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교사 제저씨 1

2ny 2015-06-01 2


ep1 우정미 학생

오늘도 어김 없이 양호실 침대 하나를 꿰차고 누워있는 조그만 녀석, 안경을 치켜 올리며 지그시 바라봐주니 내 시선을 느꼈는지 등지고 돌아눕는다.     


"우정미, 일어나"

"시끄러워요, 저 지금 그 날 이라 예민하단 말이에요!"

"너 대자연 끝난지 2주 밖에 안 지났는데 또 한단 말이지? 이거 심각한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산부인과를 다냐와야겠구나, 선생님이 함께 가줄 까?"

"무...무슨 이 변.태! 남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됐고요, 그냥 갑자기 열이 좀 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깐 감기라고요!"

"배란기 때는 많이 해 봐야 0.6도 정도 밖에 안 오른단다, 해열제 줄테니 수업 들으러 가는 게 어떠니"

".....이잇, 됐어요! 이 변.태. 양호선생!"



잔뜩 얼굴을 붉히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구겨진 옷을 정리한다. 얼른 가서 수업 준비나하지 허허 웃으며 그 나이 때는 침대에 누워있으면 더 몸이 나빠진다고 충고해주니 나를 노려보며 짜증나니깐 말 걸지마라고 툴툴거린다.  




"아직 수업시작 안 했으니 얼른 가, 정미야?"

"그렇게 부르지마요"

"정미를 정미라 부르지 그러면 뭐라고 불러?"

"...친한 척 하지 말라구요...양호선생 주제에..."

"쪼그만 게...말 버릇이 참...허허..."

"키 크고 있거든요!!"




나에게 버럭 화를내며 내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양호실 문을 열고 자기 교실로 달려간다. 한창 사춘기 시기이니 주위 사람들에게 예민한 시기...그 중 정미는 또래 여자 애들에 비해...아주 귀엽다. 물론 이런 생각하면 철컹철컹이겠지만









*


다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학생들 성 교육은 양호선생 담당이다. 뭐 요즘 애들이 워낙 조숙하다보니 이런 적나라한 그림 따위 필요없는데 국가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는 거다. 수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준비할게 많아서 3학년 학생회장에게 사람 좀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정미가 찾아왔다. 오히려 일이 늘어난건지도 모르겠다. 어색하게 인사를 하니 짜식이 도도하게 뭐 할까요?라고 해서 ppt 파일 좀 만들어 달라고 시키니 확실히 요즘 애들이 빠리 빠리한게 척척 만든다. 음...회장이 사람을 잘 골라 보냈네? 정미가 ppt를 만드는 동안 나는 발표단원을 점검하고 있는데 5분도 안 지나서 정미가 말을 걸어온다.  


"그 반지 좀 오래된거 아니에요? 어유...때 탄거 봐...선생님 안 씻으시죠?"

"응"

"엑...더러워..."

"여기 붙은 세균들이 다 몸에 들어오면 항체가 되는거야, 적당량의 세균은 몸에 아주 이롭단다"

"좀 씻으세요!"

"하하, 정미가 씻으라면 씻어야지"




인간 심리란 한 없이 상대의 말에 반박하면 그 골이 깊어지는거다. 적당히 계속 맞장구를 쳐주면 쓸데 없는 말 싸움을 피할 수 있다. 애든 어른이든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개수대로 걸어가 손을 씻고 이제 됐냐고 쳐다보니 됐다고 새침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 더 궁금한거 없어? 우리 정미?"

"그렇게 부르지 마요! 징그럽게..."

"너는 일단 그 버르장 머리부터 고쳐야해, 그렇게 툴툴거리면 나중에 사회 생활하기 힘들다구, 자고로 남자는 애교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이 변 선생이! 됐거든요, 남이사 제가 왜 선생님한테 애교를 부려야해요?!"

"네가 남이니?"

"...."

"그리고 반지는 결혼할 때 쯤 바꿀거야"

"...."

"그리고 니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건 때 타서 이런게 아니라 순금이라서 그래 순.금. ok?"

"허 참 순금 좋아하시네!"

"너 선생님 결혼하며 부조는 얼마 줄 거야?"

"....내...내가 돈을 왜 줘요?! 선생님 결혼식 안 갈 거예요!"

"농담이야, 농담. 니가 돈이 어딨다고...오긴 올꺼야?"

"....."

"...."

"...."

"미안"

"뭐가 미안한데요?"

"그냥"

"...재수없어"



오늘도 정미는 어김없이 내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양호실을 나가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정미가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대충 다 알고있다. 하지만 아직 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고 책임감이라던가 그런 것도 덜 확립된 시기이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슷한 이성을 만나 사귀게 되고 결혼을 하고 이런 사춘기 시절의 감정은 한 낱 추억거리에 불과해진다는 것 역시 나는 잘 안다...하지만 이렇게 잘 알면서도 저 어린 애에게 여지를 주고 있는 나는 결코 좋은 선생은 아니겠지? 나도 참 나이먹고 주책이야, 김유정 선생이 알면 나를 감방에 쳐넣을지도 모르겠군, 머리를 긁적이며 정미가 만들던 ppt 내용을 훑었다. 깔끔하게 잘 정리했군, 슬라이드를 하나씩 넘기다 마지막 슬라이드를 보니 구석에 조그맣게 글씨가 써져있다. 


[인생 망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 것]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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