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진지한 클로저스 단편집- 제이편
목소리의형태 2015-06-04 5
"아저씨."
클로저스 신서울, 프로젝트 '검은양'본부. 본부라고 해도 대학교 동아리 부실 정도되는 크기에 있는 건 칠판, 책상, 의자 정도가 전부인 초라한 시설이지만 피로에 찌든 소년 소녀들이 숨을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방금전만 해도 차원종 처치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온 검은양 멤버들은 가지각색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또 언제 불시에 불려 나갈지 모르는 그들이지만, 이전 생활에 익숙해진 것도 역시 그들이었다.
말을 건 건 서유리라는 소녀였다. 긴 생머리에 길게 잘 빠진 보디,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검은 양 팀 내에 공식적인 미녀다. 정작 본인이 자각이 없는 건 아쉬울 따름이다.
"아저씨라 부르지 말랬지. 오빠야."
서유리의 질문에 마시던 건강차를 내려놓고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남자. 정리되지 않은 하얀 더벅머리, 실내인데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그는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왜 그가 이런 곳에 있는지, 여러가지가 비밀에 쌓여있는 그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제이'라고 부르는 것 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구요."
"안 좋아. 남자는 원래 쓸데 없이 보이는 것에 목숨을 거는 법이야."
"아이참,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잖아요."
"아이참,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잖아요."
서유리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제이를 바라본다.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던 검은 양의 리더, 이슬비는 그런 둘을 멀뚱히 바라봤다. 참고로 검은 양의 최연소 클로저인 미스틸테인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떡볶이를 입에 넣고 있었고, 게임 중독자라 불리는 이세하는 그 별명답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개성 있는 이런 모습이 검은 양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저씨는 예전에 차원전쟁에 나갔었죠?"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리고 지금은 몸이 말이 아니구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건 당사자 면전에 말하는 게 아냐."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리고 지금은 몸이 말이 아니구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건 당사자 면전에 말하는 게 아냐."
"그런데 왜 다시 클로저로 돌아오신 거예요?"
서유리의 말에 제이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제이에게는 만감할 수 있지만 서유리에게는 천진난만하게 물어볼 수 있는, 다른 요원들에게는 조금 궁금한, 그런 주제였다. 제이는 항상 잊으려고 해도 절대로, 아마 죽은 뒤에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한 조각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의자에 걸터앉은 제이는 한숨을 쉬고는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봤다.
조금은 먼 옛날. 이미 폐허가 돼 돌들이, 시멘트들이 날아다니는 빌딩에 소년은 쓰러져 누워 있었다. 치명상을 입은 건지 소년의 복부의 한 쪽에서 피가, 우리의 상상보다는 많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클로저는 불사가 아니다. 아마 이대로 가면 소년은 과다출혈로 죽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소년의 상처를 두 손으로 막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두 손은 피범벅이 되어 상처가 손인지 손이 상처인지 구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누나…… 나 지금 너무 아파."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기ㄷ다리면 의료팀이 올 거야. 그때까지만 참자. 응?"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기ㄷ다리면 의료팀이 올 거야. 그때까지만 참자. 응?"
여자는 애써 웃는 얼굴로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의 호흡은 거칠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호흡마저 히미해지기 시작했다.
"누나……."
"어, 누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곧 있으면 의료팀이……."
여자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여자의 손을 붙잡았다.
"나…… 그냥 죽으면 안돼?"
"……뭐?"
"……뭐?"
"만약…… 여기서 살아남아도 또 그 지옥을 걸어야하는 거잖아."
빛이 없는 소년의 눈에 비해 여자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심장이 떨리고 두 손이 똘려온다. 오히려 침착하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건 소년 쪽이었다.
"여기에 와서 알게 된 형, 누나들…….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아. 그런데, 난 죽은 형 누나들이 더 부러워."
"하지만……."
"누나, 나…… 너무 피곤해. 이제…… 그만하면 안돼?"
소년의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여자가 그 어떤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소년의 말이 오히려 정답이기 때문이리라. 과연 이 소년을 억지로 살리려 하는 게 정답인 것인가. 이 아이의 고통을 늘리는 게 잘하는 것인가. 여자의 뇌리에 혼동이 찾아온다. 그때였다.
