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 클로저스x자작] 춤추는 칼날 : <Chap.2 - 각성>
나예령 2015-05-24 2
춤추는 칼날
-Dancing Blade-
<Chap.2 - 각성>
《=======2=======》
흘러드는 달빛에 눈이 조금 시큰거렸다.
시야가 가물가물했다.
사물이 흐릿하게 비쳐 보이는 것이, 여러 가지로 자신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던가, 아니면 정신을 잃고 있었던가, 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혼곤함 속에 검은 눈동자가 반짝 빛을 발한다.
“……하아…….”
가슴이 아린다.
이상할 정도로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고,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이 멈추질 않는다.
시큰거림이 가슴 한편을 자꾸만 두드리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해 가슴을 두어 번 내리쳐**만, 그 답답함은 도무지 가시지 않는다.
찝찝하게도 몸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 옷을 적시고 달라붙게 해 찝찝함을 더한다.
“빈아…….”
“으응…….”
곁에서 정미가 뒤척이는 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유리는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훔쳐낸 유리는 한숨을 다시금 토해낸다.
“……깼어?”
“정미정미야.”
뒤척이다, 깬 모양인지 정미가 물어오자 유리가 그녀를 본다.
혼곤함 속에 젖어 있던 눈동자 가운데, 불안함이 서려 있었다.
그 불안함의 정체를, 정미는 미세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나, 빈이가 죽을 때의 꿈을 꿨어…….”
“……바보.”
정미는 몸을 일으켜 유리를 안아주었다. 유리가 정미의 품 안에서 바르르 떨었다.
정미는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빈이가 봤으면 분명히 혼냈을 거야.”
“그럴까? 그렇겠지? 나, 혼나겠지?”
“……그래.”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오랜 단짝이었던 친구가 그런 모습으로 죽었는데, 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마지막까지 바보 같이 유리를 걱정하며 죽어간 은빈의 모습을, 아직도 정미는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묘소를 찾을 때마다, 가슴이 아리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유리, 바보 유리…… 그리고, 착한 유리……. 나, 늘 걱정이야…….
마지막으로 남겼던 그 말이, 아직도 가슴에 맺혀 아린 울림을 여전히 전해온다.
―――부디, 좋은 사람 만나서… 좋아하는 그 사람 만나서…… 꼭, 꼭… 행복하게…….
그 마지막 떨림을, 그 피에 젖은 손이 떨어지는 모습을.
아름다웠던 검푸른 머리칼이 핏빛으로 물든 모습을.
항상 미미하게 웃고 있던 그 입가에 어린 마지막 미소를.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녀의 웃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언젠가, 다시 평범한 내가 될 날이 오면, 그땐 말이야…… 나, 다시 한 번 검도대회에 도전할 거야. 그리고 반드시 우승해서, 유리랑 내 이름…… 거기에 새길 거야. 꼭, 꼭 말이야.
다시 한 번 꿈꾸었던 평범했던 날의 꿈.
은빈은 그 꿈을 다시 이루지 못하게 되었고, 이제 그 꿈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건 유리뿐이다.
하지만 유리도 이 싸움이 끝나기 전에는, 다시는 평범해질 수 없다.
클로저는, 문을 닫는 자는…….
차원종이 존재하는 한, 줄곧 싸우는 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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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지구 곳곳에 정체 모를 차원문이 열리고 이계의 생명체가 전 세계를 습격했다.
공간을 찢어 만든 것 같은 차원문이라는 것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계 생명체들에게는 통상적인 공격 수단이 통하지 않았고, 도시는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폐허로 변했다. 수많은 이들이 이계 생명체들의 공격에 죽어갔다.
하지만 차원문의 개방이 나쁜 일만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극소수의 인간들은 차원문이 열리면서 발생한 위상력位相力이라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각성하게 되고, 초월적인 능력을 얻기에 이른다.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에서는 위상력에 눈뜬 이능력자들을 이용해 이계 생명체를 제압하고 막대한 희생 끝에 차원문을 닫는 데 성공한다.
문을 【닫는다】는 뜻에서 이능력자들은 클로저Closer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고, 이계 생명체의 습격에는 1차 차원전쟁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계 생명체가 사라진 세상은 평온을 얻었고, 무너진 도시는 신도시로 빠르게 재건된다. 차원문과 위상력에 대한 조사는 착착 진행됐고, 인류는 위상력이 특이점에 이르면 차원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차원문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아직 불가능했다.
결국 차원전쟁을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은 클로저들은 UN 산하의 유니온Union이라는 조직에 들어가 지역별 위상력의 특이점들을 찾으며 2차 차원전쟁 재발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때, 또 다시 각지의 차원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점점 더 강력한 이계 생명체들의 침입과 함께.
―Ⅹ―Ⅹ―Ⅹ―Ⅹ―Ⅹ―Ⅹ―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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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곧 도착합니다.】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미성이 그가 목적하던 곳에 도착해 간다는 것을 알리자, 의자에 앉아 있던 갈색 장발의 남자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슬슬 때가 됐군.”
갈색 장발, 그리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동자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는 눈을 잠시 깜빡였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바깥의 익숙하다시피 한 새로운 정경. 그것을 잠시 감상하는가 싶던 남자는, 패널을 조작해 통신을 연결한다.
가벼운 손놀림에 오프라인으로 되어있던 통신 채널이 개방된다.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던 남자는, 노이즈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네. 물론 진심입니다.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시킬 겁니다.”
《―――――.》
노이즈와 같은 목소리가 다시 한 차례 지나가고 난 후, 남자는 답했다.
“그러지요. 그럼 승인해주신 걸로 알겠습니다.”
통신이 끊어지고, 기밀 파일을 뜻하는 문자열이 떠올라 재배열된다. 짧은 로딩이 끝나고, 기밀에 접근하기 위한 패스워드 입력이 클리어되자 프로필 파일들이 차례대로 떠오른다.
“요원들을 확인해볼까…….”
///
챕터 2, 시작합니다.
사실 챕터 2를 쓰기 전에 고민을 했던 게,
검은양팀에 먼저 합류한 상태인 빈이냐,
아니면 합류하기 전부터의 빈이를 써 나가느냐였는데
그냥 합류하기 전으로 결정...
좀 늘어질 수도 있겠네요.
다음은 벌처스 자캐 프로필(견습 사원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