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 클로저스x자작] 춤추는 칼날 : 〈Chap.2 - 각성(3)〉
나예령 2015-05-25 2
집결장소로 이동하니, 먼저 와 있는 백발의 청년이 보였다.
그의 이름은 제이.
아이들은 그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지만, 그는 상당히 많은 것이 비밀에 싸여 있는 존재다.
그의 정보 대다수는 높은 등급의 보안등급을 요구하는 걸어 다니는 기밀사항, 또는 비밀덩어리나 다름없다.
제이와 합류한 슬비는 자신의 전용 장비인 건 블레이드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호기심과 귀찮음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세하에게 다시 질책을 퍼부었다.
“제발, 무기의 사용법 정도는 숙지해오라고 몇 번을 말했어?”
“아니, 그러니까…….”
면박을 받고 있는 세하와 슬비를 보며 유리가 제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왜 다시 돌아온 거예요? 은퇴했었다면서요~.”
“거기에는 어른의 사정이 있지.”
“어른의 사정? 혹시 연인에 대한 복수라던가, 인류에 대한 사명감, 뭐 그런 거예요?”
유리의 천진난만한 물음에, 제이는 선글라스를 치켜올리며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아니, 저축해 둔 돈이 다 떨어졌거든.”
“아하하, 네…….”
“그리고 또 한 가지. 난 아저씨가 아냐. 앞으로는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부르도록.”
“으엑……?”
―Ⅹ―Ⅹ―Ⅹ―Ⅹ―Ⅹ―Ⅹ―Ⅹ―
.
“작전명 검은양…….”
책상 위에 놓인 검은 파일철에 적힌 《검은양 계획 기안서》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파일철을 집어든 갈색 장발의 여성, 김유정은 한숨을 쉬었다.
스피커를 타고 여유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유니온은 자네를 이 작전의 감독관으로서 결정했네.】
파일철을 집어들어 서류를 넘긴 유정의 눈에 최초로 들어온 것은, 검은 머리의 소년, 세하의 신상명세서였다.
“강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 육성 및 실전투입계획……. 이거 진심이세요?”
그녀의 직속상관,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약간의 웃음기를 머금은 채 건네져 온다.
【물론 진심이지. 유니온이 자네에게 농담한 적이라도 있나?】
“인권위원회 쪽에서 퍽이나 좋아하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애들인데.”
【자네도 알겠지만, 각지의 위상 게이트 상태가 심상치 않아. 매우 불안정한 상태지. 요원들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지경이야.】
데이비드의 말에 유정이 가시 돋친 목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지금, 애들 데리고 땜빵이라도 하라는 건가요?”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말게. 아직 어리지만 잠재력은 충분한 애들이야. 자네 하기에 따라서 A랭크 클로저로 성장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물론, 정말로 어린애들만 투입하겠다는 건 아냐. 기존에 은퇴했던 노련한 클로저 요원의 복귀도 예정되어 있네.】
데이비드의 말에 유정은 컴퓨터 화면에 흘깃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제이의 사진이 떠올라 있었다.
“8년 전 은퇴, 그리고 2개월 전 복귀. 특기사항은 신경성 위염, 스트레스성 편두통, 빈혈, 류마티스 관절염…… 고소공포증, 기타 만성질환 다수? 이 퇴물이 어디가 노련한 요원이에요?!”
화가 난 듯 내뱉은 유정에게 데이비드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그야…… 써먹기 나름이지. 그래 뵈도 차원전쟁 참전자라네.】
“하아…… 그래서, 이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는데요?”
유정의 물음에, 데이비드가 움찔하는 것이 잠시 느껴졌다.
그러더니 포기한 듯 말했다.
【그게…… 말해주는 게 늦었는데, 상황이 갑자기 급박해져서 30분 전에 서울 강남역 앞 현장에 투입됐네.】
“뭐라고요?!”
―Ⅹ―Ⅹ―Ⅹ―Ⅹ―Ⅹ―Ⅹ―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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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데이비드로부터 검은양 계획에 대해 듣고 있던 그 시각, 강남역 앞.