"키에에엑!"
차원종이었다. 가지각색의 모습을 한 괴물들은 두 인간은 발견하고는 공격 태세를 취했다. 주위의 차원종을 바라보던 여자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했다. 여자는 잠들려고 하는 소년을 깨웠다.
"그럼, 우리…… 우리 약속 하나 하자."
"키야아악!"
"키야아악!"
차원종들은 여자에게 말하는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발돕을 세워 여자를 덮친 차원종들은, 태워졌다.
순식간이었다. 여자와 소년을 중심으로 주위에 불꽃이 일어났다. 파란 불꽃은 주위에 있던 차원종들의 온 몸을 불태웠다. 차원종들의 비명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여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절대 먼저 죽지 않기로. 그리고 이 손, 절대 놓지 않기로."
소년의 얼굴에 이슬이 떨어졌다. 그것이 땀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는지, 소년의 기억은 그 전에서 멈추어버렸다.
"여보세요. 아, 누님. 오랜만이에요."
츄리닝차림의 제이는 양 팔에 파스를 붙인 채 전화를 받았다.
"예? 아, 그거요. 거절했습니다. 누님도 아시잖아요. 저 유니온 공포증 있는 거. 이제는 건강 생각이나 하면서 요양이나……."
누군가와 전화를 하는 중인 듯 했다.
"예? 들어가라고요? 아무리 누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예? 예전에 한 약속을 아들한테 넘겨…… 아니, 누님 그게 도대체 언제적 전래동화인데 지금…… 누님, 누님?"
아마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듯 했다. 제이는 통화종료라고 떠 있는 핸드폰 화면을 어이 없다는 듯이 멍하는 바라봤다.
"하아…… 예전부터 제멋대로인 건 여전하시군."
"아저씨!"
"쿨럭!"
제이의 침묵에 보다 못한 서유리는 책상을 내리치더니 제이를 불렀다. 깜짝 놀란 제이는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꺄악!"
"갑자기 사람을 놀래키고 그래. 깜짝 놀랬잖아."
입에서 피가 나왔는데도 제이는 아무렇지 않게 요원복 소매로 입가를 닦고는 서유리를 다그쳤다.
"아저씨가 혼자 멍때리니까 그렇죠! 그래서, 왜 다시 온 건데요?"
서유리의 질문에 제이는 무심코 이세하를 바라봤다. 이세하는 그런 주제에는 관심 없다는 듯 여전히 게임에 빠져 있었다.
일순간 제이는 이세하의 얼굴에서 다른, 하지만 같은 얼굴을 떠올렸다. 또 잠시간 추억을 회상하던 제이는 입을 열었다.
"예전에 누군가랑 약속을 했거든…… 절대 손을 놓지 않기로."
그렇게 말하고는 제이는 또다시 서유리와 이슬비, 미스틸 테인. 검은 양 요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지켜야할 것도 생겼고."
라는 말과 함께 제이는 상냥한 미소를 요원들에게 전했다. 요원들은 잠시간 침묵하더니 각자 자신의 의견을 외치기 바빴다.
"그래서 김유정 언니를 위해서 다시 돌아온 거군요? 다음화에서는 사랑을 고백하고 그 다음화에서는 둘이 배다른 남매인 게 밝혀지고……."
"하하핫! 아저씨 그거 지금 막 지어낸 거죠? 소설 써도 되겠어요!"
"아저씨, 중2병이란 병은 중학교 2학년만 걸린다고 배웠는데 아저씨는 늦게 걸린 케이스인가요?"
순식간에 검은양 본부가 시끌벅적해졌다. 제이는 아직 어린 양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아저씨 아니라니까!!"
"마음에 안드는 건 거기?!?!"
1. 처음 써보는 클로저스 팬소설입니다.
2. 제이의 거 및 배경은 엔하위키민 유튜부를 참고했습니다.
3. 알파퀸인 서지수의 능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하가 어머니의 능력을 물려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멋대로 화염 쪽 능력이라는 설정으로 갔습니다
4. 스토리 구멍 및 옥의티 지적 환영합니다.
5. 반응 좋으면 다른 캐릭터 스토리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6. 유리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