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 클로저스x자작] 춤추는 칼날 : 《Chap.2 - 각성(4)》
나예령 2015-05-26 2
“염화투척병의 폭탄입니다! 큭, 하여간 저것들이……!”
간간이 특경대원들의 지원사격이 이어져, 일반 스캐빈저들의 몸에 바람구멍을 낸다.
하지만 상대의 수는 실로 많다.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클로저들이 아니지만.
클로저의 임무는 차원의 문을 닫고, 차원종을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귀찮기는 하지만, 이미 현장에 들어온 만큼 세하도 이 순간만큼은 열심히 싸울 수밖에 없었다.
으득, 하고 이를 악문 세하의 몸이 가속했다.
“저리 비켜!”
[질주]
숨을 들이마시며 앞으로 쏘아져 나가, 상대에게 주먹을 냅다 내리꽂는 세하의 손에서 위상력이 폭발해 앞을 가로막는 스캐빈저의 몸을 땅에 메다꽂는다. 동시에 상대의 등 뒤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 건 블레이드를 겨누고, 망설임 없이 격발.
철컥 소리와 함께 무서운 속도로 가열된 위상력이 푸른 화염이 되어 스캐빈저의 몸을 사정없이 날려버린다.
쾅 하고 날아간 스캐빈저의 몸이 불타며 동료들을 덮치고, 철컥 소리와 함께 열린 건 블레이드로부터 탄피가 튀어나와 땅을 뒹군다.
아직은 시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단계이기에, 세하의 전용 무기로 커스터마이징된 건 블레이드의 사양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현재로서 적에게 탄환을 때려 박을 수 있는 장탄 수는 여섯 발이 최대 한계치이며, 그 이상 때려 박으려 해도 때려 박을 수단은 존재치 않는다.
위상력으로 탄환을 대신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건 블레이드의 내구성 역시 시제품인지라 그리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쳇, 하고 혀를 차며 탄환을 장전한 세하는 건 블레이드를 다시 적에게 겨눈다.
그리고 돌진, 상대를 향해 참격을 꽂아넣는다.
동시에 다시금 격철음이 들리며 탄환이 건 블레이드에 장전된다.
끼릭, 방아쇠를 당기는 손.
“터져라!”
[발포]
터엉, 하고 이는 강한 반동과 동시에 가열된 탄환으로부터 방출된 푸른 폭염이 다시금 스캐빈저 무리를 휩쓸어 밀어낸다. 강렬한 폭발에 갑주가 너덜너덜해진 스캐빈저 몇몇은 그대로 싸늘한 시체가 되어 땅에 눕고, 그럴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큰 부상을 입은 스캐빈저 인간사냥꾼 몇몇이 비척거리며 물러나는 게 보인다.
물러나는 스캐빈저 인간사냥꾼을 향해, 이번에는 또 다른 총격이 퍼부어진다.
누군가 해서 고개를 돌리니 페이즈 건을 들고 있는 유리의 모습이 보인다. 여유롭게 보이지만, 대범하게 보이지만 유리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는 게 보인다.
철컥, 하고 슬라이드가 자동으로 당겨진다.
“후우~.”
세하를 본 유리가 헤헤, 하고 웃는다.
세하는 얼굴을 슬쩍 붉히며 얼굴을 돌린다. 세하는 저도 모르게 유리의 가슴 쪽으로 시선이 갔던 것을 애써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리며 다시 건 블레이드를 쥐고, 차원종을 향해 달려든다.
페이즈 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의 위상력을 탄환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구도 면에서도 다른 총기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아야만 하며, 그 규격을 지키기 위해서는 굉장한 금액의 자금이 들어간다.
즉, 페이즈 건 한 정이 위상관통탄 열 발 이상 나가는 무시무시한 돈 덩어리라는 소리다. 전투능력이 없는 클로저들이 위상력을 불어넣어 제작하는 위상관통탄 한 발에 1천만 원이라는 상상초월의 금액이 프리미엄인 양 붙어있는 것처럼, 페이즈 건도 만만찮게 돈 잡아먹는 괴물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리는 위상력 제어기인 파워 리미터를 통해 위상력을 적정선까지 강제로 유지하게 되어 있으므로, 과도한 난사로 페이즈 건의 내구도가 급속히 감소하는 일은 없겠지만.
유리가 방아쇠를 당긴다.
“한 발쯤은 맞겠지!”
[자동사격]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여섯 발의 총탄이 튀어나와 그대로 스캐빈저들의 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순식간에 바람구멍이 난 몸을 허무하게 내려다보던 스캐빈저 인간사냥꾼과 스캐빈저들이 스르륵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는 이내 불타버리는 것처럼 산화되어 사라진다.
차원종은 그 특성상 시체가 남지 않는 존재.
그들은 죽음을 맞이하면 불타 없어지는 것처럼 사라져버리며,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들의 신체 일부로 보이는 조각과 같은 것이 하나둘 정도 남는다.
물리적인 공격에 상해 내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면역을 가진 건 아니라 공습이나 위성 폭격 같은 걸 얻어맞으면 죽는 게 차원종이라지만, 시가지에다 대고 위성 폭격이나 공습을 요청하는 건 시민의 목숨을 다 같이 날려버리겠다는 생각 없는 상층부 인간들이나 할 만한 짓이다.
