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녀의 이야기 - 0 -

PPSIQ 2015-05-29 1

문득, 하늘을 보았다.

 

 

 

더럽혀진, 어둡고 탁한. 검지도 새하얗지도, 푸르지도 않고 붉지도 않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더럽혀진 하늘.

 

 

 

신의 징벌과도 같은 빛줄기들이 세계를 가르고, 탁한 하늘을 가르고 지상에 내리앉아 온 세상을 불태웠다.

 

 

 

소돔과 고모라가 그러했을까?

 

 

 

도시는 불타고 생명은 절망과 죽음에서 울부짖는다.

 

 

 

... 나도 과연..

 

 

 

멍하니 그 광경만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 내겐, 자격따윈 없어. "

 

 

 

영원히 없을테지.

 

 

 

내 속죄는, 아직도 한참 남았어.

 

 

 

 

 

───────

 

 

 

 

 

" .. 아. "

 

... 꿈이었던 걸까?

 

오랜만의 그 광경이다.

 

기분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어쩔 수 없는 걸까.

 

" 후.. 후후.. "

 

입에서는 허탈한 웃음소리만 울려퍼질 뿐이다.

 

.. 멍하니 누워만 있다가, 문득 해야할 일이 떠올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밤새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딱딱한 침대에서 나와 조심스레 옆 선반에 놓인 밋밋한 거울을 집어들었다.

 

쓰지 않은지 꽤 된 터라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었고, 그런 거울을 호호 하며 조심스레 바람을 불었다.

 

그러고 나서는 대충 널려있던 천 쪼가리를 들어 거울을 천천히 닦아냈다.

 

완전히 깨끗해진 거울은 제가 보는것을 비추어주었다.

 

주위 모든것이 비춰졌다. 다만, 단 한가지만을 제외하고.

 

" ...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네. "

 

아하하, 하고 멋쩍은듯한 웃음을, 하지만 슬픈 기색이 감도는 그런 웃음을 내뱉었다.

 

" .. 언젠가, 반드시. "

 

소녀는 언제나와 같은 다짐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할, 오로지 혼자만이 들을 정도의 소리로 웅얼거렸다.

 

' 기다려줘. '

 

미스틸, 테인.

2024-10-24 22:27: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