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이슬비 공략 - 5
계란튀김정식후루룹 2015-06-06 3
"…하, 너도 클로저였냐? 하도 비리비리하게 생겨서 못 알아봤다. 그래서 차원종은 커녕 동내 개는 잡을 수 있겠어?"
소년은, 내가 갑자기 소년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오히려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은 무언가를 자극하고 있었고, 그 자극으로 인해 내 이성이 끊어지며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이상한 감정이 날 지배하기 시작했다.
***
Side - 삼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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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클로저가 아니야."
"아하? 뭔가 싶었더니 '난 너희를 이해해' 라는 싸구려 멘트를 날리면서 클로저같은 괴물을 꼬시고 다니는 정신병자였어? 이야. 이거 몰라봐서 미안하다? 응?"
"나도 종종 클로저들이 괴물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해."
"…뭐?"
석봉의 뜬금없는 말에 소년은 당황했다. 아니 소년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당황했다. 보통 이럴 때는 변호를 해주는 게 정상이 아니던가? 그런데 갑자기 소년의 뜻에 공감을 한다는 듯이 말하다니? 어느 틈엔가 주변에 몰려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하지만 당사자인 슬비와 유리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믿었던 친구가,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배신하자 둘의 눈엔 생기가 빠져나가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듯했다. 오직 세하만이 침착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칼에서 불꽃을 쏘아내고, 염동력으로 물체를 움직이고, 맨주먹으로 돌도 가볍게 부숴버리고, 하늘도 날아다니지… 우리는 가지지못한 힘. 위상력으로 마치 뭐든지 할 수 있는듯한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줘.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볼 때면.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걸 느껴."
"그래! 클로저는 전부 괴물이야, 우리가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고 우리를 핍박하는 괴물이라고!! 뭐야.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석봉의 말에 한층 기세를 얻은 소년이 의기양양해져서는 마치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듯한 눈으로 석봉의 뒤에 있는 슬비와 유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석봉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갱승 당했다고 화내고, 친구들과 놀러 간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창피한 상황에 닥칠 때마다 애써 부끄럽지 않은 척 하고, 어딜 봐도 아저씬데 자꾸 형이라 부르라고 하고, 고작 떡볶이에 좋아하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역시 사람이라고 다시 느끼게 돼."
"…하 뭐야. 결국, 그거 맞잖아? 흔하디흔한 레퍼토리인 '난 너희를 이해해' 였냐? 서론이 좀 길었다? 응?"
석봉의 말이 끝나자, 죽어있던 슬비와 유리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조금은 부끄러운 듯, 조금은 기쁜 듯 그리고 조금은 감동한 표정을 지은 둘은 작지만 커 보이는 석봉의 등을 바라보았다. 자신처럼 클로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던 석봉이 역시나 라면 역시나 랄까, 클로저를 변호하는 말을 하자 소년은 익숙하다는 듯이 웃으며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석봉의 말이 소년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야. 너…"
"네가 말했지? 클로저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고 우리를 핍박하는 괴물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내 눈에는 여론이라는 클로저가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지고 클로저를 핍박하는 네가 더 괴물처럼 보인다? 응?"
"그, 그게 무슨 개 같은…!"
석봉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려던 소년은 석봉의 얼굴을 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석봉의 얼굴엔 환하게 웃는 미소가 걸려있었지만, 석봉의 눈동자에는 소년을 죽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살기를 감지한 소년은 덜덜 떨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너, 너… 뭐, 뭘 하려는 거야!"
"클로저는 법이 하도 강하 게 있어서 일반인을 쉽게 건드릴 수 없지만 난 같은 일반인이니까… 이참에 나도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죄가 어느 정도 일지 공부나 해보자."
듣는 사람을 식겁하게 만드는 말을 하며 석봉은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갔다. 분명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 소년은 덜덜 떨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소년의 앞에 도착한 석봉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소년에게 향했다.
석봉의 손이 소년에게 닿기 직전 석봉의 옆에서 또 다른 손이 튀어나오며 석봉의 손을 붙잡았다.
"…어?"
"그만 가자 석봉아."
손의 주인은 세하였다. 세하는 석봉에게 조용히 고개를 저은 뒤, 석봉의 손을 놓고는 슬비와 유리를 부축한 뒤 조용히 어디론가 향했다. 석봉은 그런 세하의 모습에 잠시 소년과 세하를 번갈아 보더니 급히 세하에게 달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인 일행은 사람이 없는 작은 공원의 벤치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발걸음을 멈추고는 벤치에 앉았다.