쓰러지는 스캐빈저들을 뒤로 한 채, 다시 한 무리의 스캐빈저들이 뛰쳐나와 도약해 세하와 유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큭……!”
차원종은 결코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니다.
스캐빈저의 신체는 왜소하지만, 그 안에 응축된 힘은 왜소하지 않다.
당장 세하의 건 블레이드에 가해지는 악력握力만 해도, 일반인 정도라면 단숨에 사지가 뽑혀 날아갈 정도로 강력하다. 게다가 그 손끝에 돋은 손톱에 살짝이라도 긁힌다면 그대로 몸이 찢겨나갈 것이다.
이건 위상력을 가지지 않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에 한한 일이지만, 차원종의 공격에 내성을 지닌 위상 능력자라고 해도 오랜 시간 차원종의 공격에 의해 상처를 입고 그 독성에 노출되게 되면, 장기적으로 요양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엇……?!”
유리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갑작스러운 기세로 **오는 칼을 든 스캐빈저 한 마리.
스캐빈저의 손에 들린 검붉은 칼날이 요사스럽게 휘둘러지는 순간, 유리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순식간에 유리의 어깨를 베고 지나간 스캐빈저를 본 슬비가 눈을 빛냈다.
“검투사Gladiator!”
상대의 타입을 확인한 슬비의 몸에서 위상력이 끓어오르며 염동력이 발생했다.
손에 든 페이즈 나이프와 함께 주위의 물건들이 둥실 떠올라 그녀 전용의 원거리 공격 무기, [비트Beat]로 변했다.
그녀 특유의 퍼스널 컬러인 분홍빛 염동력에 휩싸인 비트들은 슬비가 손을 뻗자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전방을 가로막고 있던 스캐빈저들의 몸을 무서운 속도로 가격해 날려버렸다.
주홍빛 염동력에 휩싸인 슬로우 비트, 보라색 염동력에 휩싸인 디덕션 비트, 붉은색 염동력에 휩싸인 크래시 비트, 그리고 슬비 본연의 컬러인 분홍빛 노멀 비트에 각각 얻어맞은 스캐빈저들이 그야말로 무력하게 떨려 나가 나뒹군다.
살짝 몸을 띄워, 양손에 든 페이즈 나이프를 던지며 슬비가 눈을 치뜬다.
“집중포화!”
[규율의 칼날]
슬비의 주위를 떠돌던 비트들이 무서운 기세로 직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그 주위로 페이즈 나이프들이 나타나 다시 한 번 그 뒤로 직선을 그으며 쏘아져 나가, 스캐빈저들의 몸을 가르고 쪼갰다.
유리가 뒤로 살짝 물러나는 사이, 그 사이로 끼어든 제이가 주홍빛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적들의 모습을 주시하며 끊어질 듯 미세하게 남은 위상력을 끌어올려, 주먹에 응축시켰다.
“좀 아플 거다!”
몸이 급격하고도 과격한 가속에 삐걱삐걱 비명을 지른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전투의 감각.
무미건조하게 죽어 있었던 뼛속 깊이 아로새겨진 생존 본능을 일깨우는 삐걱거림에, 잠자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전투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적을 죽이기 위해 죽도록 싸웠던 그 때의 기억을 오버 랩시킨 살인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감각. 하지만 그 덕분에 좀 더 선명하게, 적의 공격이 그리는 궤적을 잃고 대처할 수 있다.
쉭!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며 **오는 손톱을 피하고.
두 발짝, 몸을 옆으로 젖히며 최대한도로 주먹에 응축시킨 위상력을 좀 더 강하게 응집한다.
세 발짝, 그리고 일격에 막아서는 적을 터트릴 정도의 강렬한 스트레이트 일격.
쾅!
“펀치!”
[음이온 펀치]
공기가 터져 나가며 앞을 가로막던 스캐빈저들이 퍼퍼퍽 하고 동시에 강타당해 멀리 날아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한 순간 거리를 좁혀 당기듯이 상대를 향해 어퍼컷을 날려 놈들의 몸을 띄운 제이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득였다.
후웅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렬한 킥이, 차원종들 사이를 뚫고 날아오르는 제이의 발끝을 타고 터져 나간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드래곤 킥에 날아간 차원종들은, 공중에서 떨어진 슬비의 비트에 얻어맞으며 땅으로 떨어져, 기다리고 있던 세하와 유리의 칼날 앞에 스러져 갔다.
스캐빈저 검투사는 이미 슬비의 규율의 칼날에 난자당해 쓰러진 상황이라, 중간 지휘관급 개체가 없는 스캐빈저들은 그저 닥치는대로 돌격만 해오고 있는 상황.
간간이 지원사격이 이어지고 있어 그리 힘든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몰려나오는 스캐빈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끝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요.”
우아하게 착지한 슬비의 말에 슬비와 등을 맞댄 제이가 그녀를 흘깃 본다.
팀 검은양의 리더를 맡게 된 이 소녀가, 과연 어떤 지시를 내릴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쩔 생각이지, 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