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눈물을 대신 먹어주는 사람들.

dltkdhcl 2014-12-21 1

*이 일기에 쓰여진 이름들은 유니온의 관리법칙 준수 및 초상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우고 다른 명칭으로 대체됬습니다.
*이 일기에 쓰여진 내용 중 일부는 유니온의 관리법칙 준수 및 과격하고 선정적인 이야기를 삭제했습니다.


201X년 6월 8일
오늘도 저희들은 싸웁니다. 흔해빠진 정의감을 위해,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흔한 변명을 대며, 단지 선택받았다는 흔한 이유로…….

201X년 6월 12일
오늘도 어김없이 날을 셌습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요즘들어 잠이 오지 않을 뿐. 누워도 눈이 감기지 않고 겨우 잠들어도 기억나지도 않는 기분 나쁜 꿈을 떠올리면서 설잠이라니, 눈을 뜨면 더 피곤할 뿐이고 눈이 아플 뿐입니다. 차라리 눈뜨고 일출이나 구경하는게 더 효율적이죠.

201X년 6월 18일
오늘은 빌어먹을 집결날입니다. 언제부터 우리들이 군인이 된건지 잘 모르겠지만 군 생활좀 해 봤다는 듯이 메달인지 뭔지 하는 것이 옷에 주렁주렁 매달린 장교놈이 하나 와서 우리들 싹다 모아놓고 인류를 위해서라더니 머라니 하며 뽐내다 갔습니다. 니들은 필요 없으니 제발 그대로 닥치고 영원히 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1X년 7월 4일
드디어 보급물품이 도착했습니다. 2개월동안 하루 한끼로 버티던 보람은 없더군요. 꽤나 잘 싸워주던 어린 친구놈이 어제 굶어 죽었습니다. 싸우는 거 볼때는 저자식 맞아 죽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길고 날뛰던 놈이 결국 당연한 생리현상에 버티지 못하고 기력이 쇠하다 못해 쭉 짜여서요. 풍문으로 듣다보니 죽을때에는 한놈의 모가지를 날리고 죽었다더군요. X친X끼, 후손들은 우리가 이렇게 똥줄빠지게 싸워댄 것을 알까요?

201X년 7월 3일
왜 어재꺼를 같이 쓰고 있는지 원. 어재 뒈진 놈이 마지막에 하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새벽에 잠못자는 저한테 와서 하는 말이 죽을 놈이 할 말은 아니였는데 말이죠. 피곤해서 얼떨떨하게 들었다가 이제야 기억납니다. 그 놈이 하던 말이 저놈들 다 후려버린 다음에 그 모가지로 골프나 한번 쳐 보는게 어떠냐고 하더군요. 골프홀은 다음에 열릴 구멍으로 하는게 어떻냐면서요.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는 아이였네 그럽니다.

201X년 7월 5일
홈런! 넣었습니다! 아니, 야구니까 홀인원인가?

201X년 7월 14일
그아****아**우리아죄송합**빌어먹을***들이왜우리아아
(볼펜으로 마구 그어져있고 눈물자국이 번져 읽을 수 없다.)

201X년 8월 3일
집에 가고 싶다.

201X년 8월 8일
내가 왜 이런 빌어먹을 것을 계속 쓰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201X년 8월 13일
이제 좀 진정이 된 것 같아. 지금 다들 날자개념을 날려먹어서 오늘이 몇요일인지는 모르는 거 같은데 적어도 이 일기를 보니까 이틀후가 광복절인것은 알겠다. 그날이 오면 잠시 교대로 신입놈들이 온다네. 잠시 쉴 수 있다고 하는데 만사 오케이 만만세지!

201X년 8월 15일
집에 안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시간도 때울 겸 이번에 온 신입놈들 뒷구멍이나 닦아주고 있습니다. 높으신 분들은 무슨 생각인지 몰라요. 신입놈들이 온다고는 했는데 진짜로 총쏘는 법도 모르고 칼 휘두르는 것도 모르는 애x끼들 대려와서 싸우라고 시키다니. 한놈은 그래도 무식해서 그런지 당당하게 베라고 준 무기로 몽둥이 휘두르듯이 다룹니다. 그러고서는 개성이래요. 저놈같은 인간들이 일찍 죽습니다. 당신도 죽을 수 있습니다.

