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마지막 순간 나는 너희가 보고싶었다

산호r 2014-12-22 5

http://player.bgmstore.net/DlMq9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시면 브금이 나옵니다.


(*브금과 함께 보시면 더 좋... 을지 모르겠습니다!!)

    

[game over]


마지막 순간 나는 네가 보고싶었다.



***



천천히 두 눈을 깜빡였다. 흐릿한 시야 속에 가득 들어 온 뿌연 매캐한 연기가 코 끝을 찔렀다. 온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 멀리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는 게임기가 눈에 들어왔다. 피식- 버석해진 입가에서 건조한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 게임기 내가 언젠가는 부숴 버릴거야!’


어우 야~ 슬비야 조금만 참아!’


그래, 화는 건강에 좋지 않지.’


테인이도 아저씨 말에 동의 합니다!’

  

 

안돼!’



귓가를 맴도는 그들의 목소리를 여러번 곱씹다 보니, 더 많은 추억이 떠올랐다.

 


‘...’


, 네가 실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감독관님들이 너무한 거라니까?’


맞아, 유리 네 실력은 나도 알고 저기 게임 중독자도 알고 저 둘도 다 아는데 네가 떨어질 리가 없어!’


, 강을 고려하지 않는 동작은 위험하긴 하지만 인정하지


테인이도 동의 합니다!’



‘...흐흐흐, 그렇지!! 내가 실력이 없진 않지?! 나 꼭 올해 정식요원이 될 거야!’



눈을 반짝이며 다시 한 번 포부를 밝히던 유리의 해맑은 모습도



비켜, 이세하


슬비야


비키라고!’



잠시만 내 말 좀 들어 봐...!! ...?’



내 뒤늦은 대처 때문에 큰 부상을 입었던 유리에게 병문안을 다녀오던 너의 얼굴이 울음으로 범벅이 되있어 죄책감으로 물들었던 그 하루도



이번에 새로 투입된 제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미스틸테인 입니다!’



처음 조우하던 그들과 내가 어색하고 뻘쭘해 서로 등을 맞대고 슬비가 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던 그 날도



괜찮아, 이세하?’


어우! 너 위험 할 뻔 했다! 그치? 역시- 유리스타 한 방이면 클로징이라니까!’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 괜찮아요? 흐헝



, ...어어, 제이 아저씨 감사해요. 너네도 땡큐

  



생전 처음 차원종들을 상대로 죽음이란 두려움을 맛보게 된 날도



지금도, 내 눈 앞에 나타나 손을 뻗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오글거리긴 해도 우리 5명이서 뭉치면 게임에서 죽는 걸 제외하고 무서운 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지.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언제까지고 함께 할 줄 알았는데



---



손 위에 살짝 걸쳐 있는 건 블레이드를 쥐려 했다. 부질없는 일이었을까, 힘없이 바닥 위로 늘어진 손목은 다시는 움직일 수 없어 보일 정도로 심하게 비틀려 있었다. 아직... 아직, 안 돼는데... 아직 나에게는 지킬 것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이제는 유니온 본부로 돌아 가 일에 치여 얼굴 본지 꽤 된 것 같은 유정이 누나.


최근에 좋은 남자 한 명 물어서 약혼식은 물론이고 결혼식도 코 앞에 두고 있는 소영이 누나.


여전히 잠이 무척이나 많지만 이제는 누구도 건들일 수 없는 무시 무시한 간부가 되어 마음 편히 트럭 위에서 매일 같이 잠을 청하는 송은이 경정님... 아니, 은이 누나.


요즘, 동작이 굼뜬 후임이 들어왔다며 본인 스스로 전부 일처리를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민우 형.

 


검은양 이후로 새로 배정 받게 된 팀원 녀석들, 그리고 팀원 형, 누나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와 같은 길을 갈 수 없었던 내 소중한 친구들.

  


...


  

더 이상 생각하다가는 꼴사납게 울어 버릴 것만 같아 이를 악물었다.



---



 오른 손에 비해 멀쩡한 왼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쿨럭- 한 번의 움직임이였을 뿐인데, 몸은 한계라며 애달프게 호소했다. 심장을 끔찍하게 조이는 압력이 늑골이 두 개 정도 시원하게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가쁜 숨을 고르느라 사경을 헤맬 무렵 언제 쫓아온 것인지, 두 개의 무리 중 한 무리가 나의 위치를 파악 해낸 듯 싶었다. 귓가도 성치 않아 웅웅 거리며 들리는 소름끼치는 바닥 긁히는 소리, 차원종들의 포효.



