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가 고소공포증에 걸린 이유와 알파퀸과의 첫만남을 망상하면서 끄적인 글입니다.
리프리센트 2015-05-24 4
글을 쓰는 걸 오랜만에 하는 데다가 글 솜씨가 별로라 글을 올리면 다른 분들 눈 테러 할 것 같아서 올리면 안될것 같습니다만, 클로저스 제이 캐릭터 (연타 위주로 빠르게 때리는) 스타일이 재밌고, 세하로 차원종 터뜨리는 것도 재밌어서 게임을 하다보니 글을 적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결국 여러분의 눈 테러를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럼 눈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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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보인다. 이전까지의 청명한 하늘의 빛깔이 아니다.
주홍빛을 간직한 채 서서히 사그라지는 노을. 정신을 잃은 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노을의 모습이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아직 소년의 작은 몸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그것에도 소년은 살아있다는 실감을 하지 못하고 갈라져버린 목소리로 의문을 표한다.
“으윽! 나...살아있는 건가?”
주변은 마치 전시의 폭격에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깨어져서 건물의 옆구리가 바깥을 향해 뚫려있고, 군데군데 흉한 철골 구조를 보여준다. 안쪽은 건물의 잔해라기에는 커다란 돌이 나갈 수 있는 길을 막고 있었다.
대리석 가루를 이마에서 쓸어내리려다 움직이지 않는 손 때문에 포기하면서 소년은 죽음을 생각한다.
단순히 걸리적거리는 것을 떼어내기 위한 행동조차 힘겹다.
“거기 누구 있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재난현장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여기면서도 소년은 본능적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배에다 실었다.
“여...기 사람...있어요! 들려요?! 여기...사람 있어요!”
안간힘을 다해 내지르는 소리지만 소리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조용해서 혹시 상대방이 자신을 못 찾고 그냥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소년은 덜컥 겁이 난다.
하지만 상대방이 확실히 그 소리를 들었는지 건물의 잔해를 치우는 돌이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청 큰 게 길을 막아 놨네. 꼬마야. 혹시 움직일 수 있니? 다친 곳은?”
방금 전 그 여자의 목소리가 확실하다.
높고 밝은 톤의 여자 목소리였는데 죽음이란 어둠을 생각했던 소년은 그 밝음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날 뻔했다.
“솔직히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어요. 다친 곳은 없어요.”
“그래? 이거 참 어떻게 하지? 주변에 사람은 없어? 널 도와줄 사람이라던가.”
“예. 저 밖에 없어요.”
“혹시 너 건물 같은데 깔려있니?”
“아뇨.”
몇 가지 질문 후에 이어지는 침묵.
혹시 자신을 두고 가지는 않을지 걱정된 소년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을 때 상대방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귀찮지만 어절 수 없지. 조금만 참아봐. 지금 당장 구해줄게.”
말뿐만 아니라 음성에서부터 귀찮음이 묻어나는 것 같지만 그게 자신을 구하는 것이 귀찮다는 것이 아님을 소년은 금방 깨달았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하는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들리면서 커다란 잔해가 들썩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무너져가는 건물을 억지로 들쑤실 때에 어떻게 되는지 결과를 생각하던 소년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짓은 무슨 짓이야. 지금 당장 구해주려는 거지. 눈앞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매정하게 내치지 말자. 그게 내 신조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폭발을 일으키면 건물이...”
“걱정하지 마. 금방 뚫고 들어가서 널 데리고 나오면 돼. 그건 그렇고 엄청 큰 돌이네. 이 정도 힘이면 부서질 줄 알았는데...그럼 한 번 더!”
여자의 말이 끝나감에 따라 소년의 안색이 창백해져 간다. 다시 한 번 쾅! 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소년은 자신에게 희망의 존재였지만 지금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소년에겐 단 두 번의 폭발음이 무엇이었는지 생각 할 사고조차 남아있지 않다.
“반가워. 또랑또랑하게 생긴 게 꽤나 귀엽네?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내가 구해준다니까?”
스물이 갓 되었을까. 오른손에 언뜻 보기에는 총인지 몽둥이인지 모를 무기가 들려있다.
전신에서 활기라는 아우라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검고 긴 생머리의 여성이다.