201X년 8월 16일
놈들이 왔습니다. 정말 허접한 신입들이라 그런지 꽤나 땅에 널부러진 놈들이 많습니다. 어제 나대던 그놈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대로 약하진 않더군요. 같이 온 여자애 하나 살릴려고 대신 뒈질때까지 혼자서 길목하나를 막고 있었다고 하네요. 강하지만 머리가 안돌아가는 녀석이였군요. 어리석은 놈.

201X년 8월 16일
왜 어재꺼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 여자애가 사라졌습니다. 저희는 군인이 아니니 탈영이라던지 그런거 신경 않씁니다. 오히려 싸울 생각이 없는 놈들은 다 **줘야 해요. 발목잡기입니다. 내일 휴가갔던 놈들이 돌아와서 다시 자리를 지키니 필요는 없습니다만 문제는 보급품을 들고 튀었다는 겁니다. 우리들이 쓰는 보급품은 양상이 불가능하니까 하나하나 다 회수해서 다음에 쓸 놈 줘야합니다. 그래서 그 년 잡아오라고 시켰죠. 근대 그 년이 오늘, 아니 내일, 아니 8월 17일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보급품을 던져주고는 갔습니다. 한손에는 어느 놈의 머리통을 들고 있더군요. 아마도 어제 그 무식한 놈을 때린 놈인가 봅니다.

201X년 9월 X일
너무 오랜만에 써서 오늘이 며칠인지 까먹었습니다. 서늘해지는게 슬슬 가을인 것은 알겠는데 말이죠. 그 동안의 통보를 하자면 8월 15일날 왔던 새싹들은 모두 안돌아가고 여기 남아서 같이 방위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의외로 그 날 이후 죽는 아이들이 없더군요. 신기하게도 오래된 녀석들 중에도 도주하거나 죽은 놈들이 없었습니다. 총 26인의 결사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나 보더군요. 사실 서른명입니다. 4명은 우리같은 사람이 아니라. 군 관계자에요. 내가 군이라면 학을 때지만 이 양반들은 별말없이 자기 할일만 하고 우리 일에는 별 신경 않씁니다. 지들이 싸우는게 아니니까요. 저번에 그 여자에도 대려왔습니다. 어재 발견해서 겨우 대려왔내요. 다리가 풀려서 엉엉 우는것을 보니 마음고생이 심했다 봅니다. 이걸 보면 그냥 어린애인데 여기까지 대려온 높으신 분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이런 아이의 눈물 하나 막지 못하는 우리들이 한심하다는 기분도 듭니다.

201X년 9월 15일
어재 OOO이가 오늘 날자를 알려주더군요.

201X년 9월 23일
나 아저씨 아니다. 20대야. 오빠라 불러라. 면도기, 보급품에 넣어서 가져와라.

201X년 9월 24일
오늘 추석이냐 아니냐? 아나, 진짜 달력을 보급품에 넣어서 가져오던가. 학살여왕인지 뭔지 대려와서 추석좀 쐬게 해 주던가. 둘 중 하나만 해라.(나며지는 그을림과 핏자국에 보이지 않는다.)

201X년 10월 4일
드디어 미션 클리어입니다! 무적의 26인은 방위선 수호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쉴 수 있겠습니다!(글자들이 무섭게 느껴질만큼 큼지막하게 휘갈겨져있고 나머지는 그을림과 핏자국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빌어먹을 일기장 아직(날자는 쓰여있지 않다. 그 외의 페이지들은 전부 찟겨져 있다.)