키에에에에엑-!!

캬악-!



찰각찰각찰각-

타타타타탓-



좀 더 힘을 내서 내가, 저들을 막지 않으면 더 이상 도리가 없었다. 강남은 끝이 날 것이다, 더 이상의 지원도 협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클로저들이 목숨을 잃고 내 친구마저 능력을 잃게 만든 그 2차 차원전쟁 이후 이 정도의 수는 실로 처음이었다. 익숙치 않은 왼손으로 건 블레이드를 움켜쥐었다. 신비롭게 빛나던 푸른빛은 메말라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았고,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위상력도 거의 바닥을 들어내 보였다. 방금 전 드러누워 있던 탓이었을까 약간 차오른 것 같기도 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소름끼치는 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폭발 때문인지 뿌연 안개 때문에 도무지 잡히지 않는 시야를 바쁘게 확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약하지만 작고 수많은 기척을 느끼려 온 몸의 신경을 집중했다. 한 합이다, 나에게 남은 건 한 번 뿐이다. 최대한 많은 수의 차원종을 없애야 한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고는 건 블레이드를 살짝 들어올렸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흉측한 울음소리를 내뱉는 차원종들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아직이야- 더 많은 차원종들이 주위로 몰려야 해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한 번이면 내 몸은 산산조각만 아닌 넝마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지. 방법이 없잖아. 정말이지 수 십, 아니 수 백이, 내 주위에 몰려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약한 악취가 코 앞까지 느껴질 정도로 다가 와 징그러운 이빨을 들어내며 발톱을 세운 차원종이 나를 향해 몸을 내던질 때, 있는 힘을 다 해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유성검-!!!]




비릿한 피내음이 코를 마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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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들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몸을 엄습하는 끔찍한 고통은 이미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지 오래다. 콘크리트 벽에 박혀 버린 몸은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찬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피어오른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너무나 힘들었다. 너무 아쉬워서, 내가 너무 불쌍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힘을 특별한 권한을 가졌을 뿐인데 18살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괴물들과 몸을 부대끼며 흔한 노래방, 흔한 음식점, 흔한 놀이공원 한 번 가봤던 적이 없는 내가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다 끝인데, 연기 사이로 피 칠갑이 된 저 사람들이 방금까지도 같이 싸우던 새로 배정받은 팀원들인 거 뻔히 아는데, 계속해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현실을 직시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이 무사히 끝나면 유리 녀석이 그렇게 리모델링을 외치던 검도 도장에나 들려봐야지, 슬비는 재활 치료 제대로 하고 있을까? 제이 아저씨는 여전히 비타민을 달고 다니시나 모르겠네. 테인이 본지 얼마나 지났나... 짜식, 베를린이 그렇게 좋은가?


눈을 감았다. 근육을 조이는 매서운 한기에 몸을 움츠리려 했지만 이미 힘을 잃은 몸뚱아리는 차갑게 굳어버린 고깃덩이에 불가했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미련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보고싶은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수도 없이 가슴 한 구석에 빈틈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칠한 피부결 사이로 뜨거운 액체가 스며 들었다. 눈가가 시큰거린다.



보고싶다,



다시는 만나지 못 할 내 친구들아.



---



이세하! 상황 보고 해!

  

넌 이 상황에서도 게임을 하고 싶냐-?


아저씨 말고, 형이라고 불러라


안녕하세요! 미스틸테인 입니다!




반갑다! 난 이세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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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일단 앞, 뒤 다 자르고 네가 뭔데 우리 세하를 죽음에 문턱으로!! 하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흐다으앗!]

  

스아실... 세하가 구출 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저도, 마지막에 운 좋게 미약한 숨이라도 붙어 있는 세하를 지원을 하러 오던

다른 클로저들에게 구해졌을지는... 그건 모르는 거죠. !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열린 결말!! 은 개뿔 죽인 거 아니냐구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크흡

 

그저 재미로 보아주시면 감, 감사하겠습니다. (정작 저는 오열하면서 썼다는...)






* 추천 감사합니다! *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7년 후 입니다! 슬비는 2차 차원 전쟁으로 큰 부상을 입고 요원 생활을 더 이상 하지 못 했고, 제이 역시 심각한 건강 악화로 투병 중에 있습니다. 유리는 공무원의 현실을 깨닫게 되어 팀원들 중 가장 먼저 그만 두었습니다. 테인 역시 베를린으로 돌아간지 꽤 된 시점입니다. (완전 허구성 픽션이므로 오해 하지 말아주세요ㅜㅜ)

2024-10-24 22:21: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