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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ja00gamja 2014-12-22 2
쌀쌀한 겨울의 공기를 폐로 흡입한다. 폐가 시린건지 아니면 공기가 맑은 탓인지. 아마 전자겠지 하는 생각으로 길거리를 걸었다. 어깨가 결리기 때문에 손으로 두드렸다. 손이 차기 때문에 나머지 한 손은 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몰골이 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나. 편의점에서 차가운 캔 맥주를 구입해 비닐봉지에다 넣고서는 그대로 숙소로 돌아왔다. 어두운 방에서 전등을 켜니 꽤나 더러워진 내 집안을 보며 일단 한숨을 쉬었다.
청소는 하긴 해야할텐데─
그렇지만 몸은 움직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일단은 캔 맥주 하나 마시고 생각하자. 그러고보니 오늘은 달이 아름다웠지. 그 생각에 전등을 끄고서는 코트만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은 후 창가에 앉았다. 몸이 시리니 집에서도 편히 있지 못한다며 혀를 찼고 캔 맥주를 따 입안에 흘려넣었다.
탄산이 입안을 넘고 식도를 넘어간다. 몸은 이 모양 이 꼴이지만 그럼에도 몸은 맥주를 달갑게 맞이했고 달빛이 검붉은 밤하늘위에 떠있는 금구슬같은 달이 창문을 통해 비춰졌다. 이런 운치는 기분이 좋다. 라며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곧 접었어야 했다. 저축해 놓은 돈이 떨어졌다. 아까 캔 맥주를 사면서 돈이 간당간당했는데 슬 움직여야할 때인가…
‘몸이 이런데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벌어야 한다니….’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저축해둔 돈이 꽁나버렸으니 벌어**다. 벌지 않는다면 거지신세는 면할 수 없었고 차원전쟁의 참여 클로저라고 하여도 이건 피해갈 수 없는 사회의… 아니 길게 보자면 역사의 순리였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깊은 한숨을 땅이 **라 내쉬었고 맥주를 다 마시고서야 또 치울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선글라스를 옆에 벗어놓고 이불을 꽁꽁 싸매며 잠에 빠져들었다.
결국 하는게 애 보기라니….
다른 의미로 싸움보다 더 피곤한 일이다. 아이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가끔 합리적인 상황판단이 부족하다. 눈앞에 보이는 핑크빛 머리의 단발머리. 차가워보이고 이지적으로 보이는 아이지만 어차피 아이이고 여차할 때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투입된건가.
툭툭 어깨와 목 부분을 두드려 어깨결림을 임시방편으로 낫게하고 있었고 촉촉한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자 한 여자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저기, 은퇴하셨다는데 어째서 다시 돌아오신거예요?”
그 머릿결은 검은 폭포와도 같았고 푸른 눈동자는 빛나는 것이 마치 사파이어같았다. 송곳니와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를 볼 때 나는 무심코 아. 이녀석 단순무식한 계열이구나 싶었고 어찌됬든 이제 같이 활동하는 동료이자 내가 돌봐야하는 아이중 한 명이니 친절하게 대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촉촉한 나무에 기댄 채 숨을 한 번 들이키고서는 평범하게 입을 열었다.
“어른의 사정이 있는 법이야.”
어른의 사정. 정말 편리한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이 여자 아이… 그러니까 서유리라고 했던가. 분명 기억상으로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고 무슨 어른이란 말에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어른의 사정이요? 혹시 연인의 복수라던가 인류의 평화라던가!?”
…사실이었다.
나는 이 서유리가 피곤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활발한건 건강한 것과 직결되니…. 그렇지만 그 물음에 답하기엔 뭔가 꿈을 깨는듯 하는 발언이라 사실 산타클로스는 없다. 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일단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을 테니 이런걸로 별로 상실감을 가지진 않길 바랬다.
“저축한 돈이 떨어졌어.”
“아… 그래요…?”
왜 그러니까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냐. 내게 뭘 기대했던건데. 정말로 피곤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일단 모이기로 할까라는 생각으로 나무에서 등을 떼어내 서유리와 같이 팀메이트인 이세하와 이슬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슬비와 세하는 나와 유리를 마주보았고 세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게임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몸을 틀어 허리를 풀어주며 귀찮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움직여 볼까~”
게다가 오자마자 실전 투입이라니. 내 신세도 꽤나 빡빡하게 굴려지는군.
전투력은 꽤나 있는 수준인가…. 위상력을 개방한지 몇 년 안된 것 같은 녀석도 보이는데… 선천적으로 전투에 대한 감이 좋다라고 생각하며 제이는 멀리서 선글라스를 바로 고치며 일행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건 슬비의 전투였다. 위상력자체는 높지 않지만 그 다루는 힘이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유리를 보면 역시 활달한 소녀라는 인상답게 움직임에 호쾌함과 특유의 부드러움이 보였고 잘만 다듬기만 한다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생각하였다. 반면 세하는… 그가 그녀의 딸이란건 알겠지만 그저 일을 서둘러 끝내려는 경향이 강해보였다.
이래저래 쓸만한 아이들이지만…. 뭐, 아이들이 다치는건 제이로서도 보기 좋아하는 장면은 아니였고 일단은 어른이 나서야 할 차례다. 주머니속에서 작은 약물통을 꺼내 유리 뚜껑을 엄지로 부숴버리고 입에 털어넣어 그대로 달려간다.
“야 조심해!”
세하의 외침에 등을 보인 것은 유리였다. 유리의 등 뒤에서부터 스케빈져 한 마리가 그 날카로운 손톱을 과시하며 덮쳐왔고 유리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반격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아차… 하는 사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느껴지는건 통증이 아닌 둔탁한 타격음과 스케빈져의 비명소리였다. 유리의 눈이 뜨여지자 보여진 것은 선글라스를 고쳐쓰는 타오르는 백발이었고 제이는 그런 유리를 포함한 아이들에게 조용히 말하였다.
“애들아, 무리하지 마라. 건강이 제일이다.”
───
내일 오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