201X년 2월 7일
이제 다 죽고 5명만 남았네요. 저번꺼 일기가 작년 10월에 그쳤군요. 이 노트 참 좋네. 나머지 페이지는 전부 깨끗해. 비싼 값은 하네요. 이 이전에 썼던 것들이 전부 재정신으로 썼던 것은 아닌가봅니다. 그 중 하나를 쓰자면 '나는 차원종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기적적으로 증명해냈지만 그것을 적기에는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다'라고 쓰여있습니다. 그 동안의 이야기는 조금 부끄러우니 적진 않겠습니다. 이번엔 여백이 좁은게 아니라 일기장에도 쓰기 싫을 만큼 부끄어운 과거네요. 지난 과거를 도리켜보면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평범한 가정집에 태어나서 평범하게 사랑받았지만 주변 사람과 소통을 꺼려하다보니 어느세인가 외톨이가 되었고 고립되어가다가 갑작스럽게 이상한 놈들하고 전쟁을 하게 되고 별로 받고 싶지도 않은 선택을 받게 되어 싸우다보니 말과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짧은 순간이 내게 가장 두려웠지만 가장 소중했던 순간이라는 아이러니함에 그저 웃음이 나오는군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소녀인 주제에 무식하게 용감한――――――――――――――――――――――――――――――――――――――――――――――


(이후 볼펜으로 깊숙히 그어지면서 페이지 몇장이 상해있다.)


201X년 2월 10일
안녕하세요. 음, 그러니까 이 일기장에서 쓰여있던 건방진 여자아이입니다. 아저씨가 쓰던 것을 이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쓰다가 볼펜으로 쫙쫙 그어 지운 흔적이 많이 있다.) 아저씨가 말하길, 울다보면 눈물이 마르는 날이 온다던데 저같은 경우에는 이 일기를 손에 든 순간부터인가 봅니다. 가슴은 매우 먹먹해서 아련하게 아파오는데 눈물이 나지 않아요. 아저씨는 사람이 죽을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하셨는데 일기를 읽어보면 아저씨는 그냥 처음부터 시인 체질이셨나봐요. 욕 빼고는 글 한마디한마디가 멋지게 느껴지네요. 아마 전쟁이 없었다면 글로 먹고 사셨을 꺼에요. 그리고 의외로 예의바르게 존댓말로 글을 쓰셔서 깜짝 놀랬어요. 저희 앞에서는 존댓말 하나 쓴적 없거든요. 아마 저희가 어려서 그럴 기회가 없었긴 했지만 나이 높으신 동료분들 앞에서는 예의바른 청년이였다고 생각해요. 처음이다 보니까 얼마 쓸게 없네요.

201X년 2월 30일
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가 주신 그 젊은 친구분이 줬다는 보급품덕분에 살 수 있었어요. 아저씨는 거기서 저를 지켜주시는 거죠? 그런데 왜 죽어서야 이러시는 거에요. 살아있으셨을때 잘해주시면 뭐 어디가 잘못되기라도 하나요? 왜 살아계셨을땐(여기서부터 글자가 삐툴어진다.)제 마음을 무시하신거에요. 사실 그때 죽을 뻔한 것 살려주신 것도 아저씨고 절 찾은 것도 아저씨고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신것도아저씨잖아요(이 이후의 내용은 선정적이고 외설스러운 내용임으로 삭제합니다.)

201X년 8월 15일
오늘도 저희들은 싸웁니다.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 우리들을 위해 희생한 앞서 간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어떤 일에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이야기를 이어가는 위대한 인류의 가능성을 위해.

이거 맞죠? 아저씨.

(2월 30일이란 날짜는 서술자가 전투에 지친 나머지 착각한 것입니다.)
(이 일기의 주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더욱 많지만 상하거나 고의로 누락한 부분이 많아 실제와는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메세지: 삭제된 내용 중 일부분입니다.

사랑한다. 비록 내가 어른이고 넌 아직 청소년이지만 어차피 나이차도 5살밖에 안나니까 몇년만 기다리면 너에게 프로포즈라도 할게. 그때가 되면 받아주겠니? 사실 사람이 죽어가는 이때에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나따위가 너를 안을 수 있는 자격따위는 없을거라 생각했어. 너의 마음이 그저 호의일 뿐이라는 생각만 했단다. 혹은 죽을 때가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만만한 여자애를 노리는 **놈이라고 스스로 자학했어. 10월 4일에 정신줄을 놔버린 나한테 그때 네가 정신차리라고 할 때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아, 내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라고 자각했어. 이러니까 무슨 범죄자 변명같네. 아무튼 네가 성년이 되서 결혼 할 수 있을 때, 내가 청혼하면 받아줄래? 확실히 사고친 만큼 확실하게 책임줘줄께.
2024-10-24 22:21: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