너무 활기찬 느낌을 주는 나머지 건강하다기 보다는 무섭다는 인상을 가지고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불렀다.
“저...아줌...마. 방금 전부터 위에서 소리가...”
그녀의 나이에 걸맞지 않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소년의 어머니나 그 친구 분들을 생각나게 해서 나온 실수였다.
자신만만하게 개구쟁이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한 순간 경직된다.
“꼬마야. 지금 이 누.나.가 잘못 들은 거지? 방금 예.쁜.누.나.라 그랬지?”
경직된 것은 한 순간. 그래도 미소를 일지 않으며 누나와 예쁜을 강조하는 그녀에게 오한이 든 소년이 자신의 말을 얼른 바꾼다.
“누...나. 방금 전에 여기로 오시고 나서부터 위에서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데요?”
확실히 건물에서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쩌적거리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상대방 여성은 신경 쓰지 않으며 소년을 들쳐 업는다.
“그래. 이 아름답고 멋진 누나가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널 데리고 가면 되는 거지. 다른 생존자들은 다 건물에서 나왔다는 것 같으니까. 생명 탐지기에 더 이상의 사람은 없다고 했지? 데이비드?”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등 쪽에 소년을 위치시킨 여성은 얍하고 기합을 지르고 업기 편하게 한 번 추스린다.
“예. 누님. 그 아이가 마지막입니다. 듣자하니 우리 팀이 출동하기 전, 차원종들에게 건물이 습격당했을 때, 그 아이가 각성했다는 것 같습니다. 차원종과 싸웠다는 그 아이가 지금 누님이 업고 있는 아이예요.”
무전기라도 가지고 있었는지 치익하는 기계음과 함께 굵지만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여성의 어깨 근처에서 들렸다. 들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엘리트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완벽한 남자의 목소리다.
“깔린 곳도 다친 곳도 없는데 움직이지 못한다고 그래서 대강 짐작은 했어.”
“예. 그것도 감지된 능력만으로 볼 때, 잠재력은 누님에 필적하는 것 같습니다.”
“뭐? 나랑? 엄청난데? 이 꼬마애?”
여성이 데이비드란 남성과 태연히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위에서 소리만이 아니라 가루가 조금씩 떨어져 내리고 있다.
“누나... 무너질 것 같아요.”
“아! 미안. 다른 데 신경쓰느라...그래. 데이비드. 나 그럼 복귀한다?”
데이비드의 무사히 복귀하란 말을 어깨 너머로 들어 넘기면서 그녀는 훤히 뚫려있는 벽 쪽으로 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행동에 불길함을 느낀 소년이 물어봤다.
“누...누나? 왜 여기 서 계세요? 여기 9층인데 빨리 내려가야 될 것 같은...”
“괜찮아. 사이킥 무브를 써서 갈 거니까.”
“예? 사이킥 무브요?”
“초능력을 사용한 이동 방법인데... 롤러코스터나 번지 점프 생각하면 돼. 해보면 정말 참을 수 없어서 소리 지를 정도로 상쾌할 거야. 누나 꽉 잡아. 그럼...간다?!”
“에? 에?”
멍하니 의문을 날리던 소년의 가슴께가 서늘해진다.
그게 건물의 9층에서 몸을 던진 거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어마어마한 바람 속에서 소년의 비명은 그 속에 파묻혀버린다.
“으.....으아아아아악!”
“꺄하하하하! 이 속에서 간질간질 거리는 기분. 이게 죽도록 상쾌하고 즐거워. 그렇지 않니?! 꼬마야!”
그 간지러운 기분이 상쾌한 게 아니라 죽을 것 같이 불쾌하다고 생각한 직후 머릿속이 지워진 듯 하얗게 지워진 소년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위상력을 각성했으니 예전처럼 평범하게는 못 살 거야!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람차게 살아가야지!”
어마어마한 바람 속에서도 똑똑히 들릴 만큼 커다란 소리였지만, 소년의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서 처음 몇 부분 말고는 기억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한 마디는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니가 즐겁게 살 수 잇도록! 누나가! 나 울프 팩의 리더 서지수가 널 맡아 줄게!”
서지수.
이 무대포에 무서운 누나의 이름이 서지수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소년은 공포와 피로감에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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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서 죄송합니다.