석봉은 오는 내내 멍한 표정으로 세하를 뒤따라 오다가 벤치에 앉자 눈이 점점 맑아지더니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며 손을 떨었다.
"으, 으아 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끊어진 이성이 다시 연결된 석봉은 자신이 하려고 했던 짓을 떠올리며 식겁했다. 사람을 때리려고 했다니? 석봉이 패닉에 빠져있는데 유리가 그런 석봉의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더니 이내 크게 웃으며 석봉의 등을 두들겼다.
"아하하! 아,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죄가 어느 정도 일지 공부나 해보자'라면서 무게를 잡더니, 이제와서 쫄은거야? 아하하!"
"으… 나, 나도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달까… 뭐랄까…"
한참을 눈물이 나도록 웃던 유리는 이내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멈췄다.
"그래도. 방금은 멋있었어 석봉아. 이힛."
"어…?"
웃음을 멈춘 유리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로 석봉을 바라보며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듯싶었더니, 이내 혀를 빼물고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런 유리를 보며 슬비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나도. 오늘은 정말 멋졌다고 생각해 석봉아."
"어?! 어, 어?!"
"뭐야 석봉이! 내가 칭찬할 땐 꿈쩍도 않더니, 슬비가 칭찬할 때만 그렇게 반응해주는 거야? 실망이야. 흥!"
"으, 으아아 유, 유리야 그런 게 아니라!!"
"너희 뭐하니…"
조금은 진지해지나 싶었던 분위기가 금세 활기차고 시끌시끌 하게 변했다. 셋이 금세 기운을 회복해서 다행이라 생각한 세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온 방향을 보며 착잡한 눈빛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병우야…"
***
Side - 손병우
***
"아빠! 아빠가 있는 특경대는 뭐 하는 곳이에요?"
"하핫! 뭐하긴? 차원종 으로부터 클로저와 함께 세상을 지키는 영웅적인 일을 하지! 하하하!!"
"우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나의 우상이었다. 멋진 특경대의 옷을 입고 세련된 총을 들고 뉴스에 찍힌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이지 늠름해 보여서 나는 항상 위상력을 각성해 클로저가 되거나 아버지와 같은 특경대가 되는 것을 꿈꿨다. 정확히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총을 들고 있는 듯 자세를 잡고 그럴듯한 말을 하며 무게를 잡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나의 모습이 점차 흐려지더니 아버지의 얼굴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회색빛으로 물든 아버지의 얼굴을 감싸는 사각형의 테두리.
방금까지 해맑게 웃던 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허무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는 조금은 나이를 먹은 나의 모습이 보였다. 허무한 표정의 나는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문득 누군가 옆에 왔음을 느끼고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내 옆에 있던 여자를 보았다.
"… 아줌마는 누구세요?"
"응. 아줌마는 서지수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그때의 나는 알파퀸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녀가 전설적인 클로저인 알파퀸인것 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며 알파퀸에게 물었다.
"아줌마. 저희 아빠는 왜 죽은 거에요? "
"…미안하다."
"아빠는 세상을 지키는 영웅이었는데."
"…미안하다."
다시 입을 열려는 나를 알파퀸은 조용히 안아주었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자 조용히 내 귀에 속삭였다.
"우리가 너무 늦어서 그래… 정말, 정말로 미안하다."
아아, 그렇구나. 우리 아빠가 죽은 건 클로저들이 늦었기 때문이었구나. 우리 아빠가 죽은 건 클로저가 제때 오지 못해서였구나.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클로저들 때문이었구나.
그날 이후로 나는 혼자 남으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억지로 활기찬 모습을 보이며 밝게, 누구보다도 밝게 살아갔다. 하지만 클로저를 만날 때마다 그런 내 가면이 깨졌다. 아니 만날 때마다 가면이 깨진 게 아니라 만날 때마다 내가 가면을 벗었다. 알파퀸이 나에게 해준 말은 나의 이유가 되었고. 그날부터 나는 클로저를 멸시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는 클로저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던 나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말했다.
"…네가 더 괴물처럼 보인다. 응?"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그는 이미 떠나고 없는 상태였다. 나는 그런 내 모습에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었다. 그들이 괴물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클로저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괴물이야."
나는 클로저를 괴물이라 조롱하고 멸시하며 무시할 것이다. 그것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며, 내일도 그럴 것이다.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영원히
소설 쓰기 시작하면서 게시판의 다른 소설들 읽기 시작했는데 어우. 다들 괴수들이라 위축되네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