을 놀려주려고 일부러 불을 꺼놓은 거다.

맞아. 오늘은 행복한 날이니까!”

슬비는 속아주기로 하고 현관문으로 들어선다.

빛이 없는 어둠 탓에 깨어진 창문과 찌그러진 차를 슬비는 ** 못했다.


  

다녀왔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한 후, 나타날 엄마와 아빠를 기다린다.

조용하다.

나 왔어!”

두리번거리며 거실로 들어선다. 다시 한 번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조용하다.

엄마! 아빠! 나 왔다니까!”

순간 공포가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장난 칠 부모님이 아니다. 약간의 의심과 두려움으로 더욱 크게 소리친다.

여전히 조용하다.

공기는 얼어붙는다.

장난 그만해요! 나 무서......”

콰앙!

이번의 외침은 끝맺지 못한다. 2층에서 누군가-아니 무엇인가- 내려왔다-아니 뛰어내렸다.

슬비는 묵직한 그것이 떨어진 충격파로 인해 붕 떠서 날아가 쇼파에 부딪쳤다.

무슨 일이지. 뭐지.

어린아이의 상상력으로도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상황파악이 불가하다.

뭐가 떨어진거지. 엄마? 아빠? 우리 엄마 아빠 이렇게 무겁나?

슬비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눈앞이 흐릿하다.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다.

부서진 TV에서 불꽃이 튄다. 그제야 주변이 조금 밝아진다.

눈앞을 응시한다. 그곳에 서있는 건 엄마야 아빠야?

......?”

슬비는 엄마를 보았다. 그래 엄마가 저기 서있어. 축 늘어진 상태로 허리에 튜브를 매고 다리가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서있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된다.

뭐야...엄마 나왔잖아... 엄마 생일 축하해... 여기 선물...”

슬비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상자를 내민다. 찡하니 울리던 귀도 이제 진정이 된다.

그리고 귀에 들리는 건 낮게 깔리는 울음소리.

크르르르...

뭐야.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우리 엄마는 저런 소리 안내.

엄마 빨리 고맙다고 말해줘. 선물 좋다고 해줘. 나 사랑한다고 해줘!

슬비야 도망쳐!”

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슬비는 정신을 퍼뜩 차렸다.

아빠!”

이제야 눈물이 난다. 한 번 터진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그래도 쉴새없이 아빠의 모습을 찾는다. 아빠 어디 있어!

캬오!!!

아빠는 한 손을 늘어뜨리고 다리를 끌고 남은 손에는 골프채를 들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 것에게 뛰어든다. 그것도 아빠를 보고 크게 소리 내며 달려든다. 서있던 엄마는 슬비 쪽으로 미끄러져 왔다.

...?”

옆에 온 엄마를 본다. 건드려본다. 반응이 없다. 흔들어본다. 반응이 없다. 때려본다. 반응이 없다.

...엄마...일어나.... 일어나아아아!!!!!”

크게 울부짖으며 엄마를 때린다. 때리고 때리고 때린다. 반응이 없다.

!”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아빠의 비명이 들린다. 뎅그렁하고 골프채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동시에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아빠!!!!”

...슬비...... 도망...”

말을 끝내지 못하고 아빠도 엄마처럼 늘어져버렸다. 슬비는 아빠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순간, 아빠를 던져버린 것을 쳐다본다. 이제 그것은 슬비쪽으로 오고 있다. 몸이 굳는다. 소름이 전신에 돋는다.

...오지마...”

말을 들을 리가 없다. 점점 위압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슬비에게 조용하고 천천히 다가간다.

오지마...오지마아아!!!!!”

순간 터져나온 비명과 함께 집안의 물건들이 분홍빛에 휘감겨 떠올라 그 괴물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크오오!! 캬악!!!

괴물이 물건에 맞으며 뒷걸음질 친다. 화가 난 듯 난폭하게 물건들을 쳐 낸다. 부서진 물건의 잔해들이 다시 떠올라 괴물에게 날아간다. 하지만 점점 그 수가 줄어든다. 슬비는 더 힘이 빠져 눈을 뜨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이제 다시 슬비에게 다가온다. 이제 소리 칠 힘도 없다. 슬비는 그저 멍하니 괴물을 바라 볼 뿐이었다.

괴물이 뛰어들었다. 슬비는 두 눈을 꽉 감았다.

타앙! 챙그랑! ?!

예상과는 다른 세 가지의 소리가 들려오자, 마지막 힘을 다해 다시 눈을 떴다.

슬비의 눈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긴 생머리, 흑발, 기묘한 옷차림, 손에 들고 있는 긴 것. 그건 검이었다.