네 명의 클로저들은 각자의 클래스 타입, 그리고 포지션대로 조금씩 다가오는 차원종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긴장을 풀기 위해 조금씩 잡담을 나누었지만, 제이는 별로 긴장한 기색도 없이 그저 차원종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이었다.
‘이게 잘한 짓인지 모르겠군.’
아이들이 잡담하는 소리를 들으며, 제이는 자조했다.
그러나 더 이상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특경대의 방위 라인이 위상관통탄으로도 제압하기 힘든 차원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우, 하고 긴장되는 듯이 숨을 몰아쉬는 세 아이들과 달리 제이는 무덤덤하게 적들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탁탁 발을 굴러보던 제이가 아이들을 돌아본다. 그가 아이들을 돌아보는 사이, 뒤로 물러난 특경대의 방위라인은 이내 그들이 있는 곳까지 밀려온다.
그것을 본 제이가 선글라스를 치켜 올린다.
세하는 건 블레이드를 쥐었고, 슬비도 페이즈 나이프를 뽑았다. 유리도 리펄서 블레이드와 페이즈 건을 잡았다.
“빨리빨리 덤벼, 난 시간 없다구!”
세하가 짜증스럽게 외치며 차원종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유리님, 나가신다아~!”
밝고 활기차게 리펄서 블레이드와 페이즈 건을 쥔 유리 역시 기죽지 않고 마주 달려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쉰 슬비는 페이즈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작전 개시, 적을 섬멸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이가 시선을 날카롭게 하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전장.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전장.
그러나, 이제는 이 아이들과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전장에 다시 선 기분은 미묘한 흥분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얘들아, 무리하지 마라. 건강이 제일이야.”
“으엑, 아저씨. 그 말 진짜 아저씨 같아요!”
“오빠라니까.”
유리와 툭탁대던 제이의 시선에 서서히 방위라인까지 육박한 차원종들이 보인다.
“더 이상 수다 떨 시간은 없는 것 같구만!”
타앙, 총알 같은 속도로 뛰쳐나가는 제이의 뒤를 따라 유리와 세하 역시 양 옆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나아간다.
그것은 흡사 삼지창이 군세를 꿰뚫는 듯한 형세.
뛰쳐나간 세 클로저의 주먹, 도검, 건 블레이드 앞에 위상관통탄으로도 막기 힘들었던 차원종들의 육신이 무기력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터져 나간다. 마지막으로 슬비마저 그들 사이에 합류하면서 실로 일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특경대 대장, 송은이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휘유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강남에서는 위상관통탄만 갖고도 충분했었잖아? 안 그래?”
그녀의 말에 그녀의 부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경감, 채민우가 답했다.
“결코 우연은 아닐 겁니다. 강남 지역에서는 원래 위상관통탄이 통하는 개체만이 출현했었으니까요. D랭크는 일반소총탄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보다도, 대장님. 작전도 안 끝났는데 과자 봉지는 왜 꺼내시는 겁니까?!”
“엥? 우리가 더 할 일이 있나?”
“아무리 그래도 작전 중입니다! 당장 집어넣으시죠!?”
송은이와 채민우가 투닥거리는 사이, 네 명의 클로저들은 빠르게 차원종들을 정리해나가고 있었다.
지금 출현한 차원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D랭크의 차원종, 스캐빈저 무리다.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일반소총탄에도 쓰러지는 녀석들이지만, 절대 만만한 놈들은 아니다. 집단전술을 기본으로 하는데다가, 그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고 각자 맡은 임무가 달라 얕볼 수가 없다.
콰앙!
날카로운 폭음과 함께 대지에 떨어진 폭탄이 폭발하는 듯 굉음이 들렸다.
그에 이어 발생한 강력한 풍압이 특경대가 있는 방위라인 앞까지 밀려왔다가 사라졌다.
“뭐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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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아트 란에
은빈이 올려놨는데... 보신 분이 계실라나?
작성자 / 나예령
제목 / 춤추는 칼날 자캐 - 주은빈
...아무거나 검색해서 찾아봐 주시면 감사하겠....(어이)
똥컴이라 그런지 이미지 첨부도 안 되네 ㄷㄷ
빈이는 당분간 휴업!
그리고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