“B급 차원종인 니 놈이 여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사람은 자세를 고쳐 잡고 중얼거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이 망할 자식아.”

크우오오오!!

슬비는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두 개의 실루엣이 부딪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슬비가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온통 흰색으로 도배되어 있는 방이었다. 팔에 꽂혀있는 링거와 갈아입혀진 옷을 보고 병원같은 곳이라고 알아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은...

마지막에 집에 왔던, 그 사람이다.

! 정신이 들었구나! 다행이다 슬비야!”

뭐지. 이 사람.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왜 내 옆에 있지. 마지막에 보여준 모습은 뭐지. 누구지.

질문거리를 한 가득 머릿속에 넣고 슬비는 입을 열었다.

엄마랑...아빠는요...?”

슬비의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부터 이걸 물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

그 표정에서 모든 걸 알았다. 그렇구나. 엄마랑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그게... ... 미안하구나...저기...”

하늘로...”

?”

하늘나라로...엄마 아빠가 간 거... 맞죠...?”

슬비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만다. 너무 이르게 세상의 고통을 알아버렸다. 성숙한 아이구나, 슬비는. 우리 집 꼬맹이도 좀 그랬으면 좋겠는데.

“.... 늦어서 미안. 슬비.”

괜찮아요. 저는 아무렇지......”

슬비의 눈앞이 흐려진다. 그리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건 그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슬픈 소리일 뿐.

...으아.......아무렇......흐윽...”

그녀는 한참을 우는 슬비를 그저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슬비 넌 이제 유니온 산하 관리기관에서 지내게 될 거야.”

유니온이요?”

슬비가 퇴원하는 날, 그녀는 다시 찾아와 슬비를 데리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래. 너도 이제 위상능력자가 되었으니까.”

그게 뭔데요?”

천진하게 되묻는 슬비의 태도에 그녀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나 말 주변 없어서 설명해주기 어려운데... 그냥 가서 배우면 알아.”

. 알겠습니다.”

슬비는 납득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그런 슬비가 걱정되었다. 차갑게 변한 듯한 모습. 언제 깨질지 모르는 가면.

하지만 이젠 슬비가 결정할 일인가. 그녀는 조용한 한숨을 쉬고 납득했다.

“...을까요?”

? 뭐라고?”

슬비가 다시 말을 걸어와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말을 거는 슬비를 보니, 가슴 한 편이 아려왔다.

저도...아주머니처럼 싸울 수 있을까요?”

“...”

말문이 막힌다. 그러나 이건 모르는 척 할 수 없다. 이게 이 아이가 정한 첫 번째 삶의 목표라면...

“...그럼! 유니온에 가면 다 할 수 있지!”

정말요?”

가능하다는 말에 표정이 확 핀다. 아직 어린애는 어린애다.

그래. 그러니까 열심히 해. 신참 위상능력자!”

그러니까 그게 뭐...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입을 비죽이는 슬비의 모습에 그녀는 쿡쿡 웃었다.

"아 그리고."

"네?"

"나, 아줌마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아주머니."

"그러니까 아니라고!"

역시 아들이 있다는 말은 안하는게 좋겠지.



  

“...드디어 이 날이 왔어.”

그날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난 지금 이곳에 있어.

그렇게 바랐던 날이야... 할 수 있어. 이슬비.”

머리끈을 매만진다. 전하지 못하고 나에게 남았지만, 이젠 그 무엇보다 소중해.

“...지켜봐줘요. 엄마, 아빠.”

저 멀리 강남에 출몰한 차원종들이 보인다. 무기를 꺼내든다. 할 수 있어. 이미 몇 번이고 시뮬레이팅 했잖아.

준비는 완벽해. 이제 남은건 완벽한 임무 수행 뿐.

“..., 검은 양 리더 이슬비. 작전 지역 도착, 목표 확인. 적을 섬멸합니다.”

이제 소중한 건 잃지 않을 거야.

내 손으로 지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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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이미 슬비 과거 이야기가 명전에... 허허

뭐... 생각하는 건 다 같은가봐요... 그래도 필체나 이런게 다르니 서로 다른 재미가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세하나 유리 이야기를 마저 쓸 생각이라서요... 뭐 세하가 왜 게임 중독이 되었는지, 어린시절 유리는 어땠을지 등등

소설 창작은 재미있으니까요. 허허.

그럼 읽어주신다면야 감사하게 고개 조아리고 그랜절 해드립니다.

obt 열심히 플레이 합시다!

2024-10-24 22:21: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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